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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Author: 레비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06 23:15:57

도언과 이재 사이의 일을 알 리 없는 도경이 신이라도 난듯 말을 이었다.

“내가 형 다음으로 좋아하는 사람. 예쁜 우리 이재 누나.”

도경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지만 이재는 오늘따라 듣기 불편했다.

이재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도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헤헤 웃는 도경의 웃음에 도언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도경과 마주 웃어 주는가 싶더니 이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이재 어깨 위에 올려진 도경의 손을 본 순간 입가에 그어졌던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

“도경아, 난 이만 갈게.”

이재가 도경의 손을 어깨에서 내리며 숙소동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도경에게 다시 잡히지 않으려 그의 손에서 최대한 몸을 멀리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이 한잔할래요?”

뜻밖의 말에 고개를 돌린 건 이재만이 아니었다.

도경도 놀란 듯 그 말을 한 도언을 돌아보았다.

“한이재, 씨?”

도언이 확인해 주듯 이재를 보며 다시 물었다.

너한테 한 말이 맞는다고 이름까지 정확히 부르며.

“네? 아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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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개새끼   제21화

    “괜히 주인집하고 엮여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특히 큰아들은……. 아휴, 아니다.”김 여사가 맺지 않은 말이 무엇일까.이재는 김 여사가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그녀가 끝맺지 않은 뒷말이 상상력을 부추겼다.차도언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자신만 몰랐던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미치게 궁금한 속내는 감춘 채 이재는 김 여사가 요리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재의 마음을 알 리 없는 김 여사는 금세 몇 가지 안주를 만들기 시작했다.치즈와 크래커, 과일과 마른안주, 그리고 홍합탕까지 동시에 준비되고 있었다.갑작스러운 주문임에도 어떤 술이든 함께 먹을 수 있는 안주를 만들어 냈다.호명가에서 일을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걸까.이재는 지금 제 처지는 잊은 채 김 여사의 손길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어느새 플레이팅까지 끝낸 김 여사가 옆에 선 이재에게 손짓을 했다. “한 선생, 일단 이거 가져가요. 나머지는 내가 내갈 테니까.”김 여사가 치즈와 크래커 같은 간단한 안주가 든 접시를 이재의 손에 들려 주었다.그리고 머뭇거리는 그녀의 등을 밀어 거실로 보냈다.거실로 나가자 도경이 술병을 여러 개 꺼내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맛있는 걸 눈앞에 둔 아이처럼 입맛까지 다시는 게 이재 눈에는 왠지 얄미웠다.도경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니 수능이 끝나자마자 대놓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절제하는 법도 모르는지 마실 때마다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곤 했다.타고나기를 술에 약한 것 같은데 도경은 아는지 모르는지 무조건 들이마셨다.그렇게 취해서는 꼭 이재에게 데리러 오라고 했다.그 통에 도경이 스무 살이 되고부터는 과외 선생에서 대리 기사, 보모 노릇까지 하게 만들었다.도경을 찾으러 새벽에 클럽으로 술집으로 돌아다녔다.그러다가 고주망태가 된 녀석을 거의 짊어지고 들어오면 다음 날엔 몸살이 날 만큼 힘이 들었다.그런 도경을 알기에 이재는 잔소리를 참을 수 없었다.“도경이 너, 적당히 마셔. 내일 아침에 수업 있는

  • 완벽한 개새끼   제20화

    도언과 이재 사이의 일을 알 리 없는 도경이 신이라도 난듯 말을 이었다.“내가 형 다음으로 좋아하는 사람. 예쁜 우리 이재 누나.”도경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지만 이재는 오늘따라 듣기 불편했다.이재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도경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헤헤 웃는 도경의 웃음에 도언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도경과 마주 웃어 주는가 싶더니 이재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러다 이재 어깨 위에 올려진 도경의 손을 본 순간 입가에 그어졌던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도경아, 난 이만 갈게.”이재가 도경의 손을 어깨에서 내리며 숙소동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도경에게 다시 잡히지 않으려 그의 손에서 최대한 몸을 멀리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같이 한잔할래요?”뜻밖의 말에 고개를 돌린 건 이재만이 아니었다.도경도 놀란 듯 그 말을 한 도언을 돌아보았다.“한이재, 씨?”도언이 확인해 주듯 이재를 보며 다시 물었다.너한테 한 말이 맞는다고 이름까지 정확히 부르며.“네? 아뇨, 전…….”“형, 그래도 돼?”미처 이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경이 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다.그러고는 겨우 떨어졌던 이재 곁으로 다시 훌쩍 다가와 그녀의 목을 팔로 감싸 안았다.이재가 그를 밀어 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도언 쪽으로 이재를 끌었다.“우리 다 같이 마시면 재밌겠다. 그치 누나?”“아니. 난 싫…….”“같이 가자, 누나아.”도경이 이재를 제게 더 끌어당기며 애교 섞인 말투로 이재를 조르기 시작했다.이재가 그의 팔에 안긴 채 그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그러나 도경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듯 헤헤 웃기만 했다.이재의 얼굴에 난감한 빛이 떠올랐다.눈치 없는 건 이 집 아들들 유전인가 싶었다.이재는 그들 사이에 껴서 술을 마시는 상상을 하니 벌써 불편했다.아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때 이재의 목을 끌어안다 못해 조르는 것처럼 감고 있던 도경의 팔이 풀렸다.풀려난 이재가 고개를 들어보니 도언이 도경을 끌어안고 머리를 헝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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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개새끼   제18화

    괜한 감상에 이재는 도경을 바라보았다.배우가 되어도 아깝지 않을 얼굴이긴 했다.작은 얼굴에 빈큼 없이 가득한 이목구비는 하나같이 예뻤다.어릴 때는 여자애 같이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성인이 되더니 제법 남자 같이 보였다.슬림한 몸에 키도 크니 배우가 아니라 모델을 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이재는 도경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배우를 하든지, 뭐를 하든지 일단 대학은 가야 해.""에이, 그건 아니지.""아니긴. 너, 요즘은 연예인도 좋은 대학 다니면 인기 더 많은 거 몰라? 걔 누구더라? 서울대 다니면서 아이돌 하는 애 있잖아.”“아 진짜, 누나아…….”말을 통하지 않자 도경이 징징거렸다.이재는 도경 앞으로 문제집을 밀었다.“딴소리 그만하고 얼른 문제 풀어. 잘생긴 얼굴 살리려면 머리도 좀 채워 넣자. 응?”“나 잘생긴 거 누나도 인정은 하는 거네?”고작 그 말에 도경이 금세 헤헤거렸다.이재는 그런 도경의 머리를 쥐어박으려 주먹을 올렸다.그러자 도경이 잽싸게 피하며 이재의 손을 잡았다.“어허, 잘생긴 차도경님 얼굴에 흠집 나면 어쩌려고!”“또 까분다.”이재가 혀를 차며 잡힌 손을 놓으려 털어냈다.도경이 그녀의 주먹 쥔 손을 다시 그러잡으며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누나, 그러지 말고 나랑 결혼하자.”“또 이런다.”이재가 화낼 기운도 없다는 듯 그를 째려보자 도경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나 잘생겼다며. 그리고 우리 집 부자잖아.""그래서?""내가 서울대 가는 건 불가능하니까 서울대 나온 며느리로 누나가 오면 되겠다. 안 그래?”도경의 약 백몇 번째 프러포즈였다.달라진 게 있다면 스무 살이 되었다고 제법 거칠게 힘을 쓰며 다가온다는 것.“아아!”그래 봤자 결국엔 이재에게 꿀밤이나 맞고 끝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이재는 이런 상황을 단번에 끝내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도경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면 된다. “난 대학 안 나온 남자랑은 결혼 안 해. 알겠니, 재수생 도경

  • 완벽한 개새끼   제17화

    이재가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여사님들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 간대요? 뭐 들은 말 없어?”“회장님 퇴원하실 때까지는 있지 않겠어?”“하긴, 저 양반이 더 있게 놔두지는 않겠죠.”다행이었다.차도언이 호명 가에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닌 모양이었다.그렇다면 이것도 견디면 지나간다는 뜻이었다.그때 공용 공간 안쪽 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여사님들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자네들! 내가 몇 번을 말해, 그 입들 조심하라고!”호명 가 살림을 총괄하는 고용인들의 수장 격인 조 여사였다.“담장 밖에까지 다 들리게 더 크게 떠들지 그래. 일 그만두고 싶다고 티 내는 것도 아니고 원.”고용인들이 고용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건 당연하게도 금지였다.호명 가에서 듣고 본 일을 발설하는 것 또한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그건 이곳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의 계약서에도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었다.이재는 몸을 숙여 살그머니 발걸음을 옮겼다.몰래 듣고 있던 제게도 불똥이 튈까 무서웠기 때문이었다.조 여사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숙소동을 빠져나왔다.어쨌든 차도언이 이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 거란 걸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견디면 시간은 흘러가게 마련이니까.* * *도경의 수업을 시작하고 얼마나 되었을까. “누나, 나 대학 가지 말까?”풀라는 문제는 안 풀고 도경이 또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못 가는 거 아니고?”“에이, 정말! 누나까지 이럴 거야?”도경이 들고 있던 펜을 툭 던지며 신경질을 부렸다.하지만 이재는 동요하지 않았다.공부하기 싫은 도경이 으레 하는 짓이었으니까.“대학 안 가면 뭐 하려고?”이재는 도경의 뻔한 수작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잠깐 쉬어가는 의미로 그의 말을 받아 주었다.금세 신이 난 도경이 금세 의자를 당겨 앉으며 이재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나, 배우 해볼까?”“뭐?”“배우. 연예인 그런 거.”이재가 어이없는 웃음을 풀썩 내뱉었다.뜬금없이 배우 타령을

  • 완벽한 개새끼   제16화

    이재는 도언과 마주친 시선에 한발짝 물러섰다.그사이 웃음기를 거둔 그는 마치 무시무시한 선고를 내리는 심판관처럼 이재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동정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눈.한 번 내린 판결은 절대 물리지 않을 것 같은 아집으로 꾹 다문 입술.그의 표정은 어떻게든 읍소해 보고자 했던 이재의 의지마저 꺾어 버리기 충분했다.이재는 그에게서 멀어지려 뒷걸음질을 치다가 이내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달칵.이재가 나간 문을 한동안 바라보던 도언은 실없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귀엽네.”어쩌면 그녀가 망친 건 셔츠뿐만이 아닐지도 몰랐다.도언은 이재의 입술을 삼켰던 제 입술을 문질렀다.* * *숙소동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중간에 누굴 만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었다.누구라도 만났으면 별채에서 나와 반쯤 정신이 나간 이재를 이상하게 생각했을 게 뻔했다.게다가 방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니 얼굴이 엉망이었다.묶었던 머리는 느슨하게 풀려 산발이었고, 입술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어릴 때 병 입구에 입술을 밀어 넣는 장난을 하다가 피가 몰려 자국이 난 것처럼 빨갛게 부었다.“이게 뭐야…….”거울을 보며 울상이 된 이재가 중얼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도언의 강렬했던 입맞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나 잘 빨아요……."뻔뻔하게 그런 말을 제 앞에서 내뱉었을 때 욕이라도 한마디 해주고 왔어야 했다."미친놈......"이제와서 해봤자 그가 들을 리 없었다.그 상황에서 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성희롱으로 고소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어야 했다.그러나 그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건 그의 입술이 닿는 순간 깨달았다.매끄럽게 저를 삼키던 그의 입술은 부드럽고 따뜻했다.제 안에 밀고 들어온 그가 움직였을 때 발끝이 들렸다.아리도록 혀를 빨아들였을 때는 아랫배까지 찌릿한 느낌이 타고 내려왔다.그리고 깊게 얽히며 그는 자신이 했던 말을 완벽하게 증명했다.그는 정말, 잘 빨았다.얼굴을 감싸던 긴 손가락의 감촉, 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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