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네 남편 아이라고?”연희는 화면을 노려봤다.“당신이 말하는 내 남편이 누구야.”권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아이를 바라봤다.“그 아이한테 직접 물어봐.”연희가 아이를 돌아봤다.“사율아.”아이가 고개를 들었다.“응.”“네 아빠 얼굴 기억나?”아이는 잠시 생각했다.그러더니 고개를 저었다.“얼굴은 몰라.”“그럼 뭘 기억해?”“목소리.”“어떤 목소리?”아이가 조용히 말했다.“엄마가 울 때마다 와서 안아주던 목소리.”연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사람이 뭐라고 했어?”“항상 똑같이 말했어.”아이가 연희의 손을 잡았다.“‘엄마한테는 비밀이야.’”연희가 굳었다.그때 권도혁이 화면 너머에서 웃었다.“이제 기억나지?”“아니.”“거짓말.”“난 정말 몰라.”“그럼 네 손목을 봐.”연희가 손목을 내려다봤다.오래된 흉터 하나가 있었다.“이거…”“그날 생긴 거야.”“무슨 날?”권도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네가 내 아이를 낳던 날.”연희는 숨을 삼켰다.“난 아이를 낳은 적 없어.”“네 기억 속에서는.”“그럼 실제로는?”“아이를 낳았어.”연희가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어.”정애가 조용히 말했다.“연희야.”“엄마는 말하지 마.”“네가 정말 잊고 있는 거야.”연희가 돌아봤다.“뭘?”정애는 울면서 말했다.“네가 아이를 낳은 뒤.”잠시 멈췄다.“아이를 직접 버렸어.”연희의 얼굴이 굳었다.“내가?”“그래.”“왜?”“네가 그 아이를 보면 안 된다고 했어.”“누가?”정애가 입을 다물었다.연희가 다그쳤다.“누가 나한테 그렇게 시켰어!”정애가 결국 말했다.“권이록.”연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또 그 사람?”“그 사람이 아니라…”정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권이록이라고 믿었던 사람.”연희가 굳었다.“그럼 그 사람 이름이 뭔데.”정애가 대답하지 않았다.그 순간 문이 열렸다.권이현이 들어왔다.“내 이름을 찾고 있습니까?”연희가 그를 바라봤다.“당
“누가 죽였다고?”연희가 아이에게 물었다.아이는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저 아저씨.”남자의 얼굴이 굳었다.“아이 말 믿지 마.”연희가 웃었다.“왜?”“애가 뭘 알겠어.”“그런데 왜 그렇게 당황해?”남자가 입을 다물었다.연희는 아이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당신 이름부터 말해.”“알잖아.”“아니.”연희가 차갑게 말했다.“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었어.”남자는 한숨을 쉬었다.“내 이름은 강태욱.”정애의 얼굴이 굳었다.연희가 바로 알아챘다.“엄마.”정애는 대답하지 않았다.“강태욱 알아?”“……알아.”“누구야?”정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버지의 친구였어.”연희가 강태욱을 바라봤다.“그런데 왜 내 남편을 죽였어?”강태욱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네 남편?”“권이록.”“그 사람은 죽지 않았어.”연희의 눈이 커졌다.“뭐?”“네가 남편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살아 있어.”“그럼 아까 전화한 사람은?”“진짜 권이록.”연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럼 지금까지 내 옆에 있던 권이현은?”강태욱이 대답했다.“네 남편의 동생.”“그건 알고 있어.”“아니.”강태욱이 고개를 저었다.“그놈은 권이현도 아니야.”방 안이 얼어붙었다.연희가 낮게 물었다.“그럼 누구야.”강태욱이 웃었다.“그걸 알려면 네가 먼저 기억해야 해.”“무슨 기억?”“네가 처음 그 남자를 만난 날.”연희의 머리가 지끈거렸다.순간 장면 하나가 스쳤다.비 오는 밤.차 안.젊은 남자.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당신 이름이 뭐예요?남자가 대답했다.—권이록.연희가 눈을 감았다.“아니야.”“뭐가?”“그날…”연희가 관자놀이를 눌렀다.“그 사람이 권이록이 아니었어.”강태욱이 미소 지었다.“기억났네.”연희는 그를 노려봤다.“누구였어?”강태욱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주머니에서 낡은 주민등록증 하나를 꺼냈다.사진은 현재의 이록과 똑같은 얼굴이었다.이름만 달랐다.권도혁.연희의 숨이
“누가 죽였다고?”연희가 아이에게 물었다.아이는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저 아저씨.”남자의 얼굴이 굳었다.“아이 말 믿지 마.”연희가 웃었다.“왜?”“애가 뭘 알겠어.”“그런데 왜 그렇게 당황해?”남자가 입을 다물었다.연희는 아이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당신 이름부터 말해.”“알잖아.”“아니.”연희가 차갑게 말했다.“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었어.”남자는 한숨을 쉬었다.“내 이름은 강태욱.”정애의 얼굴이 굳었다.연희가 바로 알아챘다.“엄마.”정애는 대답하지 않았다.“강태욱 알아?”“……알아.”“누구야?”정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버지의 친구였어.”연희가 강태욱을 바라봤다.“그런데 왜 내 남편을 죽였어?”강태욱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네 남편?”“권이록.”“그 사람은 죽지 않았어.”연희의 눈이 커졌다.“뭐?”“네가 남편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살아 있어.”“그럼 아까 전화한 사람은?”“진짜 권이록.”연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럼 지금까지 내 옆에 있던 권이현은?”강태욱이 대답했다.“네 남편의 동생.”“그건 알고 있어.”“아니.”강태욱이 고개를 저었다.“그놈은 권이현도 아니야.”방 안이 얼어붙었다.연희가 낮게 물었다.“그럼 누구야.”강태욱이 웃었다.“그걸 알려면 네가 먼저 기억해야 해.”“무슨 기억?”“네가 처음 그 남자를 만난 날.”연희의 머리가 지끈거렸다.순간 장면 하나가 스쳤다.비 오는 밤.차 안.젊은 남자.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당신 이름이 뭐예요?남자가 대답했다.—권이록.연희가 눈을 감았다.“아니야.”“뭐가?”“그날…”연희가 관자놀이를 눌렀다.“그 사람이 권이록이 아니었어.”강태욱이 미소 지었다.“기억났네.”연희는 그를 노려봤다.“누구였어?”강태욱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주머니에서 낡은 주민등록증 하나를 꺼냈다.사진은 현재의 이록과 똑같은 얼굴이었다.이름만 달랐다.권도혁.연희의 숨이
“연희야.”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연희의 몸이 굳었다.화면은 이미 꺼져 있었다.하지만 분명히 들었다.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십 년 동안 믿었던 목소리.“설마…”연희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현관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정애도, 세아도, 권태겸도 아무 말이 없었다.연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남자가 웃었다.“내 집이기도 하잖아.”연희가 한 걸음 물러났다.“내 아들 어디 있어?”“아들?”“모르는 척하지 마.”“연희야.”“내 아들 내놓으라고!”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그 아이는 네 아들이 아니야.”연희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짝.“다시는 그 말 하지 마.”남자는 뺨을 만지며 웃었다.“성질은 여전하네.”“아이 어디 있어?”“안전한 곳.”“어디.”“네가 절대 찾지 못하는 곳.”연희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내가 찾아내면?”“그 전에 네가 기억해야 할 게 있어.”남자가 휴대폰을 내밀었다.화면에는 오래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병원 복도.십 년 전.연희가 울면서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갓난아기가 있었다.연희의 목소리가 들렸다.—제발 이 아이만은 살려줘.남자가 말했다.—그러려면 네가 모든 걸 잊어야 해.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잊을게.현재의 연희는 숨을 삼켰다.“이게 언제야?”“네가 아이를 낳은 날.”“그럼 왜 난 기억을 못 해?”“네가 직접 잊기로 했으니까.”“누가 시켰어?”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연희가 화면을 다시 봤다.영상 속 자신의 모습이 이상했다.울고 있었지만 무서워하지 않았다.마치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그때 영상 속 연희가 말했다.—내가 기억을 잃으면, 아이를 숨겨줘.남자가 물었다.—어디에?—나한테서.연희의 얼굴이 굳었다.“내가?”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부탁했어.”“왜?”“네가 아이를 죽일까 봐.”연희가 숨을 멈췄다.“내가 내 아들을?”“그때 넌 그렇게 믿고 있었어.”“뭘?
“내 친동생?”연희는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또 그 소리야?”여자는 웃지 않았다.“이번엔 진짜야.”“네 이름.”“한세아.”연희의 시선이 현재의 세아에게 향했다.세아도 굳어 있었다.“그럼 나는?”여자가 말했다.“네가 알고 있던 세아는 가짜야.”현재의 세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개소리하지 마.”“네가 진짜라고 믿고 싶겠지.”“당신 누구야!”“네가 훔친 이름의 원래 주인.”세아의 얼굴이 굳었다.연희가 여자를 향해 물었다.“그럼 왜 내 아들을 데리고 있어?”“내 아들이기도 하니까.”“무슨 말이야.”“그 아이는 네가 혼자 낳은 게 아니잖아.”여자의 말에 연희의 표정이 굳었다.“아이 아버지가 누군데.”여자는 잠시 침묵했다.그리고 화면 밖을 바라봤다.“들어와.”문이 열렸다.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연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권이록…”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었다.하지만 그는 아이를 안고 있지 않았다.아이를 안고 있던 남자는 그의 옆으로 비켜섰다.“오랜만이야, 연희.”연희는 입술을 깨물었다.“당신이 진짜 권이록이야?”“그래.”“그럼 저 사람은?”“내 쌍둥이 동생.”권이현이 굳었다.“형.”“네가 내 이름으로 살았던 거.”권이록이 차갑게 웃었다.“이제 끝내자.”연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내 아들은?”“내가 데리고 있었어.”“왜?”“네가 나를 죽였다고 믿게 만들려고.”“내가 당신을 죽였다고?”“그래.”권이록이 휴대폰 화면에 영상을 띄웠다.영상 속 연희가 칼을 들고 있었다.그리고 맞은편에는 권이록이 서 있었다.연희의 얼굴이 굳었다.“이건…”“네가 날 죽이려고 한 날.”“아니야.”“왜 아니라고 해?”“난 기억이 없으니까.”권이록이 웃었다.“기억이 없어진 게 아니라 지워진 거야.”“누가?”“나.”연희의 눈이 커졌다.“왜?”“네가 진실을 알아버렸으니까.”“무슨 진실?”권이록이 아이를 바라봤다.“저 아이가 네 아들이 아니라는 것.”연희는 숨을 삼켰다.“뭐
“권이록?”연희의 목소리가 떨렸다.전화기 너머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숨소리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당신 맞아?”잠시 뒤 대답이 돌아왔다.—그래.연희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죽었다면서.”—죽은 사람은 내가 아니야.“그럼 지금까지 내가 남편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누구야?”전화기 너머에서 짧은 웃음이 흘러나왔다.—권이현.연희가 뒤를 돌아봤다.자신과 똑같이 얼어붙어 있는 남자.“그럼 당신은 어디 있어?”—네가 오면 알려줄게.“내 아들은?”—여기 있어.“살아 있어?”—그래.연희는 눈을 감았다.“혼자 오라고 했지.”—그래.“그런데 한 가지 약속해.”—뭐지?“아이한테 손끝 하나 대지 마.”남자가 낮게 웃었다.—내 아들한테 내가 왜 손을 대?통화가 끊겼다.연희는 휴대폰을 움켜쥐었다.“미친 새끼.”권이현이 다가왔다.“혼자 가지 마.”“안 돼.”“함정일 가능성이 높아.”“알아.”“그런데도 갈 거야?”연희가 그를 바라봤다.“내 아들이 살아 있대.”권이현은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그때 정애가 앞으로 나왔다.“연희야.”“엄마.”“가지 마.”“왜?”정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 사람을 만나면 네가 알아서는 안 되는 걸 알게 돼.”연희가 웃었다.“난 이미 알아서는 안 되는 걸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이번엔 달라.”“뭐가?”정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들 아버지는 권이록이 아니야.”연희가 멈췄다.“그럼 누구야?”정애는 입을 다물었다.권태겸이 대신 말했다.“내 아들이다.”모두가 그를 바라봤다.“뭐?”“네 아들의 아버지는 권이현도, 권이록도 아니다.”권태겸이 말했다.“내 장남 권도혁.”연희의 얼굴이 굳었다.“그런 사람 없다고 했잖아.”“죽었다고 했지.”권태겸이 씁쓸하게 웃었다.“하지만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제대로 죽은 적이 없잖아.”그 순간 연희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영상통화였다.화면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연희는 숨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