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 아이는…… 인간복제 실험의 첫 번째 성공 개체입니다.”화면 속 의사의 목소리가 끝나는 순간, 내 손에서 휴대전화가 떨어졌다.“복제……?”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천천히 화면을 바라봤다.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갓난아기.작은 얼굴.눈썹 모양.왼쪽 귀 아래의 작은 점.전부 나와 같았다.“저게 나라고?”의사가 화면 속에서 말했다.“유전적으로는 강연희와 동일합니다.”나는 숨을 삼켰다.“강연희?”화면에 내 얼굴과 똑같은 여자의 사진이 떴다.그런데 그 사진 속 여자는 내가 아니었다.내 앞에 서 있던 여자.내가 언니라고 믿었던 여자.그녀가 화면을 보는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 영상이 아직 남아 있었어?”친엄마가 그녀를 노려봤다.“당신도 알고 있었어?”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당신이 원본이야?”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그래.”“그럼 나는?”“너는 나를 복제해서 만든 아이야.”머리가 멍해졌다.“왜?”“널 만들면 안 됐어.”“그런데 왜 만들었어?”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네 아버지가 원했어.”나는 천천히 아버지라고 믿었던 남자를 바라봤다.그는 침묵하고 있었다.“당신이 나를 만든 거야?”“정확히는…….”“말해.”그가 결국 입을 열었다.“네 유전자를 만든 건 내가 아니야.”“그럼 누가?”“도현의 아버지.”나는 도현을 바라봤다.도현 역시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내 아버지가?”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십 년 전 그 실험의 목적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었어.”“그럼 뭐였는데?”“기억을 복제하는 것.”나는 얼어붙었다.“기억?”“사람의 유전자뿐 아니라 기억과 성격까지 복제할 수 있는지 실험했어.”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그럼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은…….”친엄마가 조용히 말했다.“원본 강연희의 기억 일부를 이식한 거야.”순간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폭발하듯 떠올랐다.학교.엄마.도현.권이록.그리고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다고 생각했던
“저 세 사람은 네가 태어나던 날부터 널 죽이려고 했어.”친엄마의 말이 끝나자 문 앞에 있던 세 사람이 동시에 굳었다.엄마가 먼저 소리쳤다.“거짓말이야!”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그럼 사실을 말해.”“연희야.”“내 이름 서연이라며.”엄마의 입이 닫혔다.그 침묵 하나가 오히려 대답처럼 느껴졌다.나는 친엄마에게 물었다.“왜 저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했어요?”그녀는 잠시 망설였다.“네가 태어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거든.”“뭐가요?”“우리 가족이 숨겨온 비밀.”권이록이 비웃었다.“또 시작이군.”친엄마가 그를 바라봤다.“당신은 입 다물어.”“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알아.”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이 아이에게 진실을 돌려주는 거야.”나는 손을 빼지 않았다.“내가 태어난 날 무슨 일이 있었어요?”친엄마가 대답하려는 순간, 도현이 갑자기 달려들었다.“안 돼!”그가 친엄마의 손에서 작은 USB를 낚아챘다.나는 그를 바라봤다.“왜 뺏어?”도현은 숨을 몰아쉬었다.“그 안에 있는 걸 보면 안 돼.”“왜?”“네가 감당할 수 없는 내용이야.”“그건 내가 결정해.”나는 도현에게 손을 내밀었다.“줘.”그가 망설였다.“도현아.”그가 결국 USB를 건넸다.기록보관실 컴퓨터에 꽂았다.영상 하나가 떴다.날짜는 내가 태어났다고 알려진 날이었다.병원 분만실.침대 위에는 친엄마가 누워 있었다.그 옆에는 의사가 서 있었다.그리고 침대 옆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사람은……엄마였다.나는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왜 엄마가 저기 있어?”친엄마가 울먹였다.“네가 태어났을 때 네 엄마는 나였어.”영상 속 의사가 물었다.“아이 이름은 어떻게 할까요?”친엄마가 대답했다.“서연.”그 순간 영상 속 엄마가 아기를 빼앗듯 받아들었다.“이 아이는 강연희로 기록해주세요.”나는 숨을 삼켰다.“왜?”영상 속 엄마가 차갑게 말했다.“서연이라는 아이는 오늘 죽은 걸로 처리할 겁니다.”나는
“네가 지금 믿고 있는 아버지는…… 내 남편이 아니야.”전화가 끊겼다.나는 한동안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지 못했다.내 친엄마.죽었다고 믿었던 여자.그리고 방금 들은 말.내가 아버지라고 믿었던 남자는 내 친아버지가 아니다.“누구였어?”도현이 다가왔다.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아버지를 바라봤다.“당신.”아버지가 나를 바라봤다.“내 친아버지 아니야?”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누가 그런 말을 하더냐.”“내 엄마.”순간 엄마가 비명을 질렀다.“연희야, 그 전화 믿으면 안 돼!”“왜?”“그 여자는 네 엄마가 아니야.”“그럼 누군데?”엄마가 입을 다물었다.나는 소리쳤다.“왜 아무도 나한테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그 순간 아버지가 낮게 말했다.“그 전화번호를 보여줘.”“왜?”“당장.”나는 휴대전화를 건넸다.아버지가 번호를 확인하자 표정이 굳었다.“이 번호…….”“누구 번호야?”“십 년 전에 죽은 번호다.”나는 헛웃음이 나왔다.“죽은 사람한테 전화가 온 거네.”“그게 아니라.”아버지가 화면을 내게 돌렸다.“이 번호는 네가 쓰던 번호야.”“뭐?”“십 년 전까지.”나는 멍해졌다.내가 쓰던 번호.그렇다면 누군가 내 옛날 번호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그때 진짜 연희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말했다.“그 번호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나는 그녀를 바라봤다.“누구야?”“네가 찾던 사람.”“누구?”그녀가 내게 다가왔다.“세아.”순간 가슴이 철렁했다.“세아가 왜?”“세아가 그 번호를 사용하고 있어.”“말도 안 돼.”“확인해 봐.”나는 곧바로 세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되지 않았다.대신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연희야. 나한테 오지 마.]그리고 곧바로 두 번째 문자가 왔다.[네가 믿는 엄마가 진짜 엄마가 아니야.]나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엄마에게 시선을 돌렸다.“엄마.”“…….”“세아가 당신을 믿지 말래.”엄마의 얼굴이 굳었다.그때 세 번째 문자가 도착했다.
“네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름 자체가…… 죽은 사람의 이름이야.”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손끝이 얼어붙었다.나는 바닥에 떨어진 신분증을 다시 집어 들었다.강연희.내가 평생 써온 이름.그런데 생년월일이 달랐다.“이 신분증을 누가 만든 거야?”아버지가 대답했다.“네 엄마.”나는 엄마를 바라봤다.“왜?”엄마는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었다.“살리려고.”“또 그 말이야?”나는 신분증을 엄마 앞에 던졌다.“도대체 누구를 살리려고 내 이름을 훔쳤어?”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를.”“내가 누구인데?”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내 앞에 서 있던 여자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내 이름이 연희야.”나는 그녀를 바라봤다.“뭐?”“내가 진짜 강연희야.”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럼 나는?”그 여자가 씁쓸하게 웃었다.“넌 강연희가 아니야.”“그럼 내 이름은?”“서연.”그 이름을 듣는 순간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서연.처음 듣는 이름인데 이상하게 익숙했다.어릴 때 누군가 나를 그렇게 부르는 목소리가 떠올랐다.“서연아.”나는 관자놀이를 움켜쥐었다.“누가…… 나를 그렇게 불렀어?”엄마가 대답했다.“네가 태어나기 전부터.”“말이 안 돼.”“너는 연희의 대체품이었어.”나는 엄마를 노려봤다.“대체품?”“진짜 연희가 죽었을 때, 네가 그 자리를 대신한 거야.”“진짜 연희가 죽었다고?”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태어나기도 전에.”나는 주변을 바라봤다.그럼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전부 가짜였던 건가.학교.친구.사진.가족.전부 누군가 만들어낸 기억이었다.그때 도현이 내게 다가왔다.“서연.”나는 그를 바라봤다.그가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당신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그래.”“내가 연희가 아니라는 걸?”“알고 있었어.”“그런데 왜 나를 연희라고 불렀어?”도현이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기억을 잃기 전, 네가 직접 부탁했으니까.”“내가?”“
“네가 십 년 전에 죽인 사람은…… 바로 너였어.”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멎었다.“무슨 개소리야.”여자는 천천히 지하실 안으로 들어왔다.나와 똑같은 얼굴.하지만 눈빛은 달랐다.“네가 기억하는 그날, 칼을 들고 있던 사람은 네가 맞아.”“그럼 죽은 사람은?”“나야.”나는 굳어버렸다.“……너?”“그래.”여자가 웃었다.“정확히 말하면, 죽은 건 네 쌍둥이 언니도 아니고 네가 아니야.”“그럼 대체 누구야?”“가짜 연희.”나는 눈을 찌푸렸다.“가짜?”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십 년 전 우리 엄마는 너를 없애려고 했어.”엄마가 소리쳤다.“그만해!”“왜요? 이제 말해야죠.”여자가 엄마를 노려봤다.“엄마는 연희를 죽일 수 없었어. 그래서 대신 나를 연희처럼 만들었어.”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성형을 했어. 목소리도 바꾸고, 네 습관까지 외웠지.”“왜?”“권이록에게 속이기 위해서.”그 순간 권이록의 표정이 굳었다.여자가 웃었다.“권이록은 네가 죽었다고 믿게 만들어야 했거든.”나는 권이록에게 다가갔다.“당신이 알고 있었어?”“……일부만.”“거짓말.”내 목소리가 떨렸다.“당신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권이록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도현이 앞으로 나섰다.“연희야.”“왜?”“그 여자가 하는 말 전부 믿지 마.”“왜?”도현이 여자를 바라봤다.“저 여자는 네 언니가 아니야.”여자의 표정이 굳었다.“뭐?”“십 년 전에 죽은 사람은 진짜 연희가 아니었어.”도현이 나를 가리켰다.“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사람도 진짜 연희가 아닐 수 있어.”내 심장이 내려앉았다.“……무슨 뜻이야?”도현이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냈다.사진 속에는 세 여자가 있었다.나.언니.그리고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여자.셋 모두 얼굴이 똑같았다.그런데 사진 아래 적힌 이름은 충격적이었다.강연희 A강연희 B강연희 C나는 사진을 떨어뜨렸다.“이게 뭐야?”엄마가 울음을 터뜨렸다.“너희 셋을 구분할 수 있는
“엄마!”내 비명이 지하실을 울렸다.언니가 비틀거리며 벽을 짚었다.가슴에 꽂힌 칼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엄마는 칼을 놓지 않은 채 얼어붙어 있었다.“연희야…….”“왜 그랬어!”나는 언니에게 달려갔다.그런데 언니가 내 손을 밀어냈다.“만지지 마.”“언니!”“나한테서 떨어져.”언니의 목소리가 이상했다.고통스러운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오히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차분했다.나는 상처를 바라봤다.피는 분명 흘러나오고 있었다.하지만 이상했다.칼날이 들어간 방향과 피가 묻은 위치가 맞지 않았다.“잠깐…….”도현이 다가왔다.“비켜.”그가 언니의 옷을 살폈다.그리고 순간 표정이 굳었다.“이건 진짜 칼이 아니야.”“뭐?”도현이 칼을 뽑았다.칼날 끝이 휘어 있었다.피도 진짜 피가 아니었다.붉은 액체가 바닥으로 흘렀다.언니가 천천히 일어났다.그리고 가슴에 묻은 피를 손으로 닦았다.“이제 됐어.”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연희를 여기까지 데려오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엄마…….”“미안하다.”“뭐가?”엄마는 나를 바라봤다.“전부 연극이었어.”머리가 멍해졌다.“아이 네 명도?”“거짓말.”“도현이도?”“살아 있었던 건 맞아.”“권이록은?”엄마가 잠시 침묵했다.“그 사람도 일부만 진실이야.”나는 이를 악물었다.“그럼 도대체 진짜가 뭐야!”엄마가 대답하기 전에 젊은 남자가 웃었다.“하나 있어.”모두가 그를 바라봤다.“내가 진짜 네 아들이라는 것.”엄마의 얼굴이 굳었다.“그건 맞아.”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정말…… 내 아들이야?”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가 기억하는 방식으로 태어난 건 아니야.”“무슨 뜻이야?”그가 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냈다.“내 출생증명서.”나는 서류를 받아들었다.산모 이름.강연희.아버지 이름.강도현.출생일.십 년 전이 아니었다.무려 이십팔 년 전이었다.“……말도 안 돼.”나는 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