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희는 몇 마디 만류하였다.선왕비는 말했다.“사돈댁도 이제는 저 아이가 아이 낳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한번쯤은 직접 보게 해야지요. 그냥 두시지요.”이에 장명희는 더 말하지 않았다.소은은 첫 아이였으니 순탄하게 나올 리 없었다. 강준은 수많은 전장을 지나며, 시신이 뒹구는 광경조차 셀 수 없이 보아왔지만, 소은이 눈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미어졌다.“소은아…”강준이 다가가 위로하려 하자, 소은이 말했다.“낭군께서 곁에 계시면, 마음이 흐트러집니다.”결국 강준은 밖으로 내몰렸다.다행히 고통이
소은은 강준이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직후, 처음에는 약간의 의지와 호기심을 품었을 뿐이었다.예컨대 그녀는 물었다. 전생의 기억이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육신 속에 또 하나의 넋이 깃든 것인지.강준은 잠시 생각한 뒤에 말했다.“그대와 마찬가지다. 전생의 기억도, 이생의 기억도, 모두 나의 것이다. 내게 있어서는 단지 두 생의 기억에 더해 진명우로 살아간 기억이 하나 더 있는 셈이지. 하지만 그 모두가 다 나다.”소은은 다시 물었다.“내가 그때 작요를 진명우에게 준 일, 그대는 어찌 생각하였는지요? 가짜 진명우, 진짜 강준인
둘레에 모인 이들은 모두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소윤은 더이상 사랑을 믿지 않았으나, 강준이 이토록 다정하게 소은 곁을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한동안 멍해졌다. 가장 차갑고 무심해 보이는 자가 오히려 가장 지극한 정을 지닌 이라니. 얼마나 많은 부부가, 여인이 아이를 가진 뒤엔 마음이 바뀌는가.강준은 잠시 멈추었다가 “응.” 하고 대답하며 그녀의 손을 잡고 곁에 섰다.강미는 뒤돌아보다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형님은 부가은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고, 자신네 셋째 오라버니는 형님만을 바라보며 진중한 눈빛을 띄우고 있었다. 마치
택문은 여전히 구실을 찾고자 하였으나, 강준은 더는 그럴 틈조차 주지 않았다.그저 기회를 주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곧 택문은 깨달았다. 선왕부가 처음부터 자신을 꺾으려 하였다는 것을. 선왕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택원이 어찌 그리 쉽게 사방의 인맥을 꿸 수 있었겠는가.어느 날, 강준이 소은의 손을 잡고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문득 터무니없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강준이 자신을 돕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예전에 자신이 소은을 억지로 가지려 했던 일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하지만 택문은 끝내 그 진실을 알 수 없었다. 그가
“내 손으로 키운 성지안마저 네 사람이었다니.”경무제는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보았다.“소자의 어머니께서 그에게 은혜를 베푸신 적이 있사옵니다. 성내관은 그 은혜를 잊지 않은 사람일 뿐이지요.”택원은 조용히 침상 앞에 앉아 말했다.“아바마마께서도 평소 충신이 은혜를 갚는 것을 무엇보다 높이 사셨지 않으셨사옵니까. 성내관은 아바마마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았을 뿐이옵니다.”“아직 또 누가 있느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들이 일찌감치 너에게 붙은 것이냐!”경무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택원을 노려보았다.“아바마마 곁에 있는 무
“아무리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그대를 그런 지경으로 내몰지 않을 것이다.”강준은 그녀를 품에 안고 그렇게 말했다.해는 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마차는 황혼빛 속을 천천히 굴러갔다.그 마차 안, 여인은 사내의 어깨에 기댄 채 평온하고 든든한 얼굴이었다. 그건 전생에서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풍경이었다.소은은 알지 못했다. 앞으로 십 년 후, 이십 년 후가 되어도, 이 모습은 계속될 것이란 걸. 이번 생에서 그녀의 사내는, 한평생을 오롯이 그녀에게 바쳐,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아꼈는지를 천천히 증명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