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 대해 잘 모를지라도 분명 불쾌해하고 있을 거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오히려 더욱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나 원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구나. 선왕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면 그토록 쉽게 나를 내어놓을 순 없을 테지. 허나 보아하니 그저 선왕부의 심부름꾼만은 아닌 것 같구나.”마지막 한마디는 떠보는 말 같기는 했지만 어쩌면 정면으로 드러낸 것이었다.“옷부터 갈아입으시지요.” 윤비가 어딘가에서 여인의 옷을 구해왔고 소은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몸을 돌려버렸다.침대 위에 얇은 베일이 드리워진 터라 그녀도 망설임
소은은 윤비가 입 밖에 낸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그리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느냐?” 잠시 생각한 뒤 그녀가 물었다.윤비는 가만히 선 채로 또다시 침묵만 지켰다. 그 답을 곱씹을수록 믿기 어려웠던 모양인지, 한참 지나서야 태연하게 말했다.“알고 있습니다.”하지만 그 이상의 대답은 없었고 그저 그녀만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깊은 눈동자 속에는 비치는 복잡한 심경, 무슨 생각인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소은도 더는 묻지 않았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과 원망은 끝없이 이어지다 보면
키스보다도 더 금기스러운 촉감이었다.몸은 가만히 있다가 무심코 뒤엉키며 마치 진짜 정을 나누는 듯 엉켜 있었다.소은은 그의 몸이 평온하지 않음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이 위태로워 보였다.그 순간, 문이 열렸다.서로 뒤엉킨 두 사람의 모습에 택문은 아랫배가 뜨거워져 소은을 찾으려는 마음이 더욱 강렬해졌다.부하에게 누군지 확인하라 명하려던 그때, 문득 무언가 떠올라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혹시 윤비 공자인가?” 택문이 물었다.“맞습니다.” 침대 위, 사내는 소은을 놓아주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 목소
윤비는 조금씩 그녀에게 몸을 기울였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차분했다.소은은 그의 가면에 새겨진 문양만 바라볼 뿐이었다.뱀이 꿈틀거리듯 가면 위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 문양은 마치 그의 가면 아래 피 결과도 하나로 이어진 듯했다.그래서인지 그는 한층 더 위험해 보였다.남녀가 너무 가까우면, 마음속에 자연스레 방어선이 생기기 마련이다. 저도 모르게 앞으로 뻗은 소은의 손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사내끼리 뭘 그리도 두려워하는 겁니까?” 윤비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소은이 미간을 살짝 찌푸
“오늘 누구도 이 영롱대에서 빠져나가선 안 된다! 어길 시 모두 도주범으로 간주한다!”위경화가 소은의 손을 꼭 잡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무슨 일이야?”“아무 일도 아니야.” 소은이 위경화를 이끌고 위층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지금 모준형을 찾아가는 건 오히려 그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니 절대 찾아 가선 안된다.그녀는 부가은에게 서신을 전했던 일을 떠올렸다. 부가은은 분명 강준에게 알렸을 것이고 의심이 많은 강준은 사람을 붙여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강준과 택문은 원래 한통속이니
강현심은 방금 전 소은의 행동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소은 아가씨는 조애현을 닮았습니다. 남녀 간의 일에 이리도 경솔하니……그녀를 아내로 맞는 사내는 마음 놓고 큰일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강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시각, 소은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고 위경화는 숨도 제대로 못 쉬며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위경화의 맥을 본 모준형은 손을 거두며 소은을 바라보았다.“치료가 어렵겠습니까?” 소은도 덩달아 긴장한 기색이었다.“다른 이에게는 어려울 수 있으나, 내게는 어렵지 않습니다. 소은 아가씨께서 이리 직접 오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