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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화

Penulis: 유승안
강민은 그 말에 적잖이 당황했다.

남녀 간 농을 들어본 적이 없던 터라 그런 대화엔 도무지 익숙하지 않았다.

허나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기에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내 어찌 미색에 이끌려 정사를 그르칠 사람이겠느냐. 그런 일은 없으니 염려 마라.”

그는 꼿꼿이 앉아 정색한 채로 대답하였다.

강미는 너무나 진지한 그의 태도에 장난칠 맛이 떨어졌다. 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재미 없는 사람’이라며 그를 나무랐다.

한편 강준은 그가 방금 전에 소은과 마주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여인의 수작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 판단하였기에 경계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밤에 있을 모닥불 연회를 앞두고, 여군들은 일찍이 의복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평소의 화려함은 아니었지만 각자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충분히 눈길을 끌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소은은 연한 빛깔의 몸매 라인을 살린 옷으로 준비했고 머릿장식 또한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그 모습은 너무나 소박하고 평범했다.

위경화가 그녀를 이리저리 훑어보며 말하였다.

“장안에서 내노라 하는 도령들이 오늘 이 자리에 모였거늘, 넌 어찌 이리도 수수하게 입고 나온 거야?”

소은은 타고난 미모였으나 이 차림으로는 사람들 속에 섞이면 눈에 잘 띄지도 않을 판이었다.

허나 그녀는 바로 이점을 노린 것이다.

전생에도 혼약을 맺기 전, 몇몇 골칫거리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 중 한명이 바로 육황자였다.

그는 한때 그녀를 측실로 맞이하려 했었다.

만약 그때 강준과의 혼약이 없었더라면, 그 운명도 피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번에도 황자들 중 오직 육황자만이 경성에 머물고 있어 오늘 연회에도 반드시 참석할 터이니, 소은은 그의 관심을 끌고 싶지 않았다.

“나는 기마와 궁술을 익히러 온 것이지, 배필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야.”

소은이 해맑게 웃으며 답하자, 위경화도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눈에 띄는 것도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법이지. 나는 춤을 준비하러 가야 하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위씨 가문은 무예에 조예가 깊었고 그녀의 할아버지는 예부에 몸을 담고 있어, 사절단이 올때마다 연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이날 연회 역시, 위경화가 무예를 도맡아 준비하고 있었다.

소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연회는 유시에 시작되었다.

경성의 여인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자, 그 자리는 찰나에 백화가 만개한 듯 화려하게 물들었다.

맑은 연못에 핀 연꽃처럼 청아하되 절대 요염함이란 찾을 수 없는 이는 심지연이었고, 무궁화처럼 봄바람에 흔들리며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이는 강미였으며, 난초처럼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이는 부가영이었다.

미인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아름다움을 겨루듯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들의 모습에 아직 혼약이 정해지지 않은 사내들의 마음은 이리저리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한편, 소준은 한참을 두리번거렸지만 도무지 여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오라버니.”

누군가 그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았다.

고개를 돌리니, 연한 빛의 옷차림을 한 이는 다름 아닌 소은이었다.

여전히 빼어난 미색을 지녔으나 오늘의 옷차림은 눈에 띌 만한 장식도, 색감도 없어 유심히 보지 않으면 시녀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내일 말 좀 빌려줄 수 있어?”

소은은 그의 곁에 몸을 내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는 이번 기회에 호걸의 칭호를 얻고자 했다.

기린산은 지세가 험하고 복잡하여, 이곳에서 승마와 활쏘기를 익힌다면 훗날 궁술과 승마 과목에서 상등의 성적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소준이 고개를 저었다.

“너는 승마에 능한 자가 아니니 이토록 험한 곳에서 연습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

소은은 무심코 맞은편에 앉은 진명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꼿꼿한 자세로 앉아,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묘한 애틋함이 어려 있어 마치 잃었던 것을 되찾은 듯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은이 그를 향해 해맑게 웃어보이자, 진명우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의 평온한 얼굴과는 달리 그의 귀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잠시 생각하던 소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오라버니가 명우 도령께 승마를 가르쳐 줄 수 있는지 한번 여쭤봐 줄 수 있어?”

소준은 무관이 아닌 문관인지라 무예에 능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 있는 수많은 도령들 중 진명우야말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그는 인품이 올곧아 아무나 흘깃거리는 가벼운 자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그의 궁술과 승마 실력은 꽤나 뛰어난 편이라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은은 그와의 접촉이 싫지 않았다.

소준은 마음이 다소 복잡하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그자가 내게도 이 말을 꺼내더구나. 네가 혹 모르는 것이 있거든, 자신에게 물어봐도 된다고 말이다.”

소은은 혹여 누군가가 먼저 그에게 배움을 청했을까 염려하였으나, 소준의 말에 마음이 놓였다.

진씨 가문이 경성의 명문가들 사이에선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진명우는 여인들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즈음, 경무제와 북제 한아공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로 쉰을 넘긴 경무제는 흰 머리 하나 없이 정정하고 기백이 넘쳐 그 풍채와 위엄은 산과도 같아 경외심을 품도록 하는 제왕의 기운을 뿜고 있었다.

북제 공주는 이목구비가 선명하여, 한인과는 다른 이국적인 미를 지녔다.

단연 흔치 않은 절세미인이었다.

그 일행 중에는 강준과 육황자도 있었다. 두 사람은 외사촌지간으로, 육황자의 생모는 선왕의 친여동생인 운귀비였고, 지금껏 총애를 독차지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러한 자리에서 황제와 동행할 수 있는 이가 오직 강준뿐이라는 것은 선왕부 황제의 신임을 받는 외가라는 소문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었다.

“폐하, 대연의 여인들이 하나같이 천상의 선녀와 같아 눈이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북제 공주가 웃으며 말하니, 경무제가 유쾌히 응하였다.

“허면 대연의 도령들은 그리 잘생기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세자저하와 육황자를 먼저 뵈었으니 말이지요. 옥처럼 빛나는 군자들을 보고 나니 그 뒤로는 아무리 준수하다 한들 성에 차지 않습니다.”

그녀는 슬며시 강준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그녀를 맞이한 이도 강준이었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꽃이 향기를 잃고 옥은 광채를 잃은 듯 존재만으로 주위를 무색케 하는 이라 느꼈다.

세자저하의 모습은 마치 매화처럼 고결하고 냉담하여, 향기가 뼛속에 배어 있는 듯했다.

“내 조카를 옥이라 부르니, 차라리 짝을 맺어주는 것이 어떠합니까?”

경무제는 강준을 바라보며 슬며시 농을 던졌다.

하지만 그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꽤나 많은 이들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소은은 공주가 이번에 경성에 내려온 이유가 짝을 고르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상대가 강준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심지연의 낯빛이 어느새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소은이 슬쩍 강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전혀 동요한 기색이 없었고 그저 태연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소은은 마침내 그 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선왕이 병권을 틀어쥐고 있으니, 선왕부 세자를 외국 공주에게 내줄 리 없었고, 그저 강준이 혼사에 대해 의중을 떠보려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황제가 선왕을 신임하긴 하나 선왕부가 지나치게 강대해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황제가 바라는 것은 언제나 신하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 강자들끼리 손잡는 것이 아닌 서로 부딪히는 구도였으니 말이다.

“폐하께선 진정 세자저하를 제게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공주는 농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진심을 담아 두 눈을 반짝거렸다.

경무제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야 세자 본인의 뜻에 따르는 것이지, 억지로 명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공주의 기대에 찬 시선이 강준에게 향하자 강준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북지의 전란은 비록 평정되었으나, 앞으로 일 년은 여전히 불안정 할 것입니다. 부친 선왕께서도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으니 저는 당분간 가정을 이룰 뜻이 없습니다.”

소은은 그가 선왕을 이유로 이를 슬쩍 피해 가려는 것임을 곧바로 짐작했다.

지난해 큰 전공을 세운 선왕은 현재 북지에 머무르며 정세를 다스리는 중이라, 황제 또한 함부로 말할 수 없을 터였다.

소은은 다시 심지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한결 누그러진 표정은 다시금 평온을 되찾은 듯했다.

허나 북제 공주는 거절당했음에도 전혀 낙담하는 기색없이 쿨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자저하, 저를 좀 더 알아가신다면 제 매력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강준은 여전히 예를 갖춘 채로 답하였다.

“공주께서는 귀한 몸이오니 그 진가를 모를 이 없을 것이지요. 허나 저는 뜻이 없습니다.”

이에 경무제가 부드럽게 마무리했다.

“세자가 국정을 염려하고 있으니 나도 더는 곤란하게 하지는 않겠소. 허나 대연에 훌륭한 사내가 많으니, 공주와 어울리는 배필을 꼭 찾아드리죠.”

이후로 연회는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흥겨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북제 공주는 직접 나서서 검무를 펼쳤고, 그 기세 넘치고 호쾌한 자태에 장내에서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소은은 소준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수수하여 육황자는 물론, 눈치 빠른 강준조차 그녀를 눈치채지 못하였다.

허나 소은은 검무를 편히 감상하지 못했다.

어느새 조용히 다가온 한 시녀가 조용히 그녀에게 속삭였다.

“소은 아씨, 경화 아씨께서 아씨를 찾으십니다.”

조급함이 서린 시녀의 눈빛에 소은은 단번에 무슨 일이 터졌음을 알아차렸다.

소은은 곧장 그녀를 따라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무대 뒤에서 기다리던 위경화는 금방이라도 울기 직전이었다.

“아흐, 소은아… 이를 어찌하면 좋아…”

소은이 다정히 다독였다.

“우선 진정하고,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 봐.”

---

위경화는 심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히 입을 열었다.

본래 무희들이 추기로 한 춤은 이미 다 짜여 있었으나, 무대와 구성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것이 문제였다.

방금 한 무희가 ‘옥체횡진’이라 불리는 춤사위가 대연에선 평범한 춤 동작이나, 북제에선 황실의 방탕함을 풍자하는 금기된 동작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무대 사고가 아니라 자칫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

“이 무대는… 서면 안 될 것 같아.”

소은은 이내 차분히 결론을 내렸다.

위경화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대신 접요무로 바꾸려고. 무희들이 익숙하니 실수는 없을 거야. 다만… 한 자리가 비어.”

그녀는 말을 흐리며, 소은을 바라보았다.

소은은 무슨 뜻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소은은 접요무를 출 수 있었다.

허나 여군은 단정하고 절제되어야 하기에 이런 자리에서 무희들과 함께 춤을 추다 들통 난다면 그 평판은 물론, 국공부의 명예에도 손상이 갈 것이었다.

하지만 위경화는 소국공부의 예비 며느리다. 그녀가 실수로 나라의 체면을 손상시킨다면, 그 책임은 위씨 가문뿐만 아니라, 소국공부도 함께 져야 할 터였다.

소은은 머릿속으로 손익을 재빨리 따져보았다.

위경화는 늘 진심으로 소은을 대해주었다.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이런 부탁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이 일은 우리 둘만 아는 일이야. 혹 누가 묻거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장막에서 쉬고 있다고 해줘.”

그러자 위경화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녀에게 명했다.

“너는 소은의 옷으로 갈아입고, 장막에 누워 있거라. 혹 누가 들이닥치더라도 말하지 말고, 자는 척만 해야 한다.”

소은은 병풍 뒤로 가 재빨리 무희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무희의 옷은 신체의 곡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정교하게 재단되어 있었다.

그녀가 환복하고 나오자 위경화는 얼굴을 붉혔다.

위경화가 소은을 이끌고 무희들 대기장소로 데려갔다.

한 번 맞춰 본 뒤, 소은은 곧장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다.

소은은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면사를 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중앙은 아니었나, 수많은 시선들이 그녀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소은은 무심코 진명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소은은 다시 강준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시선이 마주쳤고 강준의 시선이 소준 곁으로 천천히 옮겨졌다.

그 순간, 소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등줄기 위로 싸늘한 한기가 번져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소은은 그 소리에 맞춰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 자태는 마치 눈꽃이 흩날리는 듯하였다.

허리선은 고운 실처럼 유연하고, 요염히 몸을 돌릴 때에는, 누구도 그 우아함을 넘보지 못할 정도였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사람의 이목을 끄는 법.

사내들의 시선이 소은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무용이 중반에 이르고 소은은 다른 한 무희와 자리를 바꾸었고 하필이면 그 자리가 강준의 바로 정면이었다.

그 앞에서 허리를 휘며 춤을 추는 것은 다소 민망했다.

전생에 동침한 적은 있어도 이렇듯 요염히 몸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강준의 시선이 그녀의 허리선에 잠시 머물렀고, 이내 술잔을 들어올리며, 그녀를 바라보다 다시 그녀의 허리에 시선을 두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

소은은 면사 아래 얼굴을 감추고 있어 그나마 민망함을 감출 수 있었다.

이 짧은 무용이 소은에게는 유난히 길고 고통스러웠다.

무곡이 끝나고 그녀는 서둘러 무대를 빠져나왔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소은은 육황자 택문이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시선은 너무나 노골적으로 그녀의 가슴에 머물고 있었다.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인물 바로 그 육황자였다.

황권에 가까운 자일수록 더 위험한 법.

전생에도 그때문에 많은 곤욕을 치렀었다.

그녀를 하찮게 여기면서도 억지로 자신의 측실로 삼으려 했던 자였다.

소은은 곧장 걸음을 옮겼다.

“예부에서 데려온 무희들이 꽤 흥미롭구나.”

택문은 무희들의 뒷모습을 보며 건성으로 말했다.

강준은 술잔을 어루만지며 말없이 그 말을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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