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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

Author: 유승안
소은은 강준이 방금 한 말의 속뜻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어 잠시 머뭇거렸다.

“그대 위해 과일을 따드리면 아씨는 어떤 답례를 할 것입니까?”

강준의 차가운 말투 속엔 어딘가 모르게 의미심장한 뉘앙스가 깃들어 있었다.

이것은 분명 경고였다.

만약 그녀가 관례도 치르지 않은 어린 여인이었다면 이 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소은은 이미 한 차례 혼인을 치른 적 있었고 강준과는 부부로 동침했던 사이였으니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소은이 '감사의 뜻'이란 명목으로 강민을 유혹하려 든다 생각한 것이었다.

소은은 이미 성숙한 여인이었으니 자연히 혼처를 찾으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선왕부는 절대 아니다.

지금 소은은 순진한 여군의 탈을 잘 써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여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과일을 따다 주신다면, 소은은 책 한 권 써드리거나, 그림을 그려드릴 것이옵니다. 강민 도령께서 자리에 안 계시니, 세자 저하께서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애초에 밖에 있는 이가 강준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절대 이런 말은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입을 연 이상, 자연스럽게 넘기는 편이 나았다.

이제 와서 물러서기보단,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편이 낫다고 여긴 것이었다.

강준은 의미심장한 눈길을 거두며 냉정하나 예의를 잃지 않고 말했다.

“곧 그대들에게 과일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

강준은 자신이 던진 경고를 그녀가 알아들었을 것이라 여겼다.

그는 목적을 달성하였기에 더 이상 아무 말 않고 멀찍이 선을 그었다.

그는 ‘그대에게’가 아닌 ‘그대들에게’라고 말했다.

어찌나 많은 여인들이 그를 사모하였기에 이리도 경계하는 것일까?

허나, 소은은 그 여인들 중 하나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세자 저하께 감사를 드리나이다.”

소은은 정중히 인사한 뒤 발을 내렸다.

잠시 후, 누군가가 씻은 과일을 한가득 담은 바구니를 가져왔으나, 소은은 이미 과일을 먹고 싶던 마음이 싹 가셔 있었다.

반나절쯤 지나 잠에서 깬 강미는 창밖을 보다 호위하던 이가 강준으로 바뀐 것을 보고 반갑게 말했다.

“오라버니, 기마복을 입은 지연 언니의 모습이 참으로 근사했어. 맞다. 이 과일들 언니한테 좀 전해줄 수 있어?”

과일은 핑계였고 그저 두 사람이 다시 마주하게 하려는 계책이었다.

강준이 그 바구니를 들여다보니, 전혀 손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소은 아씨께선 과일을 드시지 않았느냐?”

소은이 이내 형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문득 입맛이 사라졌으니 세자 저하께서 가져도 됩니다.”

그러나 소은은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방금 전까지 과일을 달라고 해놓고는 한 입도 대지 않았으니,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되어버린 셈이다.

억울했지만 해명할 길은 없었다.

강준은 그 후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후의 여정이 적어도 가시방석은 아니었다.

“셋째 오라버니는 심지연 언니만 보면 이 여동생은 잊어버리신다니까.”

강미는 툴툴거리며 말했지만, 말투에는 그다시 원망은 담겨 있지 않았다.

소은도 그제야 왜 강준이 돌아오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

그녀는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고 말없이 있었다.

---

기린산 기슭에 이르자, 수레와 말이 멈춰 섰고, 호위병들이 진을 치기 시작하였다.

막 마차에서 내리려는 찰나,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소은 아씨!”

소은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진명우가 말에서 뛰어내리더니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 그도 열여덟 즈음 되었지만, 몸짓과 눈빛은 한층 성숙한 남자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수수한 청색 옷차림에도 준수한 얼굴과 반듯한 기품은 결코 가릴 수 없었다.

한 번 혼례를 치러본 여인은 남자를 겉모습만으로 보지 않게 되니, 소은은 진명우가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부부란 서로 애정이 없더라도 ‘부부의 도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소은은 뼈저리게 느꼈었다.

“명우 도령이군요.”

소은은 수줍은 듯 예를 올렸다.

“야과를 좀 땄사온데, 아씨께서 좋아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손에 든 포자루를 내밀며 덧붙였다.

“억지로 드시지 않아도 됩니다.”

소은은 사실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그의 성의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잘생긴 사내의 배려는 여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사옵니다, 마침, 과실이 먹고 싶던 참이었사옵니다.”

그녀가 손을 뻗어 받아 드니, 묵직한 무게가 손에 느껴졌다.

“다른 여군들에게도 과실을 나눠주셨는지요?”

소은이 물었고, 진명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날 아씨께서 주신 선물이 무척 마음에 들어 감사의 뜻으로 아씨께만 드리는 것입니다.”

말인즉, 과실은 핑계요, 다른 여군들에겐 주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남녀유별이 엄한 시대인지라, 진명우는 오래 머무를 수 없어 간단히 인사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소은은 그가 일부러 자신에게만 과일을 건넨 일을 곱씹기 시작했다.

비록 ‘연모한다’까진 아니어도, 호감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진씨 집안 또한 복잡한 세력 싸움과는 거리가 멀었고 진명우 또한 성품이 곧고 얼굴도 준수했다.

만일 마음까지 한결같다면, 그는 충분히 혼처로서 좋은 상대였다.

---

한 번 혼례를 치러본 여인이라면, 상대를 고를 때 그 눈은 현실적이 되는 법이라. 가문, 인품이 먼저요, 그다음이 정이라. 마음은 차차 키워가면 그만이니, 사내가 충분히 괜찮고, 또 집안을 아낄 줄 안다면 여인의 마음은 자연히 싹틀 수 있는 것이다.

소은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무심코 눈길을 돌려보니 강준이 멀지 않은 곳에 말을 탄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 손에 들린 보자기를 힐끗 보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뒤 말을 돌려 떠나버렸다.

그 눈빛은 소은의 속내가 순수하지 않음을 암묵적으로 확인하느 듯한 기색이었다.

소은의 안색이 붉게 물들었다가, 이내 창백하게 식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못 들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둘은 남남이니, 그가 자기를 어찌 보든 이젠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다.

저녁 연회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고 여군들은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며 장막 안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까는 어느 댁의 도령인지 지연 언니만 뚫어져라 보며 정신을 못 차리더군요.”

그는 주씨 가문의 아씨 주영심이었다.

“장안에서 지연 언니를 마음에 두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수많은 도령들이 앞에선 물론, 뒤에서도 자주 말을 걸 궁리를 하니 말이지요.”

강미가 거들자,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혹여 그대 오라버니께서도 지연 아씨를 마음에 두신 겁니까?”

그러자 강미는 웃으며 심지연을 향해 말했다.

“어머님께서 셋째 오라버니께 지연 언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셨더니 오라버니께서 ‘경국공부의 따님은 글재주가 뛰어나고 학식이 깊으며 예의와 이치를 아는 분이라 존경스럽다’ 하였지요.”

여인들이 그 말을 듣고 은근한 부러움을 품었으나, 심지연이라면 당연히 최고의 짝을 맺어야 한다 생각했기에, 세자가 그녀를 택하였다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일이라 여겼다.

그러자 심지연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만 놀리시지요. 강미 아씨. 세자 저하는 고결하신 분이시니 분명 잘 어울리는 인연이 따로 계실 것입니다. 혼사는 어디까지나 부모님 뜻이 크지요.”

허나 붉게 물든 귀는 그녀의 마음을 숨기지 못하였다.

“그럼, 둘째 강민은 어떠합니까?”

누군가 묻자, 강미가 입을 삐죽이며 말하였다.

“그저 맨날 칼만 휘두르며 봉술 연습만 하고 있지요. 누군가가 저를 조금이라도 건드렸다 하면 칼을 들고 바로 쫓아가는 사람입니다. 그야말로 무뚝뚝한 무인이 따로 없지요. 나중에 새언니 되실 분은 진짜 고생 좀 하실 겁니다.”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강민을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도 적지 않았다.

무뚝뚝하고 차가운 면이 오히려 끌리기도 했다.

소은은 불현듯 자신의 셋째 오라버니가 떠올랐다.

그녀의 오라버니 또한 근사한 인물이었지만 변방에 오래 있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지는 듯했다.

그녀는 문득 먹먹함이 밀려왔다.

전생의 마지막 기억이 차디찬 그의 시신이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리게 하였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라버니는 웃으며 그녀를 시집보냈다.

“강준이 혹여 너를 힘들게 하면, 내가 달려가 때려주마. 언제든 선왕부가 싫어지면, 내가 데리러 올 것이다.”

그 따뜻한 약속은, 다시는 지켜지지 못했다.

그녀는 눈에 맺힌 서러움을 감추고자, 장막 밖으로 나와 홀로 호숫가에 앉았다.

가을은 제법 싸늘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스치자, 소은은 머릿속이 점점 더 또렷해졌고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하나둘 선명해졌다.

오라버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남겼던 편지에는 단 한마디 어머니와 너 자신을 잘 보살펴라는 한마디만 적혀 있었다.

그는 이미 자신이 위험한 처지에 놓였음을 알고 있었다.

그의 죽음은, 결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오라버니의 죽음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본 자들은 대방, 위씨 가문, 그리고 경국공부였다.

하여 그의 죽음이 이들과 절대로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소은은 의심하고 있었다.

대방은 같은 집안 식구라, 오라버니가 쌓은 공을 대신 이어받은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문제는 그 죽음조차도 대방과 연이 되어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소은은 시선을 떨구었다.

그것만큼은 아니길 바랐으나, 만약 그 의심이 사실이라면… 국공부 전체가 그녀의 오라버니 하나만 못한 셈이 된다.

---

그 시각 멀리에서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던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강민이었다.

그는 소은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해 있었고 마주치지 않으려 자리를 피하려던 찰나, 소은이 느닷없이 호숫가에 앉아버려,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엔 그녀가 금방 떠나겠지 싶어 조용히 기다렸으나 무려 반 시진이 지나도록 자리를 뜨지 않자 더는 머무를 수 없었던 강민이 입을 열었다.

“이곳엔 호위병들이 적으니, 속히 돌아가심이 좋겠습니다.”

표정은 무뚝뚝하였으나, 목소리엔 염려가 배어 있었다.

그녀가 진실로 계략을 품고 있든 아니든, 여인이 위험에 처하는 걸 방관할 수는 없었다.

경계심을 늦추지는 않았어도 참견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소은은 앞에 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강준보다는 더 늠름하고, 다부진 몸집, 무인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는 기골이었다.

“강민 도령이군요.”

소은은 마음을 추스르고 슬며시 그의 뒤편을 흘깃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강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소은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호수가 비록 운치는 있으나, 변방이라 언제든 위험이 닥칠 수 있으니 동행하는 이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새겨듣겠사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소은이 고운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전했다.

그 미소는 다정하고도 달콤하여 강민이 가장 꺼려하는 요염한 기녀들이 떠오를 법한 모습이었건만…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싫지 않았다.

도리어 마음이 가벼이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소은이 자리를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엔 은은한 복숭아 향이 오랫동안 감돌았다.

지금은 복숭아꽃도, 복숭아 열매도 열리는 계절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향은... 소은 아씨의 향기일까?

강민은 전장을 누빌 때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던 사내였거늘, 이 순간에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강민은 자꾸 그 복숭아 향이 떠올랐으니, 강미가 말을 걸어도 건성으로 듣기만 할 뿐이었다.

“준 오라버니, 오늘 민 오라버니가 좀 이상하지 않아? 귀신에 홀린 건지, 아님 어느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겼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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