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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초왕이 건넨 약

작가: 은지혜
우문호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이 여인이 방금 죽더라도 초왕비로 죽지는 않겠다고 말한 것인가?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그녀가 온갖 궁리와 계략을 다 짜내어 얻은 것이 바로 초왕비라는 자리가 아니었던가?

“얼른 정신차리고 제대로 설명하거라!”

우문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그녀의 얼굴을 들어올려 한번 ‘툭’ 쳤다.

희씨 어멈은 화를 내며 원경능의 앞으로 다가가 그를 막아 섰다.

“어찌 이리도 모진 것입니까? 왕야, 어찌 이리도 잔인해지셨습니까? 부부의 정은커녕, 남들끼리도 이렇게 까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으로 박정하십니다.”

우문호는 귀신처럼 하얗게 질린 원경능의 낯빛을 슬쩍 쳐다봤다. 그녀의 눈동자는 눈물이 차올라 그렁그렁했지만, 끝내 울음을 삼켜내고 있었다. 그 고집스러운 모습은 냉담하기까지 했다.

뜻밖에도 그는 그녀의 이런 고집스러움을 똑바로 마주하기 어려웠다. 그는 곧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우문호는 측전(侧殿) 밖 홰나무 아래에 서서 바람 따라 회전하는 누런 나뭇잎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음속에도 거센 바람이 한차례 일고 지나간 듯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초왕!”

뒤에서 제왕비 저명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문호는 표정을 가다듬고 그녀를 향해 돌아봤다.

복도 앞에서 긴 치맛자락을 뒤로 늘어뜨리고, 우아하게 서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선녀가 강림한 듯싶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평범 그 이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죽마고우인 그녀는 이제 다른 사람의 부인이 되어버렸다. 그의 가슴 한쪽이 아련하게 아파왔다.

저명취는 그의 눈에 서린 우울함을 발견하고, 자신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조금 의기양양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눈가에 웃음을 띠고 기쁨과 안도의 목소리를 담아 말을 걸었다.

“태상황의 병세도 호전되었고, 아바마마께서도 당신에 대한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으니 저도 무척 기쁘네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 그녀가 가냘픈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으신 건가요?”

우문호는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괜찮고 말고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살아있는 것을요.”

저명취는 애처롭게 웃었다.

“그러게요, 괜찮고 말고 할 게 뭐가 있겠어요? 살아있으면 된 것이지요. 다만 제가 두려워하는 일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두려운 것입니까?”

저명취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속눈썹을 바르르 떨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 당신과 그이가 그 자리를 놓고,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울까 두렵습니다.”

오래도록 침묵하던 우문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당신과 했던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저명취는 살며시 한숨을 내쉬며 그의 수려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신도 알고 계시겠지요. 전 항상 당신이기를 바란다는 것을요.”

이 말을 하며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이내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우문호가 이 모습을 봤다는 걸 확인한 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섰다.

우문호는 멍하니 서있었다. 그는 조금 전 저명취의 그윽한 눈빛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원경능의 처량하고도 결연한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물을 들고 나온 희씨 어멈은 그의 뒤에 한참 서 있다가 겨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왕야, 들어가시지요. 모든 일은 다 설명할 수 있는 법입니다.”

우문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원경능에게 확실하게 물어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원경능은 여전히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등에는 의복이 살짝 덮어 씌워져 있었고, 그 위로 비단 이불이 감싸고 있었다. 얼굴을 옆으로 기울이고 있는 그녀의 안색은 핏기가 전혀 없었다.

우문호가 들어오는 것을 본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지친 눈 밑은 거무스름했으며 그 아래로 속눈썹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온 몸에 진이 다 빠진 듯 쳐져 보였다.

처음보다 많이 진정된 우문호는 의자를 끌어당겨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우린 제대로 된 대화가 필요한 것 같군.”

원경능은 눈도 뜨지 않은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

“손찌검만 하지 않는다면, 저야 언제든 대화할 마음이 있죠.”

이 말은 미풍에 떠가는 엷은 구름만큼이나 담담했다.

우문호는 긴 눈을 반쯤 가늘게 뜨고 온몸의 상처를 자세히 살폈다. 그녀의 담담한 말에는 은근한 빈정거림이 담겨 있었다.

원경능은 천천히 눈을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굳이 추측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의 말이 곧 제 생각과 같으니까요. 왕야께서 드디어 대화할 마음이 생기셨다니, 이것이야 말로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제가 맞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꼭 얻어맞아야만 당신에게 맞춰지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우문호는 침대 모서리에 늘씬한 발을 고정시키고 몸을 살짝 뒤로 젖혔다. 그의 얼굴엔 한기가 채 가시지 않았다. 그의 몸과 마음 모두 완강히 원경능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경능의 이 말을 들으니 그녀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이 다소 가셔진 듯싶었다.

“황조부께 드린 건 무슨 약이지?”

“구급약이요. 심근경색과 심부전, 호흡곤란 치료제로 쓰일 수 있죠.”

원경능이 대답했다.

“누가 줬나?”

“제게 약을 준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제 거예요.”

우문호의 눈빛이 냉담하게 가라앉았다.

“진실을 말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군, 뻔히 보이는데도 말이야.”

“왕야께서 저를 믿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고요.”

우문호는 당연히 그녀를 믿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그런 약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어떤 뛰어난 자가 그녀에게 이런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약을 줬다면, 그녀더러 비밀을 지키게 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라는 것을.

그가 다시 질문했다.

“본왕에게 쓴 것은 무슨 독약이지? 어찌 나를 의식을 잃게 하고,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 수 있냔 말이다.”

“독약이 아니라 마취약이에요. 수술용인데, 자금탕과 다르지만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죠.”

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

“자금탕은 독약이니라.”

원경능이 그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제게 독약을 먹였다는 말이네요.”

우문호가 입을 다물었으니 인정한 것과 다름 없었다.

원경능이 말했다.

“됐어요. 독약이든, 뭐든 알게 뭐람. 더는 신경 쓰지 않아요. 이까짓 목숨, 그렇게 거슬리면 거둬 가시지요. 그러나 제 목숨이 하루라도 붙어 있다면, 부디 왕야께서 저를 자꾸 난처하게 만들지는 말아주세요. 적어도 태상황의 치료기간 동안은 양해 부탁 드립니다. 옛일들은 궁에서 나가면 제가 다 설명할게요.”

우문호가 차갑게 일갈했다.

“황조부께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본왕은 그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원경능은 이에 맞받아 쳤다.

“그럼 태상황께서 호전되시면요? 그 공은 제 것으로 쳐주나요?”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그녀를 향해 매서운 눈빛을 쏘았다.

“그리하지. 본왕은 은혜와 원한이 분명한 사람이니.”

그는 곧 의자를 뒤로 당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탁자에 단약(丹药) 한 알을 던졌다.

“나중에 희씨 어멈더러 그대에게 먹이라 전하겠다.”

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원경능은 그의 대답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은혜와 원한이 분명한 사람이라고? 저 사람이?

은혜는 모르겠고, 원한은 아주 분명히 가리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이 몸의 주인인 원경능이 꾸민 계책에 당했던 원한은 갚고야 말았으니. 그는 원경능을 단 하루도 편안하게 지낼 수 없게 만들었다.

극도로 피곤해진 그녀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도 몰랐다. 깨어나보니 희씨 어멈이 침대 가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깨어난 것을 발견한 희씨 어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며 말했다.

“열은 내렸습니다.”

원경능도 머리가 한결 맑아진 것 같았다.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보살펴주어서 고맙네.”

“황송합니다.”

희씨 어멈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나 물을 따랐다. 그리고는 우문호가 남기고 간 약을 들고 다가왔다.

“약을 드시지요.”

“이것이 무엇인가?”

원경능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주홍색 환약은 마치 몰티져스 초콜릿 같았다.

“자금단입니다.”

“자금단?”

이건 또 뭐람? 자금탕을 마신 것도 모자라 자금단도 먹어야 한단 말인가?

희씨 어멈이 말을 이었다.

“어혈을 제거하고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약입니다. 왕비의 상처에 아주 좋은 것이지요. 이 약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귀한 것입니다. 모든 친왕께서 한 알씩 갖고 계시지요. 중상을 입었을 때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약입니다.”

“몹시 신기하군. 무엇으로 만든 것인가?”

약물 연구에 관심이 큰 원경능은 손을 내밀어 약을 받아 냄새를 맡았다. 짙은 삼칠초의 향이 났다.

‘삼칠초로 만든 약인가?’

“소인도 아주 귀하다는 것 밖엔 알지 못합니다. 왕야께서…”,

희씨 어멈이 그녀를 쳐다보다 말을 이었다.

“왕야께서 화살에 맞아 목숨이 위태로웠을 때에도 드시기 아까워했던 약입니다.”

원경능은 마음이 약간 복잡해졌다. 이렇게 귀한 약을 그녀에게 기꺼이 내어줄 정도라면, 그녀가 태상황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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