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화

고월영은 이대로 기절할 것 같았다.

남자의 정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마치 전장에서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적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장군이 이런 모습일까 싶었다.

그가 줄곧 후방에 있었기에 고월영은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녀가 매번 고개를 돌리려 할 때마다 그가 입술을 부딪혀 왔다.

그 뒤로는 더 무시무시한 공세의 연속이었다.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느낌이었다.

결국 그녀는 기진맥진하여 까무러치듯 잠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를 잤을까… 아침이 왔다.

고월영은 잠결에 자신을 보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더 이상 거칠지 않고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전하?”

고월영이 당황하며 눈을 번쩍 떴다.

“전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완벽에 가까운 그의 얼굴이었다.

눈가의 눈물점이 선명하게 보였다.

고월영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눈물점을 힘껏 문질렀다.

색상이 날아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려 넣은 점이 아닌 건 확실해졌다.

그녀는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왜 그래? 어제 내가 너무 거칠어서 많이 놀란 건가?”

강현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입술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의 미소는 여전히 부드럽고 온화했다.

“미안해. 어제 술을 좀 마셨더니… 그리고 처음이라 내가 자제를 좀 못 했군.”

이 사람도 처음이었구나.

고월영의 창백한 얼굴에 홍조가 피어났다.

“겁낼 거 없어. 앞으로 많이 자제할 테니.”

강현우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보드라운 그의 입술이 목선을 타고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자… 잠깐만요!”

고월영은 새된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얼굴… 다시 한 번만 보게 해주세요.”

그녀는 약간 넋을 잃은 표정으로 눈가의 눈물점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어쩐 일인지 조금 전의 온화한 기운은 싹 사라지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강현우는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만약 이 눈물점이 사라진다면 내 부인은 그래도 나를 알아볼 수 있으려나?”

고월영은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차분한 어투로 대답했다.

“현왕 전하와 전하는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러니 어찌 두 분을 헷갈리겠나이까?”

“아주 좋은 답변이야.”

강현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그녀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처럼 맹렬한 공세를 이어갔다.

거칠고 역동적인 그의 움직임에 고월영은 가녀린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강현우가 그녀의 몸을 뒤집어서 침대에 엎드리게 했다.

“전하….”

또 이런 자세라니!

그녀는 엎드린 자세가 두려웠다.

강현우는 그녀의 하얗고 가녀린 등을 응시하며 야수처럼 두 눈을 번뜩였다.

고월영은 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어젯밤부터 그에게서 느껴진 싸늘한 분위기가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뒤돌아서 다시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남자는 거칠게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녀의 등에 올라탔다.

“흣….”

고월영은 비명이 새나가지 않도록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났다.

남자는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미친 듯이 그녀의 몸을 탐했다.

그렇게 시작된 정사는 새벽에야 비로소 끝이 났다.

다음 날 아침, 고월영이 눈을 떴을 때, 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부군에게 너무 거칠게 다뤄진 탓에 걷는 것도 시원치 않았다.

오늘은 입궐하여 황제 폐하를 알현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강현우는 비밀 임무를 수행하러 외출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오늘 그녀를 궁궐까지 호송하는 임무는 현왕 강현준이 맡았다. 그가 바로 강현우의 쌍둥이 형이었다.

정원에 도착하자 시녀들이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왕께서는 3일 전에 오랑캐 무리를 숙청하고 오늘 새벽에 돌아오셨다던데.”

“맞아. 나라의 중임 때문에 여왕(呂王) 전하의 혼례도 참석하지 못하신 분이야. 피곤하셨을 텐데 여왕비 전하의 입궐에 친히 호위를 자청하셨다고 들었어.”

“정말 자상하신 분이야!”

왕부의 시녀들은 고월영이 부러운 모양이었다.

오늘은 고월영이 전설로 불려지는 사황자 강현준이자 현왕 전하를 처음 뵙는 날이었다.

검은색 의복을 차려 입고 계단을 내려올 때부터 그에게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냉랭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고개를 들과 그와 얼굴을 마주한 순간, 고월영은 가슴이 철렁했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