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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비밀
왕의 비밀
Author: 한미소

제1화

“아가씨, 이것 하나만 명심하셔야 해요. 눈가에 눈물점이 있는 분이 오늘 아가씨와 혼례를 올릴 부군이랍니다.”

시녀는 출발하기 전 이제는 몇 번 반복했을지 모르는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아가씨, 짓꿎은 형님께서 초야에 장난을 칠 수도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계셔야 해요!”

고월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그와 강현우가 마침내 혼례를 올리는 날이다.

그녀의 부군이 될 사람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둘은 생김새가 거의 똑같다고 했다.

유일하게 그들을 분간할 수 있는 것이 강현우의 눈가에 있는 눈물점이었다.

강현우는 온화한 성격에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형 강현준은 남령국의 전신(戦神)으로 추앙받는 현왕(玄王) 전하로, 수많은 오랑캐의 목을 벤 잔인하고 거친 성격의 소유자로 전해진다.

고월영은 비록 현왕 전하를 알현한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의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분간하기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군을 못 알아보는 새신부가 어디 있다고!

분장을 담당했던 시녀들이 물러가고 정신없는 혼례 절차를 끝낸 끝에 드디어 밤이 돌아왔다.

홀로 신방에 남은 고월영은 굳게 닫힌 방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곧 강현우와 초야를 치를 것을 생각하니 괜히 긴장되고 손발이 떨렸다.

처음은 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깊은 밤.

문이 열리고 훤칠한 그림자가 방 안에 드리웠다.

짓꿎은 장난을 치는 무리들도 없었고 그는 홀로 신혼 방으로 돌아왔다.

그의 등장과 함께 농후한 술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취했을까?

고월영은 긴장한 듯 두 손을 교차하고 그가 다가와 주기를 기다렸다.

남자는 바로 다가오지 않고 술잔에 술을 두잔 따랐다.

그리고 술잔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기도 전에 냉랭한 기운이 먼저 느껴졌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접근해 오자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두근두근 뛰었다.

“많이 긴장한 것 같군.”

남자는 술기운이 올라와서 그런지 평소보다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손끝이 떨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고월영이 아는 강현우는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술을 마신 뒤에 그가 주는 느낌도 평소와 사뭇 달랐다.

약간 차갑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그에게서 느껴졌다.

고월영은 말없이 두 손을 꽉 마주 잡았다.

그는 드디어 자세를 숙이고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남자는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눈가의 눈물점이 선명하게 보였다.

고월영은 어째서인지 눈물점을 확인한 순간에 안도의 숨이 절로 나왔다.

“전하….”

“일단 합환주부터 마시자고.”

그가 술잔을 그녀의 입가에 가져갔다.

고월영은 주저 없이 한숨에 들이켰다.

술잔을 내려놓자마자 남자가 손을 뻗어 그녀를 품으로 끌었다.

그리고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그녀를 품에 꽉 안았다.

고월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부딪혀 왔다.

고월영은 부군이 평소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평소의 부드러운 느낌 대신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그녀에게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거칠게 입맞춤을 몰아붙였다.

마치 소유권을 주장이라도 하듯이, 그녀의 숨결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고월영은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풀렸다.

한 번도 이런 적 없는 사람인데 술을 많이 마신 탓일까?

“전하… 흑! 왜 이러시는 겁니까?”

그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우더니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남자는 그 자세 그대로 그녀의 몸을 짓눌렀다. 고월영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가 천으로 자신의 양손을 묶고 있었다.

“전하, 이… 이러지 마시어요!”

고월영이 불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더니 뒤에서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는 고월영의 옷자락을 하나씩 풀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초야에 우린 뭘 해야 할까?”

독한 술에 가라앉은 매력적인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분명히 미치도록 매력적인데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냥 기분 탓일까?

고월영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온몸을 떨었다.

강현우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그녀를 거칠게 대한 적이 없었다.

“이러지 마세요. 일단 이것 좀 풀어주세요.”

그녀는 온몸을 비틀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어찌나 꽁꽁 묶었는지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남자가 그녀의 옷깃을 힘껏 잡아당기자 거창한 신부 복장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자의 하얗고 둥근 어깨가 요염한 자태로 눈앞에 드러났다.

고월영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얼굴만 보면 그는 분명히 강현우였다. 이목구비와 눈가에 있는 눈물점까지 모든 게 그녀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왜 평소에 주는 느낌이랑 이리도 달라져 있단 말인가?

그의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등을 스치며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긴장감에 허리를 곧게 세웠다.

남자의 뜨거운 입술은 다시 올라와서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들더니 이빨을 드러내고 살짝 물어뜯었다.

“아!”

당황한 고월영이 그에게 재차 애원했다.

“이러지 마세요.”

남자에게서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강현우는 절대 이런 식으로 그녀를 거칠게 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몸을 비틀며 따지듯 물었다.

“넌… 전하가 아니야. 누구냐, 넌?”

남자는 잔잔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서 고정했다.

두 사람의 피부가 맞닿아 뜨거운 열기가 서로 뒤엉켰다.

딱딱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허리춤에서 느껴졌다.

그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귓가에 속삭였다.

“이 몸이 누구냐니? 우리 새색시는 부군도 몰라보는 건가?”

남자의 큰 손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잡더니 아슬아슬하게 걸쳐졌던 속옷까지 걷어냈다.

그는 한결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럼 이 몸의 방식대로 이 나를 영원히 기억하도록 해주지!”

남자는 그녀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그녀의 매끈한 아랫배를 타고 천천히 아래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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