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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5화. 부탁하는 연습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2 20:00:00

화요일 오전, 도윤은 기관내관을 문 채 눈을 뜨고 있었다.

은채가 인사를 하자 그의 시선이 명찰에서 얼굴로 올라왔다. 전날의 마지막 대화를 기억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여기가 중환자실이고 골반 출혈을 치료한 다음 날이라고 먼저 설명했다.

도윤의 오른손이 움직였다. 간호사가 의사소통판을 대주자 그는 손끝으로 세 글자를 짚었다.

‘발가락.’

은채는 정형외과에서 아침에 확인한 신경과 혈류 평가를 읽은 뒤, 지금 느끼는 불편을 다시 물었다. 저리거나 감각이 없다는 것인지, 움직여도 되는지 묻는 것인지 구분해야 했다. 도윤은 두 번째 질문에 눈을 깜빡였다.

“골반에 힘이 실리게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발가락은 제가 보는 동안 조금 움직여보세요.”

양쪽에서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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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상센터 닥터E   081화. 남겨둔 한 그릇

    냄비 옆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소금은 먹어보고.은채는 가방을 의자에 걸며 웃었다. 밤 9시가 조금 넘은 공용 주방에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났다. 태오가 남겨둔 수프는 뚜껑 있는 그릇에 담겨 냉장실 앞쪽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메시지로 고맙다고 보내고 그릇을 꺼냈다.전자레인지가 멈추기 전에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태오는 편한 셔츠 차림에 책갈피를 손에 들고 있었다.“소금 경고까지 해야 하는 맛이에요?”“경고가 아니라 선택권입니다.”“안 넣었구나.”“조금 넣었습니다. 내가 싱겁게 먹어서.”은채가 한 숟갈 떠먹었다. 볶은 양파의 단맛 뒤로 당근 맛이 났다. 지난 토요일에는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을 것 같던 당근이, 오늘은 씹지 않아도 되는 저녁이 되어 있었다.“괜찮아요. 선택 안 바꿀게요.”태오는 맞은편 대신 대각선 의자를 당겼다. 그녀가 그릇을 가운데로 밀자 이미 먹었다며 손을 저었다. 그래도 은채가 가져온 여분의 숟가락은 받았다.“내가 만든 거 확인하려는 겁니다.”“두 번째 검수까지 받아야 먹을 수 있는 저녁이에요?”그가 웃다가 수프를 한 입 먹었다. 책갈피에 붙어 있던 작은 종잇조각이 탁자에 떨어졌다. 은채가 집어보려 하자 태오가 먼저 가져갔다.“뭔데요?”“책 보다가 적어둔 거요.”“환자 이름?”

  • 외상센터 닥터E   080화. 문을 나가는 방법

    월요일 아침, 김주희는 거울을 꺼내 침상 곁 탁자에 놓았다.승필이 먼저 가져와 달라고 한 물건이었다. 피부를 옮긴 수술 후 5일째, 처음 고정 드레싱을 열기로 한 날이었다. 간호사가 미리 통증 조절을 확인하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했다. 은채는 성형외과 담당자, 비뇨의학과 노재훈과 함께 침상 옆에 섰다.승필은 거울 손잡이를 잡았다가 아내에게 넘겼다.“내가 움직이면 안 되니까 좀 들어 줘.”주희가 각도를 맞추자 승필은 거울을 조금만 가까이 가져와 달라고 했다.성형외과 의사가 고정한 부분을 풀고 드레싱을 조심스럽게 제거했다. 덮인 피부의 색과 붙은 정도, 아래에 고인 액체가 있는지 차례로 확인했다. 대부분의 이식편은 상처 바닥에 붙어 있었다. 가장자리의 작은 면은 아직 안정적으로 붙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웠다.“여기는 조금 더 드레싱하면서 보겠습니다.”의사가 승필이 볼 수 있는 곳을 가리켰다. 오늘 당장 큰 범위를 다시 수술할 소견은 아니었지만, 전부 잘 붙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부분 봉합한 면에도 새로 벌어지거나 고름이 나오는 곳은 없었다.승필은 거울을 오래 보았다.“처음 봤을 때하고 다르네요.”“대부분은 잘 붙고 있습니다. 다만 이 가장자리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움직임을 늘리는 범위도 다시 정해 드릴게요.”성형외과 의사가 답했다. 허벅지 채취 부위도 별도로 확인했다. 그곳 역시 갑자기 젖거나 감염을 의심할 변화 없이 관리되고 있었다. 앞으로의 드레싱과 위생 관리가 두 부위에서 어떻게 다른지 다시 설명했다.

  • 외상센터 닥터E   079화. 두 사람이 먹을 만큼

    토요일 오전, 연실은 식판을 보고 있었다.전날보다 먹을 수 있는 것이 늘었는데 표정은 오히려 진지했다. 은채가 어떤 점이 불편한지 묻자 그녀는 식판의 반찬 하나를 가리켰다.“배는 안 울렁거리는데, 밥이 겁나요. 또 막힐까 봐.”수술 후 4일째였다. 통증은 먹는 약으로 조절되고 있었고, 식이를 늘리는 동안 구토는 없었다. 배변도 시작했다. 하지만 배가 아프기 직전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기억에 남아, 음식을 삼키는 행동 자체가 조심스러워진 모양이었다.은채는 이번에 확인한 막힘의 원인을 다시 설명했다. 특정 반찬 하나가 유착 띠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지금 견디는 양을 보며 조금씩 먹고,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알려 달라고 했다.“남김없이 먹어야 퇴원하는 건 아니죠?”“한 끼 식판을 다 비우는 시험은 아닙니다. 집에서도 수분과 필요한 식사를 유지할 수 있는지, 통증과 상처는 어떤지 같이 봅니다.”지완은 그 말을 듣고 어머니에게 떠 주려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연실은 자기 속도로 한 숟갈을 먹었다. 삼킨 뒤 잠깐 쉬었다가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오늘은 정맥 수액을 중단한 뒤 섭취와 소변량을 더 보기로 했다. 보행과 상처 관리, 집에서 도울 사람도 확인하고 있었다. 경과가 유지되면 월요일 퇴원을 목표로 준비할 수 있었다. 은채는 그 말을 확정된 날짜처럼 전달하지 않았다.“금요일 공연은 결국 못 갔네요.”은채가 말하자 연실이 웃었다.“어젯밤에 단체방에 사진 올라왔어요. 내가 빠지니까 오히려 줄이 딱 맞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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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상센터 닥터E   077화. 호출기를 누르는 연습

    수요일 오후, 한도윤의 휠체어는 침대에서 두 걸음쯤 떨어진 곳에 멈췄다.멀어진 거리는 짧았지만 환자의 셔츠 등판에는 땀이 배어 있었다. 은채는 골반 출혈 뒤 외과 경과를 확인하러 왔다가 재활치료사와 간호사가 이동을 돕는 장면을 보았다. 침대 높이와 휠체어 위치를 맞추는 데만 꽤 시간이 들었다.“여기서 잠깐 쉬겠습니다.”치료사가 말했다. 도윤은 팔걸이를 잡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 다리에 체중이 실리지 않도록 지시를 따르느라 상체에 힘이 몰려 있었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자 그는 반사적으로 발을 디디려다 멈췄다.“그쪽으로 버티시면 안 됩니다. 제가 받칠게요.”도윤은 손가락을 더 굳게 말았다. 은채는 옆으로 비켜섰다. 치료사가 확보한 공간에 의사라는 이유로 끼어들면 오히려 이동 경로가 좁아졌다.“통증이 어디가 달라졌습니까?”그녀가 물었다. 도윤은 수술한 골반 주위가 당기고, 팔이 피곤하다고 구분해서 답했다. 새로 번지는 다리 통증이나 감각 변화는 없었다. 숨을 몰아쉬던 속도도 쉬면서 가라앉았다.치료사는 정형외과에서 정한 체중부하 제한을 다시 확인했다. 왼발을 바닥에 가볍게 대는 것과 몸무게를 싣는 것은 달랐다. 한 번 잘 옮겼다고 그다음부터 혼자 해도 되는 단계도 아니었다.“구급차에서 사람 옮길 땐 제가 방향을 다 정했는데.”도윤이 말했다.“지금도 어디가 불편한지는 직접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저희가 대신 알 수는 없으니까요.”치료사의 답에 도윤은 한동안 팔걸이를 보고 있었다. 잠깐 더 쉬고

  • 외상센터 닥터E   076화. 덮을 수 있는 자리

    수요일 오전 8시 40분, 승필은 수술실 앞에서 아내에게 거울을 맡겼다.“오늘은 이거 안 가져가도 되겠지.”“안에서 당신이 볼 일이 어딨어.”주희가 거울을 가방에 넣었다. 손잡이에 휴지가 감겨 있었다. 병실에서 쓰기 편하게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감아 둔 것이었다.은채는 그 물건을 보다가 처음 상처를 보여 달라고 했던 날을 떠올렸다. 환자는 이제 자기 몸에 어떤 상처가 있는지 알고 수술실에 들어가고 있었다.성형외과 전문의가 예정한 수술 범위를 다시 설명했다. 당겨도 무리가 없는 부분은 주변 조직으로 닫고, 넓게 남은 왼쪽 서혜부 쪽 결손은 허벅지에서 얇은 피부를 떼어 덮을 계획이었다. 상처의 최종 상태가 좋지 않으면 예정대로 덮지 않을 수도 있었다.“옮긴 피부를 며칠 동안 붙잡아 두는 드레싱을 합니다. 그 밑을 매일 열어 보여 드리기는 어렵습니다.”“그럼 썩는지 어떻게 알아요?”승필이 물었다. 이번에는 그 단어를 피하지 않았다.“바깥의 출혈이나 분비물, 새로 심해지는 통증과 열, 주변 상태를 확인합니다. 문제가 의심되면 예정 날짜를 기다리지 않고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상처 관리와 달라지는 점을 설명드릴게요.”은채는 수술 뒤 관찰 계획을 확인한 뒤 승필에게 다가갔다. 환자는 간밤에 잘 잤다고 했지만 목소리는 조금 높았다.“피부 떼는 데도 많이 아프겠죠?”“그 부위가 더 따갑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통증 조절을 따로 보고, 드레싱도 그곳에 맞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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