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스틸은 진심으로 정보가 필요했다.제 인생이 왜 이리 아쳐라는 그 인간하고 꼬여 비극만 반복하면서 복수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직전 전생에서는 나라를 구했고, 이번 생도 가문을 다시 되살리고 사람을 구하면 이 비극은 마침내 막을 내리는 건지.조력도 필요한 법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형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나를 귀찮게 하는 너희들은 여기서 죽어줘야겠다!]‘잠깐! 대화를······!’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펙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손을 확 뻗자, 대기하고 있던 기사 복장의 자들이 점점 마티어스와 리나, 그리고 스틸을 포위하기 시작했다.[공격하라. 저것들을 모두 베어버려라!]“이봐! 나랑 대화 좀 해!”[저것들을 일단 물리치면 고민해 보지. 이 던전에 저런 것들이 만 체가 있으니, 고작 몇백 체만 가지고 우선 놀아 보든가.]뭔 만 체? 스틸은 오장육부가 뒤틀리며 욕지기만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도망쳐야 하나.“일단 싸워야 할 것 같아! 스틸 대공! 난 관절을 노려서 쓰러뜨리겠어!”“으, 으, 윽, 조, 좋아요! 흐흑, 무섭지만······ 불 마도구라도······!”지금 마티어스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달려드는 기사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리나 역시 울면서 공격형 마도구를 던지며 처절하게 발악했다.의지 없이 무조건 공격만 퍼붓는 기사는 대략 이삼백 체. 이 기사들 역시 인간이 아니라 자유의지 없이 스펙터의 명령에만 움직이는 유령 기사, 듀라한 같은 존재들이
역시 던전 폐쇄의 핵심은 던전 주인을 소멸시키는 것.최종 보스를 드디어 마주하게 되자, 스틸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제단처럼 높은 계단 위에는 검은 망토를 머리끝까지 눌러쓴 자가 군주처럼 앉아 있었다.“아, 던전의··· 주인···이라니, 아무것도 없는데.”“드디어···, 그런데··· 여기··· 너무 무섭네요.”잠깐, 마티어스와 리나의 눈에는 저 존재가 안 보이는 건가?이곳을 감도는 기운은 충격적일 만큼 서늘했으나, 스틸의 눈에는 마물도 마수도, 거대한 이형의 존재도 아닌 그저 한 남자의 형상이 똑똑히 보였다.“아니요, 던전의 주인은 저기 있습니다. 사람처럼 보여도··· 느껴지는 마력은··· 괴물이 맞는 것 같습니다. 혹시··· 선배님들 눈에는 안 보입니까?”스틸은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다섯 번째 환생한 이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압도적인 위압감이었다.“아무것도 없는데?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스틸 대공.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이건 새로운 국면이었다. 지금 제 눈에는 던전의 주인이 떡하니 저 앞 계단 맨 꼭대기에 검은 망토를 두른 채 앉아 있는데, 안 보인다니 무슨 소리란 말인가.스틸은 홀로 앞으로 나아가며 그자를 향해 정신을 집중했다. 자신에게만 목소리가 들린다면,
지니가 사라지고, 스틸은 그녀가 만들어 준 틈을 타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투명 마법을 쓰고 밴시들과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었지. 여차하면 순간이동으로 도망치거나 목걸이 램프 속으로 들어와 안전을 도모할 터였다.인간보다 훨씬 대단한 능력을 지닌 엘프족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 스틸의 몸을 감싸고 있는 보호막의 기운이 생생한 것을 보니 지니는 건재한 듯했다. 스틸은 일단 앞을 향해 나아갔다.이곳이 4층. 그렇다면 5층만 가면 라스트 보스, 즉 이 던전을 지키는 최종 주인을 만나게 된다.“이 영지의 던전은 유독 흉흉하네.”마티어스의 말에 리나는 그의 등 뒤에 바짝 붙어 가며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주억거렸다.“나 정말 몰랐어. 던전 4층에······ 저런 무서운 게 있을 줄은······. 지금까지 내가 너무 자만했나······.”“아니야. 훈련 삼아 기사들과 5층, 6층짜리 상급 던전도 가봤지만 저런 이형의 존재는 없었어. 이곳이 유독 이상한 거야.”리나는 아래턱이 달그락거릴 정도로 긴장해 있었고, 마티어스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스틸도 마찬가지였다.도대체 도른 제국의 침략을 겨우 스치듯 받은 이곳이 이 정도라면, 내 영지의 실상은 얼마나 무시무시하다는 걸까? S급 던전이자 미궁이라면 과연 무엇이 도사리고 있기에 제국의 전문가들이 그리 결론을 내린 것일까.‘내가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을지도 몰라.’꽃밭이 펼쳐져 있고 비옥한 토지라 만만하게 꽃만 꺾어 팔아도 돈이 되겠다고 여겼지만,
“맨드레이크라니!”그때 스틸은 이전 판타지 세계의 지식이 아닌 현대 문물을 접했을 때 알았던 정보를 바탕으로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스틸! 아는 것이 많군! 내가 불을 쏠 테니 레이디들은 스틸 뒤로 모두 도망가게 해줘!”끼악!꺄악! 끼아악! 꺄악! 끼아악!그 괴성은 너무 귀가 아파, 지금 리나는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다행히 지니만 아무렇지 않았고, 다들 마도구를 이용해서 불을 뿜었다. 그러나 뿌리를 점점 넓히며 다가오는 맨드레이크의 수는 상당했고 그 소리는 실로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을 안겨 주었다.“으윽, 살려 줘. 귀가 너무 아파.”리나는 아무 공격도 못 하고 두 손으로 제 귀만 막고 있었다.여기저기 괴성은 대단했고, 마티어스의 불 마법을 받고도 잘 죽지도 않았다.녀석들도 고통스러운지 계속 괴성만 뿜어내느라 스틸도 들어주기 힘들었다.지니는 맨드레이크를 막기보다는 스틸의 몸에도 방어막을 둘러 주느라 마력을 사용했다. 물컹한 공기가 슬라임처럼 스틸의 전신을 감싸 안는 느낌이 들자, 고통은 훨씬 옅어졌다. 그리고 지니는 그 막을 마티어스와 리나에게도 둘러 주었다.“지니! 대단한데?”“흑흑, 고마워, 지니.”마티어스와 리나는 훨씬 고통이 줄어들었다면서 지니를 향해 고마움에 인사를 건넸다.이건 소리를 막기도 하지만 방어력도 높여주는 것 같이 몸이 훨씬 가뿐한 기분이 들었다.“지니, 너무 무리하지 마. 마법 너무 많이 쓴 거 아니야?”“여기 좀 탁한 기운이 있어서 인간들은 보호막이 없으면 힘들 거야.”이 얼마나 기특한
[제국력 125년 부르도 영지에 자리한 소형 던전 폐쇄에 드디어 마 리나 로테 공작이 길드에 의뢰하여······.][5월 제국의 소식! 드디어 부르도 영지와 가르나르 영지의 개간이 이뤄지는가! 던전 폐쇄와 화훼업에 대한 기대로 제국이 들썩······.][부르도 영지에 생긴 소형 던전 폐쇄 시 금화 100개를 상금으로 내건 로테 공작가. 과연 언제 폐쇄가 될 것인가.][가르나르의 치유의 꽃이 천정부지로 인기가 높은 가운데 수요가 없어 부르도 영지에 개발에 기대감이······.]이게 말이 되나.스틸은 어디서 이런 정보가 새어 나갔나 그것도 궁금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이 소식이 나자마자 길드로 이렇게나 빨리 모여들었는지도 의문이 들었다.“리노 사장님, 이게 말이 됩니까?” “전하, 저도 길드를 연 이후로 이런 일은 처음이라 이상하군요. 정보는 아무에게도 넘기지 않았습니다.”스틸은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리나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 두 손으로 머리를 훑으며 당황해하고 있었다.마티어스 역시 전혀 아는 바가 없는지 계속 고개만 갸우뚱대면서 한숨만 뱉었다.“이상하군요. 우린 어제 오후에 길드에 허가장을 접수했고, 소식지가 이렇게 아침에 퍼질 정도라면 간밤에 정보가 흘러나갔나 봅니다.”리노는 이미 스틸의 파티가 지정되었다고 계속 다른 모험자들에게 설명하느라 당황스럽다고 하였다.“혹시 여러분들, 어딘가에 정보를 흘린 적이 있으십니까?” “물론 소형 던전을 폐쇄할 거라는 말은 했지만, 금화 100개에 대한 언급은 어제 오후에 들었는데 말입니다.”그때 리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다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빛은 흔들리지만, 목소리에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입을 열었다.“우리가 의뢰했고, 길드에서 정식으로 받아들여 주신 것 맞죠?”
잠깐, 스틸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자신의 몸뚱어리도 일단 어찌어찌 마법은 못 쓰다 지니를 만나 발현되었다. 이제야 망한 가문을 일으키고 아쳐에게 이리저리 당하던 것들도 하나씩 밝혀내며 가문도 세우려는 참인데,지금 마력 운운하다 또 다른 대공이 언급되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지금 은둔해 있는 서열 3위 대공가에 대해 대놓고 질문을 하게 되었다.전생에 다른 대공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었다. 아예 없던가 아니면 그만큼 한미한 가문이던가 둘 중 하나였다.“그 루카스트 대공가는 어떤 가문인지 궁금하군요.”스틸의 질문에 그때 잠시 리나와 마티어스는 별로 아는 게 없다는 표정으로 가벼이 대답을 건넸다.“일단 오스카 헤세 본 루카스크 대공은 미치광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광증이 심해서 그의 얼굴을 본 자도 없고, 대공저를 벗어난 적도 없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래도 결혼은 했다고 들었어요. 제국의 소식지에 기사가 가끔 실리기는 하죠.”저런, 그건 좀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병 환자가 아니던가.게다가 정신병이라면 일상생활은 전혀 할 수 없을 터.그래도 세간의 사랑 이야기는 스틸처럼 로맨스에 관심이 전혀 없어도 가십거리라 귀가 솔깃했다.“오호, 그 여인도 대단하군요.”“맞아요. 다들 미치광이 대공에게 잘 못 될 수도 있을 텐데 대단하다 했죠.”“그런데 마법까지 쓰다니, 이런.”“125년 루타스 제국이 건립될 때 건국 공신이자, 선대의 피도 이어받은 가문이죠. 물론 캔도르 가문 역시 건국 공신 황후 쪽 가문이라 대공가가 되었고요. 대단한 경제력과 제국에 영향력은 있는 가문이에요. 그런데 그게 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