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투카 제국 아카데미의 중앙 관통로. 말발굽 소리가 정갈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사단을 이끄는 30대 중반의 단장이 말머리를 다잡았다.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착용한 채 매서운 위엄을 뿜어내는 사내, 세도르였다.그가 이끄는 기사단이 교정 외곽을 유유히 순찰하던 중, 은발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젊은 부하 기사 하나가 급박한 기색으로 말을 몰아 다가왔다.“세도르 단장님! 조금 전 이스트 에어리어 마구간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버 경, 상황은?” “다행히 진압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인명 피해도 없으며, 안에 있던 말들도 모두 무사하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마구간을 관리하는 자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기에 불이 나도록 방치했단 말이냐!” “그게······ 마구간지기들이 하필 그 시각에 단체로 심한 배탈이 나는 바람에,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고 합니다.”세도르의 이마에 짙은 주름이 패었다.레투카 제국의 황족과 고위 귀족 가문의 영식, 영애들이 모여드는 최고의 학당이자 장차 제국을 짊어질 인재들의 요람인 아카데미에서 화재라니.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마침 그들이 향하던 순찰로가 이스트 에어리어 강의동 근처였기에, 세도르는 망설임 없이 말고삐를 잡아채며 기마대를 돌렸다.“일단 내 눈으로 현장을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전 대원, 나를 따르라!”아카데미 호위 기사단장인 세도르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강렬하게 스쳤다. 그 이스트 마구간에는 다른 귀족들의 명마뿐만 아니라, 황태자가 지극히 아끼시는 애마가 계류되어 있었다.만약 불길이 조금만 더 번졌더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비극이 벌어졌을 터. 아카데미의 안위를 책임지는 기사단장으로서 결코 유야무야 넘어가서 될 일이 아니었다.세도르는 눈빛을 더욱 차갑게 빛내며 마구간을 향해 말을 내달렸다. *** 같은 시각, 아카데미 중앙 카페테리아는 오후의 나른하고 부드러운 햇살로 눈부시게 물들어 있었다.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아래, 고급스러운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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