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그래서 우리 모두 이렇게 무사히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나 봐.”
지니의 말은 명확한 정답이었고, 스틸과 스펙터 역시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죽을 각오로 여기까지 왔다는 걸 알고서 저렇게 격렬하게 반기는 건가?”
“스틸, 저들은 당연히 네가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거라 확신하기에 마중까지 나온 모양이다.”스틸과 스펙터의 예상대로, 현재 대치 상황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케르베로스는 영혼을 저승으로 안식하게 하는 일에는 관대할지 몰라도, 저승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영혼은 사정없이 짓씹어 삼키는 잔혹한 본성을 지녔음을 스틸은 신화를 읽어서 대충은 알고 있었다.
“일단 죽이는 게 낫지 않겠어?”
“감히 플로럴 스피릿의 마력이 우리에게 닿지 못하도록 방해까지 했으니잠시 뒤, 얼떨결에 내놓은 술이 통했던 것일까.“아! 제법이군!”“향긋하네! 처음 맡아보는 술 내음이야!”“초월자이니 본인 세계에 존재했던 술을 연금술로 펼쳐낸 모양이지. 달콤한 술이로군!”뭘 저렇게 잘 아는 건지.초월자니 뭐니 부르면서 대체 왜 이리 시련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일까.바닥에 커다란 와인 통 세 개가 케르베로스의 세 머리 앞에 놓이자, 녀석들은 길쭉한 혀를 할짝거리며 맛을 보기 시작했다.세 개의 개 머리가 달린 괴물은 술맛을 나름대로 품평하더니 잠시 잠잠해졌다.잠시 찾아온 소강상태였다.마력이 자유롭게 발현된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스틸은 순식간에 온 힘을 다해 연금술로 와인을 더 잔뜩 만들어 인벤토리 가득 채워 넣었다.하지만 스틸은 묘하게 이상하고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나 싶어 유심히 살펴봐도 케르베로스는 너무 멀쩡해 보였다.그렇다 한들 여기까지 온 본래 목적만큼은 달성해야 하지 않겠는가.“이제 시작해 볼까?”스틸은 잠시나마 마법을 자유로이 피워 올릴 수 있는 이 순간을 활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치유 스킬을 시전하고자 검붉은 연기를 피워 올렸다.아픈 자는 고통을 없애 주면 아무리 까칠하게 굴다가도 유순해지는 법이다.지니 역시 스틸이 성장한 만큼 마력이 크게 발전한 상태였기에, 망설임 없이 치유 마법을 펼쳐 들었다.“주인님! 나도 도울게!”지니는 기분 좋게 술을 마시던 케르베로스를 향해 황금빛 마력을 피워 올렸다. 옆에 서 있던 스펙터 역시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주변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기 시작했다.마력이 폭풍처럼 미궁 내부를 휘몰아치며, 케르베로스
“그래서 우리 모두 이렇게 무사히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나 봐.”지니의 말은 명확한 정답이었고, 스틸과 스펙터 역시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우리가 죽을 각오로 여기까지 왔다는 걸 알고서 저렇게 격렬하게 반기는 건가?”“스틸, 저들은 당연히 네가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거라 확신하기에 마중까지 나온 모양이다.”스틸과 스펙터의 예상대로, 현재 대치 상황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케르베로스는 영혼을 저승으로 안식하게 하는 일에는 관대할지 몰라도, 저승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영혼은 사정없이 짓씹어 삼키는 잔혹한 본성을 지녔음을 스틸은 신화를 읽어서 대충은 알고 있었다.“일단 죽이는 게 낫지 않겠어?”“감히 플로럴 스피릿의 마력이 우리에게 닿지 못하도록 방해까지 했으니 말이다.”“저 셋이 품은 영혼의 무게감이 실로 상당하니, 하데스 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시겠지.”순간, 던전 내부의 공기가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케르베로스는 흥분으로 눈을 번뜩이며 본능적인 공격 자세를 취했다.그 찰나, 폭풍 같은 마력의 일갈과 함께 거대한 불길이 지니와 스틸, 스펙터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무자비하게 덮쳐왔다.“어머나!”“이 자식들이!”“스틸, 이곳에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어서 흙으로 장벽을 세워라!”스틸은 마법을 활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치유해 주러 온 호의를 무시하고 다짜고짜 공격부터 퍼붓다니 어이가 없었다.고집스러운 괴수들에게는 약간의 매운맛과 따끔한 교훈이 필요한 순간이라 판단되었다.***&nb
스틸이 자리를 비운 대공저.리나와 마티어스는 영지의 가신들을 도와 귀빈들의 배웅을 다정하게 도왔다.미궁 순찰을 이유로 주인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어머, 이 술은 향이 어쩜 이리 그윽한지요. 스틸 대공에게 직접 인사도 못 전하고 떠나게 되어 아쉽군요.”“던전을 넘나드는 게 저 친구에게는 일상이 된 모양이군. 군대를 이끌고 미궁으로 당당히 입성하는 광경이라니, 대단하네.”“신비로운 빛의 기운이 던전 주변을 은은하게 감싸다니······ 레투카 제국의 방패라는 칭송이 결코 괜한 말이 아니었네요.”속 편한 귀족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스틸을 향한 찬사를 내뱉으며 유유히 발길을 돌렸다.시간이 흐르고 초대받은 하객들이 하나둘 떠나자, 넓은 연회장에는 스틸과 깊은 인연을 맺은 지인들만 남게 되었다.“오늘 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하루였네.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 마티어스.”마티어스와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은 리나는, 주변에 시선이 많음에도 차분하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오늘 꽤 당황했을 텐데 잘 견뎌 줬어. 넌 이제 엄연한 로테 여공작이다.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마.”리나는 오늘 황태자로 인해 너무 놀라 하마터면 정체를 들킬 뻔했기에 간담을 쓸어내렸다.“그리고 후작님 내외분께서 날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 돌아가시기 전에 정식으로 인사부터 드리고 싶어.”“그래, 따라와라.”리나는 마티어스의 곁에서 그의 가족들을 우아하게 배웅했다.단란한 후작가가 작별
스틸이 손님맞이를 위해 정성껏 꾸며 둔 준의전실(Semi-State Room)의 소파 위에서는,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며 밀로투스와 메스메리아가 은밀하고 질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어머, 밀로투스 교수님. 무시무시한 가르나르 미궁을 바로 앞에 두고 목숨을 걸고 나눌 때의 이 열기가 너무 짜릿하네요.”“이곳은 더 이상 무시무시하지도, 목숨을 걸 만큼 위험하지도 않으니…… 내게만 집중하십시오, 메스메리아 교수님.”소파 위에서 서로의 뜨거운 숨결을 탐닉하던 두 사람은 은밀한 열기를 드레스 자락 속에 감춘 채 농염한 입맞춤을 이어 갔다.스틸의 초대석에서 펼쳐진 화려한 광경과 입안을 가득 채우던 와인의 그윽한 풍미를 떠올리자, 메스메리아의 붉은 입술 끝에 절로 유혹적인 미소가 번졌다.밀로투스의 손길이 그녀의 매끄러운 허리선을 따라 미끄러지며 드레스 아래로 은밀하게 파고들자, 메스메리아의 숨소리가 한층 가늘고 낮게 잦아들었다.격정이 고조될수록 그들의 움직임은 더욱 치밀하고 대담해졌으며, 피부 위로 피어오른 열꽃은 은은한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을 발했다.“하아…… 우리 스틸 대공은 참으로 멋진 제자가 아닐 수 없어요. 이번 학기 수학 시험에서도 무려 만점을 받았지 뭐예요. 심지어 제가 수식을 배워야 할 정도로 고차원적인 풀이 과정을 선보여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군사학 역시 만점이었습니다. 수업 시간 내용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완벽히 외웠더군요. 게다가 방어술은 이미 전문 기사의 경지를 훌륭히 넘어섰습니다.”절정에 다다른 교밀의 순간에도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스틸을 향한 찬사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메스메리아의 날카로운 손끝이 밀로투스의 턱선을 스치자, 둘 사이로 묘하고 팽팽
시간은 흘러 마침내 연회가 끝나고 귀족들이 하나둘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황족인 안젤루스가 먼저 자리를 터주자, 고위 귀족들 역시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아쳐는 독기가 오른 술에 가득 취해 비틀거렸고, 결국 마지션 교수에게 끌려가듯 저택을 나섰다.“전하, 발을 디딤에 넘어지실까 두렵습니다. 천천히 걸으십시오.”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스틸의 영지는 정비가 어찌나 완벽한지, 아쳐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거슬리는 것뿐이었다.볼룸(Ballroom)을 나와 웅장한 복도를 지나치자, 귀족들이 쉬어 가도록 마련된 준의전실(Semi-State Room)이 눈에 들어왔다.“쳇,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제 주제에 황제라도 된 줄 아나?”“스틸 대공은…… 연금술이나 독자적인 건축 스킬을 터득한 듯합니다. 참으로 경탄스러운 양식이군요……”아쳐는 그 칭찬마저 듣기 싫어 홧김에 마력을 피워 올렸다. 순간이동으로 단번에 황궁 침실로 돌아갈 셈이었다. 하지만 마력이 지지직거리며 불꽃을 튀기더니 허무하게 사그라들고 말았다.“전하! 마력을 억지로 끌어쓰지 마십시오! 타바로 채운 흑마법이 정화되는 과정에서 전하의 잔여 마력까지 모조리 사라지는 수가 있습니다!”“뭐? 쳇, 번거롭긴!”아쳐는 마지션을 대동한 채 어수선하게 비틀거리며 성 밖으로 걸어 나갔다.이상하게도 제 주변에 늘 늘어서 있던 호위 기사나 피닉스조차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회색 망토를 두른 호위대의 숫자가 부쩍 줄어든 것은 결코 기분 탓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충성심이 식어 버린 것 같았다.황태자인 자신이 이렇게 홀로 비틀거려도 신경 쓰는 자 하나 없다니.&
휘청휘청, 건들건들.추태를 부리며 비틀거리는 아쳐의 뒤를 따르는 것은 다름 아닌 마지션 교수였다.“다들 전하께서 취해 그러신 것이니 괘념치 마시고 즐겁게 연회를 즐기십시오. 하하, 그런데 이 성은 볼수록 훌륭하군요. 새로운 건축 양식이라 제국 역사에 유서 깊게 남을 듯합니다.”마지션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자, 사람들도 그제야 스틸이 구축한 이 화려한 저택으로 관심대를 옮겼다.아쳐는 마지션의 손에 이끌려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하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은 자존심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모욕이었기 때문이다.귓가를 울리는 건 전부 스틸에 대한 찬사뿐이었다. 스틸이 대단하다, 그의 마력이 경이롭다, 등등. 하나같이 피가 거꾸로 솟구칠 만큼 듣기 싫은 소리뿐이었다.그때, 세도르가 귀족들에게 나누는 대화가 아쳐의 귀에 가시처럼 박혀 들었다.“전 실은 스틸 대공 전하 덕분에 시력을 거의 회복했습니다.”세도르의 말에 안젤루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스틸 대공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황궁에 드리웠던 저주까지 거두어 주신 덕에 어머니께서 지금은 기적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셨답니다.”아쳐의 발길이 오뚝 멈춰 섰다.저주를 거두고, 치유를 행하고. 아무도 고치지 못하는 자신의 이 비참한 몸을 고칠 수 있는 자가 오직 스틸뿐이라는 현실이 절망처럼 그를 짓눌렀다.이제는 마지션 교수마저 뛰어넘어 버린 것이 스틸이었다.제발 살려 달라고 그에게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차라리 죽어 버리고 싶은 참담함에 아쳐는 이를 악물었다.***살다 살다 저승의 입구를 지키는 괴수를 치료하러 가게 될 줄이야.죽
마구간 아래, 공기가 무겁게 감도는 비밀스러운 지하 공간.황태자의 은밀한 아지트인 침대 위에서, 아쳐는 억눌린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리나를 제 육체 아래로 뜨겁게 가두었다. 그는 옷가지가 채 다 벗겨지지도 않아 날것의 살결과 옷감이 뒤엉킨 그녀의 몸을 거칠게 뒤돌려 세웠다. 매끄러운 척추 라인이 쾌락의 예감으로 잘게 떨렸다.질척, 찌걱.밀폐된 정적을 깨는 노골적인 파찰음과 함께 리나의 하얀 둔덕이 아쳐의 손자국대로 붉게 달아올랐다. 아쳐의 뜨거운 손길에, 그녀의 가녀린 신음은 축축한 지하의 공기 중으로 애처롭게 흩어졌
극단의 조치!“지니, 너는 요정이잖아? 소원 같은 거 당장 못 이뤄주나?”이건 사심을 품고 물어 보게 되었다.“당연히 마력이 높으면 주인님 원하는 것을 많이 들어줄 수 있지.”어쨌든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든 천일야화 판타지든 간에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지니, 이왕이면 돈이나 외모를 어찌해 봐야겠어.”인간에게 가장 필요한게 아니겠는가.“어머, 드디어 주인님! 욕망이 생긴 거야?”지니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스틸에게 더욱 바짝 의자를 붙였다. 보통 다들 그렇지 않나? “그래. 너와 힘을
스틸은 죽음과 동시에 이세계로 떨어졌다. 환생을 겪으면서 이렇게 기사들에게 끌려가 본 적은 없었는데 그 대단한 경험을 지금 하게 되었다. 스틸을 체포하러 왔을 때만 해도 살기등등하던 기사들은 그가 순순히 항복하자 머쓱한 듯 거리를 좁히며 따라붙었다.나름 고위 귀족이라 그런지 포박은 안 하고 수 미터 거리만 둔 채 걷는 수준이었다.전생에는 죄짓고 산적이 없어 이런 자들도 만난 기억이 없었다.스틸은 현재 자신이 마구간 방화범으로 몰려 있긴 하지만, 사실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딱 봐도 건초만 탄 정도지 어디가 무너져 내린
잠깐, 이거 꿈이지?그녀의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주인님, 아읏! 너무 좋아!”그리 곱고 고운 엘프가 눈부신 나신으로 제 밑에 이리 깔려있다니.오 신이시여, 강철신 인생이 너무 불쌍하여 회귀 포함 토털 5번 생애 처음으로 이런 선물을 주시는 겁니까. 그럼 넙죽 받을 수밖에요. 어차피 꿈인데 뭘 못하겠습니까.스틸은 떨리는 손끝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지니, 제대로 하는 거 맞겠지?” “응, 내 몸이 너무 뜨거워졌어. 나도 처음이라··· 흐흣! 뭐가 뭔지 모르겠어. 으윽!”두 몸이 얽히는 소리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