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예, 잘 알겠습니다."왕유걸은 초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아들을 데려가서 치료해!"왕유걸은 몇 차례 허리를 굽신거리며 말했다."도 장군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꼭 주의하겠습니다.""나 도석형이 당신 왕 씨 가문을 약도에서 일으킬 수도 있고,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거야. 기억해, 너희 왕 씨 가문의 목숨은 내 손에 달렸어."이 말을 들은 왕유걸은 떨며 말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도석형 장군님의 명령이 곧 우리 왕 씨 가문의 목표입니다."왕유걸과 왕석윤이 떠난 후, 로비에서 우진과 우식 두 형제는 도석형을 위해 한지훈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도석형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물었다."조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그러자 우식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한지훈은 이미 장군님의 행방을 의심해 특별히 사람을 불러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약도 밖에 모인 5만 명의 군사들은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도석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지훈 계획의 첫 번째 단계가 완료되었군. 다음 단계가 본론이야."그러자 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한지훈은 이미 약도 호텔에 체크인했지만 온병림 이 노인네가 한지훈을 돕고 싶어 해서 그가 평생 동안 가꿔왔던 약도 호텔까지 한지훈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뭔가 계략이 있는 것 같습니다."한쪽에 있던 우식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게다가 이 일은 사소한 게 아닙니다. 이번 약도 전시회는 유례없이 성대하다고 했는데, 심지어 막대한 재산을 가진 백 선생도 약도 강중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전국 각지에 신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약도 전시회에 참가했으니 만약 저희가 그곳에서 조치를 취하면 여러 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도석형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한지훈도 우리가 약도 전시회에서 자신을 감히 공격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방심한 틈을 타서 그 자식을 공격해 손쓸 틈도 없게 만드는 거지!"우진은 잠
한지훈이 약도에 도착한 지 이틀째, 햇빛이 강렬히 내리쬐며 날이 매우 따뜻했고, 모든 것이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한지훈은 창밖에 서서 약도 호텔 아래 풍경을 바라보며 와인 잔을 들었고, 천천히 한 모금 들이켜자 씁쓸한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그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면 창문 밖 풍경이 보였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붉은 구름이 보였다.약도 호텔은 천하강의 상류 지역에 세워졌고, 강물이 동쪽으로 흘러가는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강우연은 눈을 비비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수줍은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한지훈은 강우연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그녀의 얼굴은 마치 세월이 비껴간 듯했으며 그녀와 처음 만난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어났네, 약도 전시회 경매가 곧 시작이야!""아!"강우연은 황급히 옷을 꺼내 입으며 말했다."왜 안 깨운 거예요? 경매 첫날에 늦으면 안 되는데!"한지훈은 강우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잡으며 말했다."늦으면 뭐 어때, 좀 더 기다리라고 하면 되지."그러자 강우연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린 초대받은 사람이니까 늦지 않는 게 좋잖아요. 안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진심으로 협력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요.""알겠어, 여보. 당신 말 들을게."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온병림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꺼냈다.그렇다, 어젯밤 한지훈이 백 선생이라는 신분을 공개한 후 온병림은 한지훈에게 인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자진해서 한지훈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던 것이다. 온병림은 한지훈에게 앞으로 어떤 분부가 있으면 직접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다. 온병림은 한지훈에게 비서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 것이다. 온병림은 한지훈이 자신의 개인 비서에게 전화를 걸고, 개인 비서가 다시 자신에게 전달하면 한지훈의 지시를 늦게 처리할까 봐 걱정했다.결국, 그는 백 선생이 아닌가!그는 수천억 원의 투자를 할 수 있는 부
"뚜…뚜…"전화가 끊어졌다. 강우연은 옷을 다 입은 뒤 화장을 할 겨를도 없이 한지훈의 이름을 부르며 집을 나서려 했다.그러자 한지훈은 그녀를 껴안고 귀에 속삭였다."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천천히 가자."강우연은 뜨거운 숨결에 뺨이 붉어졌다."그만해요, 빨리 전시회에 가야죠!"강우연이 숨을 내쉬며 말하자, 한지훈은 강우연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말했다."괜찮아, 전시회가 오후 1시로 연기됐거든. 누구도 나랑 당신 사이를 방해할 수 없어!""악!"강우연의 외침 뒤에, 두 사람은 다시 푹신한 침대 위로 떨어졌다.……약도 호텔은 열기로 가득했고, 그 누구도 약도 전시회가 왜 연기되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한지훈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온병림은 약도 전시회가 오후 1시로 연기되었다고 직접 발표했다.꽃, 와인, 레드 카펫이 놓인 약도 전시 센터 안.약도 전시 센터는 항상 크고 작은 협회의 모든 활동을 주최해 왔다. 약도 전시 센터에 입장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강중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의 유명 인사들이다.그들은 와인 잔을 들고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며, 성공한 사람들처럼 웃으며 행동했다.장군 한 명의 공적이 만 명의 병사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듯,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햇빛 아래의 그늘을 알 길이 없다. 약도 전시 센터의 채 씨 매니저가 와인 잔을 들고 행사장으로 들어섰고, 단상에 올라 큰 소리로 말했다."오늘 약도 전시회 경매가 오후 1시로 연기되었으니, 내빈 여러분께서는 질서 있게 퇴장 해주시기 바랍니다."채문현의 웃는 얼굴과 온화한 태도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전시회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약도 협회 창립 이후 단 한 번도 주요 행사를 미룬 적이 없었으며, 이번 전시회 경매는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행사였다. 전통의상을 입은 한 여성이 말을 꺼냈다."왜 갑자기 연기를 한 거죠?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는데, 헛걸음을 한 꼴이 됐잖아요.""그러니까요!"
연한 회색 셔츠를 입은 한 사람이 물었다."실례지만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최근 몇 년 동안 약도 전시회 경매가 한 번도 연기된 적이 없다는 걸 잘 아실 테지요. 최소한 한 가지 이유는 밝혀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을 막기는 어려울 겁니다."과연!채문현이 예상했던 시나리오와 똑같았다.그들은 상대의 세력이 강한 것을 보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그건……"채문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대답했다."이 소식도 임시로 발표된 거라 저도 잘 모릅니다. 거물 한 분이 늦을 거 같으니 온 씨 어르신께 연기를 하라고 한 것 같습니다."‘뭐라고?’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약도 강중 장관인 온 씨 어르신께서 한 거물의 명령을 받다니요. 그저 한 명의 거물 때문에 약도 전시회가 연기가 됐다는 말인가요?""그 거물이 어제 약도 호텔을 인수한 사람이 아닐까요? 어제 온 씨 어르신께서 직접 마중을 나가시고 방까지 안내했다고 하던데요.""믿을 수 없네요, 온 씨 어르신보다 더 큰 부자가 있다니. 만약 그 사람과 술 한잔할 기회가 있다면 여한이 없겠네!"......채문현은 사람들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혼자서 약도 전시 센터를 나섰고, 약도 전시 센터는 그대로 문을 닫았다. 순식간에 거물급 인사가 약도 경매를 연기했다는 소식이 약도 전체를 뒤덮었고, 뉴스의 헤드라인부터 지라시까지 모두 전시회 연기에 관한 일을 퍼트리고 있다. 우진은 원래 약도 전시 센터의 웨이터를 매수해 한지훈의 차, 과일, 채소에 독을 넣어 한지훈과 강우연을 단숨에 죽일 계획을 세웠다.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했고, 약도 전시회 연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상황이 매우 빨리 벌어지자 우진은 당황했고, 서둘러 도석형에게 보고한 뒤 추가 지시를 요청했다. "장군님, 계획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약도 전시회 경매가 오후 1시로 연기되었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한지훈이 온병림에게 전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강우연은 옷을 입은 뒤 말했다."밥 먹으러 내려와요, 기다릴게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띠링!휴대폰이 울렸고, 확인을 해 보니 용일이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사령관님, 저희는 도석형의 출국기록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도석형은 실제로 약도를 떠난 적이 없고, 만약 떠난 거라면 군의 비밀 경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한지훈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옷을 입고 천천히 방을 나섰다. 약도 호텔의 2~4층은 모두 최고급 레스토랑이었고, 한지훈과 강우연은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약도 전시회장으로 향했다.강우연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사실 만약 강우연이 원한다면 이번 약도 전시회 경매는 호텔에서 열 수도 있었다.한지훈과 강우연은 약도 전시 센터에 늦게 도착했고, 업계의 모든 리더들과 거물들이 약도 전시 센터를 방문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한지훈과 강우연이 약도 전시 센터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강우연의 미모에 홀려버렸고, 그녀는 등을 드러낸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그 모습은 마치 세상에 내려온 선녀 같았다.얼핏 보면 만화 속 미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하늘에만 존재하는 선녀처럼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풍겼다. 남자들은 강우연의 미모를 보고 침을 흘렸고, 여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했다. "쯧, 그냥 얼굴이 반반한 정도네. 약도 경매에도 늦다니, 교양이 너무 없는 것 아니야?""저 꼴도 좀 봐, 부자한테 빌붙어서 약도 전시 센터에 들어온 거겠지. 무슨 낯짝으로 온 거야!"강우연과 한지훈은 약도 전시 센터 로비에서 경비원에 의해 제지를 당했고, 그들은 늦었기에 규정에 따라 들어갈 수 없었다.강우연은 일찍 왔다면 몇몇 유명 인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며 후회했다.이때, 한지훈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냥 들여보내 주시죠. 그렇지 않으면 당신 밥줄이 끊길까 봐 걱정돼서 그럽니다."그러자 경비원은
"다음으로, 온 씨 어르신의 인사말씀이 있겠습니다!"채문현이 마이크 앞에 서서 말을 꺼냈고, 그는 약도 전시 센터의 관리자이자 약도 전시회 경매의 진행자로서 분위기를 띄우며 원만하게 진행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채문현이 말을 마치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는 온 씨 어르신의 체면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온 씨 어르신은 여전히 멍하니 서 있었고, 채문현이 다시 말을 꺼냈다."아마도 박수가 부족한 듯하네요, 다시 한번 약도 협회 회장 온병림 씨를 힘찬 박수로 맞이하겠습니다!"채문현이 선두에 서서 박수를 쳤고, 박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이 순간, 온병림이 움직였다.하지만 온병림은 마이크 앞으로 가지 않고 지팡이를 짚은 채 문 쪽으로 걸어갔다.‘백 선생이 어째서 문 앞에서 가로막힌 거지?’온병림은 멈추지 않고 문을 향해 달려가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채문현은 마이크를 다시 들고 말했다."온 씨 어르신께서 처리해야 하실 특별한 상황이 생긴 것 같습니다. 여러분, 인내심을 가지고 약도 전시회의 다음 단계를 기다려 주십시오."채문현은 실제로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던 진행자로서 이 상황은 전혀 대수롭지 않았다. 그는 약도 전시회의 분위기가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해 직접 두 번째 순서로 넘어가려 했다. 한편 온병림은 약도 전시회의 현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닌 일의 경중을 따져서 그런 것이었다.만약 한지훈이 기분이 나빠 곧장 약도 전시회를 떠나거나, 불만이 생긴다면 약도 협회는 순식간에 암흑기를 가질 것이 분명했다. 투자 없이 앞으로 더 나아가기는 힘들었고, 온병림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그는 온 씨 가문의 이름을 온 용국에 알리기 위해 약도 협회를 발전시킨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본의 도움이 필수적이었고, 온병림은 한지훈과 협력을 해 재정적 지원을 받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갈망했다. 경비원은 온병림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정중하게 인사했다."온 씨 어르신, 안녕하
채문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생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저희는 이전 순서에 있지 않았으니 처음부터 다시 하죠!"한지훈이 말을 하자마자 장내가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소리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지훈 때문에 순서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누구도 한지훈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건 개인 전시회가 아닌 약도 전시회이기에 개인의 의견은 반영할 수 없었다. 채문현은 매우 곤란해졌다, 이건 불가능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때, 온병림은 지팡이를 짚으며 무대 위로 올라가 마이크 앞으로 다가왔다. "한 선생님께서 요청하셨으니 다시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절차에 따르면, 지금은 제가 전시대에 올라와 약도 전시 경매를 설명해야 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장내가 다시 한번 떠들썩해졌다! 온병림은 한지훈을 자신의 주인처럼 대했고, 실제로도 온병림에게 한지훈은 대감집 주인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엄청난 부자인 백 선생은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약도 협회를 새로운 길로 이끌 수 있었고, 심지어 용국 최고의 협회가 될 수도 있다. 온병림은 무대 위에서 유창하게 연설을 했고, 한지훈도 무대 아래에서 흥미진진하게 들었다.채문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고, 그는 마치 심각한 일을 본 듯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연설이 끝난 후 온병림은 무대에서 내려와 채문현에게 메인 무대를 넘겨주었다.채문현은 조심스럽게 무대에 올라 한지훈을 바라보았고,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채문현에게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채문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첫 번째 경매 품목인 천년 영지를 올려놓았다."경매 시작 가격은 2천만 원이며, 20만 원씩 올리겠습니다!"한지훈은 자신의 입찰 팻말을 들어 올렸다. "4천만 원!""우와!"한지훈은 곧바로 가격을 두 배로 올렸고,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는 오늘 전시회 경매의 첫 번째 상품인데, 그가 돈이 많은 건지, 아니면 멍청하다고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
우진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웨이터에게 독이 가득한 음료를 한지훈에게 직접 전달하라고 명령했다. 우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지훈은 단숨에 음료수를 마셨다.우진은 속으로 날아갈 듯이 기뻤다, 드디어 성공했다! 그는 더 이상 약도 전시회 경매 물품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3분 카운트다운.3분 안에 한지훈은 독살되어 사망할 것이고,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다. 3분 안에 한지훈이 죽지 않으면, 임무는 실패하는 것이다. 시간은 1분 1초씩 흘러갔고, 전시된 경매 물품도 끝나가고 있다.드디어 마지막 경매 품목인 정신초가 전시대에 올라왔다. "3억."한지훈이 곧장 팻말을 들어 올리며 값을 불렀고, 아무도 그와 경쟁하지 않았기에 한지훈 혼자서 모든 경매품을 독차지했다. 채문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오늘 혼자서 모든 경매품을 가져가셨고, 가장 큰 수확을 거둔 사람은 의심할 여지 없이 한지훈 씨입니다!"한지훈이라는 이름이 불리자마자, 한지훈은 몸을 일으켰다고 곧바로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3분이었다.우진은 시계를 바라보며 단 1초도 초과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 강우연은 놀라서 한지훈을 끌어안고 울면서 말했다."지훈 씨, 일어나요, 나 겁주지 말라고요!"강우연은 미친 듯이 한지훈을 붙잡고 흔들었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 순간, 한지훈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고 완전히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온병림은 지팡이를 내팽개친 채 한지훈을 향해 달려갔다. 안 된다, 백 선생이 약도 전시 센터에서 죽는다면 약도 협회는 완전히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온병림이 한지훈의 맥박을 확인하자, 확실히 맥이 짚이지 않았다. "죽었습니다!"약도 협회의 자본주가 영문도 모른 채 약도 전시 센터에서 사망하다니. 우진은 사람들 속에서 서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한지훈을 바라보았고, 한지훈이 구급차에 이송되고 나서야 점차 안도감을 느꼈다. 우진은 모퉁이에 들어가
“미안하지만, 정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건 의도적으로 체면을 구기려는 것도 아니었고, 정말로 진천국이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한지훈이 귀담아들을 만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오대명산의 각 원장 정도는 되어야 했다.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들을 필요가 없었다.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라 해도, 한지훈 앞에 오면 누구 하나 예를 갖추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국가 원수들조차도 한지훈은 이름을 외울지 말지 고민할 정도였다.전 세계에 백여 개국이 있는데, 한지훈이 언제 그들 이름을 다 외우겠는가?한지훈의 경지에 이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덧없게 느껴지며, 신분이나 지위 따위는 그저 덧없는 한때일 뿐이었다.“당신이 지금 누구와 얘기하는 줄 아는 거요?!”옆에 있던 소 씨 노인은 즉시 분노에 차서 책상을 치며 차갑게 소리쳤다.진천국은 산성에서 손꼽히는 인물인데, 한지훈이 그런 인물을 모른다고 하다니?이건 노골적으로 진천국의 체면을 짓밟는 행위였다!하지만 소 씨 노인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진천국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젊은이, 나도 젊었을 땐 거만하긴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세상을 우습게 보면 안 돼.”진천국은 상위자의 태도로 차갑게 훈계했다.“용건이 뭡니까?”한지훈은 진천국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한지훈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오자, 진천국은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한지훈이 거만하긴 했지만, 그만큼 기개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럼 나도 본론부터 말하지. 처음엔 당신이 그냥 작은 가게 주인인 줄만 알았는데, 아까 당신의 태도에서 뭔가 좀 특별함을 느꼈소.”“하지만 나씨 가문에서 어떤 이득을 줬든 간에, 당신 따위가 우리 진씨 가문의 일을 망칠 순 없소. 내 딸도 당신 같은 사람이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오!”“그러니 우리 서로 체면 구기지 않으려면, 하나의 제안을 제시하지.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멀리 떠나시오, 그리고 다시는
온갖 옥기들이 진열된 이 옥기 상점은, 얼핏 보기엔 평범한 옥들뿐이었고 그 흔한 최상급 옥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가게를 지키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사람이 대체 무슨 대단한 배경이 있겠는가?한눈에 보기에도 이 가게의 주인은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일 터였다!어차피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조금이라도 배경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각 대종문에 의탁했고, 일부는 오대 명산의 외부 제자가 되기도 했다.장사를 한다 해도 영기 회복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됐다.그런데 지금까지도 이런 이름 없는 작은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건, 딱 하나를 의미했다. 이 가게 주인은 아무런 배경도 의지도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이 뒷마당에서 현관으로 나왔다.한지훈이 소박한 옷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진천국의 미간은 더 깊이 찌푸려졌다.한지훈의 옷차림만 보고도, 진천국은 그에 대한 인상이 한두 단계 더 추락했다.“휴, 저 사람은 너무 평범해 보이지 않소! 요즘엔 병왕계에 오른 사람도 널렸는데, 저런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지요!”진천국은 한숨을 쉬며 소 씨 노인에게 말했고, 소 씨 노인도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물론 영기 회복 이후에도 세계 각국에는 여전히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용국은 유독 달랐다. 용국은 기운을 품은 나라였기에, 용국 대지 전체가 거대한 변화를 겪은 것이다!심지어 일반 백성이라도 체력이 조금만 받쳐주면, 저절로 병왕계로 돌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즉, 용국의 거리에서 젊은이 하나를 아무나 붙잡는다 해도, 무종에 입문했든 아니든 최소한 병왕계의 실력은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한지훈은 어쩐지, 완전한 일반인인 것 아닌가?그때, 한 젊은 여자 직원이 조심스레 진천국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진천국이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는 이 두 사람이 결코 선량한 손님이 아니라고 느꼈다.이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려 한다면, 그녀는 분
진천국은 바로 이러한 고려 끝에, 갑작스럽게 이 일에 진지하게 대응하게 된 것이었다.“음, 진 씨 형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진씨 가문이 부흥한다면 손해를 보는 건 나씨 가문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엔 그 옥기점 사장은 나계홍 손에 놀아나는 한낱 졸개에 불과할 겁니다!”“만약 진 씨 형님께서 부적절하다고 느끼시면, 저는 형님과 함께 그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소 씨 노인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보기엔, 그 작은 옥기점 사장은 분명 나씨 가문 쪽에서 무언가를 받아먹고, 나씨 가문 사람들과 짜고 이 한바탕 연극을 벌이고 있는 것뿐이었다. 단지, 진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혼인을 방해하기 위해서 말이다!“좋습니다. 장씨 가문 쪽에서도 이미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해왔고, 장 도련님이 선이를 꽤 마음에 들어 한다더군요. 지금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바람만 불어주면 됩니다. 이 중요한 시점에 절대로 어떤 변수도 생기게 해선 안 돼요!”진천국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계홍이란 자는, 워낙 생각이 치밀해서 아무나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위장이라 해도, 나계홍이 그렇게 쉽게 누군가에게 예를 갖추는 성격은 아니잖습니까.”“그러니 저희가 만일을 대비해서 준비를 또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소 씨 노인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고, 이에 진천국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줄곧 그 사람을 몰래 감시하게 해왔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적어도 그가 오대명산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설령 자잘한 종문들과 조금 교류가 있다 해도, 우리 진씨 가문은 그런 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요.”“더군다나, 장씨 가문을 감히 거스를 수 있는 종문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장령풍은 단순히 장씨 가문의 재능 있는 젊은이일 뿐만 아니라,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장령풍은 반보 인왕계 강자의 자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장도령이 사망한 뒤, 장씨 가문이 장령풍을 온 힘을 다해 양성하고
진선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들어선 이가 소 씨 노인임을 확인했다. 그녀는 이어질 상황을 짐작하며 아버지와 소 씨 노인이 또다시 자신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끝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을 예감했다.그래서 그녀는 황급히 말을 꺼냈다. “아빠, 옥기점에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아요. 전 먼저 갈게요!”진선은 말을 마치고는 바로 뒤돌아 나가 버렸고, 진천국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지난 반년 동안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진선과 장령풍의 혼인을 성사시키려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선은 장씨 가문의 이 절세 천재에게 전혀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진천국이 아무리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득해도, 진선은 전혀 꿈쩍하지 않았다.사실 진씨 가문 역시 무도 세가였다.수십 년 전, 용국의 무종이 조정의 억압을 받으면서 진씨 가문은 무도를 버리고 상업으로 전환한 것이다.그러나 영기가 부활하고,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세상은 다시 수백 년 전 무종이 독주하던 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기세였다.이에 진천국은 다시 무종 문파에 의지해보려는 생각을 품었다.하지만 오대 명산이나 장씨 가문 외의 다른 무종 문파들은 그에 비해 전혀 쓸모가 없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조상 대에 이미 장씨 가문과 인연이 있었기에, 장씨 가문에 기대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었다!진선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진씨 가문은 장씨 가문의 위세를 빌어 재기할 수 있다.그때가 되면 진씨 가문은 틀림없이 비상하여, 더는 이 산성 같은 촌구석에서 연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소 씨 어르신, 사실 지난 1년 동안 선이는 한 옥기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 옥기점의 주인에게 약간의 감정이 있는 듯합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진천국은 평소 소 씨 노인과 허물없이 대화하곤 했기에, 이 일 역시 숨김없이 털어놓았다.사실 이 일이 장씨 가문과 관련이 없더라도, 그는 체면이 깎여 몹시 불쾌했다.무엇보다 그 옥기점의 사장은 이미 아내와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