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은 그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가 휘두른 단도는 공기만 가르고 상대의 손에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당황한 화사는 다시 품에서 비수를 꺼내 휘둘렀다.하지만 조금 전과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화사는 상대에게 두 손이 묶인 채,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한지훈이 어둠 속에서 슬며시 손에 힘을 주자 화사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비수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넌 누구야? 원하는 게 뭐야? 너도 실험실 데이터 때문에 온 것이라면 우리 협상을 좀 해보자고!”공격이 막힌 화사는 협상을 시도했다.“곧 죽을 놈이 나에게 협상이라?”한지훈은 그대로 다리를 들어 화사의 머리통을 향해 쭉 뻗었다.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화사는 시야가 흐릿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러더니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는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상대의 일격에 자신이 이 정도로 힘없이 쓰러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사람 맞아?’아무리 그래도 조직에 몸담은 암살자이고 1성 준전신급 실력을 가진 자신인데 상대의 한방에 이 정도로 쓰러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화사를 힐끗 보고는 한쪽으로 가서 전등을 켰다.순식간에 실험실이 환해지고 화사의 시야에 한지훈의 모습이 나타났다.화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소리쳤다.“너였구나!”“말하는 걸 들어보니 날 아나 본데?”한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아. 그 여자 남편이잖아.”화사가 굳은 목소리로 답했다.말하는 사이 녀석의 손은 바닥에 떨어진 비수로 향하고 있었다.“네가 내 얼굴을 봤을 리가 없는데?”한지훈은 화사의 그런 움직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싸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우연그룹의 유명인사지. 오전에 실험실에서 있었던 일, 난 똑똑히 보고 있었거든.”화사는 북랑, 벌매와 같이 연구소 직원으로 위장하고 연
한지훈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네 주제에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다고? 네가 나한테 뭘 줄 수 있지? 난 네 목숨을 원하는데 그것도 줄 수 있어?”협박이 아닌 진심이 담긴 말에 화사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었다. 상대는 처음부터 그를 살려서 내보낼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그는 애써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목숨 말고 다른 건 줄 수 있어. 내 창고에 많은 보물과 보석, 골동품, 명화들이 쌓여 있거든. 네가 원한다면 그걸 전부 너에게 줄게. 그거 하나만 가져다 팔아도 평생 부를 누릴 수 있을 거야!”“꽤 끌리는 조건이네. 고민 좀 해볼게.”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말했다.그리고 이때, 고민에 잠긴 듯한 한지훈의 모습을 주시하던 화사는 비수를 꽉 잡고 공중으로 몸을 날리더니 무서운 속도로 한지훈의 가슴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죽어!”비수가 한지훈의 가슴 가까이에 날아간 순간 화사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피어났다.하지만 그의 그런 바람과는 다르게 이번에도 비수는 한지훈의 가슴을 스치지는 못했다.비수는 한지훈의 가슴 5cm 간격을 두고 멈추었다.허공에서 커다란 손이 담담하게 예리한 칼날을 잡고 있었다.화사가 더 깊숙이 찌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비수는 거기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한지훈은 단 두 손가락으로 손쉽게 비수를 잡아버린 것이다.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자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충격에 빠진 화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지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의 암살자 인생을 통틀어 처음 벌어진 광경이었다.서서히 공포가 그를 옥죄이기 시작했다.상대는 여전히 만사 귀찮은 얼굴을 하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화사는 그 순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우연그룹 내부에 이런 고수가 존재했다니!그런데 왜 받은 정보에서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것일까!“꼭 너처럼 현실파악을 못하는 놈들이 있단 말이지.”한지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화사를 덤덤히 바라보며 비수를 빼앗아 바닥으로 던졌다.“아직도 도망칠 생각이라
“내 밑으로 들어와서 일하는 건 어때?”한지훈은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화사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의 부하가 되라는 말씀인가요?”뜻밖의 제안에 화사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그는 이미 독가시에 속한 몸이고 한지훈의 제안에 응한다면 조직을 배신한다는 것을 의미했다.어쩌면 배신자로 낙인 찍혀 평생 독가시 멤버들에게 쫓겨다닐지도 모른다.독가시는 엄격한 계율에 따라 운영되는 조직이었다. 그가 한지훈의 제안에 응한다면 독가시에서는 그를 상대로 수배령을 내릴 것이고 그렇다면 평생 도망자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조직의 보스를 떠올리면 화사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예전의 화사였다면 배신은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었다.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잔인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한지훈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오늘 당장 죽게될 것이다.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이자니 독가시 멤버들의 추격이 두려웠다.아무리 봐도 한지훈은 조직에 속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한지훈은 화사를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내 밑에서 일하면 넌 사는 것이고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죽게 될 것이야. 너 스스로 선택해.”화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질문 하나만 해도 되나요? 왜 저를 선택하셨나요?”“원인은 아주 간단해.”말을 마친 한지훈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지금 너에게 말해줄 필요는 없지.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 걱정하지 마. 뭘 걱정하는지 나도 알아. 내 밑으로 들어오면 넌 무사할 거야. 독가시? 아마 오늘 밤이 지나면 그들은 용국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거야.”“사라진다고요?”화사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멍하니 묻다가 이내 바닥에 이마를 대고 큰 절을 올렸다.“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주군을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쓰겠습니다!”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이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화사는 그것을 똑똑
전원 전신!배후에 있는 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변방국들을 전복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둘러보았고 그의 주변으로 살기가 넘실대기 시작했다.그들이 이 밤중에 갑자기 길목을 막았다는 건 굳이 묻지 않아도 그들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죽어!”사내 들 중 리더로 보이는 사내 한 명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반인이 이런 전신을 마주했다면 굳이 그들이 뭘 하지 않아도 기세만으로 심장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한지훈은 담배를 입에 물고 그들을 대수롭지 않게 쳐다보며 천천히 연기를 들이마시고는 냉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상대해 줘야겠네.”말을 마친 한지훈은 곧장 행동에 옮겼다.그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손을 들자 수십 개의 표창이 그의 손을 벗어나 예리한 빛을 내며 사내들을 향해 날아갔다.푸흡!순식간에 표창들은 앞에 서 있는 열다섯 명의 심맥과 사지를 관통했고 그들은 거의 동시에 한지훈의 앞에 털썩 하고 무릎을 꿇었다.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게 한지훈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던 일행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온몸에 피를 뿜으며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한방에 열다섯을 보내버린 것이다.무시무시한 실력 앞에 남은 인원들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그들은 4대가문의 엄격한 선별을 거쳐 선발된 전신강자들이었다.아무리 용수급 전사라고 해도 이 정도의 전력을 가진 자들을 상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판단 하에 그들은 이번 습격을 감행하게 되었다.하지만 열다섯 명이나 한방에 날려버리는 한지훈의 모습에 그들은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한발 한발 남은 인원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말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온 거지? 적염왕? 아니면 원씨 가문?”그의 목소리에는 진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남은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허리춤에서 무기를 꺼내고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지훈은 양발로 땅을 차고는 쏜살같이 적을 향해 달려나갔다.쾅!그리고 거대한 타격음과 함께 그는 열 명을 상대로 주먹을 날렸다.주먹은 거대한 힘을 싣고 공기를 가르며 적을 향해 나아갔다. 그가 천산서록에서 터득한 항룡복호권이었다.주먹은 산이라도 가를 기세로 거대한 폭발력을 가지고 날아가다가 적과 한뼘 정도 사이가 있는 곳에 도달했을 때 기류가 갑자기 변했다.쾅!순식간에 열 명은 거대한 충격을 받고 허공에 몸이 붕 뜨며 날아갔다.일부는 바닥에 추락하며 땅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고 일부는 근처에 있는 담벽에 부딪히며 담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리고 또 일부는 근처에 있는 기둥에 처박혔다.그들은 입에서 대량의 피를 뿜으며 기절했다. 흉부에는 무시무시한 자국이 나 있었으며 늑골도 부러진 상태였다.단 한번의 공격이었지만 열 명이나 되는 전신급 강자들을 순식간에 날려버린 것이다.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맨 처음 그에게 선전포고를 했던 사내에게 다가갔다.사내는 아직 살아 있었는데 입에서 피를 뿜으며 겁에 질린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두려움이 닥쳐오고 사내는 움찔하며 도망칠 준비를 했다.그에게 한지훈은 저승사자와 다름없었다.조금 전 그가 휘두른 주먹은 사내가 평생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거나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이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이미 6성 용수의 실력을 넘어섰을 터!그는 한발 한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지훈을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6성 용수가 아니었어! 이미 그 경지를 돌파한 거야? 천왕인가?”한지훈은 사내의 앞으로 다가가서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천왕? 아니, 네 예상은 틀렸어. 난 아직 천왕의 경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어. 굳이 내 전력을 경지로 정의하자면 현재는 반보천왕이라고 할 수 있겠군.”반보… 천왕?그 순간 사내는 온몸의 기운이 쫙 빠지면서 눈빛이 절망으로 물들었다.“하! 반보천왕이었다니! 벌써 6성 용수를 돌파하고 반보천왕까지 달성
그 말을 들은 사내는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어깨를 떨었다.말을 마친 한지훈에게서는 감히 직시할 수조차도 없는 강력한 살기가 흘러넘쳤다.그 살기는 그의 동료를 죽일 때보다 더 원초적이고 차가운 것이었다.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자가 어쩌면 사람이 아니라 이미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자신도 열심히 수련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한지훈의 앞에 서니 한낱 벌레에 불과했다.한지훈은 사내의 눈빛을 뒤로하고 담담히 자리를 떴다.주변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스물넷이나 되는 전신이 전부 시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진 상태였다.사내는 파견된 인원들 중에 유일한 생존자였다.4성천급 전신에 도달했을 때의 그 자부감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었다.강력한 힘 앞에서 그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예전에 그들도 자신들보다 약한 자를 벌레처럼 무시했지만 오늘 직접 벌레가 되어 겪어 보니 그게 얼마나 두렵고 섬뜩한 기분인지 알게 되었다.유일한 생존자는 온몸에 피를 흘리며 힘겹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그곳을 떠나 원씨 가문으로 돌아갔다.거실에서 네 명의 가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잠시 후, 피범벅이 된 사내가 힘겹게 거실로 들어오더니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원천걸은 음침한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혼자 돌아왔지? 나머지 사람들은?”피범벅이 된 사내가 바로 한지훈이 살려준 그 유일한 생존자였다.사내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가주님, 나머지 인원들은… 전부 사망하였습니다.”“뭐라?”그 순간 원천걸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남은 세 가주들도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사내를 노려보았다.“어떻게 그럴 수 있지? 무려 전신급 강자가 스물다섯 명이야! 한지훈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중상은 입혔어야지! 어떻게 혼자만 살아서 돌아온 거지? 걔 고작 6성이야!”원천걸의 고함이 거실에 진동했다.사내는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그 질문에 대답했다.“가주
원천걸은 십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겨우 6성을 돌파하고 반보천왕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그런데 고작 한달 남짓한 시간 안에 나이도 어린 한지훈이 그와 똑 같은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대체 사람은 맞는 것일까?’이게 과연 한씨 가문 핏줄이 가진 천부적 재능이라는 것일까!남은 세 명의 가주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원천걸을 바라보며 물었다.“원 가주, 우리가 큰 실수를 저질렀군. 이제부터 일이 좀 귀찮아지겠어.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반보천왕이라니! 한지훈이 경지를 돌파하는 속도가 이렇게나 빠를 줄이야! 만약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언젠가는 분명 천왕이 될 재목이야! 그때가 되면 우리 4대가문을 향한 위협은 더 커지게 되겠지!”“당 가주 말이 맞네. 한지훈은 위협이야. 놈이 완전한 성장을 이루기 전에 빨리 제거해야 해! 용국에 제2의 한용이 탄생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어! 한씨 가문은 과거의 이름으로 사라져야 해!”거실 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네 가주의 의견은 여느 때보다도 동일했다.현재의 한지훈이 이미 4대가문의 지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한달 사이에 반보천왕의 경지까지 돌파한 그의 속도를 보고 네 가주는 경외심마저 들 정도였다.이런 요괴는 없애는 게 맞다!이게 그들의 생각이었다.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필히 4대가문을 뒤엎는 존재가 될 것이다.원천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상의를 해보지. 어떻게 하면 한지훈을 제거할 수 있을까? 현재 전신강자는 놈에게 벌레와도 같은 존재야. 용수급 강자를 대량으로 파견한다면 돌파구가 생길지도! 하지만 우리 4대가문에게 그 정도의 강자는 마지막 히든 카드와도 같아! 섣불리 파견했다가 그들이 죽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손실이야!”“원 가주 말이 맞아. 경거망동은 위험하지! 이미 반보천왕의 경지까지 오른 인물이 아닌가! 일반 용수급의 강자는 이미 놈의 상대가 되지 않아! 5성이나 6성 정도면 몰라도!”거대한 몸집을 가진 당 가주가 음
한편, 한지훈은 4대가문이 연맹을 맺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이틀 뒤.조용하던 한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용린의 전화였다.“주군, 적염왕의 비밀기지를 수비하고 있는 역량을 파악했습니다. 이제 움직여도 될 것 같아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알겠어.”전화를 끊은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나 이틀 정도 외출할 건데 그 기간동안 용운이 당신의 안전을 책임질 거야.”강우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딜 가려고요? 전쟁부에 일이 생겼어요?”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의 볼을 쓰다듬었다.“별일 아니야.”“알았어요. 조심해서 다녀와요.”강우연이 말했다.집을 나온 한지훈은 곧장 강중 공항으로 가서 전용 헬기를 타고 두 시간을 날아 용경의 군용 공항에 착륙했다.용린은 신룡전의 부하들과 함께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한지훈을 한눈에 알아본 그들은 즉시 자리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주군, 오셨습니까!”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부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인사는 됐어.”부하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용린은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주군, 칠룡상 근처에 애들을 파견해 두었습니다. 별장 내부에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요. 적염왕의 부하들은 아직 우리 애들을 발견하지 못했고요.”한지훈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칠룡산으로 가보자고!”“예!”용린은 한지훈과 함께 미리 대기시켰던 차를 타고 공항을 벗어났다.열 대가 넘는 군용트럭이 공항을 나와 고속도로를 타고 산으로 질주하고 있었다.대략 40분 뒤, 그들을 태운 차는 칠룡산 근처에 있는 한 폐공장 근처에서 멈추었다.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다가와서 한지훈에게 인사를 올렸다.“주군, 제4소대는 며칠 전부터 이곳에 잠복하여 감시하고 있었는데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습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희는 원래 했던 대로 맡은 일을 계속하고 용린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
육천릉은 한지훈이 이 일에 관심을 보이자 재빨리 웃으며 말했다.“맞습니다. 제가 보낸 사람들이 어젯밤에 사진을 한 장 보내왔습니다!”그 말과 함께, 그는 서둘러 사진 한 장을 꺼내 한지훈에게 내밀었다.사진은 다소 멀리서 촬영된 탓에 꽤 흐릿했지만, 천생서문에 기록된 묘사와는 놀랍도록 잘 들어맞았다.여섯 장의 꽃잎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었고, 꽃술 한가운데엔 보랏빛 꽃봉오리 하나가 있어 매우 이상하게 보였다! 사실,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보통 사람의 수명이 이십 년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일성 병왕의 전력을 지닌 채 태어나기도 했다.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무도가 성행하게 되었고, 그 성장 속도 또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어떤 종문들은 전투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약까지 제조해 판매하고 있었으며, 일부 국가는 무인으로 구성된 특수 군대를 조직하여 국력을 강화하고자 했다.용국 또한 이런 군대를 조직하였지만, 현재는 어느 국가도 감히 용국의 세계적 지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따라서 용국의 군대는 주로 무력의 상징으로 기능할 뿐이었다.하지만 자소화라는 이 기이한 꽃의 효능을 제대로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한지훈은 예전에 한 야외 생존 프로그램을 보다가, 참가자가 이 자소화를 독초로 착각하고 꺾어 버리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당시 그는 속으로 얼마나 애가 탔던지!영기가 되살아난 지금, 이와 같은 신기한 꽃과 약초는 앞으로도 점점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특히 외국과는 달리, 용국의 오대 명산에서는 자소화의 효과에 대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었다.그 때문에 대량산은 단시간 내에 수많은 종문에 의해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일반인은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육천릉이 보낸 자들도 멀리서 겨우 이 한 장의 흐릿한 사진을 찍어온 것이 전부였다.“보아하니, 이 자소화를 노리는 이들이 꽤 많겠군.”한지훈
수년 후.산성시의 옥기 상점 안, 장발의 사내가 한 쌍의 남매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었다.소년은 얼굴에 앳된 기색이 역력했지만, 손짓 하나 발짓 하나 모두 본받을 만한 기세를 품고 있었고, 소녀는 더욱이 품새 하나하나에 눈에 띄는 기세와 무형의 위압이 서려 있었다.“여보, 애들 좀 쉬게 하지 그래요? 조금 있다가 도청도 불러서 다 같이 캠핑 가요, 어때요?”강우연은 캠핑에 쓸 텐트와 조리 도구를 챙기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어느새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한지훈은 줄곧 이곳에 은거하며, 한편으로는 천생서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큰 흐름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까지도 제법 많은 역외 강자들이 돌아왔지만, 한지훈이 정한 세계의 판도를 감히 뒤흔드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연합국 상임이사 자리는 바로 용국이 차지하고 있었고, 세계의 운영 방식조차 모두 용국의 입김 아래에 놓여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세속적인 겉모습에 불과했다.실은 세계 각국은 물론, 용국 내부조차도 암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한지훈은 아직 대세가 변화하기 전에는 지나치게 과시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 역시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지금 그는 그저 이 옥기 상점의 사장일 뿐이었고, 강우연은 그저 옥기 상점의 사모였다.비록 나씨 집안에서 종종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문안하며, 집안 후손들을 수련시키러 보내곤 했지만, 모두 한지훈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었다.신룡전의 삼대 용존 역시 지금은 모두 이성 천신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정작 한지훈 자신은 아직도 일성 준천신계에 머물러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한지훈이 돌파할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천신계에 진입한 후 그는 이 경지에 들어선 자에게는 경지 그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진법에 대한 이해와 운용이었다.이것이 바로 그가 상위 경지를 거슬
한편, 오륙 무도학원의 진법루 안에서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빛기둥이 솟아올랐다!그 찬란한 빛기둥은 무려 사흘 밤낮 동안 계속되었다!마침내, 진법루 전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지면 위에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이 나타났다.그 심연 아래에는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광막이 아른거리며 떠올랐다.많은 사람들이 이 경이로운 장면을 휴대폰에 담아냈다!이제서야 오대 명산의 고위 무인들도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의 영기가 이미 고갈되어 그 강대한 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영기의 회복은 단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이 순간, 지표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예전엔 무릎 높이밖에 자라지 않던 목초가 하룻밤 사이에 사람 키를 훌쩍 넘겼으며, 야생 동물들 또한 이전보다 몇 배는 커진 모습이었다!한 오륙 사냥꾼이 산속에서 몸무게 40킬로그램, 길이 1미터에 달하는 토끼를 사냥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미륙의 어민들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는 보도는 또다시 전 세계인의 신경을 자극했다!한때 드문드문했던 숲은 하룻밤 사이에 무성해졌으며, 사막에도 대규모의 오아시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여러 명산 역시 짙은 안개에 휩싸인 채, 산봉우리들이 치솟으며 기존보다 몇 배나 웅장해졌다!이제 전 세계적으로 무공 수련 열풍이 일었다.특히 용국에서는 무종들이 세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이전과 다른 점은, 무종들이 이제 더는 조정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세력이 되었다는 점이었다!용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무도 재판소가 설립되었고, 이 재판소는 중대한 죄를 저지른 무인들을 심판하기 위한 기관이었다!영기의 귀환과 함께, 그동안 폐관 수련에 들어갔던 무적천이 갑자기 고통스럽고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과 융합되지 못하고 있던 흑룡의 심장이, 이 순간 묘
모든 이들은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이들이 경외심에 찬 시선을 드러냈다.앨러스의 긴장된 마음도, 그 순간 조금은 누그러졌다.보아하니, 고대 인디언들이 결국 움직인 모양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허공에 떠오른 그 거대한 얼굴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눈 부신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미륙 전역에 퍼져 있던 앨러스 족속들이 무수한 별빛에 온몸이 꿰뚫리며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그들 중엔 전신계나 사령관 경지의 강자들도 많았고, 본능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천신계 강자 앞에서는 저항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호흡의 시간도 지나기 전에 모두가 가루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지훈! 네… 네놈은 어째서 우리를 노리는 건가!”눈앞에서 하나둘 동족이 죽어 나가자, 앨러스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터질 듯 부릅떴다.심지어 하늘 위에 떠 있던 그 거대한 얼굴조차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비록 앨러스의 족속들이 죄를 저질렀다지만, 한지훈이 이때 손을 쓴 것은 그의 위엄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한지훈! 경고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란한 별빛이 다시 한 번 하늘을 덮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허공에서 사라졌고, 이국 전체는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냉랭한 눈으로 하늘의 얼굴을 쏘아보며 말했다.“너희는 모두 죽어 마땅하다!”“그들이 인류 멸망 계획을 실행하려고 망상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인류를 멸종시키겠다는 그들의 야망이 있다면, 먼저 그들 자신부터 사라져야겠지.”“만약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 용국으로 찾아와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하늘 위 거대한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그렇다, 앨러스 족은 분명 전 인류를 죽이고, 오직 자신들의 후손만 남겨 지구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