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 또한 약왕파의 장로 중 한 명이긴 했지만, 정작 그의 권력은 크지 않았다. 이렇게 중요한 일은, 적어도 대장로가 직접 나설 거라 생각했다. 복잡한 마음으로 술을 마시던 칠장로는 이내 굳은 표정으로 약왕파 측에 메시지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장은 칠장로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미연 의약 측은 아직 약왕파에게 계약 관련 소식을 전혀 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설마 레슬리첸이 내가 강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단 건가? 음... 사실 내가 얼마든지 약왕파를 대표하여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긴 하지. 에이, 그나저나 다들 일처리가 왜 이따구야? 이렇게나 중요한 일은 약왕파가 직접 나서야지!’ 이튿날 아침, 강우연은 옷장에서 흰색 정장을 골라 갈아입고는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었다. 마침 거울 속에는 방금 세수를 끝내고 나온 한지훈의 모습이 보였다. “여보, 저 이 옷 입는 게 나아요, 아니면 저 블랙 정장을 입는 게 나아요?”강우연은 내심 자신의 옷차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필경 오늘 만나게 될 사람은 미연 의약의 대표였고, 오늘의 접견은 우연 그룹의 미래와도 밀접히 연관한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빨간 옷이 더 좋은 것 같은데.”한지훈은 느닷없이 옷장에 있는 빨간색의 섹시한 잠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참나... 여보, 나 지금 진지하게 당신한테 의견을 구하고 있잖아요.”“그들이 여보랑 협력할지 말지 결정하는 요소는, 여보의 옷차림이 아니라 실력이야!”이내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을 달래주었다. “그래요, 그럼 이걸로 하죠. 그리고 저랑 같이 가요. 혼자 가려니까 너무 긴장돼요.”강우연이 한지훈의 팔을 붙잡고는 말했다. “그래.”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한지훈은 곧바로 사복으로 갈아입고는 일찍이 강우연과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강우연의 착장은, 흰색 정장에 분홍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게다가 옅은 화장까지 하여 얼핏 보아도 우아한 기질을 뽐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역시나 회사 대표다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뜻밖의 거절을 당한 레슬리첸과 그의 비서는 모두 어리둥절했다. 사실 그들이 우연 그룹에 제안한 조건은 매우 후했다. 웬만한 의약 회사들도 충분히 부러워할 만한 조항들이었다. 하지만 강우연은 체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 강 회장님, 혹시 저희가 제안한 이 계약서에 맘에 들지 않은 조항이라도 있으신가요? 따로 요구하는 게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레슬리첸은 애써 웃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마찬가지로 한지훈 또한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의아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진작에 이 계약의 구체적으로 조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우연이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대표님께서 제시한 조건들은 매우 후하긴 합니다. 저도 딱히 까다롭게 요구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그런데, 생각보다도 계약 조항이 너무 간단해서 저는 서명하고 싶지가 않네요.”강우연은 입술을 깨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지난번에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또한 지금처럼 이렇게 후한 조건을 받아들이게 됐는데, 결국 그녀는 하마터면 올가미에 걸릴 뻔했다. 그리하여 후한 조건을 마주할수록, 강우연은 오히려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저...”당황한 레슬리첸은 침을 꼴깍 삼켰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흘깃 한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그나저나 대표님께서는 왜 저희한테 이렇게나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고 하는 겁니까? 저희 회사는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는데요!”이때 한지훈이 강우연을 도와 먼저 나서서 물었고, 한편으론 레슬리첸에게 일깨워주고 있었다. 한지훈의 질문을 들은 레슬리 첸은 곧 깨달았고, 이내 웃는 얼굴로 침착하게 말했다. “한 선생님, 사실 저희 미연 의약은 우연 그룹에서 개발한 고혈압 치료 약물에 대해 줄곧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약품은 용국에서 수출을 허용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강중으로 오게 이유는,
“좋아요. 미연 의약과 함께 약물 조제법을 공유할 의향이 있습니다.”드디어 강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레슬리첸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서 강우연을 손을 힘껏 잡으며 인사하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 회장님이야말로 저희 미연 의약의 가장 훌륭한 파트너입니다!”곧이어 레슬리첸의 비서는 급히 노트북을 꺼내 들어, 방금 레슬리첸이 언급한 자세한 내용들을 계약서에 보충해 넣고는, 다시 계약서를 인쇄하여 강우연에게 건네주었다. “여보, 어떻게 생각해요?” 강우연은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나는 괜찮다고 봐. 그리고 우리한테 제시한 조건들도 매우 좋은 것 같아!”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제야 강우연은 펜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였고, 또한 회사의 도장까지 찍고 나서야 계약서를 다시 레슬리첸에게 건네주었다. “강 회장님, 저희의 합작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자리에서 일어선 레슬리첸은 강우연과 매우 정중하게 악수를 나눴다. 곧이어 그는 회의실을 떠나면서, 강우연에게 오늘 오후 3시에 진행되는 의약 협회 계약회에 참가하는 것을 절대 잊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사실 그들이 계획한 계약회란, 용국 전체의 의약계에 미연 의약의 유일한 동업자를 선포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연 그룹을 노리려는 다른 회사들을 저격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공개적으로 자신들을 우연 그룹의 배후라고 선포하고는, 이젠 그 누구도 우연 그룹을 건들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여보, 혹시 전에 레슬리 첸이 당신을 찾아왔었어요?”곧이어 강우연은 레슬리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강하게 부정했다. “나한테 찾아왔든 아니든, 이 계약은 오로지 너의 개인의 능력으로 따내게 된 거야. 이러한 대형 기업들은 오직 이익만 따질 뿐이지, 인정은 따지지 않아!”그러자 강우연을 입을 오므리고는 쑥스럽게 웃었고, 이내 우연 그룹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이 중요한 계약서를 소중히 금고에 넣었다.
레슬리첸은 무심한 얼굴로 칠장로와 악수를 한 뒤, 일부러 그와 거리를 두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정정하시네요!”“아이고, 덕분입니다. 이번 협약식은 왜 이렇게 갑작스러운 겁니까?”칠장로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묻자, 레슬리첸은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우리 미연 의약의 결정이 약왕파의 동의를 거쳤어야 한다는 겁니까?”그러자 칠장로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뇨,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그럼 됐습니다. 저는 이만 가봐야 해서!”레슬리첸은 손으로 강단을 가리킨 뒤, 칠장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성큼성큼 걸어갔다. “저것 좀 보시게, 약왕파의 사람이 미연 의약 대표와 저렇게 친분이 있지 않은가!”“칠장로께서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있었구먼!”“우연 그룹과 처음부터 모든 연을 끊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큰일 날 뻔했네!”우연 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었었던 여러 제약 회사의 대표들이 수군거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칠장로는 속으로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다. 비록 방금 전 레슬리첸과 나눈 대화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지만, 작은 오해였을 뿐이다. 레슬리첸이 자신에게 매우 예의 바르게 대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그가 약왕파와 계약을 할 것임에 틀림 없다고 자신했다. “흥, 개뿔도 없는 우연 그룹! 우리 약왕파와 대립하는 건 곧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지! 오늘부터 용국 모든 의약계는 약왕파가 독존할 것이고, 나를 따르는 자는 번영할 것이며 나를 대적하는 자는 모두 죽음뿐일 것이다!”칠장로는 사람들을 거만하게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마음속으로 가장 기쁜 사람은 단연 이 회장이었다. 만약 약왕파가 이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도 큰 공을 세우게 된 셈이니 그때가 되면 자신의 직위와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다!“칠장로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볼 때, 잠시 후 협약식이 끝나면 모두가 칠장로님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열어야 할 겁니다.
건인 의약 대표가 뒷짐을 진 채 자랑스럽게 말했다.그는 제일 먼저 우연 그룹과 모든 관계를 끊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약왕파가 미연 의약과의 협약이 곧 성사될 것을 본 그는 뛰쳐나와 칠장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역시 사람은 이름을 따라 간다더니, 회사도 당신 이름처럼 건실하지 못한 것 같군요!”한지훈이 비웃는 투로 대답했다.“건방지군. 그 입 닥치지 못합니까!”허건이 벌떡 일어나 화를 내며 꾸짖었고, 옆에 있던 몇몇 기자들은 큰 소리로 웃지 않을 수 없었다.한지훈의 말이 정말 옳았다. 회사와 대표의 이름이 얼마나 찰떡으로 어울리는지!“한지훈! 5분 후면 계약식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겠소! 무릎을 꿇고 당신의 실수를 인정하시오! 내 기분이 나아진다면 당신들에게 시장지분을 절반 정도 남겨줄 수도 있으니 말이오!”이때, 칠장로가 뒷짐을 진 채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오며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설령 우리 회사가 정말로 망한다고 해도, 내 남편의 사과를 받는 것은 꿈도 꾸지 마세요! 당신 약왕파 사람들은 세력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습니까?! 우리 회사가 왜 당신들에게 시장 지분의 절반을 넘겨야 하죠?”강우연은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전날 칠장로가 제시한 조건에 대해 말했고, 그녀의 얘기를 들은 많은 기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칠장로를 노려보았다. 이건 약탈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흥! 실력이 없는 당신들을 탓하시오! 약왕파가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다 실력이 있어서 아니겠습니까?!”칠장로는 눈을 부릅뜨며 화가 난 듯 고함을 질렀고, 그 순간 레슬리첸은 목청을 가다듬은 뒤 마이크에 대고 말을 꺼냈다. “모두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협약식을 정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우연그룹의 대표, 강우연 씨를 모시겠습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흥!”칠장로는 화가 나서 레슬리첸이 누구의 이름을 불렀는지 듣지도 못했고, 그는 곧
“강우연 씨, 강단으로 올라오시죠. 발밑 조심하시고요.”레슬리첸이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강단 아래까지 오자, 한지훈은 강우연의 작은 손을 뿌리치며 혼자 강단에 오르라고 손짓했다.그러자 강우연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여전히 약간 긴장한 상태였으며 심호흡을 한 후 계단을 올라갔다.“모두 박수로 강우연 씨를 환영합시다!”레슬리첸이 먼저 박수를 치며 말했다.강우연이 강단에 올라 레슬리첸과 악수를 나누자, 모든 기자들은 카메라를 강우연이 있는 강단으로 돌리며 용국 의약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했다.“잠깐만요!”두 사람이 자리에 앉아 협의안을 교환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사람들 가운데서 갑자기 불협화음이 들려왔다.모두가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칠장로와 이 회장이 굳은 안색을 한 채 강단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오늘 이 협약식을 무산시킬지언정, 강우연의 회사가 미연 의약의 유일한 파트너가 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다!칠장로는 볼록한 배와 함께 오리걸음으로 걸어가 강단 앞에 섰고, 레슬리첸을 바라보며 말했다.“레슬리첸 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그러자 레슬리첸은 얼굴을 찡그리며, 굳어진 안색으로 한기를 내뿜으며 대답했다.“아, 그래요? 무슨 문제든 다 물어보십시오!”“제 기억으로, 미연 의약은 항상 실력 있는 파트너만 선택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칠장로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고, 협약식에 이런 분쟁이 생긴 것을 기자들은 절대 놓칠 리 없었다.지방 방송국의 몇몇 기자들은 곧장 강단에 올라, 칠장로의 입에 마이크를 넣을 기세로 손을 뻗었다.레슬리첸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습니다. 우리 미연 의약은 항상 실력 있는 그룹과 협력해 왔지요!”“우연 그룹의 종합적인 실력을 고려해 우리 회사 고위층의 협의를 거쳐 이번 협약을 최종 결정한 것입니다!”이삼십 명의 기자들 앞에서 레슬리첸은 다시 한번 강우연의 개인 능력을 칭찬했다.칠장로와 이 회장은 들으
레슬리첸의 짧고 열정적인 말에 사람들은 모두 깨달았다. 약왕파는 적어도 수쳔 년 동안 존재했는데, 우연 그룹도 만약 약왕파처럼 수천 년 동안 지속되었다면 어땠을까? 반년에 15개의 신약이 나오는 속도로 따지면, 1년에 30개의 신약이 나오니 천 년이면 3만 개나 된다! 칠장로가 말한 수천 개의 처방전과 비교하면, 그 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약왕파는 지금도 500개의 비방을 가지고 미연 그룹과 협력할 수 있습니다!”칠장로는 울분을 토해내며 말했다. 우연 그룹이 어떻게 약왕파에 비길 수 있겠는가? 그들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종파이며, 우연 그룹은 분명히 용국에서도 작은 회사에 속했다. 이는 전혀 비교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약왕파는 천 년 동안 이어왔는데, 우연 그룹은 뭐가 있는가? 게다가 어느 상인이 천년 이후의 장사를 하겠는가, 이는 명백한 억지였다! “칠장로께서 약왕파의 실력을 증명해 보이시려는 겁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약왕파의 처방전은 단 한 푼의 가치도 없습니다!”레슬리첸이 손가락을 흔들며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때, 칠장로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약왕파의 처방전은 모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방인데, 레슬리첸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죠!”칠장로의 눈이 황소의 눈보다 세 배나 커지며 말했다. “하하, 제가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겁니까? 약왕파 처방전의 임상 데이터를 가져와 보십시오. 어느 기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봤으며 효과는 어땠는지 다 설명이 가능합니까? 이에 대해 대답이나 할 수만 있다면, 제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겠습니다!”레슬리첸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다… 당신…”칠장로는 화가 나서 숨을 헐떡였다. 이는 모드 비방인데 어떻게 임상 실험에 사용할 수 있겠는가?!“칠장로님, 괜찮으십니까?!”이 회장은 칠장로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손으로 가슴을 움켜쥔 것을 보자 황급히 달려와 그
“다음은 강우연 씨를 모시고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레슬리첸이 말을 마친 후 그는 강우연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강우연의 시선이 객석에 앉은 의약 그룹 대표들을 향했을 때, 그녀는 분명히 그들이 주눅이 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지훈은 담담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신호를 보냈다. 의약 그룹과 약왕파가 힘을 합쳐 우연 그룹을 봉쇄했을 때도 그들은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으니, 강우연도 지금 전혀 거리낄 필요가 없다!“우선, 미연 의약에게 인정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며 그들과 협력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저는 약왕파 및 약왕파와 사업거래를 하는 모든 의약 회사들이 출시하는 약품들을 금지할 것을 공식으로 선언하는 바입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객석에 있던 사람들은 즉시 침묵에 빠졌다!그들 중 누구도 강우연같이 약한 여자가 이런 과감한 말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은 더없이 단호하여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이는 미연 의약에만 수출되는 심사 기준이라고 볼 수 없었던 게, 수출이야말로 의약 회사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분야였다. 따라서 모든 판매 기관은 수출 표준을 소매 의약품에 대한 일관된 표준으로 사용한다.강우연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내 모든 의약 회사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판매처가 없으면, 아무리 많은 약이 생산되어도 전혀 소용이 없다.“강우연 씨, 이렇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기자가 일어서서 물었다. 어쨌든 약왕파는 용국 의약계의 우두머리였기에, 약왕파를 봉쇄한다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이 아니겠나? “부당하다고요? 그렇다면 약왕파가 저희 우연 그룹을 봉쇄했을 때도 기자님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까?”강우연이 굳은 얼굴로 되묻자, 기자는 마치 약왕파가 작은 회사를 봉쇄한 것이 매우 정상적인 일이라는 것을 시인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강 대표님, 우리 회사는 곧 약왕파와의 모든 협력을 중지할 테니, 부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