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큰 소리와 함께 동방 오우는 다시 엄청난 피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 속에는 적지 않은 내장 조각들마저 끼여있었다. “화산에 이렇게나 좋은 진법이 있는데 아쉽게 됐네. 안타깝지만 진종의 또 다른 후계자를 한 명 더 배양해야겠어!”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탄식했다. 동방 오우는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긴 하지만, 방금 그가 보여준 진법은 한지훈이 보기에도 매우 강력했다. 지금까지도 한지훈은 그 광막이 대체 어떻게 펼쳐진 건지 깨닫지 못했다. 한지훈은 만약 자신이 그 광막의 진법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화산의 제자가 아니었기에 이러한 신기한 진법의 비법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내가 보잘것없다고 조롱이라도 하는 거야?”이내 동방 오우가 노호하며 말했다. “난 수만 명의 화산 제자 중에서 유일하게 진종 제자로 뽑히게 됐어. 그런데 네가 뭔데 나더러 보잘것없데!”동방 오우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교만한 모습을 보였다. “난 네가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엄청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곧이어 한지훈이 다시 손바닥을 내리치자 큰 굉음과 함께 한바탕 기랑이 자욱해졌다. 그 기운에 백일봉마저 진동하기 시작하며 당장이라도 무너질 기세였다. 아래에 있던 구경꾼들은 뒤흔들리는 백일봉의 모습에 괜히 자신들이 다치기라도 할까 봐 일제히 멀리 도망쳤다. “쾅!”바로 그때, 한지훈이 또 한 방 날렸다. 그렇게 온 하늘은 한바탕 연기와 먼지가 흩날렸고, 동방 오우는 큰 구덩이 속으로 말려들 가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방 오우가 다시 일어나려 하자, 한지훈이 그의 아랫배를 밟았다. “네가 화산의 제자면 뭐 어떤데? 진종의 후계자면 또 어떤데?”한지훈은 다시금 진법을 발동했다. 이때 하늘에는 별똥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별빛은 눈에 띄는 속도로 동방 오우에게로 향했다. 화살처럼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별빛에, 동쪽
여태 천신계 강자들은 줄곧 강제적인 요구를 받아오며, 세속의 일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만약 이 규정이 일단 뚫리게 된다면, 용국에는 지금으로선 바로 천신계로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많지는 않을 것이다. “흥! 설령 천신계를 돌파한다 하더라도 북양 왕은 동방 가문 제자들보다는 나을 겁니다!”진우는 차갑게 대답했다. 동방 소의 말대로 설령 한지훈을 말린다 하더라도, 문제는 그를 말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지훈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심지어 국왕조차도 일부러 눈을 감아주고 있는 상황에, 진우는 굳이 나서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맞습니다. 진 사령관께서도 더 이상 저희 용국의 미래 천신 강자만을 위하여 현재의 손실을 지켜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뒤따라 원상용도 사정하기 시작했다. “흥! 여러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4대 가문이든 동방 가문이든 누구든지 막론하고, 오늘 이번 일은 제가 절대로 나서지 않을 겁니다!”진우는 여전히 단호하게 거절했다. 바로 그때, 찬란하게 빛나는 별빛이 갑자기 떨어져 사람들은 그 눈부심에 저절로 눈을 감게 되었다. 그 별빛은 갑자기 백일봉 전체를 온통 덮어버렸다. “쾅!”이내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눈부신 별빛은 흩어져 버렸고, 큰 구덩이 속을 들여다보니 동방 오우는 이미 가루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게다가 은은하게 바람까지 불어 유골마저 허공으로 날려가게 됐다. 우천존이 마침 그 끔찍한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단지 놀라울 정도였다면, 한지훈은 이번에 확실히 그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진법을 통과하여 성신의 힘을 끌어들여 순식간에 동방 오우를 소멸시켰다. 그 장면에, 동방 가문 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린 채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원상용은 더욱 비할 데 없이 내심 후회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동방 오우가 순식간에 공기 중에 흩날리는 유골이 되었다니. 다른 두 가문의 사람들도 모두 벌벌 떨고 있
백일봉에서의 일전 결과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한지훈이 손을 드는 사이에 5성 용급 천왕계 강자인 동방 오우가 살해당했다는 소식 또한, 곧 강중에 전해졌다. 그동안 우연 그룹에 복종했던 많은 세가들은 그 소식을 접하고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복종하지 않았다가는, 일단 한지훈이 돌아오게 되면 그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테니까. 한편 한 씨 집안 별장에서는 한 젊은 여자가 강우연의 침대 옆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담효령, 강우연의 몇 안 되는 절친 중 한 명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담효령은 바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다가 불과 1년 전 고향인 강릉으로 돌아왔고, 여태 집안 살림을 도우러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담효령은 자신의 빛나는 미모로 인해 골치 아파하고 있었다. 강릉에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강릉의 두 도련님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반한 것이다. 이 두 명의 도련님 중 한 명은 강릉의 태자라고 불리는 이설비이고, 다른 한 명은 강릉 갑부의 아들인 낙소종이었다. 두 사람은 진저리 날 정도로 담효령에게 끝없는 애정 표현을 하였지만, 결국 모두 무자비하게 거절당했다. 그 후 두 사람은 처음에는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사랑은 원한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담씨 집안의 사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도 안 되어 담효령이 관리하고 있던 지사는 더 이상 수입이 진행되지 않았다. 물론 담씨 집안도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후 몇 번이나 담효령에게 마음을 좀 열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 씨 집안이든 낙 씨 집안이든, 시집가면 전혀 손해를 볼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줄곧 눈이 높았던 담효령은 게으르기만 한 이 두 남자에게 시집가고픈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결국 홧김에 강중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강중에 도착했을 때, 임신한 강우연이 이미 집에서 휴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바로 한 씨 집안을 찾아왔다. 담효
“그래요! 저 대신 말 좀 전해주세요. 저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움직이고 싶지만, 전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강우연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도청 전인은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려 문 밖으로 걸어갔다. 그 무렵, 강중 상업계의 거물들 역시 분분히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까지도 공항으로 달려가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한편 그 시각 강릉 공항에서는, 강릉 여시수는 고위 간부와 수백 명의 사업가들을 데리고는, 공손하게 서 있었다. 그 옆 몇 개의 활주로에서는 모두 한지훈을 기다리는 여성들이 가득 서있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웬만한 톱스타를 맞이하는 것보다 훨씬 성대했다. 필경 현재 한지훈의 명성은 정말 어마어마했고, 게다가 그 명성은 이미 4대 가문을 훨씬 능가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힘으로 4대 가문을 무너뜨린 건, 용국의 지난 100년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수천 명의 군경들 또한 공항 부근을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강릉의 몇 개 주요 고속도로들도 모두 봉쇄 계엄이 실시되었다. 곧이어 보잉 여객기 한 대가 활주로에 천천히 착륙했고, 선실 문이 열리면서 훤칠하고 젊은 남자 한 명이 천천히 기내를 나섰다. 여시수는 즉시 뒤에 있는 몇 명의 사무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내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레드카펫을 깔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남자는 당찬 걸음으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섰다. 공항 주변에서 열렬히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들을 발견한 젊은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오만한 눈빛으로 여시수를 보며 웃었다. “무려 여시수가 맞이해주고 있네!”이 젊은 남자는 얼핏 보면 한지훈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한지훈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눈에 봐도 이 사람이 한지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한지훈은 누구를 대하든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오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
바로 여시수 뒤에 서있었던 담창운은, 그들의 얘기를 들은 후 가슴이 저절로 가라앉았다. 자신의 두 손녀는 그 누구 하나 고집이 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만약 담효운이 고집부리고 죽을지 언정 따라가지 않으려 한다면 담씨 집안에도 큰 화를 초래할게 뻔했다. 게다가 지금 이 상황은, 전에 이 씨 집안이나 낙씨 집안을 마주할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지금 한지훈이 용국에서의 지위가 하늘을 찌를 듯하니까. 이내 여시수가 허리 굽히고 한지훈을 차에 태우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담창운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가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는 사실은, 눈앞의 한지훈은 가짜 인물이라는 것이다. “효운아, 방금 한 선생의 말도 들었다시피 네가...”담효운은 이빨을 악 문채, 울먹이긴 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담창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 담창운은 불길한 마음이 들어, 급히 담효운을 끌고 차에 올라탔다. 만약 담효운의 언짢은 표정을 한지훈이 보기라도 한다면, 담씨 집안은 필연적으로 큰 재난이 닥치게 될 거라 믿었다. 현재 한지훈의 명망으로는 얼마든지 담씨 집안을 쉽게 멸망시킬 수 있긴 하다. “효운아, 사실 할아버지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선생은 우리 담씨 집안이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되는 거물이야! 그의 한마디로 우리 담씨 집안 수십 명의 식구들 목숨이 좌지우지될 수 있어!”담창운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담효운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다들 한지훈이 대영웅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내한테도 잘해주는 사람이라면서요? 설마 그 모든 소문들이 거짓말이라는 거예요!”사실 담효운의 마음속에는 줄곧 짝사랑하고 있는 대상이 있었다. 두 사람의 감정은 줄곧 아주 안정적이었다. 다만 지금까지도 그 창호지를 뚫지는 못했다. 그 어떤 여자라도 자신의 가장 귀한 첫 경험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남기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니까. 설령 상대의 지위가 아
강우연은 한껏 어두워진 담효령의 표정에 답답한 듯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담효령은 겨우 침을 삼키고 작은 손을 벌벌 떨며 전화를 받았지만, 당황스러운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효령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그래? 너 나 못 믿어?”평소와는 다른 담효령의 이상한 모습을, 강우연이 전혀 못 알아챌 리는 없었다. 이내 담효령은 고개를 돌려 강우연과 한지훈을 흘깃 보고는 난색을 표하였다. “이... 이번 사건은 한 씨 집안이랑 연관되는 일이야. 하도 무서운 일이라 난 굳이 너를 이번에 연루시키고 싶지는 않아!”뭐라고?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은 처음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만, 한 씨 집안사람과 연관된 일이라는 말을 듣고는 순간 눈이 번쩍였다. “한 씨 집안사람이라고? 효령아, 나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해주지 않을래?”담효령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여동생이 보낸 작별 문자를 한지훈에게 건네주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한지훈의 눈에는 순간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도청!”자신을 부르는 한지훈의 목소리에 도청 전인은 급히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주상!”“이것 봐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한지훈은 그 문자를 도청 전인 앞에 내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헉!”도청 전인 또한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메시지 속에서 가리키는 한 선생은, 바로 한지훈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문제는 여태 강중에 이런 소문이 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지훈은 줄곧 해외에 지내다가는, 돌아오자마자 동방 오우와 백일봉에서 약전을 펼쳤었다. 그런데 대체 강릉에 갈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강릉에서 떠돌아다니는 이 한지훈은 필연적으로 짝퉁이었다. “저... 저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청 전인은 두 손으로 다시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조사? 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필요 없어. 시
“허허, 아가씨,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나의 감시 하에 있어. 당신이 언제 강중에 갔는지 언제 강중을 떠났는지 등등... 난 전부 상세한 보고를 받고 있다고!”이내 낙소종은 휴대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클릭하고는 담효령의 앞에서 건들거렸다. “당장 차 치워. 우리 지금 바쁘거든!”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낙소종은 그런 한지훈을 힐끗 훑어보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네 까짓게 뭔데? 난 한 선생을 대신해서 여기서 저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한 선생을 불쾌하게 만들면, 그 후과를 네가 감당할 수 있기나 해!”역시나 담효령이 예상한 바와 같이, 그는 자기가 담효령을 얻을 수 없는 이상 그 누구도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낙소종은 장월동과 함께 식사를 할 당시, 이미 담효령을 깨끗하게 팔아넘긴 상황이었다. 담씨 집안 자매들은 하나하나 모두 아릿 다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담효령이 가장 예뻤다. 다만 얼마 전 그녀는 강중으로 돌아간 후 줄곧 소식이 없었다. 그리하여 장월동이 직접 사람을 파견하여 그녀를 강제로 강릉으로 데려오려고 계획할 무렵, 낙소종은 부하들로부터 담효령이 강중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낙소종은 일단 급히 장월동에게 보고를 올리고는, 담효령이 향하는 길로 직접 달려와 그녀를 막은 것이다. 가짜 한지훈이 든든한 빽으로 있는 이상, 낙소종은 차에 탄 눈앞의 진짜 한지훈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고, 더욱이는 담씨 집안을 더욱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지금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담효령을 강제로 호텔로 데려가 자칭 “한 선생”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차 치워, 지금 이럴 시간 없다고!”눈빛에 이미 살기가 배어 있었던 한지훈은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바빠? 죽고 싶어 환장했나!”낙소종이 차문을 열려는 순간, 한지훈이 그의 뺨을 후려쳤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낙소종의 몸은 끊어진 연처럼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이어 입구에 서있던 하인을 밀치고는 담효령을 데리고 별장으로 직접 들어섰다. 그들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담창운이 2층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무리 혈육의 정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말 너 때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그의 곁에 서있는 십여 명의 하인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두 중년 남자는 잘못을 저지른 두 초등학생처럼 담창운 앞에 풀이 죽은 채 서서,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된 담창운은 입구에 선 담효령을 발견하였고 그녀와 함께 온 한지훈은 아예 외면했다. 그의 시선 속 한지훈은 정말 너무나도 평범해서 굳이 여겨 볼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효령이야?”담창운은 눈살을 찌푸린 채 담효령을 바라보았다. “너 마침 잘 돌아왔어. 얼른 가서 네 여동생 좀 설득해 봐. 오늘 저녁 한 선생과 잠자리를 가지지 않으면 우리 담씨 집안에 큰 화가 닥치게 될 거야!” “우리가 20여 년동안 깨 키워준 은혜를 봐서라도, 이번만큼은 우리를 위해 나서줘야 되지 않겠어!”그러나 담효령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어르신, 안심하세요. 손녀 분을 그곳에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저랑 효령이가 이곳까지 찾아온 건 바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을 들은 담창운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흘깃 보고는 더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흥, 말 참 쉽게 하네. 어떻게 이걸 해결할 건데? 뭔 자신감으로 그렇게 장담을 하는 거야? 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한지훈이죠!”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상대가 한 선생이란 걸 잘 알면서도 네가 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설마 고작 네 혀로?”담창운은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놈이 이렇게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줄은 몰랐다.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일에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