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무능력해서 가문에서 쫓겨난 주제에 무슨 수로 위기를 해결하겠어? 계속 버티고 있어봐야 웃음거리만 될 뿐이지!""회장님, 지금 당장 강우연을 민학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합니다!"사람들은 너도나도 일어서서 강우연을 물어뜯었다.강우연 역시 긴장되고 두려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계속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한지훈이 빨리 도착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가자 그녀는 점차 희망을 잃어갔다.‘지훈 씨가 나한테 거짓말한 걸까?’서경희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게 내가 진작 뭐라고 했어? 한지훈 그 자식은 믿을 게 못 된다니까? 내 말을 그렇게 안 듣더니! 이제 어떡할 거야? 그 자식은 나타나지도 않고 너만 여기서 사람들한테 비난 받고 있으니… 당장 그 자식이랑 이혼해. 내가 제대로 된 혼처 알아봐 줄 테니까."강신도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누나, 그냥 포기하고 둘이 짐 싸서 나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사람들의 압박에 강우연은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그들에게 사정했다."저는 지훈 씨 믿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잠자코 듣고 있던 강준상이 버럭 화를 냈다."그만! 지금부터 민학 프로젝트는 희연이가 담당한다. 희연아, 지체할 시간 없어. 무슨 수를 써서든 공급업체 다섯 곳을 찾아서 계약해."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내밀었다."이럴 줄 알고 제가 미리 준비했죠. 할아버지, 이것 좀 보세요."강준상은 흐뭇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주 좋아!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다른 임원들도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정말 잘됐네요! 희연이가 그룹을 살렸어요!""희연이가 업무 능력이 워낙 출중하긴 했죠. 실력도 없으면서 버티고 있는 누구보다는 훨씬 낫네요!""주제를 알면 진작 회사를 떠났어야지! 월급만 축내는 밥통도 아니고!"회의실에는
강준상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빨리! 빨리 마중을 나가야지!"강가의 친인척들과 고위 임원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런데 바깥에서 어지러운 발소리가 들리더니 근엄한 카리스마를 뽐내는 5인의 거장이 각자 비서를 거느리고 회의실에 들어섰다.회의실에는 고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S시의 원자재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거물들이었다.자산만 다 합치면 10조를 훨씬 넘었고 강운그룹 같은 중소기업은 열 개도 더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강대한 부와 권력의 소유자, 강운그룹 회장마저 긴장하게 만드는 거물들이었다.더욱 그들을 긴장하게 만든 건 이들의 배후에 있는 이안그룹의 이 회장이었다. S시에서도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거물!이 다섯 명의 거장 역시 이한승을 등에 업고 지금의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어떻게 다섯 분이 이 누추한 곳으로 함께 오셨습니까? 미리 알지 못해서 마중 나가지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강준상은 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고개를 바짝 숙였다. 그런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나머지 사람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공손히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아부 섞인 웃음을 지었다.필두에 선 영진그룹 방 회장은 이들 중에서도 같은 업계 탑으로 꼽히는 재력가였다.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강준상을 힐끗 보고는 입을 열었다."강 회장님,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인사치레는 사양하겠습니다. 강운그룹에 강우연 씨가 누구시죠?"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준상은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모두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구석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강우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강우연 역시 심장이 철렁해서 자신이 혹시 거장들에게 실수한 거라도 있는지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었다."강우연, 부르잖아!"강희연은 강우연이 저들의 눈밖에 난 것이 분명하다고 고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불렀다.강우연이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방 회장은 곧장 다가가서 지극히 공
“설마 한지훈이?”회의실 여기저기서 술렁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강준상 역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강우연에게 다가가 계약서를 빼앗아 들었다.“장하다, 장해! 이 다섯 업체가 우리 강운그룹에 원자재를 납품해 준다면 우리도 S시에서 한자리 당당히 차지할 수 있겠어! 수고했어, 우연아!”강우연은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러다가 어제 한지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 저 사람들이 그의 지인이란 말인가?하지만 나이로 따지면 아까 회장님들은 한지훈의 아버지뻘이었다.도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지?서경희도 달려와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님, 약속 지키셔야죠? 우리 우연이가 납품 업체랑 계약까지 따냈으니 총 책임자는 여전히 우리 우연이한테 맡겨야죠.”강준상도 감동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우연아, 열심히 해봐. 할아버지는 널 믿는다!”반면 강희연 일가는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성공이 눈앞에 있었는데 갑자기 납품 업체가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망할 한지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분통이 터진 강희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떠받드는 사람들을 노려보았다.강우연은 겸손한 자세로 더 노력하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한편, 강운그룹을 나선 다섯 회장님들은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지훈에게 곧장 다가갔다.그들은 한지훈의 뒤에서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 이한승을 보고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S시의 재벌 1위가 젊은 청년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니! 이 청년이 무슨 신분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비범한 인물인 건 확실했다.“이 회장님,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방 회장이 말했다.이한승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뒤, 한지훈에게 말했다.“한 선생님이 원하신 대로 다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한지훈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잘하셨어요.”말을 마친 그는 다섯 회장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이 회장님, 저분은 누굽니까?”궁금증을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전에 우리 가문과 친하게 지내던 선배님들이야. 예전의 친분을 봐서 내 부탁을 들어주신 거지.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해봐. 잘될 거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지훈 씨.”한지훈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우리 사이에 감사는 무슨. 삼계탕 다 끓은 것 같아. 가서 보고 올게.”잠시 후, 한지훈은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삼계탕을 식탁에 대령했다.“자, 밥 먹자.”고운이는 의자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삼계탕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고운이도 아빠가 해준 삼계탕 먹고 싶어.”강우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살코기만 골라내서 고운이의 그릇에 담아주었다. 그렇게 일가족은 오붓한 분위기 속에서 수저를 들었다.식사 중, 강우연이 잠시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오후에는 공장에 다녀와야겠어요. 파괴된 장비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 보고 필요한 부품들도 구매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폭행당한 직원들 문안도 다녀와야겠어요. 고운이 좀 부탁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숟가락을 들고 쑥스럽게 웃었다.한지훈은 커다란 닭다리 하나를 뜯어 그녀의 접시에 놓아주며 말했다.“내가 같이 가줄게.”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눈을 반짝 빛냈다. 사실은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와 같이 다니면 어딘가 안정감이 들었다.“그럼 고운이는 어쩌죠?”강우연의 질문에 한지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용일이 부르면 되지.”“고운아, 오후에는 용일 삼촌이랑 잠시 놀고 있을래?”그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물었다.“좋아! 고운이는 용일 삼촌이 너무 좋아!”한고운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날 오후, 용일은 약속한 시간에 저택으로 와서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공장으로 갔다.난동사건으로 운영이 중단된 공장 상태는 처참했다.공장 직원들도 무서워서 도망간 인원이 태반이었다.강우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공장 상
건장한 체구를 가진 대머리가 입에 담배를 물고 부하들 틈을 비집고 앞으로 나왔다.그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더니 누런 금니를 드러내며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왕 공장장, 어제 그렇게 경고했는데 왜 그렇게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 지금 저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우리랑 한판 붙겠다는 거야?"강우연은 왕재석을 제치고 앞으로 나가서 웃으며 물었다."안녕하세요, 강우연입니다. 저는 본사 직원인데 이번에 공장 재건을 담당했습니다. 얼마면 조용히 물러나 주실 수 있을까요?"순진한 강우연은 그들에게 적당한 돈만 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대머리는 미모의 여인을 보자 홀린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오전 회의 때문에 각별히 메이크업에 신경 써서인지 강우연의 미모는 오늘따라 더 눈부셨다."이름을 들어보니 강씨 가문인가? 강가에 이런 미인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예쁜이, 오늘 오빠랑 나가서 술 한잔할래?"대머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순간 겁에 질린 강우연이 뒤로 뒷걸음질쳤다.그 순간!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대머리의 손이 허공에서 한지훈에게 잡혔다."내 마누라야.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한지훈은 살기등등한 기세로 앞으로 나서며 대머리의 손목을 꺾어버렸다.감히 누구를 희롱해!대머리는 골절된 손목을 잡고 흉악한 목소리로 소리질렀다."이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다 같이 덤벼! 저 여자만 제외하고 한 놈도 살려두지 마!"강우연은 홀로 수십 명을 상대하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겁에 질려 소리질렀다."지훈 씨, 빨리 피해요!"하지만 한지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래 봐야 동네 양아치야. 내가 혼자 해결할 수 있어!"말을 마친 그는 가공할 속도로 달려나가 발차기를 날렸다. 순식간에 한놈이 중심을 잃더니 뒤에 있는 네댓 명의 장정들과 같이 멀리 튕겨져 나갔다.그 뒤로는 일방적인 전투가 진행되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홀로 가볍게 놈들을 제압해 버렸다.난봉꾼들은 저마다 바닥을
그 말을 들은 왕재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장해성이라는 인간을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 일대에서 오성파는 무법자로 통해요. 슬하에 무려 백 명이 넘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고 예전에 사건을 저질러서 감옥에 갔다가 석방됐다고 하는데 조폭 세계에서는 굉장히 발이 넓은 자입니다. 근처 공장들을 돌아다니며 보호비를 받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해요. 오늘 남편분께서 팔을 부러뜨린 그놈은 장해성의 직속 부하예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더 늦기 전에 강 부장님이랑 어서 돌아가세요. 두 분이 여기 없으면 장해성도 우리한테 뭐라고 하지는 못할 겁니다."옆에서 듣고 있던 강우연이 말했다."공장장님, 저희는 돌아갈 수 없어요. 어차피 일은 이미 발생했고 사건의 발단은 저 때문에 생겼으니 제가 책임지고 해결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뒤돌아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는 일단 좀 피해 있어요. 난 여자니까 놈들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 못할 거예요. 안 되면 신고해야죠, 뭐."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신고로 해결될 문제였으면 놈들이 이렇게 대놓고 설치지는 않았을 거야. 사람을 때린 건 나이니 내가 남을게. 당신은 공장님이랑 여기 정리 좀 부탁해.""그렇지만…."강우연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지만 한지훈은 급기야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그녀가 떠나자 한지훈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송호문에게 전화를 걸었다."송 청장님, S시 치안관리가 이 정도로 실망스러울 줄은 몰랐네요!"그 시각 송호문은 S시 각 관할 경찰서 서장들, 강력계 팀장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그들은 한자리에 모여 어떻게 하면 S시의 치안 수비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맨 앞에서 브리핑을 듣고 있던 송호문이 당황한 말투로 한지훈에게 물었다."한 선생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강운그룹 산하의 공장이 조폭 조직의 습격을 받았어요! 두목이 장해성이라고 하더군
"송 청장님,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신 겁니까? 아까 전화 온 분은 누구신데요?"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원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서 물었다.송호문은 싸늘한 시선으로 상대를 쏘아보며 말했다."내가 화를 내? 아니, 난 화난 게 아니야! 두려운 거라고! 그분 앞에서는 이 송호문이도 벌벌 떠는 개미에 불과하다고! 그분 한 마디면 S시 전체가 발칵 뒤집힐걸? 한민학, 소지성 같은 인물들도 그분 앞에서는 고개도 들지 못해! 금조그룹이 어떻게 됐는지 잊었어? 그분 작품이야!""그분 사모님이 관리하는 공장이 지 서장 관할구에 있는데 조폭들의 습격을 받았다잖아! 지 서장 자네 이거 제대로 해결 못하면 큰일 나! 모가지가 날아간다고! 도대체 치안 관리를 어떻게 했으면 조폭이 대낮에 판을 치고 돌아다녀?!"지찬웅은 머리가 어지럽고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경찰청 청장인 송호문까지 벌벌 떨게 하는 존재라면 관할서 서장 옷을 벗기는 건 일도 아닐 터!그들 모두 금조그룹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건경과는 기밀로 분류되어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그 사건기록지를 본 사람은 송호문밖에 없었다.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이 사건이 거대한 세력과 깊게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소문으로만 들은 소리지만 나중에 용각에서 직접 그 사건자료를 인계 받아 가져갔다는 얘기도 돌았었다.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설마 용경 사람인가?’지찬웅뿐만 아니라 다른 인원들도 착잡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이때, 핸드폰 진동음과 함께 지찬웅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결과 나왔어?"양규혁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장님, 결과 나왔어요. 이 장해성이란 놈이…."결과를 전해들은 지찬웅은 송호문에게 그대로 전했다. 서림구의 장해성은 조폭 세계에서는 꽤 유명인사였다. 수하에 백 명이 넘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관리하는 유흥업소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장해성이 이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었던 건 배후에 정도현
공장 밖을 지키던 직원들은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악명이 자자한 장해성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그의 등 뒤에는 백 명이 넘는 조폭들이 살기를 뿜으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매일매일 성실하게 일해서 밥벌이나 하는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겁에 질린 일부 직원들은 부리나케 도망쳤다.장해성은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며 뚜벅뚜벅 한지훈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가 단추를 풀고 외투를 벗자 옆에 대기하고 있던 부하가 나와서 외투를 받았다.장해성은 각진 얼굴에 사나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후!”그는 하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앞에 있는 공장 직원들에게 물었다.“내 애들 건드린 자가 누구지?”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지훈에게로 향했다.한지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나야. 내가 그랬어.”장해성은 한지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배를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이놈 다리 두 개 부러뜨려서 내 앞에 무릎 꿇려. 어린 놈이 건방지네.”장해성이 살아온 인생에서 한지훈처럼 대드는 자들의 말로는 다 비슷했다.그의 뒤에서 쇠파이프를 든 장정들이 나오더니 험악한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소리를 들은 강우연은 다급히 공장 밖으로 달려 나왔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보인 건 한지훈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조폭이었다.“지훈 씨!”하지만 그 순간!요란한 소리와 함께 쇠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졌다.한지훈에게 달려들었던 네 명의 장정이 공중을 날아 바닥을 뒹굴었다. 한 명은 기절해서 정신도 못 차리고 있었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뒤에서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장해성은 제자리에 꿋꿋이 서 있는 한지훈을 보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싸움 좀 하네? 그래도 혼자서 백 명은 무리지 않겠어?”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등 뒤에서 수십 명의 조폭들이 칼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달려나왔다.한지훈은 피식 냉소를 짓고는 그들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등골이 오싹하게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