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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강유호는 한월을 흘끔 보았다.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녀는 아마 큰아버지가 말한 비서일 것이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전 의도적으로 지각한 것이 아니라 오는 길이 막혀서......"

한월은 감히 강유호를 쳐다보지 못하고 허리를 굽힌 채 낮게 말했다.

"한월,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때 최연희가 한걸음 다가가더니 조금 화를 내면서 말했다.

"이 사람은 우리 회사에서 갓 채용한 경비원이라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경비원?"

한월은 들고 있던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더니 사진과 강유호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최연희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부사장님, 제가 잘못 본 게 아니에요. 이 분께서는 저희 회사의 새로운 대표님, 강 대표님이세요."

"뭐?!"

주위 모든 사람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 강유호를 바라 보았다!

"저기요, 잘못 본거 아닌가요?"

이지는 입술을 깨물면서 한월을 보았다.

"이 사람의 이름은 강유호고 저와 같은 반에 다녔었어요. 이렇게 초라하게 입은 사람이 어떻게 대표님이에요?"

그럴 리가 없었다! 세상에 어디 대표가 싸구려 옷을 입고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닌다는 말인가? 또한 아까 동창 모임에서 누구도 강유호와 말을 걸지 않았었다!

"사람을 잘못 봤다고요?"

한월은 휴대폰을 이지에게 보여주었다.

"자세하게 봐봐요. 저희 강 씨 어르신이 친히 저에게 새 대표님 이름이 강유호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대화 기록에 대표님 사진도 있어요, 당신 절로 봐봐요!"

"웅!"

순간 이지는 머릿속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렸고 강유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곁에 있던 최연희도 입술을 꽉 악물었다. 그녀는 비록 부사장으로 ZY 엔터테인먼트에서 권세가 대단하지만 이곳은 결국 강 씨 가문 산업이었다. 아까 그녀가 대표를 해고시킨다고 하다니......

"오, 오빠......"

최연희는 어두운 얼굴로 강유호 곁에 다가가 낮게 불렀다.

"연배에 어울리지 않지 않나?"

강유호는 싸늘하게 웃었다.

"이지는 내 동창이고 당신은 이지의 작은 이모잖아. 오빠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어."

"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최연희는 고개를 떨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유호는 손을 저으며 그녀의 말을 끊더니 고개를 돌려 경비 책임자를 보았다. 지금 경비 책임자는 완전히 넋이 나갔고 몇 걸음 비틀거리더니 땅에 주저앉는 것이었다.

"넌 해고야."

강유호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 후 몸을 돌려 회사에 들어갔다.

사람 한 무리가 호호탕탕하게 강유호 뒤를 따랐고 직원들이 수군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지와 최연희도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둘은 완전히 고분고분해졌고 종종걸음으로 그를 바짝 따랐다.

ZY 엔터테인먼트는 정말 너무 화려했고 인테리어는 황궁처럼 번쩍번쩍했다. 새 대표님이 왔다는 소식이 전 회사에 퍼져 길에 직원들이 모두 인사를 건넸다.

대표 사무실은 11층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강유호는 의자에 앉았다.

정말 기품 있어. 강유호는 속으로 감탄했다. 삼 년 전 가문에서 쫓겨난 뒤로부터 이렇게 멋진 곳에 와본 적이 없었다.

"대...... 대표님......"

이때 이지와 최연희도 들어와 얌전하게 탁자 옆에 섰다.

최연희는 비록 이지의 작은 이모지만 관리를 잘했기에 둘은 자매처럼 보였다.

"오빠, 제가 사과할게요......"

최연희는 이를 악물더니 이렇게 말했다.

"오빠, 이지가 저희 회사와 계약할 수 있나요... 오빠, 계약만 할 수 있다면 전 무슨 일도 할 수 있어요."

"무슨 일도 다하겠다고?"

강유호가 피씩 웃으며 말하려고 할 때 마침 비서 한월이 노크하고 들어왔다.

"대표님, 류 씨 가문의 류지원이 찾아왔습니다."

류지원? 생각만 해도 화나네.

강유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꺼지라고 해."

"네."

--

류 씨 가문 별장. 할머니가 임시 모임을 주최하여 가문 몇 백 명이 한 곳에 모였다.

"할머니, ZY 엔터테인먼트는 너무 해요!"

류지원은 분노에 얼굴이 시뻘겋게 되었다.

"제가 합작하려고 찾아갔는데 저더러 꺼지라고 하잖아요! 꺼지라네요! ZY 엔터테인먼트는 저희 가문을 낮잡아보는 게 분명해요!"

류 씨 가문 자제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ZY 엔터테인먼트 확실히 그럴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류 씨 가문은 어쩔 수 없었다.

"됐다."

할머니는 손을 저었다.

"듣건대 ZY 엔터테인먼트에 새로 부임한 대표가 갓 스무 살이 넘었다고 하더라. 어른 나이에 성적을 이뤘으니 건방질 수도 있지. 태도가 좋지 않다 하여도 우리는 계속 찾아가서 합작을 노려야 해, 누가 갈 거냐?"

뭐?!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또 찾아가야 한다고? 류지원에게 꺼지라는 말까지 했는데 계속 찾아간다고? 누가 가려고 하겠어?!

할머니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모두 염치없이 찾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ZY 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한다면 류 씨 가문은 큰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니 포기할 수 없었다!

류지원은 주먹을 쥐고 있다가 갑자기 냉소를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할머니, 류신아에게 맡기는 것이 어떨까요?"

"류지원, 너!"

류신아는 입술을 악물었다. 그녀는 류지원이 트집 잡기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왜?"

류지원은 한 마디 반문했다.

"너도 류 씨 가문 사람이잖아. 네가 맡은 회사가 지금 10억이나 적자를 봤잖아? 회사 경영을 제대로 못하는 건 둘째 치고 가문을 위해 힘도 쓰지 않을 셈이야?"

류지원은 이렇게 말하더니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전 류신아에게 이 일을 맡길 걸 건의해요."

할머니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가문에서 류지원을 가장 좋아하기에 그의 말대로 류신아를 바라 보았다.

"신아야, 이 일은 너에게 맡기마. 내일 시간에 맞춰 ZY 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가거라."

"할머니, 전......"

류신아가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할머니는 손을 저었다.

"됐다, 이만 돌아가거라."

할머니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몇 백 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들 속으로 자신이 아닌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온 류신아는 너무 속상했다. 이건 완성할 가능성이 없는 임무였다. 내일 어떻게 찾아간단 말인가?

류신아는 마음이 복잡하여 생각을 접어두었다. 그녀는 친구인 조윤아와 서연을 불러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과연 친구들이 오니 류신아는 기분이 좋아졌다.

"신아야, 그 쓸모 없는 놈은?"

조윤아는 소파에 앉아 와인 잔을 흔들더니 한 모금 마셨다.

류신아는 당연히 그녀가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침을 차려놓고 나가더니 아직까지도 들어오지 않았어."

"신아야, 넌 정말 인내심도 좋아."

조윤아는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난 강유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나. 지금 너의 회사에 자금이 부족하잖아. 만약 능력 있는 남자에게 시집갔으면 10억은 내놓지 못하더라도 5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을 텐데. 강유호는 500만도 내놓지 못해."

이렇게 말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었다. 강유호가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비가 내린 것이다. 아침에 이지 때문에 전동스쿠터가 망가져서 그는 걸어오느라 비를 쫄딱 맞았다.

"아이고, 호랑이도 말하면 온다더니."

조윤아는 그를 흘깃 바라 보았다.

강유호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검은 비닐 봉지를 소파 위에 놓았다.

"강유호, 네가 무슨 체면으로 돌아와?"

이때 이여화가 어두운 얼굴로 거실에서 나왔다.

만일 강유호가 류지원에게 말대꾸를 하지 않았다면 류지원이 어떻게 류신아를 추천하겠는가?

이여화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넌 점점 규칙을 모르는구나. 연말 모임에서 류지원에게 대꾸하는 것도 모자라 무슨 체면으로 집까지 돌아와? 집에 들어올 때 신발 벗고 들어올 줄 몰라? 발자국이 한 줄로 찍혔잖아, 그리고 그렇게 더러운 봉지를 소파에 놓는 거야? 너 이 집에서 지내고 싶지 않구나? 그럼 얼른 꺼져!"

강유호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그가 방을 더럽혔지만 몇 년 동안의 가사일은 모두 그가 한 것이었다.

강유호도 화를 내지 않았다. 만약 이여화와 진지하게 따졌다면 그는 일찍부터 화병에 죽었을 것이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류신아 앞에 다가가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여보, 회사에 급전 10억이 필요하지? 나에게......"

"아이고."

곁에 있던 조윤아가 웃으면서 강유호의 말을 끊더니 그를 흘겨보는 것이었다.

"사람은 정말 뻔뻔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 변변치 못한 것도 모자라 남의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다니. 신아가 10억이 필요한데 넌 조금도 도와주지 않으면서도 그런 말을 꺼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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