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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또 그 친구들이야?

Author: 서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7 04:09:36

도어락이 열렸다.

“나 왔어.”

로로가 현관에 구두를 벗어 던졌다.

거실에서는 TV가 켜져 있었고, 기태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안 잤어?”

“기다렸어.”

“나 별로 안 늦었는데?”

열 시 오십 분.

로로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기태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의 허벅지에 머리를 올렸다.

“아, 배 터져.”

“많이 먹었어?”

“곱창에 대창에 볶음밥.”

“나랑 고기 먹기로 한 건 까먹고?”

“아.”

로로가 슬쩍 눈을 올렸다.

“아직 삐졌어?”

“안 삐졌어.”

“삐졌네.”

“아니라니까.”

“너 삐지면 말 짧아져.”

기태가 결국 웃었다.

“누가 약속을 잊으래?”

“미안해.”

로로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잡았다.

쪽.

“됐어?”

“아니.”

반대쪽에도 쪽.

“이제?”

“부족한데.”

“비싸네, 한기태.”

이번에는 입술에 찐한키스를했다

그제야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술 냄새.”

“아, 진짜!”

로로가 그의 가슴을 때렸다.

“앞으로 술 먹고 너랑 키스 안 해.”

“그건 안 돼.”

“싫거든?”

기태가 웃으며 로로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씻고 와.”

“귀찮아.”

“씻어.”

“같이?”

“알았어.”

로로와 기태는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함께 샤워를 마치고 나온 로로는기태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말려줘.”

“아까는 귀찮다며.”

“네가 말리면 안 귀찮아.”

기태가 드라이기를 들었다.

윙—

따뜻한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를 훑었다.

그때 로로의 휴대폰이 울렸다.

[박승철]

― 집 갔냐 돼지야

로로가 피식 웃었다.

― ㅇㅇ

곧이어 또 하나.

[장혁]

― 씻었냐.

― 씻었거든 장여사ㅡㅡ

뒤에서 드라이기 소리가 멈췄다.

“장혁?”

“응.”

“집에 왔는데도 연락해?”

“도착하면 연락하랬거든.”

“왜?”

로로가 고개를 돌렸다.

“몰라. 원래 그래.”

“원래?”

“응. 셋 중에 누구든 늦게 들어가면 연락해.”

“20년 동안?”

“그렇지?”

로로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휴대폰을 봤다.

기태는 잠시 말이 없었다.

“로로야.”

“응?”

“나 걔들한테 언제 소개해줄 거야?”

“누구?”

“장혁이랑 박승철.”

로로가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우리 3년 만났잖아.”

“응.”

“같이 산 지도 일 년 반이고.”

“그래서?”

“걔들은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도 모른다며.”

“응.”

“내 이름도?”

로로가 잠시 고민했다.

“아마?”

기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게 안 이상해?”

“뭐가?”

로로에게는 정말 이상하지 않았다.

연애는 연애.

친구는 친구.

굳이 두 관계를 섞을 필요가 없었다.

“기회 되면 소개해줄게.”

“진짜?”

“응.”

“언제?”

“언젠가.”

“그게 언제인데.”

“아, 몰라.”

로로가 몸을 돌려 기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졸려. 자자.”

기태는 한숨처럼 웃었다.

“그래.”

아직은 그걸로 충분했다.

다음 날 회사.

“한 팀장님.”

복도에서 기태와 마주쳤다.

“네, 한 팀장님.”

어젯밤 한 침대에서 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직원들 앞에서는 완벽한 직장 동료였다.

“요청하신 원석 데이터입니다.”

“감사합니다.”

“확인하시고 수정사항 있으면 말씀 주세요.”

“네.”

서류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그대로 지나쳤다.

뒤따르던 민지가 로로 옆으로 붙었다.

“팀장님.”

“왜?”

“두 분 진짜 안 친하시죠?”

“누구?”

“2팀 한 팀장님이요.”

로로가 웃음을 참았다.

“회사 동료지.”

“2팀에서는 인기 엄청 많던데.”

“그래?”

“지수 씨가 좋아한다는 소문도 있어요.”

로로는 아무렇지 않았다.

“좋아하라고 해.”

“진짜 관심 없으시네.”

“남의 연애에 내가 왜 관심 있어.”

로로가 사무실 문을 열었다.

“남의 팀 남자 말고 우리 시안이나 봐. 오늘 세 개 나와야 돼.”

“넵.”

로로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질투할 이유도 없었다.

기태가 알아서 선을 지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로로에게 사랑은 상대방을 소유하는 일이 아니었다.

점심시간.

휴대폰이 울렸다.

[한기태]

― 오늘 저녁은 나랑 먹는 거 맞지?

로로가 웃었다.

― ㅇㅇㅋㅋ 오늘은 안 까먹음

― 진짜?

― 사람을 뭘로 보고ㅡㅡ

― 어제 약속 까먹은 사람.

― 미안하다 했잖아ㅋㅋ

잠시 후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도 잊지 마.

로로가 눈을 깜빡였다.

토요일.

아. 소파.

기태가 한 달 전부터 거실 소파를 바꾸자고 했고, 이번 주 토요일 오후 두 시에 가구 쇼룸을 예약해놨다.

끝나고 로로가 좋아하는 고깃집까지 가기로 했다.

― 기억하고 있거든.

― 토요일 2시. 쇼룸.

― 넵 한기태 선생님

― 끝나고 고기.

― 무조건 기억함♡

기태에게 하트까지 보내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로부터 세 시간 뒤.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장혁]

― 야.

― 왜.

― 이번 주 토요일 비워.

― 왜?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강가에 있는 캠핑장이었다.

― 승철이 새끼 민원 때문에 뒤질 것 같대.

― 셋이 바람 쐬러 가자.

로로의 눈이 반짝였다.

셋이 마지막으로 캠핑을 갔던 게 언제였더라.

― 당일?

― ㅇㅇ

― 고기 있음?

― 내가 삼.

망설일 이유가 사라졌다.

― 콜ㅋㅋㅋㅋ

곧바로 셋의 단체방이 시끄러워졌다.

[박승철]

― 씨발 드디어 문명 탈출

[한로로]

― 넌 산에서도 민원 받을 듯

[박승철]

― 자연인한테 민원받기 전에 널 묻는다

[장혁]

― 토요일 11시. 내가 데리러 감.

[한로로]

― 소고기 사라

[장혁]

― 삼겹살.

[한로로]

― 안 감.

[장혁]

― 사줄게 돼지야.

로로가 낄낄거리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러다 손이 멈췄다.

토요일.

뭔가 있었는데.

“…….”

로로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아, 젠장.”

민지가 고개를 들었다.

“왜요?”

“나 토요일 약속 있었어.”

“또 까먹으셨어요?”

“아니! 이번에는 기억하고 있었어!”

“근데 친구분들이랑 약속하셨잖아요.”

“……그러게?”

민지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까먹은 거예요, 팀장님.”

로로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지금이라도 장혁에게 못 간다고 하면 됐다.

그런데 모처럼 셋이 가는 캠핑이었다.

쇼룸은 다음 주에도 갈 수 있고.

“기태한테 바꿔달라고 해야겠다.”

“네?”

“아무것도 아니야.”

그날 저녁.

고깃집.

로로가 고기를 뒤집으며 슬쩍 입을 열었다.

“기태야.”

“응.”

“우리 토요일 있잖아.”

“쇼룸?”

“응.”

기태가 로로를 바라봤다.

“왜?”

“다음 주에 가면 안 돼?”

기태의 젓가락이 멈췄다.

“무슨 일 있어?”

“혁이랑 승철이가 캠핑 가자네.”

“……캠핑?”

“응. 당일로.”

“셋이?”

“응.”

로로는 잘 익은 고기를 기태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셋이 놀러 간 지 오래됐거든.”

기태가 고기를 내려다봤다.

어제는 자신과의 저녁 약속을 잊었다.

이번에는 자신과의 토요일 약속을 미루려고 한다.

이유는 같았다.

“장혁이 가자고 했어?”

“응.”

그 이름이었다.

또.

장혁.

“다음 주에 쇼룸 가자. 응?”

기태가 잠시 로로를 바라봤다.

미안한지 평소보다 더 열심히 고기를 구워 자기 접시에 올려주는 여자.

기태는 결국 웃었다.

“알았어.”

“진짜?”

“대신 다음 주는 무조건이야.”

로로의 얼굴이 환해졌다.

“당연하지.”

“또 까먹으면?”

“내가 소파 산다.”

“비싼 걸로 고른다?”

“……적당한 걸로 하자.”

기태가 웃었다.

로로도 따라 웃었다.

별것 아닌 일이었다.

적어도 로로에게는.

친구들과 갑자기 약속이 생겼고,

남자친구와의 약속을 한 주 미뤘을 뿐이었다.

하지만 기태에게는 아니었다.

어제도.

오늘도.

자신보다 먼저 로로의 시간을 가져가는 이름.

장혁.

기태는 그날 처음으로 생각했다.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한로로의 스무 해를 차지하고 있다는,

그 장혁이라는 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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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사이에 이름은 없다.   73화. 이제 갈 수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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