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eil / 로맨스 /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 # 외전 4화. 이번에는 내가 고르는 약속

Partager

# 외전 4화. 이번에는 내가 고르는 약속

Auteur: Rionha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08 19:59:52

# 외전 4화. 이번에는 내가 고르는 약속

토요일 오후.

도윤은 준우네 집에서 열리는 생일 파티에 갔다.

태건은 아침부터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했다.

“네 시에 데리러 가는 거 맞지?”

민서가 물었다.

“응.”

“그럼 세 시간밖에 없네.”

“결혼 이야기하는 데 세 시간이 부족해?”

태건은 소파에 앉아 민서를 바라봤다.

민서는 식탁 위에 서류 몇 장을 펼쳐 두고 있었다.

태건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뭐야.”

“내가 준비한 말.”

“결혼 이야기하는데 서류가 필요해?”

“필요해.”

민서는 종이를 태건 쪽으로 밀었다.

가장 위에는 두 사람의 현재 생활이 적혀 있었다.

태건의 센터 근무와 소득.

민서의 학업과 프로젝트 일정.

공동생활비 분담.

도윤의 양육비와 돌봄 체계.

하연과의 정기 만남.

태건은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이거 우리 집 구할 때 다 이야기한 거잖아.”

“결혼하면 달라지는 게 있으니까 다시 보는 거야.”

“뭐가 달라져.”

“법적으로 가족이 되는 거.”

민서는 옆에 놓인 자료를 펼쳤다.

혼인신고 이후 달라지는 법적 관계와 재산 관리, 의료 상황에서의 보호자 지위, 주거 계약과 세금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이었다.

태건은 예상하지 못한 얼굴로 민서를 바라봤다.

“이걸 다 알아봤어?”

“응.”

“언제.”

“네가 계속 결혼 이야기할 때부터.”

태건은 서류를 다시 내려다봤다.

결혼이라는 말을 꺼낸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정작 결혼이 두 사람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깊이 알아보지 않았다.

좋아하고, 함께 살고, 오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민서는 마음이 부족해서 자료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오래 함께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외면하지 않은 것이었다.

“결혼하면 내 빚도 네가 책임져야 해?”

민서가 물었다.

태건의 표정이 굳었다.

“빚 있어?”

“없어.”

“그럼 왜 물어.”

“서로 모르는 게 있는지 확인하려고.”

민서는 질문 목록을 꺼냈다.

학자금 대출.

개인 채무.

보험.

저축.

가족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는 돈.

태건은 하나씩 대답했다.

학자금 대출은 없었다.

도윤을 키우며 생긴 소액의 생활비 대출도 이미 갚았다.

현재 저축은 많지 않았지만 매달 일정 금액을 모으고 있었다.

민서는 학교 연계 보증금 대출 일부가 남아 있었고, 자신의 수입 중 일정 부분을 비상금으로 모았다.

“비상금은 따로 가지고 있어도 되지?”

민서가 물었다.

“왜 안 돼.”

“결혼하면 돈을 전부 합쳐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공동생활비만 같이 쓰면 되지.”

태건은 별 고민 없이 대답했다.

“네가 번 돈까지 내가 관리할 생각 없어.”

“너도 개인 계좌 유지하고.”

“응.”

“대신 공동 저축은 만들자.”

“집 보증금 때문에?”

“집도 있고, 갑자기 쉬어야 할 때도 필요하고.”

태건은 도윤의 병원비와 자신의 계약 종료 가능성을 떠올렸다.

“얼마씩.”

“소득 비율로.”

“내가 더 낼게.”

“비율대로라니까.”

민서가 바로 잘라 말했다.

태건은 익숙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생활비를 이야기할 때도 비슷한 대화를 했었다.

둘은 결혼해도 한쪽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다음 질문에서 태건의 손이 멈췄다.

[결혼 후 도윤과의 법적, 생활적 관계.]

태건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이건 내가 설명할게.”

민서가 말했다.

“도윤이는 네 아들이고, 하연 씨가 친엄마야.”

“알아.”

“결혼한다고 내가 자동으로 도윤이 엄마가 되는 건 아니야.”

“그럴 생각 없어.”

“도윤이한테도 그렇게 말할 거고.”

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서는 말을 이어 갔다.

“그렇다고 같은 집에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야.”

“어디까지 생각했는데.”

“생활 안에서 필요한 정도.”

민서는 구체적으로 말했다.

태건이 늦는 날 도윤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유치원에서 연락이 오면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아이가 아픈 날 함께 병원에 갈 수도 있었다.

학교 행사에 참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윤의 중요한 의료 결정이나 교육기관 변경, 하연과의 만남 조율은 태건과 하연이 책임져야 했다.

“네가 없을 때 내가 보호자로 불릴 수는 있어.”

민서가 말했다.

“하지만 부모가 해야 할 결정을 나한테 넘기면 안 돼.”

“안 넘겨.”

“나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꾸 먼저 하지 않을 거고.”

태건은 민서가 자신의 역할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고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도윤이가 나중에 다른 호칭을 쓰고 싶다고 하면?”

그가 물었다.

“도윤이가 정할 일이야.”

“엄마라고 부르면.”

민서의 표정이 잠시 멈췄다.

“그때 다시 이야기해야지.”

“싫어?”

“좋고 싫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민서는 하연을 떠올렸다.

도윤에게 엄마는 이미 존재했다.

다른 집에 살지만 정해진 날에 만나고, 약속을 지키고, 아이의 생활을 조금씩 알아 가는 사람이었다.

“나는 민서 누나로 시작했잖아.”

“응.”

“그 이름으로 가족이 된 것도 괜찮아.”

태건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

이름을 바꿔야 관계가 깊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도윤에게 민서는 이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한 사람이었다.

“하연이한테 결혼 이야기해야 해?”

태건이 물었다.

“허락받을 필요는 없지.”

“그럼 언제 알려.”

“도윤이한테 말하기 전에.”

민서는 분명하게 말했다.

“도윤이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이니까.”

“왜 도윤이보다 먼저야.”

“하연 씨가 다른 데서 듣게 하고 싶지 않아.”

태건은 잠시 생각하다 동의했다.

하연은 결혼을 결정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도윤의 친모로서 아이의 생활 변화는 미리 알아야 했다.

“그리고.”

민서가 마지막 종이를 꺼냈다.

태건의 시선이 그녀의 손을 따라갔다.

종이에는 짧은 문장 하나만 적혀 있었다.

[결혼 후에도 각자의 진로를 유지한다.]

“이건 당연하잖아.”

태건이 말했다.

“당연한 건 말로 정해야 해.”

“네가 일 그만두겠다고 해도 말릴 건데.”

“왜 내가 그만둬.”

“그러니까.”

태건은 민서가 일을 포기하는 미래를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았다.

민서도 태건이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때까지 자신이 생활 전체를 책임지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아이를 더 갖는 건.”

민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태건의 눈빛이 움직였다.

두 사람이 그 문제를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원해?”

태건이 물었다.

“지금은 아니야.”

민서는 망설이지 않았다.

“학교도 남았고, 하고 싶은 일도 있어.”

“나도 지금은 생각 없어.”

“나중에는?”

태건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우리가 원하는지 다시 물어보자.”

“도윤이 동생 만들어 주려고 낳는 건 안 돼.”

“알아.”

“결혼하면 당연히 낳아야 한다는 것도 싫고.”

“그런 말 안 해.”

“너 말고 주변에서 할 수도 있잖아.”

태건은 자신과 민서가 감당해야 했던 시선을 떠올렸다.

어린 아빠.

아이 있는 남자와 사귀는 여자.

친엄마가 아닌 사람.

사람들은 관계를 이해하기 쉬운 이름 안에 밀어 넣으려 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가 정하자.”

그가 말했다.

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한 질문은 모두 끝났다.

식탁 위에는 두 사람의 미래가 숫자와 문장으로 펼쳐져 있었다.

태건은 종이를 한쪽으로 모았다.

“이제 내 말 해도 돼?”

“응.”

그는 소파 아래에 손을 넣었다.

민서의 눈썹이 올라갔다.

“거기 뭐 숨겼어?”

태건이 꺼낸 것은 작은 상자였다.

민서의 표정이 굳었다.

“반지 샀어?”

“아직 안 열었잖아.”

“상자 모양이 반지잖아.”

태건은 상자를 손에 쥔 채 말했다.

“네가 싫으면 바꿀 수 있어.”

“혼자 골랐어?”

“응.”

“왜.”

“청혼하려고.”

“우리 같이 고르기로 한 적 없는데.”

태건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조금 사라졌다.

“반지도 같이 골라야 해?”

“내가 평생 낄 건데.”

“마음에 안 들어?”

“안 봤어.”

“그럼 보고 말해.”

태건이 상자를 열었다.

얇은 은색 반지였다.

장식이 크지 않았고, 안쪽에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민서는 반지를 꺼내 안쪽을 확인했다.

[네가 고른 자리.]

민서의 손이 멈췄다.

“이건 누가 정했어?”

“내가.”

“언제 주문했어.”

“졸업 전에.”

“결혼 이야기 제대로 하기도 전에?”

태건은 대답하지 못했다.

민서는 반지를 상자에 다시 넣었다.

“이태건.”

“응.”

“너 또 답부터 정했어.”

태건의 입술이 굳었다.

졸업식 날 결혼 이야기를 꺼내려 했고, 민서가 대화를 미뤘을 때 거절당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반지를 먼저 준비했다.

자신의 마음이 확실하다는 걸 보여 주면 민서도 안심할 거라고 생각했다.

“미안.”

그가 말했다.

“좋아할 줄 알았어.”

“좋아.”

민서의 대답에 태건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걸 받는 건 내가 정하고 싶어.”

태건은 반지 상자를 내려다봤다.

“그럼 어떻게 해.”

민서는 상자를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태건의 표정이 달라졌다.

“가져가게?”

“응.”

“받는 거야?”

“아직.”

민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들어갔다.

태건은 따라가지 않고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뒤 민서가 돌아왔다.

손에는 부산 인턴십 때부터 사용했던 낡은 수첩이 들려 있었다.

민서는 그 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게 뭐야.”

“내가 일 년 전에 쓴 거.”

태건이 종이를 펼쳤다.

민서가 혼자 살 집을 구한 날의 기록이었다.

[내 생활을 먼저 만들고 싶다.]

[누군가와 산다면, 내가 선택해서 들어가고 싶다.]

[그 사람이 태건이면 좋겠다.]

태건은 마지막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민서는 반지 상자를 열어 반지를 꺼냈다.

그리고 태건 앞에 섰다.

“손 줘.”

태건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반대쪽.”

그는 왼손을 내밀었다.

민서는 반지를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이건 네가 준비했지만.”

민서가 말했다.

“받을지는 내가 정해.”

태건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그리고 청혼도 네가 먼저 해야 하는 건 아니야.”

민서는 태건의 손을 감쌌다.

“이태건.”

“응.”

“나랑 결혼할래?”

태건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자신이 반지를 내밀고, 민서의 대답을 기다릴 생각만 했다.

민서가 자신을 선택하는 순간을 상상하지 못했다.

“왜 대답 안 해.”

민서가 물었다.

“나한테 물어볼 줄 몰랐어.”

“싫어?”

“아니.”

태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거야.”

“뭘.”

“결혼.”

그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하게 떨어졌다.

“너랑 할 거야.”

민서는 그제야 웃었다.

태건은 민서의 손에서 반지를 가져갔다.

“껴 줘도 돼?”

“응.”

그는 반지를 민서의 왼손 약지에 천천히 끼웠다.

크기가 정확히 맞았다.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어?”

“전에 네 반지 봤어.”

“어디서.”

“서랍에 있던 거.”

민서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 서랍 열었어?”

“네가 옆에 있을 때.”

“그래도 말했어야지.”

“지금 그 얘기 해야 해?”

“중요하지.”

태건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미안.”

민서는 반지를 빼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물어봐.”

“응.”

결혼을 정한 순간에도 두 사람의 생활 규칙은 사라지지 않았다.

태건은 민서의 손을 잡아 입술을 댔다.

“민서야.”

“응.”

“이번에는 진짜 내 차례 해도 돼?”

“뭔데.”

태건은 민서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화려한 문장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나랑 결혼해 줘.”

민서가 눈을 맞췄다.

“응.”

“도윤이 엄마가 아니라.”

“알아.”

“내가 불쌍해서도 아니고.”

“그것도 아니야.”

“그럼.”

민서는 그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내가 너랑 살고 싶어서.”

태건은 더 확인하지 않았다.

민서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이 결혼을 정한 순간은 조용했다.

꽃도 없었고, 사진을 찍어 줄 사람도 없었다.

식탁 위에는 생활비 계산과 돌봄 계획이 적힌 종이가 흩어져 있었다.

그 현실적인 문장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선택했다.

오후 네 시가 가까워졌을 때 태건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준우 어머니였다.

도윤이 생일 파티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이었다.

태건은 민서를 놓지 않은 채 말했다.

“데리러 가야 해.”

“응.”

“도윤이한테 오늘 말해?”

민서는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봤다.

“하연 씨한테 먼저 알리기로 했잖아.”

“그럼 내일?”

“오늘 저녁에 연락하고, 내일 이야기하자.”

태건은 조금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받아들였다.

“가족식은.”

민서가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큰 결혼식은 안 하고 싶어.”

“나도.”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서 밥 먹자.”

“도윤이도 의견 물어보고.”

“식의 내용은 물어볼 수 있어.”

민서는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었다.

“결혼 여부는 이미 우리가 정했고.”

태건의 입가가 올라갔다.

“응.”

두 사람은 집을 나서기 전 잠시 현관 거울 앞에 섰다.

민서의 손에는 새 반지가 있었다.

태건의 손가락은 비어 있었다.

민서가 그의 손을 들여다봤다.

“너 반지는?”

“네 것만 샀어.”

“왜.”

“청혼 반지니까.”

“결혼반지는 같이 고르자.”

“응.”

“내가 골라도 돼?”

“같이 고른다며.”

“내가 네 거 고르고, 네가 내 거 골라.”

태건이 의심스러운 얼굴을 했다.

“너 이상한 거 고를 것 같은데.”

“싫으면 직접 고르든가.”

“같이 가.”

“알았어.”

결혼을 결정한 두 사람은 반지를 고르는 일부터 다시 협상했다.

현관문을 나서며 민서가 먼저 태건의 손을 잡았다.

이번 약속은 태건이 내민 손에 끌려간 것이 아니었다.

민서가 자기 발로 선택하고, 자기 목소리로 먼저 물은 약속이었다.

Continuez à lire ce livre gratuitement
Scanner le code pour télécharger l'application

Dernier chapitre

  •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 특별외전 2화. 나를 선택한 사람

    # 특별외전 2화. 나를 선택한 사람- 태건시점 - 결혼 다음 날, 나는 민서가 도윤에게 차이는 모습을 보며 눈을 떴다.도윤의 발이 민서의 뺨 가까이에 놓여 있었다.민서는 아이의 발목을 잡아 이불 안으로 밀어 넣었고, 도윤은 잠든 채 다시 다리를 뻗었다.“도윤아.”민서가 낮게 불렀다.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아이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미안.”“네가 왜 사과해.”“내 아들이라며.”잠이 덜 깬 채 대답했지만 민서가 웃는 소리는 분명히 들렸다.이상한 아침이었다.도윤은 내 옆에서 자고 있었고, 민서는 같은 반지를 낀 채 내 침대에 누워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우리 침대였다.나는 아직도 그 단어가 낯설었다.우리 집.우리 방.우리 침대.민서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절대로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말들이었다.처음 본 유민서는 지나치게 태연했다.길을 잃은 도윤을 붙잡고 있으면서도 울리지 않았고, 내가 나타났을 때 겁먹은 얼굴로 물러나지도 않았다.오히려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도윤이 아빠 맞아요?”확신하지 못하는 목소리였다.도윤이 나를 아빠라고 불렀는데도 의심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맞는데.”내가 대답하자 민서는 도윤을 바로 넘겨주지 않았다.“그럼 아이가 왜 혼자 있었어요?”첫 만남부터 따졌다.나는 그게 싫었다.도윤을 잃어버린 사람은 나였고, 아이를 찾을 때까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처음 보는 여자가 내가 부족한 아빠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잠깐 놓친 거야.”“잠깐이어도 아이는 무서웠을 수 있잖아요.”민서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그래서 더 싫었다.나는 틀린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화를 낼 수 있었다.맞는 말을 하는 사람 앞에서는 내가 잘못했다는 사실부터 마주해야 했다.그런데 도윤은 민서의 손을 놓지 않았다.“누나도 가.”도윤이 말했다.나는 그 말이 불편했다.아이는 원래 낯선 사람을 쉽게 따르지 않았다.어린이집 선생님에게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처음 보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 특별외전 1화. 내가 먼저 고른 사람

    # 특별외전 1화. 내가 먼저 고른 사람-민서 시점 - 결혼 다음 날 아침, 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태건의 얼굴이 아니었다.도윤의 발바닥이었다.정확히는 내 뺨 옆에 놓인 작은 발이었다.나는 눈을 뜬 채 한동안 그 발을 바라봤다.어젯밤 분명 도윤을 가운데 눕혔다. 그런데 자는 동안 세로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아이의 머리는 태건의 옆구리에 붙어 있었고, 두 다리는 내 쪽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도윤아.”작게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발을 살짝 밀자 아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내 얼굴 쪽으로 가져왔다.결혼 첫날밤의 다음 장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나는 결국 도윤의 발을 붙잡아 이불 안으로 넣었다.그때 태건이 눈을 떴다.“왜.”“네 아들이 나 걷어찼어.”태건은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도윤을 자기 쪽으로 끌었다.“미안.”“네가 왜 사과해.”“내 아들이라며.”잠긴 목소리로 대답하는 얼굴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이런 아침을 내가 선택했다는 사실이 이상했다.이태건을 처음 봤을 때의 나는 절대로 상상하지 못했을 장면이었다.그날의 태건은 무서운 사람이었다.검은 옷.굳은 표정.사람을 믿지 않는 눈.그리고 처음 보는 아이가 그를 보자마자 달려가 안겼다.“아빠.”도윤이 그 한마디를 내뱉었을 때, 나는 내가 알던 세상의 규칙 하나가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저런 사람이 아빠라고?그것도 저렇게 작은 아이의?나는 처음부터 태건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그가 도윤의 아빠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오히려 더 의심했다.아이는 왜 혼자 있었는지.태건은 왜 그렇게 늦게 나타났는지.아이를 제대로 돌보고 있는 것은 맞는지.지금 생각하면 태건 역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 것이다.자기 아이 옆에 붙어 있으면서 계속 따지는 여자.그런데도 나는 떠나지 않았다.도윤이 내 손가락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때는 아이를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것은 대단한

  •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 외전 5화. 우리 애가 다시 골랐다 [외전완결]

    # 외전 5화. 우리 애가 다시 골랐다 [외전완결]결혼을 정한 다음 날.태건과 민서는 하연을 먼저 만났다.장소는 도윤이 자주 가는 어린이도서관 근처 카페였다. 도윤과 하연의 정기 만남이 없는 날이라 세 사람만 마주 앉았다.하연은 민서의 왼손에 끼워진 반지를 발견했지만 먼저 묻지 않았다.태건이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우리 결혼하기로 했어.”짧은 말이었다.하연의 시선이 태건에게서 민서에게로 옮겨 갔다.놀란 표정은 오래가지 않았다.“축하해.”“고마워.”민서가 대답했다.하연은 물잔을 만지며 잠시 생각했다.“도윤이한테는 말했어?”“아직.”태건이 말했다.“너한테 먼저 알리기로 했어.”하연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허락을 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도윤보다 먼저 자신의 귀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결혼하면 바로 달라지는 게 있어?”하연이 물었다.“생활은 지금이랑 비슷해.”민서가 대답했다.“이미 같이 살고 있으니까.”“도윤이 돌봄은?”“지금처럼 태건이가 주로 맡고요.”민서는 준비해 온 말을 천천히 꺼냈다.“저도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만큼 제가 선택한 범위에서는 함께할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결정이나 하연 씨와의 일정은 두 분이 계속 직접 조율해 주세요.”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민서 씨한테 엄마 역할을 부탁할 생각은 없어요.”“알아요.”“도윤이가 결혼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하연은 잠시 망설이다 덧붙였다.“엄마가 바뀐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그 부분부터 설명하려고.”태건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엄마는 그대로 너라고.”하연은 그 말을 듣고 시선을 내렸다.도윤의 엄마라는 자리를 확인받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자신이 그 자리를 온전히 지켜 온 사람도 아니었다.그런데 태건은 하연의 과거를 없던 일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역할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었다.“가족식은 작게 하려고 해.”태건이 말했다.“가까운 사람들만 불러서 밥 먹는 정도로.

  •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 외전 4화. 이번에는 내가 고르는 약속

    # 외전 4화. 이번에는 내가 고르는 약속토요일 오후.도윤은 준우네 집에서 열리는 생일 파티에 갔다.태건은 아침부터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했다.“네 시에 데리러 가는 거 맞지?”민서가 물었다.“응.”“그럼 세 시간밖에 없네.”“결혼 이야기하는 데 세 시간이 부족해?”태건은 소파에 앉아 민서를 바라봤다.민서는 식탁 위에 서류 몇 장을 펼쳐 두고 있었다.태건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게 뭐야.”“내가 준비한 말.”“결혼 이야기하는데 서류가 필요해?”“필요해.”민서는 종이를 태건 쪽으로 밀었다.가장 위에는 두 사람의 현재 생활이 적혀 있었다.태건의 센터 근무와 소득.민서의 학업과 프로젝트 일정.공동생활비 분담.도윤의 양육비와 돌봄 체계.하연과의 정기 만남.태건은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이거 우리 집 구할 때 다 이야기한 거잖아.”“결혼하면 달라지는 게 있으니까 다시 보는 거야.”“뭐가 달라져.”“법적으로 가족이 되는 거.”민서는 옆에 놓인 자료를 펼쳤다.혼인신고 이후 달라지는 법적 관계와 재산 관리, 의료 상황에서의 보호자 지위, 주거 계약과 세금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이었다.태건은 예상하지 못한 얼굴로 민서를 바라봤다.“이걸 다 알아봤어?”“응.”“언제.”“네가 계속 결혼 이야기할 때부터.”태건은 서류를 다시 내려다봤다.결혼이라는 말을 꺼낸 사람은 자신이었다.그런데 정작 결혼이 두 사람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깊이 알아보지 않았다.좋아하고, 함께 살고, 오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민서는 마음이 부족해서 자료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오래 함께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외면하지 않은 것이었다.“결혼하면 내 빚도 네가 책임져야 해?”민서가 물었다.태건의 표정이 굳었다.“빚 있어?”“없어.”“그럼 왜 물어.”“서로 모르는 게 있는지 확인하려고.”민서는 질문 목록을 꺼냈다.학자금 대출.개인 채무.보험.저축.가족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는 돈.태건은

  •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 외전 3화. 졸업하는 아빠

    # 외전 3화. 졸업하는 아빠도윤의 유치원 발표회 날.태건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났다.도윤의 흰 셔츠를 다리고, 바지 주름을 펴고, 유치원에서 보내 준 안내문을 세 번 확인했다.준비물은 없었다.보호자는 열 시까지 강당으로 오라는 내용뿐이었다.그런데도 태건은 도윤의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아빠.”잠옷 차림의 도윤이 방문에 기대 서 있었다.“왜.”“오늘 가방 안 가져가.”태건의 손이 멈췄다.“알아.”“그런데 왜 봐?”“혹시 필요한 게 있나 해서.”“없어.”도윤은 하품을 하며 욕실로 걸어갔다.“나 노래 안 틀리게 해야 돼.”“집에서 계속 불렀잖아.”“친구들이 틀리면 나도 틀릴 수 있어.”태건은 웃지 않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지.”도윤이 욕실 앞에서 돌아봤다.“틀려도 돼?”“응.”“선생님 안 화내?”“발표회는 시험 아니야.”도윤은 안심한 얼굴로 욕실에 들어갔다.민서는 그때까지도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다.전날 프로젝트 회의가 늦게 끝난 탓이었다.태건은 침실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발표회 보호자는 자신과 하연이었다.민서는 집에서 쉬다가 오후에 만나기로 했다.도윤이 직접 정한 일이었고, 민서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그런데 태건은 괜히 침실 안을 한 번 더 바라봤다.민서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빠진 사람은 아니었다.이미 함께 돌아올 집에 있는 사람이었다.하연은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먼저 유치원 앞에 도착했다.짙은 남색 원피스 위에 얇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손에는 작은 꽃다발도, 선물도 없었다.유치원에서 꽃과 장난감을 가져오지 말아 달라고 안내했기 때문이었다.“엄마.”도윤이 하연을 발견하고 뛰어갔다.태건은 따라가지 않았다.하연이 아이 앞에 몸을 낮췄다.“긴장돼?”“조금.”“엄마도 조금 긴장돼.”“엄마는 노래 안 하잖아.”“도윤이 보는 게 처음이니까.”도윤은 잠시 하연을 바라보다 손을 내밀었다.“같이 들어가.”하연은 아이의 손을 잡았다.강당에는

  •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 외전 2화. 엄마가 오는 토요일

    # 외전 2화. 엄마가 오는 토요일“엄마, 내 집 봐.”도윤이 하연의 손을 잡아당겼다.하연은 현관 안쪽을 한 번 더 바라봤다.거실 바닥에는 새 수납장이 놓여 있었고, 민서의 책상 옆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조명이 기대어 있었다. 소파 위에는 태건의 겉옷과 도윤의 작은 가방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누군가의 집을 구경하는 일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것이 보였다.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누구의 물건이 어디에 놓이는지.자신이 없는 시간 동안 어떤 생활이 만들어졌는지.“잠깐 보고 가세요.”민서가 다시 말했다.하연은 그제야 신발을 벗었다.“실례할게요.”“엄마, 여기.”도윤은 하연이 신발을 정리할 틈도 주지 않고 작은방으로 데려갔다.방문 안쪽에는 자동차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창문 아래 낮은 침대에는 공룡 이불이 깔려 있었다.벽 한쪽 수납장에는 자동차와 기차가 줄을 맞춰 들어가 있었다.“이게 파란 자동차.”도윤이 가장 먼저 꺼낸 것은 민서의 이전 집에 두고 다니던 장난감이었다.“누나 집에 있던 거 기억나?”하연은 자동차를 받아 들지 않고 아이가 든 모습을 바라봤다.“응. 도윤이 자리라고 했던 거.”“이제 여기 있어.”“좋겠다.”“엄마 집에도 내 거 있어?”질문은 망설임 없이 나왔다.하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응.”태건이 그녀를 바라봤다.하연은 도윤에게 설명했다.“지난번에 같이 산 기차책이랑 도윤이 쓰는 컵 하나 있어.”“내 컵?”“초록색.”“왜 나한테 안 보여 줬어?”“도윤이가 엄마 집에 올 수 있게 되면 보여 주려고 했어.”도윤은 곧바로 물었다.“나 언제 가?”하연은 태건 쪽을 보지 않았다.도윤에게 묻고, 태건이 대신 답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피하지 않았다.“아직 날짜는 안 정했어.”“왜?”“엄마 집에서 도윤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지 아빠랑 먼저 확인해야 해.”“침대 있어?”“도윤이가 낮잠 잘 수 있는 자리부터 만들려고.”도윤은 자신의 방을 돌아봤다.“내 침대는 여기 있는데.”“맞

Plus de chapitres
Découvrez et lisez de bons romans gratuitement
Accédez gratuitement à un grand nombre de bons romans sur GoodNovel. Téléchargez les livres que vous aimez et lisez où et quand vous voulez.
Lisez des livres gratuitement sur l'APP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