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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하 씨, 그 사람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마세요.”
입사 이틀째.
상사와 처음으로 함께한 점심 식사에서 들은 말이었다.
나는 젓가락으로 집어 든 고기를 입에 넣지도 못한 채 멈췄다.
“네?”
“아, 아직 누군지 모르겠구나.”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곧 알게 될 거예요. 같은 층에서 일하니까.”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회사 사람들의 이름조차 다 외우지 못한 상태였다.
누가 어느 부서에서 일하는지,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친해지면 안 되는 사람이 생겼다. 그것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정치질을 좀 해요.”
차유라 센터장은 고기를 한 점 더 집었다.
“괜히 가까이 지내다가 휘말리지 말라는 뜻이에요. 서하 씨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아…… 네.”
“회사 생활은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나는 웃었다. 정확히는 웃어야 할 것 같아서 웃었다.
그날 내가 배운 첫 번째 회사 생활의 규칙은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누구와 친해져야 하는지.
누구와 거리를 둬야 하는지.
그리고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을 정하는 사람이 내 눈앞에 앉아 있었다.
이상한 점은 따로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누군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날 이후 나는 사무실에서 누군가 인사를 건넬 때마다 생각하게 됐다.
혹시 저 사람이 그 사람인가?
입사 이틀 만에 생긴 습관이었다.
그리고 그 습관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세상이 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새로운 회사에 출근한다는 사실만큼은 그랬다.
월요일 아침.
나는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났다.
전날 밤 미리 골라놓은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정리했다.
거울 앞에 서서 재킷의 어깨선을 만졌다.
“좋아.”
괜찮았다.
누가 봐도 일 잘하게 생긴 직장인 같았다.
물론 외모가 업무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특히 첫 출근이라면 더더욱.
나는 거울을 향해 웃어 보였다.
“이번에는 진짜 잘해보자.”
내가 입사하게 된 곳은 루미에르 크리에이티브.
국내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기업이었다.
최근 해외 사업을 확장하면서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있었고, 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합격했다.
채용 공고에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가득했다.
글로벌.
브랜딩.
콘텐츠.
프로젝트 기획.
성장 가능성.
그 단어들을 보는 순간부터 이 회사에 가고 싶었다.
무엇보다 면접에서 만난 상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차유라.
루미에르 크리에이티브 브랜드전략센터장.
그녀는 면접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저는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보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좋아요.”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저도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편입니다.”
“좋네요. 저희 팀은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을 거예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서하 씨가 오면 같이 재미있는 일 많이 해봐요.”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새로운 회사에서 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래서 입사 전날 밤까지 회사 홈페이지를 살펴봤다.
기존 프로젝트를 찾아보고, 경쟁사 사례를 조사하고, 최근 업계 트렌드를 정리했다.
첫날부터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준비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호기롭게 회사로 향했다.
오전 8시 52분.
회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유리 외벽으로 둘러싸인 건물은 생각보다 높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꼭대기 층을 바라봤다.
여기서 내가 일하게 되는구나.
묘하게 설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직원이 나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출근하는 이서하입니다.”
“아, 신입 분이시구나. 잠시만요.”
그녀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인사팀 직원이 나와 자리를 안내했다.
내 책상은 사무실 안쪽에 있었다.
창문에서는 맞은편 빌딩이 보였다.
책상 위에는 모니터와 키보드가 놓여 있었고, 작은 화분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이제 정말 시작이었다.
“오늘 센터장님은 언제 오시나요?”
인사팀 직원에게 물었다.
그녀는 잠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아, 오늘은 출근 안 하실 것 같은데요?”
“네?”
“외부 일정이 있으신가 봐요.”
나는 잠시 멈췄다.
첫 출근 날인데?
내 직속 상사가 없다고?
“그럼 제가 오늘 어떤 업무부터 진행하면 될까요?”
“음…….”
직원은 난처하게 웃었다.
“일단 계정 설정하시고, 회사 자료 한번 살펴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다른 업무가 있는지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나는 혼자 남았다.
모니터를 켰다.
새로 발급받은 계정으로 로그인했다.
메일함을 열었다.
받은 편지함은 비어 있었다.
사내 메신저도 확인했다.
아직 대화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들은 모두 바빠 보였다.
누군가는 회의실로 들어갔고, 누군가는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서로 익숙한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 사이에서 나만 혼자였다.
뭐부터 해야 하지?
잠시 고민했다.
누군가에게 물어볼까?
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몰랐다.
내 업무를 설명해 줄 사람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첫날부터 멍하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아침에 전달받은 근로계약서였다.
담당 업무 항목을 다시 읽었다.
브랜드 콘텐츠 기획.
디지털 채널 운영 지원.
시장 및 경쟁사 분석.
프로젝트 관련 업무.
나는 문장을 하나씩 살펴봤다.
그래. 여기 적혀 있는 일부터 해보자.
회사 홈페이지를 열었다.
운영 중인 공식 SNS 계정도 찾아봤다.
최근 게시물을 살펴보고, 경쟁사의 콘텐츠를 비교했다.
어떤 채널에서 반응이 좋은지.
어떤 형식의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는지.
브랜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처음에는 단순한 메모였다.
하지만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이 채널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운영해도 괜찮겠는데?
나는 새 문서를 만들었다.
제목을 입력했다.
[루미에르 크리에이티브 디지털 콘텐츠 운영 개선 제안]
조금 거창한 제목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 페이지에는 현재 채널의 특징을 정리했다.
두 번째 페이지에는 경쟁사 사례를 넣었다.
세 번째 페이지에는 개선 방향을 작성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직접 생각한 콘텐츠 아이디어를 추가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됐다.
나는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오후에도 계속 자료를 수정했다.
문장을 다듬었다.
표를 정리했다.
이미지를 추가했다.
누군가 시킨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이것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첫 번째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후 네 시가 조금 넘었을 때.
마침내 기획안이 완성됐다.
나는 파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확인했다.
오탈자를 수정했다.
제목을 조금 더 간결하게 바꿨다.
그리고 메일을 작성했다.
안녕하세요, 센터장님.
오늘부터 근무하게 된 이서하입니다.
첫 출근 후 담당 업무를 확인하고, 현재 운영 중인 채널과 관련 시장을 살펴보며 간단한 콘텐츠 기획안을 작성했습니다.
아직 내부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향후 업무 방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해 보았습니다.
확인 후 의견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메일을 세 번 읽었다.
너무 적극적으로 보일까?
괜히 아는 척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아니면 정말 좋아할까?
첫날부터 이렇게까지 준비했다고?
생각보다 일을 잘하는 직원이 들어왔네.
상사가 그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첨부파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딸깍.
메일이 발송됐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상하게도 면접 결과를 기다릴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나는 받은 편지함을 새로고침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했다.
보낸 지 일 분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나는 웃으며 다른 자료를 살펴봤다.
십 분 뒤.
다시 메일함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삼십 분 뒤.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바쁘신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오후 다섯 시.
메일함을 확인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오후 여섯 시.
퇴근 시간이 됐다.
나는 마지막으로 메일함을 열었다.
새로운 메일은 없었다.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첫날부터 답장을 기대하는 것이 욕심일 수도 있었다.
상사에게도 일정이 있을 테니까.
나는 노트북을 종료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일은 답장이 오겠지.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로 메일함을 열었다.
여전히 답장은 없었다.
조금 민망해졌다.
괜히 보냈나?
너무 의욕이 앞섰나?
입사 첫날부터 기획안을 보내는 직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좋은 의도로 한 일이잖아.
나는 잘하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날 밤 잠들기 전까지 메일함을 두 번 더 확인했다.
결국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전날보다 조금 편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오늘은 상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 보낸 기획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겠지.
어떤 부분이 괜찮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수정하면 좋을지.
앞으로 내가 맡게 될 업무는 무엇인지.
나는 머릿속으로 질문을 정리했다.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사무실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사람들이 한 여자를 향해 인사했다.
차유라 센터장이었다.
그녀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아, 서하 씨.”
“네. 어제부터 출근했습니다.”
“그렇죠. 잘 왔어요.”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적응은 좀 했어요?”
“네. 어제 회사 자료도 살펴보고 기획안도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나는 조금 기대하며 말했다.
혹시 메일을 봤을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아, 그래요?”
“네.”
“나중에 볼게요.”
그게 전부였다.
나는 잠시 멈췄다.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조금 허탈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에는 일렀다.
이제 막 출근했으니까.
오후에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그때 사내 메신저가 울렸다.
[서하 씨, 점심 같이 먹어요.]
발신자는 차유라 센터장이었다.
나는 곧바로 답장했다.
[네, 센터장님!]
기분이 좋아졌다.
드디어 상사와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는 메모장을 열었다.
어제 작성한 기획안.
향후 업무 방향.
팀의 목표.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물어보고 싶은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첫 점심 식사에서 너무 업무 이야기만 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아 몇 가지는 지웠다.
그래도 기대됐다.
내가 앞으로 함께 일할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때까지는.
점심 메뉴는 일본식 정식이었다.
회사에서 십 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식당이었다.
차유라 센터장은 걸어가는 동안 회사 건물들을 설명했다.
“저 건물에도 우리 계열사가 있어요.”
“아, 그렇군요.”
“여기는 생각보다 조직이 복잡해요.”
“네.”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들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오면 조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여러 부서가 협업하는 회사라면 더더욱.
식당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이전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지.
집은 회사에서 얼마나 먼지.
출퇴근은 괜찮은지.
나는 조금 긴장이 풀렸다.
생각보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차유라 센터장이 말했다.
“아, 그리고 서하 씨.”
“네?”
“회사에서 조심해야 할 사람이 몇 명 있어요.”
나는 물잔을 내려놓았다.
“조심해야 할 사람이요?”
“네. 여기 사람들이 다 좋은 건 아니거든요.”
그녀는 웃었다.
하지만 말투는 진지했다.
“특히 전략기획실에 있는 오 부장.”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아, 네.”
“그 사람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마세요.”
나는 잠시 멈췄다.
“혹시 이유가 있을까요?”
“그 사람이 좀 피곤해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남의 일에 관심도 많고, 여기저기 말 옮기는 것도 좋아하고.”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 그렇군요.”
“서하 씨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보면 알 거예요.”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운영팀에 있는 박 과장도 조심하세요.”
또 다른 이름이었다.
나는 속으로 두 이름을 외웠다.
오 부장.
박 과장.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나는 아직 두 사람의 얼굴도 몰랐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직접 경험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벌써 조심해야 할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차유라 센터장은 계속 이야기했다.
“회사에서는 누구 편인지가 중요할 때가 있어요.”
“네?”
“아무한테나 잘해줄 필요 없다는 뜻이에요.”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특히 우리 회사는 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관계가 복잡하거든요.”
그러고는 종이 냅킨을 한 장 꺼냈다.
펜으로 이름 몇 개를 적기 시작했다.
“여기가 대표님이고, 이쪽이 부대표님.”
그녀는 선을 그었다.
“이 사람은 대표님이랑 오래 일했고, 저 사람은 부대표님 쪽이에요.”
나는 냅킨을 내려다봤다.
회사 조직도를 설명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직책보다 인간관계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누가 누구와 친한지.
누가 누구를 싫어하는지.
누가 누구의 말을 듣는지.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지.
차유라 센터장은 마치 오래된 드라마의 등장인물 관계도를 설명하듯 말했다.
“이쪽 사람들은 우리 쪽이 아니에요.”
우리 쪽.
그 표현이 이상하게 귀에 남았다.
나는 아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저 어제 입사한 직원이었다.
그런데 상사의 말에 따르면 회사에는 이미 여러 편이 존재했다.
그리고 나는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 같았다.
“서하 씨는 제 팀이니까 제가 잘 챙길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니까 제 말만 잘 들으면 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 감사하다고 말한 것이 맞는 반응이었을까?
누군가를 싫어하라는 말을 듣고 감사하다고 한 셈 아닌가?
하지만 이미 말은 입 밖으로 나왔다.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센터장님, 어제 보내드린 기획안 관련해서요.”
“응?”
“혹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면 좋을지 여쭤봐도 될까요?”
차유라 센터장은 잠시 나를 바라봤다.
“벌써 일하려고요?”
그녀가 웃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제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해서요.”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네.”
“일단 사람들부터 파악해요.”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회사 생활은 결국 사람이에요.”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첫 업무 미팅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회사의 목표를 알고 싶었다.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점심시간 내내 들은 것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가였다.
그것도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
식당을 나설 때쯤 나는 깨달았다.
나는 회사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직책이나 업무 때문이 아니었다.
누구와 친해지면 안 되는지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사무실로 돌아온 뒤.
나는 복도에서 한 남자와 마주쳤다.
“어, 새로 오신 분이죠?”
그가 먼저 웃으며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이서하입니다.”
“반가워요. 저는 전략기획실 오현우입니다.”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멈췄다.
오현우.
전략기획실.
오 부장?
점심시간에 들었던 이름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웃었다.
“적응은 좀 하셨어요?”
“아, 네.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복잡하죠.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나는 복도에 잠시 서 있었다.
방금 만난 사람은 친절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런데 나는 그가 인사하는 순간부터 경계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그를 전혀 몰랐다.
그런데 이미 그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 사람은 정치질을 좀 해요.
상사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오현우 부장은 복도 끝에서 다른 직원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평범한 회사원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저 사람도 나를 모를 텐데.
그런데 내가 저 사람을 경계해야 할 이유가 정말 있는 걸까?
답은 알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오후 세 시.
나는 어제 작성한 기획안을 다시 열었다.
상사는 아직 아무런 피드백을 주지 않았다.
메일함을 확인했다.
답장은 없었다.
나는 문서의 첫 페이지를 바라봤다.
어제는 이 자료를 만들면서 꽤 즐거웠다.
새로운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상상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면 좋을지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내 머릿속에는 업무보다 사람들의 이름이 더 많이 남아 있었다.
오현우 부장.
박 과장.
대표이사.
부대표.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게 맞나?
그러다 곧 스스로를 타일렀다.
아직 이틀밖에 안 됐잖아.
너무 빨리 판단하지 말자.
나는 다시 업무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때 옆자리 직원이 말을 걸었다.
“서하 씨, 혹시 센터장님이랑 점심 드셨어요?”
“네.”
“아…….”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왜요?”
내가 묻자 그녀는 웃었다.
“아니에요. 그냥요.”
그리고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알고 있는 사람의 반응 같았다.
하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회사에 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그때까지는 그 이유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
오후 다섯 시 삼십 분.
퇴근을 준비하던 중 차유라 센터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서하 씨, 잠깐 제 방으로 올래요?]
나는 노트북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업무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조금 기대됐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차유라 센터장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앉아요.”
“네.”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잠시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나를 바라봤다.
“서하 씨, 오늘 오 부장이랑 이야기했어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네?”
“복도에서 이야기하는 거 봤는데.”
“아, 네. 처음 인사드렸습니다.”
“무슨 이야기했어요?”
나는 잠시 당황했다.
“그냥 새로 왔냐고 물어보셔서 인사드렸습니다.”
“그게 다예요?”
“네.”
그녀는 나를 잠시 바라봤다.
나는 괜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마치 무언가 잘못한 사람처럼.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상했다.
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복도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인사했을 뿐이었다.
차유라 센터장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제가 아까 말했죠?”
“네.”
“그 사람 조심하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괜히 친한 척하지 마세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 사람은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데 능숙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유라 센터장은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아, 그리고 어제 보낸 기획안은 나중에 볼게요.”
“네.”
“오늘은 이만 퇴근하세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내일 뵙겠습니다.”
문을 닫고 나오자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상하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혼난 것도 아니었다.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편한 걸까?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오후 여섯 시 십 분.
입사 이틀째.
아직 제대로 된 업무 지시를 받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켜야 할 규칙은 하나 생겼다.
상사가 싫어하는 사람과 친해지지 말 것.
나는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그날 밤.
나는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업무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제 작성한 기획안이 생각났다.
그리고 오늘 들었던 말들도 떠올랐다.
나는 새 문서를 만들었다.
제목은 '업무 일지'였다.
첫 번째 줄에 날짜를 입력했다.
그 아래에는 어제 했던 일을 적었다.
회사 시스템 확인.
근로계약서상 담당 업무 검토.
공식 채널 분석.
콘텐츠 기획안 작성 및 메일 발송.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했다.
상사와 첫 점심 식사.
회사 조직 및 인물 관계 설명.
업무 방향 관련 질의.
기획안 피드백 대기.
나는 마지막 문장을 입력하다가 멈췄다.
조금 더 적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을 적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문장 하나를 추가했다.
업무보다 사내 인간관계에 대한 설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짐.
나는 그 문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무슨 회사 일지를 이렇게 쓰냐.”
너무 딱딱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제출할 보고서 같았다.
나는 문장을 지우려다가 멈췄다.
아니지.
그냥 있었던 일인데 뭐.
결국 그대로 두었다.
문서를 저장했다.
파일명은 단순했다.
[입사 1주 차 업무 일지]
그때는 몰랐다.
앞으로 이 파일이 매주 하나씩 늘어나게 될 줄은.
그리고 언젠가 이 기록들이 나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될 줄은.
며칠 뒤.
나는 사무실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서하 씨.”
고개를 돌리자 오현우 부장이 서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적응은 좀 하셨어요?”
“네. 조금씩요.”
그는 웃었다.
“유라 센터장님이 잘 챙겨주시죠?”
나는 잠시 멈췄다.
“네.”
“다행이네요.”
그는 커피잔을 꺼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혹시 센터장님이 제 얘기 하셨어요?”
순간 손이 멈췄다.
커피 머신에서 뜨거운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네?”
그는 웃었다.
“아니, 그냥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새로 오는 직원들한테 제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내 표정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 한마디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오현우 부장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서하 씨.”
“네.”
“제가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이 회사에서 누가 누구를 싫어한다는 말은 너무 쉽게 믿지 마세요.”
나는 그를 바라봤다.
“왜냐하면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여기서는 사람을 싫어하는 데도 이유가 필요하거든요.”
“무슨 뜻이세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커피잔을 들고 탕비실을 나갔다.
나는 그 자리에 혼자 남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걸까?
상사는 그를 조심하라고 했다.
그는 상사의 말을 쉽게 믿지 말라고 했다.
나는 둘 중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미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 사실이 조금 무서웠다.
그날 오후.
나는 우연히 사내 공유 폴더에서 오래된 프로젝트 자료를 발견했다.
이전 담당자가 작성한 인수인계 문서였다.
파일명은 평범했다.
[브랜드전략센터 업무 가이드]
나는 반가운 마음에 파일을 열었다.
드디어 내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서에는 담당 업무와 주요 프로젝트가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상한 문장을 발견했다.
[업무 관련 주요 의사결정은 반드시 서면으로 확인할 것.]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 아래에는 또 다른 문장이 있었다.
[구두 지시와 최종 평가 기준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업무 진행 과정 및 수정 요청 사항을 기록할 것을 권장함.]
나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이게 무슨 뜻이지?
일반적인 인수인계 문서치고는 조금 특이했다.
업무 가이드라기보다는 누군가 남긴 경고문 같았다.
나는 파일의 작성자를 확인했다.
정하린.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사내 주소록에서 검색해 봤다.
검색 결과가 없었다.
이미 퇴사한 직원인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문서를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서 손을 멈췄다.
[특히 차유라 센터장과 관련된 업무는 최초 지시 내용과 변경 이력을 반드시 보관할 것.]
심장이 철렁했다.
나는 화면을 다시 읽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때 사내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서하 씨, 지금 뭐 하고 있어요?]
발신자는 차유라 센터장이었다.
나는 급하게 창을 전환했다.
[기존 프로젝트 자료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어떤 자료요?]
나는 망설였다.
굳이 숨길 이유는 없었다.
회사 공유 폴더에 있는 문서였다.
[이전 담당자가 작성한 업무 가이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메시지를 전송했다.
몇 초 뒤.
새로운 답장이 도착했다.
[그 자료는 보지 마세요.]
나는 화면을 바라봤다.
곧바로 다음 메시지가 이어졌다.
[오래된 자료라 도움이 안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
[지금 바로 제 방으로 오세요.]
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모니터에는 여전히 업무 가이드가 열려 있었다.
나는 파일을 닫으려다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왜 보면 안 되는 걸까?
왜 회사 공유 폴더에 있는 자료를 읽었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불려 가야 하는 걸까?
왜 이 회사 사람들은 서로를 조심하라고 하는 걸까?
그리고 왜.
내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걸까?
나는 노트북을 닫았다.
복도를 걸어 상사의 방으로 향했다.
유리문 너머로 차유라 센터장이 보였다.
그녀는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는 문 앞에 섰다.
그때 문틈 사이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그 파일을 왜 아직 안 지웠냐고요.”
발걸음이 멈췄다.
“새로 온 직원이 봤다잖아요.”
나는 숨을 멈췄다.
그녀는 잠시 상대방의 말을 듣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정하린이 퇴사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게 남아 있어요?”
정하린.
방금 문서에서 본 이름이었다.
나는 손잡이에 올렸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 여자 때문에 얼마나 골치 아팠는데.”
차유라 센터장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번에는 그런 일 없게 하세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입사한 이 자리는 단순히 새로운 사람이 필요해서 만들어진 자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떠난 자리였다.
그리고 그 사람이 떠난 이유에 대해, 아직 아무도 내게 설명하지 않았다.
나는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똑똑.
“센터장님, 저 왔습니다.”
통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나는 문을 열었다.
차유라 센터장은 평소처럼 웃고 있었다.
“서하 씨.”
“네.”
“회사 생활은 좀 어때요?”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어제와 같은 얼굴.
면접 때와 같은 미소.
처음 점심을 먹으며 나를 챙겨주겠다고 말했던 사람.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 미소가 전혀 다르게 보였다.
“좋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그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앞으로도 제 말만 잘 들으면 돼요.”
나는 웃었다.
“네, 센터장님.”
그날 나는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업무 일지에 새로운 문장을 하나 추가했다.
입사 초기부터 특정 직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전달받았으며, 전임자의 업무 자료 열람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음.
문장을 작성하고 저장 버튼을 눌렀다.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나는 아직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누가 옳은지도 알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누군가의 말만 믿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는 않겠다는 것.
그리고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일은 기억해 두겠다는 것.
그것이 그날 내가 내린 작은 결심이었다.
훗날 누군가 내게 물었다.
“이서하 씨, 대체 언제부터 회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첫 출근 날 아무도 나에게 업무를 알려주지 않았을 때?
내가 보낸 기획안에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았을 때?
상사가 처음 보는 사람과 친해지지 말라고 했을 때?
아니면 퇴사한 직원의 기록을 보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느 하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다만 그 모든 일이 하나씩 쌓이면서 내 생각을 바꿨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언제부터였습니까?”
나는 웃었다.
“제가 일을 배우기 전에, 사람을 미워하는 법부터 배우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부터요.”
“이서하 씨, 그 사람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마세요.”입사 이틀째.상사와 처음으로 함께한 점심 식사에서 들은 말이었다.나는 젓가락으로 집어 든 고기를 입에 넣지도 못한 채 멈췄다.“네?”“아, 아직 누군지 모르겠구나.”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곧 알게 될 거예요. 같은 층에서 일하니까.”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회사 사람들의 이름조차 다 외우지 못한 상태였다.누가 어느 부서에서 일하는지,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그런데 벌써 친해지면 안 되는 사람이 생겼다. 그것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정치질을 좀 해요.”차유라 센터장은 고기를 한 점 더 집었다.“괜히 가까이 지내다가 휘말리지 말라는 뜻이에요. 서하 씨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아…… 네.”“회사 생활은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나는 웃었다. 정확히는 웃어야 할 것 같아서 웃었다.그날 내가 배운 첫 번째 회사 생활의 규칙은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누구와 친해져야 하는지.누구와 거리를 둬야 하는지.그리고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그 모든 것을 정하는 사람이 내 눈앞에 앉아 있었다.이상한 점은 따로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누군지도 몰랐다.그런데 그날 이후 나는 사무실에서 누군가 인사를 건넬 때마다 생각하게 됐다.혹시 저 사람이 그 사람인가?입사 이틀 만에 생긴 습관이었다.그리고 그 습관은 생각보다 오래갔다.이틀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세상이 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새로운 회사에 출근한다는 사실만큼은 그랬다.월요일 아침.나는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났다.전날 밤 미리 골라놓은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정리했다.거울 앞에 서서 재킷의 어깨선을 만졌다.“좋아.”괜찮았다.누가 봐도 일 잘하게 생긴 직장인 같았다.물론 외모가 업무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특히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