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User님. 안녕하세요! 데이팅 앱 기본 장착. 정부 지원 피지컬 AI, FDTC-2099 ver.7.1입니다. 외모부터 침대 위 은밀한 특성까지 각종 커스터마이징으로 User님 만의 완벽한 데이트 상대를 제작해 보세요! (유료 라이센스를 통한 프리미엄 커스터마이징 가능.) 매일 밤 당신의 침대를 찾아오는 원나잇 버전 설정으로 지루할 틈 없는 에로틱 라이프도 즐기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당신의 피지컬 AI에게 물어보세요. 아주 성실히, 다정하게, 때로는 자극적으로... 모든 걸 답변해 드립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User님. 오늘의 원나잇 특성을 입력하세요.
View More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유진은 잠에서 깼다. 침대 옆자리를 더듬어도 손에 잡히는 건 없고, 미니스커트에 끈나시, 속옷까지 착실히 입고 있는 자신만 있었다. 날씬해 보이려 입은 압박 거들은 침대 밑에 널브러져 있다. 잠결에 불편해 벗어던진 모양이었다. 어제 몇 시까지 마셨더라. 남자 하나, 아니 이젠 여자여도 상관없다. 그저 말라비틀어지기 일보 직전인 제 꽃잎을 촉촉이 만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물 한 방울이 절실한 그녀는 지난밤, 아슬아슬한 옷차림과 진한 화장으로 본모습을 가리고 클럽이다, 술집이다 여기저기를 전전했다. 하지만 말을 걸어오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진짜 늙어 보이나?”
유진은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요리조리 비춰보았다. 곧 마흔을 앞둔 눈가에 미세한 주름이 끼었다. 그 사이엔 짙게 펴 바른 파운데이션도 하얗게 떠 있었다. 남자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어떻게든 관심을 얻어보려 방긋방긋 웃어 보인 결과였다. 물론 효과는 없었다. 예전엔 미소 짓기만 해도 남자들이 우르르 넘어왔었는데, 이젠 클럽 도어맨에게 웃돈을 얹어주지 않으면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나마 아직까진 웃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려나.
유진은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결국 이번 주말도 혼자구나. 쓸쓸한 마음이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큰 성공을 거둔 위인이 되지도, 짭짤한 돈을 모은 인물이 되지도 못했다. 예쁜 얼굴? 늘씬한 몸매? 시원시원한 키?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그냥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 A. 이야기 속에서라면 콘셉트는커녕 이름 석 자 하나 얻지 못할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좋게 말하자면 다양한 방면에서 무소유를 수행 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그녀의 자의가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
샤워를 마친 유진은 빗질도 하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로 집을 나섰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찾은 곳은 고작 편의점. 숙취 해소를 위한 불닭볶음면과 더블에그햄버거를 구입했다.
“불닭 바질 마르게리따 맛 새로 나왔네. 으음…… 에이, 불닭은 역시 순정이지.”
다시 고작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진은 집 근처 브런치 카페를 지나며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알콩달콩 히죽히죽 꽁냥대느라 정신없는 커플들로 가득한 테라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중의 반은 목덜미에 빛나는 연두색 점을 달고 있었다. 유진은 괜히 혀를 쯧 찼다. 하지만 아무렴, 그들은 자신들만의 행복 속에 푹 빠져 외로운 여자를 보고 가엾어할 시간조차 없어 보였다.
띠리릭-
오래되고 좁은 4층짜리 빌라의 3층. 304호. 집으로 돌아온 유진은 현관에서 멈칫 발걸음을 세웠다. 웬 남자 신발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안에서는 탁탁하고 칼과 도마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갓 지은 밥 냄새가 난다. 유진은 뭔지 모를 상황에 겁이 오싹 나서 다시 도어록 잠금쇠를 손으로 조용히 돌렸다. 남자의 정체가 무엇이든 일단 이 장소에서 벗어나고 봐야 했다.
“주인님?”
세상사란 왜 늘 이 모양일까. 부엌 쪽에서 남자의 목소리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까 들어올 때 울리던 요란한 도어록 소리는 못 들은 것 같더니, 몰래 돌린 작은 잠금쇠 소리는 귀신같이 캐치한 모양이었다. 유진은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요상한 호칭은 신경도 못 쓰고 다급하게 문을 열었다.
“주인님, 왜 안 들어오세요?”
덥석 어깨를 잡는 남자의 손에 유진은 비명을 지르려다 꾹 삼켰다. 침을 꿀꺽 삼키고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꾹 삼켰던 비명을 질렀다.
“꺄악!”
왜냐고? 비명을 안 지르고는 못 배길 만큼 잘생긴 용모의 남자가 방긋 웃으며 서 있었기 때문이다.
“으음! 밥 맛있다.”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 집에서 밥은 잘 해먹지 않아 먼지만 뽀얗게 쌓여가던 밥솥이었다. 이 집에 이사 올 때 밥솥을 끌어안고 들어가는 샤머니즘 섞인 세리머니 이후론 크게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제이크는 그걸 꺼내 깨끗하게 닦고 씻어 묵은 쌀로 밥까지 지었다.“오래된 쌀인데 너무 맛있어.”“아, 새로 사 온 쌀이야. 유진이한텐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서.”묵은 쌀을 어찌 먹겠냐는 말을 참 예쁘게도 돌려 말하는 제이크다.“찌개 재료도 다 사 온 거야? 이 조개도?”유진이 먹음직스러운 순두부찌개 속 바지락을 하나 건져 올리며 물었다. 제이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하겠지. 먹을 거라곤 레토르트 식품과 제로 콜라가 전부인 집에 바지락이라는 고급(?) 식재료가 있을 리가.“빨래도 다 됐나 보다. 나 옷 입고 올게.”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슈베르트 송어 멜로디가 들려오자 제이크가 벌떡 일어났다. 유진의 시선도 무의식적으로 제이크를 쫓았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홱 돌렸다. 적절하게 근육이 붙은 단단해 보이는 엉덩이 두 짝과 그 사이로 튀어나온 그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앞모습도 충분히 숭했지만 뒷모습이 수십 배 숭하고 자극적이었다.생각해 보면, 유진의 옷 중 조금 큰 걸 골라 입어도 됐을 터였다. 유진은 그렇게 마른 체형이 아니었고 나이 때문에 편한 옷을 선호해, 큼지막한 티셔츠와 바지도 여러 장 가지고 있었다. 옷장을 열면 바로 보였을 텐데 제이크는 왜 미련하게 발가벗고 있었을까.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똑똑한 인공지능인 그가. 답은 뭐 뻔했다. 일부러. 그 일부러가 서비스가 되었든 입력된 설정값이 되었든 어쨌든 일부러인 건 맞다. 유진을 위한 일부러.“밥 다 먹으면 옷 사러 가자!”유진은 눈을 새하얀 쌀밥에 똑똑히 박은 채 말했다. 뒤에서 대답 대신 푸스스 웃는 소리가 들렸다.주말의 백화점은 꽤나 시끌벅적했다. 하나같이 어여쁜 FDTC와 사이좋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혀를
아침 공기는 차갑지 않았다. 이불도 포근했다. 유진은 눈을 뜨자마자 천장만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옆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머물렀던 흔적만 남아있었다. 역시 꿈이었나 생각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때 부엌에서 국이 끓는 소리, 도마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제와 같은 리듬이었다. 유진은 지난밤 자기 전 제이크와 함께 읽었던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밤새 켜놓은 탓에 방전이 되어 있어 다시 읽지는 못했다.“유진이 일어났어?”제이크가 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맨몸에 앞치마만 두른 낯부끄러운 차림이었다.“그것도 무슨 서비스 같은 거야?”유진의 말에 제이크가 푸핫 웃었다.“어제 입었던 건 지저분해져서 빨래 돌리고 있어. 아무것도 안 두르고 있기도 뭐 해서 그런 건데 너무 숭한가?”“그럼 이따 백화점에 옷 사러 가자. 격일로 알몸으로 만들 순 없으니까.”“난 매일 알몸이어도 좋은데.”제이크가 능글맞게 웃으며 한쪽 눈썹을 찡긋 들어 올렸다. 유진은 어휴 하고 고개를 저었다. 제이크는 그런 유진의 모습이 마냥 귀여운 듯 앞치마 끈을 천천히 풀며 다가왔다.“하루아침에 내가 익숙해졌나 보네? 다시 낯설게 만들어줄까?”이미 단단해진 물건을 유진의 허벅지 사이에 꾸욱 누르며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제이크. 유진은 다급하게 그를 밀어냈다.“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어제도 아침에 했잖아.”빨개진 얼굴로 제이크를 밀어내는 손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제이크도 그걸 알고 더욱 들이밀었다.“제, 제이크. 하아…….”겨우 두 번째 섹스지만 제이크는 항상 부드럽고 따뜻하게 유진을 탐했다. 시작은 늘 키스부터. 이마, 볼, 코, 귓가를 차례로 쪽쪽 따뜻한 입맞춤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입술엔 조금 더 길고 깊게. 유진이 못 이기는 척 입을 벌리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혀를 밀어 넣었다. 서로의 따뜻한 타액이 뒤섞였다. 제이크의 타액은 유독 달콤했다.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맛이 안 났을 텐데. 유진은 키스를 하는 와중에 FDTC-2
FDTC-2099의 탄생 비화로 다시 돌아가보자.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확보한 대표적 AI 기업들은 피지컬 AI 산업으로 손을 뻗어, 집안일이나 간병을 돕는 전형적인 가정용 로봇 라인을 구축했다. 기업은 해당 라인의 방향성만 조금씩 틀어 더욱 다양한 로봇을 적극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건 애완 로봇이었다. 강아지, 고양이 같은 동물의 모습을 한 것은 물론 일반 로봇을 작게 축소한 외형의 로봇도 있었는데 모두 생각지 못한 방식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던 사람들이 먼저 떠난 반려동물의 성격, 버릇 등을 AI 특성에 입력하면서 추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영역은 점점 확대되어 사람까지 대신하게 되었다. 먼저 떠난 가족, 사랑하는 사람, 그리운 사람…… 잠깐. 그리운 사람이 꼭 죽은 사람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사람의 욕망이란 끝이 없는 법이다.여기서 스타 구독 서비스가 생겨났다. 특정 스타의 모든 특성을 설정해놓고 외형도 커스텀으로 똑같이 꾸민다. 배우, 가수, 유튜버, 인플루언서 그 누구도 상관없다. 좋아하는 스타의 아바타를 바로 내 곁에 둘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뭐든 할 수 있다. 정말이지 뭐든.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어차피 연예계는 인간을 뛰어넘는 외모와 실력의 AI 스타들의 등장으로 진짜 인간 스타들이 설자리를 많이 잃어가는 추세였다. 일감도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스타 구독 서비스에 등록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경쟁력을 잃은 지금, 선택지는 몇 없었기 때문에. 비윤리적이라는 말은 많았으나 사람들은 점차 익숙해져 갔다. 스타들도 막상 등록한 이후에는 크게 만족했다. 자기의 데이터를 한 번 등록하는 것만으로 매달 꼬박꼬박 커다란 수익이 들어오니 당연했다.물론 스타의 모든 특성을 구현한다는 광고에는 약간의 과장이 있었다. 음식 취향과 잠버릇, 웃을 때 어느 쪽 입꼬리가 먼저 올라가는지, 당황하면 어디를 만지는지, 인터뷰에서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받으면 표정이 굳기 시작하는지도 자료만 있
설명은 결국 듣지 못했다. FDTC-2099가 자신의 손목을 잡았을 때, 유진은 “잠깐”이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손바닥이 너무 따뜻했다.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 온기가 오래 비어 있던 외로움을 꼬옥 끌어안았다. 결국 유진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꾹 삼켰다.“괜찮아요. 이대로 편히 누우세요.”조용한 침실. FDTC-2099의 목소리는 낮아졌다. 유진은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 때문에 작게 몸을 떨었다.“추우세요, 주인님?”“그…… 주인님이라는 말 그만해.”“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이름?”FDTC-2099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물었다. 유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유진이도 내 이름 불러줘.”“네 이름? FDTC라고 부르라고?”“좀 길긴 하지? 새로 지어줘도 돼. 너만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되었다는 증거로.”FDTC-2099가 유진의 귓가에 쪽 입을 맞췄다. 입술은 천천히 턱으로, 목덜미로, 쇄골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올라와 유진의 입술 바로 앞에서 멈췄다.“여기는 이름 불러줄 때까지 보류.”숨결이 닿았다. 유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들었다. FDTC-2099가 재빨리 피해버리는 바람에 입술은 닿지 못했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에 유진은 괜히 침을 꼴깍 삼켰다.“잔꾀는 안 통해, 자기야.”능글맞게 말하는 FDTC-2099. 유진은 고개를 떨구며 피식 웃었다.“자기?”“이름 불러줄 때까지 나도 안 불러줄 거야.”“바보 같은 이름으로 지으면 어쩌려고.”“그럼 바보처럼 살게.”FDTC-2099가 자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놓으며 말했다. 보기 좋게 붉은 입술로, 듣기 좋은 말을 참 쉽게도 한다. 유진은 도저히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고개를 돌렸다. 빨간 종이 상자가 보였다. 잠이 안 올 때면 맥주 한 캔과 함께 먹던 과자 패키지였다. 상자에는 커다랗게 ‘제크’라고 과자의 이름이 쓰여있었다.“제이크는 어때?”유진이 조심스레 제안하자 FDTC-2099가 어깨를 으쓱했다.“바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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