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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철호와 태욱

Author: 랑끗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9 12:15:52

바로 다음 날. 일요일 이른 아침. 

소원리의 주말은 대체로 주중의 낮시간보다 더 소란스러운 편이었다. 그 이유는 소원리 교회에서는 10시 예배가 드려지기 때문이었다.

다른 날에는 보통 이른 아침부터 밭에 나간 어르신들이 활동한 후, 아이들이 작은 소란을 피우며 등교하고 나면 해가 중천에 뜰 낮에서 이른 오후 시간까지 소원리 마을은 초등학교 부근을 제외하고는 조용한 편이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교회가 없던 마을이었는데, 먼 읍내 교회까지 다니며 신앙생활을 이어온 갑순과 인자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은 덕분일까. 

양기탁 목사가 젊은 나이에 외진 시골 마을 목회를 꿈꾸게 되면서 주변에서 지원을 받아서 30명 남짓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교회 건물을 짓게 되었다.

그 옆에는 30평 남짓 되는 단층짜리 벽돌집이 있었다. 

양 목사의 집은 이 마을에서 가장 신축인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외관은 가장 밋밋했다. 

그 이유는 후원받은 돈을 몽땅 교회를 짓는 데에다 쓴 탓에 돈을 아끼느라, 막상 사택으로 쓸 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직접 양 목사의 손으로 지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해봤자 소원리에 사는 사람들이나, 옆 동네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가끔 넘어와 예배를 드릴 뿐이었다.

단출하게 지어진 교회 건물 안에는 예배드리는 예배실과 화장실, 그리고 그 밑에 지하층에 모두가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작은 공간에 딸린 작은 부엌만 있을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황 선생님.”

“아휴, 목사님. 교회에서는 계급장 떼고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교회를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양 목사의 밝은 인사에 에스더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양 목사가 환하게 웃었다.

“어떻게 그래요. 일요일에만 제가 다른 호칭으로 부를 수는 없죠. 일단 제가 머리가 안 좋아서 헷갈립니다.”

에스더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사람 다섯이 겨우 앉을만한 장의자 여럿이 중간에 뻗은 복도를 기준으로 양옆에 놓인 예배당 안으로 들어섰다. 

소원리 교회 안에는 일종의 룰이 하나 있었다. 교회지만, 모든 직분을 떼고 호칭을 부르던 데로 부르는 것. 

그 누구도 대놓고 말한 적은 없지만, 모두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고 있었다. 

덕분에 집사나 권사의 직분은 갖고 있었지만, 모두가 마을에서 부르던 호칭으로 늘 서로를 부르는 소원리 교회 사람들이었다. 

”안녕하세요!”

“황 선생님 왔네-.”

그곳에는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맨 앞자리를 차지한 갑순과 복란으로 시작해, 에스더와 함께 소원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조 선생 부부와 그 옆을 지키는 외동딸 유진이 있었다.

그 뒤에는 카페를 운영하는 영애 부부와 그 옆에 앉은 영애의 어머니인 백발의 인자가 보였다. 

그 뒤에는 정희네 부부, 그리고 늘 맨 뒷자리를 큰 덩치로 홀로 차지하는 정렬도 보였다. 

유진과 정렬은 에스더를 제외하면 교회에 유일한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강대상 한구석에 설치된 피아노 앞에는 양 목사의 사모인 지혜가 앉아 있었다. 

단정한 단발을 한 그녀는 늘 선한 인상을 풍겨내며 교회의 음식부터 시작해 전반적인 걸 모두 책임지고 있었다.

어른들이 예배드리는 동안 아이들은 식당 공간이나 날 좋은 날에는 교회 앞마당에서 뛰어놀고는 했다. 

“꺄르륵-.”

오늘은 날이 매우 화창한 6월 초의 어느 날. 

예배를 준비하는 몇 분 동안 바깥에서부터 들려온 아이들의 목소리가 여러 번 울려 퍼졌으나, 그 누구도 거슬려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르신들을 배려해 일요일 예배는 한 시간 남짓 정도 드릴 뿐이었다. 

그렇게 짤막한 예배가 끝나고 나면, 어른들과 아이들은 모두 식당으로 내려가 함께 지혜가 미리 준비해 둔 음식을 나눠 먹었다. 

대체로 간단한 고기 요리, 몇 가지 간단한 반찬으로 이뤄진 식사였다.

그리고 나서 어른들이 식당이나 앞마당 공간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에스더의 도움으로 진행되는 아이들의 예배가 드려졌다.

“이리 오세요! 제가 밥은 다 받아놨어요.”

예배가 끝난 후. 

비교적 움직임이 느린 편인 어르신들의 식사를 보통 에스더와 정렬이 각 식탁에다가 미리 차려놓는 편이었다. 

에스더의 부름에 갑순과 복란이 환하게 웃으며 그녀가 맡은 식탁으로 다가섰다. 

“황 선생, 늘 고마워.”

“아휴, 한 번만 고마워해 주시면 된다니까요.”

“그래도, 이 늙은이들 위해서 매번 이렇게 수고해 주니까 정말 고마워.”

복란과 갑순은 에스더를 향해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아이들까지 함께 식당에 자리를 잡으면 보통 남는 자리가 몇 없었기에, 교회 사람들은 6인용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뒤섞여 모두와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이번 주 갑순과 복란의 식탁에는 철호와 영애의 남편인 태욱이 앉게 되었다. 

조 선생의 남편인 철호와 태욱은 50이 넘은 마을내 유일한 동갑내기였는데, 소원리에서 소문난 애처가들이었다.

철호는 170센티미터를 조금 넘는 키에 유독 서글서글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웃으면 하회탈처럼 생겼다고 해서, 아이들은 그를 하회탈 아저씨라고 부르고는 했다. 

동해시에서 소문난 철물점을 운영하던 그는 조 선생이 소원 초등학교에 파견받고 나서는 그것을 접고 바로 소원리로 조 선생과 함께 이사를 와서 신화읍에 새 철물점을 열었다.

그의 동갑내기 친구 태욱은 또 다른 한가지로 유명했다.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생긴 외모 때문이었다. 

웬만한 중년 연예인 뺨치게 생긴 중후한 멋을 뿜어내는 얼굴, 그리고 180센티미터가 되는 키에 보기 좋게 길쭉길쭉한 몸은 그의 멋짐에 또 다른 점이었다.

일평생 서울에서만 살다가 대학교 때문에, 서울에 있던 영애를 만나 결혼하고, 홀어머니인 인자에게 마음이 쓰여 귀향한 영애를 군말 없이 따라나서서 시골살이를 잘 해내고 있다는 사실도 사람들이 그를 동경하도록 만드는 요소 중에 또 한 가지였다. 

“어어? 웬일로 소원리 애처가들이 혼자가 된 지 오래인 할머니들이랑 앉았을까?”

“아휴, 이렇게 앉은 게 한두 번도 아니잖아요, 어머니.”

갑순의 장난기 섞인 물음에 철호는 당황도 하지 않고 태연하게 답했다. 

다른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한 에스더는 제 몫의 밥을 들고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함께 자리하게 되었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던 중, 갑순이 갑자기 눈을 빛내며 손뼉을 한번 쳤다. 

“아휴, 맞다.”

“왜요, 어머니?”

갑순의 호들갑에 밥을 먹던 철호가 오버해서 놀라는 척을 하며 물었다.

“저기 김 씨네 집에 손주 들어온 거 알고 있나?”

“김 씨네요? 그 초등학교 바로 옆에 버려져 있던 집 아니던가?”

갑순의 설명에 태욱이 물었다. 어른들의 대화에 간간이 맞장구만 치며 조용히 밥을 먹던 에스더의 두 눈에 긴장감이 서렸다. 

설마, 갑순 할머니-. 

“그래, 그 집.”

갑순의 말에 태욱과 철호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곧 그녀의 입에서 나오게 될 말이 어느 정도 예상간 탓이었다. 

“혹시 두 사람이 한 번만 손을 좀 봐줄 수 없을까? 거기 스무 살 겨우 넘은 손주가 들어와서 사는데 집 꼬라지가 말이 아니더라고.”

아아, 할머니. 

에스더는 철호와 태욱의 얼굴 위로 곤란한 마음이 스쳐 지나가는 걸 보고는 속으로만 탄식했다.

“제가 모든 걸 잘 고치는 건 맞는데, 집까지 잘 고치지는 못해서요.”

“게다가 장본인이 부탁한 게 아니면 더 애매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 오지랖에 얼마나 민감한데요.”

철호와 태욱의 말에 갑순의 얼굴에 주름이 졌다.

“그래도 한 번만 들여다봐 줘. 물론, 그 녀석 성격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지만-.”

갑순의 주름진 눈이 잠시 에스더의 머리에 머물렀다. 아무래도 그녀는 어제 인협의 집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그래, 그 집이 사람 사는 곳은 아닌 것처럼 보이긴 했지.

태욱과 철호의 입장을 고려하면 갑순의 무리한 부탁을 막는 게 맞았지만, 동시에 어제 두 눈으로 목격했던 인협의 집안 모습을 모르는 척하기에는 약간의 미안함을 느끼는 에스더였다. 

결국 에스더는 그 사이에서 침묵을 택했다. 

“곤란하고 두 사람 바쁜 거 아는데, 한 번만 좀 들여다 봐줘.”

갑순이 이 정도로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경우는 잘 없었다. 

해봤자 집에 무언가가 고장이 나거나 힘을 써야 할 때 동네에서 가장 마음씨 좋은 철호나 태욱에게 미안해하며 부탁을 하고는 했던 그녀였다.

그마저도 늘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쥐여주고는 했다. 

그래서 그런지, 태욱과 철호는 쉽사리 거절의 말을 하지는 못하고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알겠어요, 어머니. 저희 실력이 부족하지만 한번 들여다볼게요.”

철호의 마지못한 승낙에 갑순은 주름진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는 농사일로 인해 거칠어진 두 손으로 그의 투박한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 아주 고마워.”

어쩌면 갑순의 말 이면에 담겨 있는, 일종의 구조 요청을 알아차린 건지도 몰랐다. 

갑순은 단순히 집 보수만 염두에 두고서 두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었다. 

어둠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인협에게 어른으로서 손을 한 번만 내밀어 달라고, 소원리에서 가장 마음씨 좋기로 소문난 두 남자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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