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부시아가 정말 그와 온하랑의 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부승민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는 접시에 가득 남아있는 요리를 보며 말했다.“금방 먹기 시작한 거야?”“네, 맞아요.”온하랑이 입을 열기도 전에 부시아가 말했다.“삼촌, 식사했어요? 같이 먹을래요? 이 생선구이 진짜 맛있어요!”부승민은 두 사람 앞에 앉아 온하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나 아직 밥 안 먹었는데, 같이 먹어도 돼?”온하랑은 싸늘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안 돼!”“숙모, 삼촌도 같이 먹어요. 네?”부시아는 온하랑의 팔을 잡고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온하랑은 부승민을 노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술을 꾹 다문 부승민은 온하랑이 아직도 토라져 있는 것을 알고는 스스로 자리에 앉아 종업원을 불러 수저를 부탁하고 온하랑과 부시아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주문했다.“시아야, 오늘 숙모랑 어디 어디 갔었어?”부승민이 물어오자 부시아는 신나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똑 부러지는 말투가 어찌나 조리 있고 설득력이 넘치는지, 무심코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는 부시아의 목소리에 이끌려 참지 못하고 온하랑에게 말을 건넸다.“저기요, 실례지만 따님이 몇 살이에요? 말을 너무 조리 있게 잘하네요. 우리 애는 이제 초등학교에 갔는데 아직도 말을 잘 못 해서 걱정이에요.”부시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전 이제 4살이에요.”“뭐 4살밖에 안 됐어?!”그 아주머니는 흠칫 놀라더니 부시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말했다.“아이를 잘 키우셨네요. 똑똑하고 예절도 바르고 너무 귀여워요! 물론 부모님들도 이렇게 미남 미녀시니까, 아이도 예쁠 수밖에 없겠죠!”온하랑은 겸연쩍게 웃었다.“딸이 아니고 조카예요.”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뜻밖의 대답에 깜짝 놀란 눈치였다.“어머, 미안해요. 아이가 남자 친구랑 정말 많이 닮았네요. 전 두 분 따님인 줄 알았어요!”아주머니는 말하며 온하랑 앞에 있는 부승민을 쳐다보았다. 온하랑은 난처해서
부승민은 곧바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눈썹이 아래로 축 처지고 눈동자는 어둡게 변했다.“그렇게 내가 꼴 보기 싫은 거야?”“제가 대표님을 보고 싶을지 말지는 본인이 더 잘 아시지 않나요?”“...”부승민은 온하랑의 대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는 온하랑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결혼 전에 그녀는 항상 그를 예의 바르게 대했고, 결혼 후에는 그의 말이라면 더더욱 따라줬다. 그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온하랑이 그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평온한 삶을 유지하기를 원했다는 것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아이도 잃고, 이혼도 하고 그녀는 더 이상 그를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온하랑은 부승민의 말을 무시하고 부시아에게 말했다.“시아야, 숙모 먼저 갈게.”“숙모, 저 내일도 숙모랑 놀래요. 그래도 되죠?”입가가 지저분해서 고개를 쳐들고 말똥말똥한 눈을 깜빡이며 말하는 부시아는 마치 작은 얼룩 고양이 같았다. 온하랑은 이성적으로는 부시아와 너무 가깝게 지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부승민과도 계속 흐지부지 엮이게 될 테니까.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부시아를 밀어내려야 밀어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아이를 잃은 그녀라서 아이에게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원인도 있겠지만, 부시아는 정말이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좋아, 그럼 내일...”“내일 네가 와서 시아를 데려가. 난 일 때문에 데려다주지 못할 거야.”부승민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온하랑은 얼굴빛이 가라앉더니 부승민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부시아를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시아야, 내일 아침 9시 반에 데리러 갈게.”“좋아요, 숙모. 조심히 가세요.”온하랑은 웃으며 부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내일 봐.”“내일 봐요.”그녀는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온하랑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부시아가 고개를 돌리고 부승민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삼촌, 오늘 오전에 잘생긴 아저씨가 숙모랑 밥 먹자고 했어요. 근데 숙모가 대답하지 않았어요.”부승민은 미
[먼저 10년 전에 발생한 납치 사건부터 말씀드리자면 인터넷에 대부분 정보가 지워져 있었습니다. 제가 복구 기술로 뉴스와 게시물을 회복해 보았지만, 여전히 그때 납치 사건에 관한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인질이 가정 형편이 평범하지 않은 대학생이라는 점과 성공적으로 구출되었다는 것이 전부였어요. 그리고 누가 그 뉴스 보도를 지웠는지에 대한 제 생각은 인질이 대중들 앞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 인질의 가족이 유력합니다. 당시 보도에서 언론이 인질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거든요.]온하랑이 물었다.[납치범들이 몸값을 받았나요? 사건은 해결됐어요?]서우현:[몸값에 관한 건 잘 모르겠지만 범인들은 잡히지 않았어요. 현재 시스템 명단에는 두 명의 지명수배자 정보가 있는데 뭔가 합리적이지 않아요. 왕대운과 같은 업계에 종사한 사람의 정보를 찾아봤는데 이름은 민성주고 왕대운과는 같은 고향 사람입니다. 다만 민성주는 지명수배자 명단에 없어요. 민성주가 10년 전에 해외로 이민했는데 이민 간 시간이 하랑 씨 아버님이 사망한 바로 다음 날입니다. 외모를 대조해 보면 사건 당시 빠뜨린 범인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제가 민성주의 구체적인 파일을 보내드릴게요. 한 번 보세요.]온하랑:[네, 고마워요.]서우현은 민성주에 관한 파일을 보냈다. 온하랑이 열어보려고 하는데 서우현에게서 또 문자가 왔다.[하지만 민성주는 지명수배자 시스템 명단에 올라와 있지 않아서 그 사람이 왕대운과 관계가 있다고 해도 딱히 뭐라고 정의할 수는 없어요.]민성주는 경찰조사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아버지의 교통사고가 일반 음주 운전 사고로 분류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온하랑:[그래서 핵심은 여전히 납치 사건에 있단 말씀이죠?]만약 민성주가 납치범이라는 사실만 밝혀낸다면 왕대운과의 관계가 더해져 모든 실마리가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성주가 당시 납치범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한단 말인가?서우현:[맞아요. 다만 이 납치 사건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몸값을 요구하는 단순한 납치 사건이 아니라 뭔가 목표가 뚜렷해 보였다. 그 목표는 아마도 인질일 가능성이 높고, 인질과 원한이 있을지도 모른다.온하랑이 물었다.[인질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을까요?]서우현에게서 이내 회답이 왔다.[제가 그때 당시의 많은 게시물을 복구하고 그해의 신문을 찾아보았지만, 명확한 답이 없었어요. 이제 몇 년이나 지났으니 알아내기가 훨씬 어려울 겁니다.] [알겠어요. 잠시만요. 저 우선 민성주의 정보부터 살펴볼게요.]온하랑은 서우현이 보낸 파일을 열었다. 그 안에는 민성주에 관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었다. 단숨에 훑어본 온하랑은 갑자기 멈추고 한 부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가족 관계 사항 아래에는 민성주의 아내와 아들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아들에 대한 내용에는 외아들 민지훈, 22세, 현재 보스틴 대학교 4학년 재학생...민지훈...그녀가 알고 있는 그 민지훈일까?22세, 보스틴 대학, 4학년 이 모든 항목은 모두 일치했다. 곰곰이 지난 기억을 돌이켜보던 온하랑은 노르빈에 있을 때, 민지훈이 12살이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M국에 이민을 갔다던 말이 생각났다. 정확히 10년 전이었다.민성주에 관한 일을 민지훈도 알고 있을까?문득 원하랑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그녀는 카카오톡을 열어 민지훈과의 대화를 눌렀다. 두 사람의 대화는 여전히 민지훈이 점심에 보낸 문자에 머물러 있었다.[누나한테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요즘 시간 있어요? 이제 막 인턴십을 시작해서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아서요. 누나가 전에 BX 그룹 직원이었으니까, 누나한테서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온하랑은 문자를 보냈다.[미안해요. 오늘 오후 일이 있어서 휴대폰을 보지 못했어요. 며칠 동안은 계속 시간이 비니까 지훈 씨가 편한 날로 정해요.]그녀의 손가락은 발송 버튼 위에서 몇 초간 머물러있다가 버튼을 눌렀다. 온하랑은 다시 서우현과의 대화창으로 돌아갔다.[납치 사건을 더 깊게 파고들 수는 없을 까요? 우선 다른 두
앞으로 민지훈을 속여야 할지도 모르는 다는 생각에 온하랑은 갑자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하지만 아버지를 위해서 기필코 나아가야만 한다. 게다가 민지훈도 아무런 죄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었다. 그가 공부하는데 쓰고 있는 돈은 어쩌면 민성주가 부당하게 얻은 재산일지도 모른다....오전 9시가 되자 온하랑은 부시아를 데리러 더윈파크힐로 갔다. 차를 별장 문 앞에 세우고 온하랑은 경적을 두 번 울렸다. 몇분이나 지났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온하랑은 운전석 등받이에 기대어 아주머니에게 전화해 부시아를 내보내라고 부탁하려 했지만, 문득 부승민이 오늘 일이 있다던 말이 떠올랐다. 아마 부승민은 지금 집에 있지 않고, 아주머니와 부시아만 있을 거라 생각한 온하랑은 휴대폰을 꺼버렸다.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린 온하랑은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 보니 거실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외쳤다.“시아야?”하지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아주머니?”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아주머니가 시아를 데리고 밖에 나가셨나?온하랑은 결국 아주머니한테 전화했다. 아주머니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아주머니? 지금 집에 안 계세요? 시아는요?”“사모님... 하랑 씨, 저 지금 장보러 밖에 나왔어요. 시아를 데리러 가셨어요? 아마 위층에 있을 거예요. 올라가서 찾아 보세요...”“어느 방에 있는데요?”“어머, 저 지금 돈 물어야 하니까 일단 끊을게요.”뚜-아주머니는 말하자마자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전화 화면을 들여다본 온하랑은 어쩔 수 없이 계단을 따라 이층으로 올라갔다.이층에는 안방을 제외하고 객실이 세 개 더 있었다. 부시아는 아마 안방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딱히 어느 방에 있는지 모르는 온하랑은 한 방씩 둘러보기로 했다. 그녀는 곧바로 왼손 편에 있는 객실 문을 열었다.“시아야?”안은 텅텅 비어 있었고,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두 번째 객실 앞
문득 주위가 다소 조용해졌다.고개를 든 온하랑은 부승민의 짙은 눈빛을 마주하고 제꺽 반응하며 줄곧 기다리고 있던 사냥꾼에게 잡힌 토끼처럼 당황했다.“집에 있었어? 볼 일 있다며? 왜 객실에서, 그것도 지금 이 시간에 샤워를 해?”이상하다!정말 이상하다!그녀는 부승민이 자신에게 미남계를 쓰는 건 아닌지 의심했고 부승민은 아무렇지 않게 두 손을 펼쳐 보였다.“하나하나 대답하자면,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고, 시아가 안방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어서 객실에서 샤워한 거고, 어젯밤 늦게까지 시아와 게임을 하느라 지금 샤워한 거야. 만족스러운 대답이야?”온하랑이 부승민을 차갑게 바라보다가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돌려 안방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부승민이 온하랑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왜 이래?”온하랑이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데 부승민이 그런 그녀의 손을 끌어 자신의 복근에 가져다 댔다.“만지고 싶어 했잖아.”가늘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갈라진 근육에 닿자 익숙한 체온이 느껴졌고, 온하랑은 화상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들어 황급히 손을 떼고 부승민을 노려보았다. “부승민, 미쳤어?”온하랑은 미처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걸음을 재촉하며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작은 소파에 앉아 아이패드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던 부시아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숙모, 왔어요!”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탄력 있는 촉감이 손끝에 여운이 남은 것 같아 온하랑은 손가락을 비틀며 마음을 다잡았다.“시아야 가자. 숙모랑 나가서 놀자.”“잠깐만요!”부시아는 재빨리 애니메이션을 껐다.“가요.”온하랑은 빠르게 부시아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을 나서는 순간 그녀는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날카로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느꼈다.애써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뿌리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부시아는 고개를 돌려 2층 테라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삼촌, 나 숙모랑 놀러 가요!”“그래, 숙모 말 잘 들어.”뒤에서 상대의 목소리가
게다가 이번 회식에서는 정말 민지훈과 일 얘기만 할 생각이었지 다른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때론 천천히 해결해야 하는 일도 있으니까.부시아는 속상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내가 신경 쓰이는 건 날 데리고 오는지 마는지가 아니라, 어제 분명히 답장할 필요 없다고 했으면서 오늘 같이 밥 먹는 거예요. 날 속인 거잖아요... 아니, 날 놀리는 거예요. 어린아이라고 날 놀리는 거잖아요... 흑흑...”“시아야, 아니야. 정말 아니야...”온하랑은 계속해서 해명했다.“널 속인 게 아니야. 그냥... 그냥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서...”“무슨 예상치 못한 상황이요?”부시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고, 그렇다면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을까?’온하랑은 복잡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시아야, 숙모가 솔직하게 말해줄게... 숙모가 그 삼촌을 좀 좋아해. 너는 분명 네 삼촌 편을 들 테니까 어제 네 앞에서 메시지에 답장을 안 한 거야...”부시아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큰 눈으로 온하랑을 똑바로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냈다.“숙모, 그 사람 좋아해요? 그럼 우리 삼촌은 어떡해요?”어린 소녀는 조바심에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삼촌은 숙모를 엄청 좋아해요! 삼촌이 잘못해서 숙모를 잃어버렸으니까 되찾아 올 거라고 했어요. 그러지 못하면 평생 장가 안 가겠다고도 했어요. 숙모, 삼촌한테 한 번만 더 기회 주면 안 돼요?”“시아야, 미안해. 네가 숙모랑 삼촌이 다시 만나길 바라는 마음은 알지만 이젠 안 돼. 숙모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삼촌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우린 함께할 수 없어...”앞서 이미 민지훈을 좋아한다고 말했으니, 온하랑은 이제 마음의 짐을 완전히 내려놓고 다시 얘기했다.그래, 그녀는 이제부터 민지훈을 좋아하는 거다.부시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이렇게 행동해야만 누구의 의심도 사지 않을 수 있었다.부시아는 눈물을 흘리며 솜사탕을
주문을 마친 부시아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온하랑은 별생각 없이 아이 혼자 가도록 내버려두었다.칸막이로 된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부시아는 힘없이 워치를 열어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시아야. 지금 식당에 있어?”부승민의 목소리가 마이크 너머로 들려왔다.“네.”우울한 부시아의 목소리에 부승민은 무언가를 감지했다. “시아야, 왜 그래? 왜 기분이 안 좋아?”“삼촌, 숙모가 오늘 민지훈이랑 밥 먹기로 했대요.”부승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다른 사람한테는 다정하게 대하면서 유독 그에게만 모질게 구는 그녀였다.부시아는 답답한 듯 말했다.“숙모가 어제 분명 답장하기 싫다고 했는데 그게 거짓말이었어요. 그리고 숙모 민지훈 좋아한대요. 앞으로는 그 사람이 내 삼촌이 될 것 같아요. 삼촌, 어떡해요? 숙모 도망가요!”부승민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버렸다.“시아야, 숙모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온하랑은 분명 이주혁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민지훈을 좋아하게 된 거지?’민지훈을 안 지 얼마나 됐고 몇 번이나 만났다고?부승민은 그녀가 그렇게 쉽게 마음을 바꾸는 사람이라는 걸 믿지 않았다.“정말이에요, 삼촌. 거짓말 아니에요.”“시아야, 걱정 마. 삼촌이 방법을 찾을 거야. 절대 숙모를 빼앗기지 않아.”“삼촌, 난 삼촌 믿으니까 최선을 다해야 해요.”부시아는 문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신나서 전화를 끊고 다시 룸으로 돌아오자 안에는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맞은편에 앉은 잘생긴 외모의 남자는 귀여운 덧니 두 개를 드러낸 채 웃으며 온하랑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민지훈이었다.부시아는 입을 삐죽거렸다.‘대체 우리 삼촌보다 뭐가 나은 거지?’삼촌만큼 잘생기지도 않았고, 삼촌만큼 키 크지도 않았고, 마른 원숭이 같게 생겨서 삼촌만큼 돈이 많지도 않았다.‘그런데 숙모가 왜 이런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 민지훈의 말이 끊겼다.그는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앙증맞은 어린 소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