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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화 이모의 목소리, 그리고 기적적인 맥박

Author: 요정리더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8-11 15:21:38

제 8 화 

웅- 웅-.

귀가 먹먹해지는 수중의 음향 속에서, 갈라지고 터진 목소리 하나가 암전된 가민의 영혼을 끊임없이 뒤흔들었다.

차가운 기계 부속품 같은 병실의 공기를 뚫고, 오직 피붙이의 절규만이 차원의 두꺼운 벽을 서서히 균열 내고 있었다.

2026년 7월 19일 새벽, 대학병원 중환자실.

독한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중환자실의 차가운 침대 위. 가민의 육체는 온갖 기계 장치와 호스에 연명한 채 위태롭게 누워 있었다. 그 곁에서 가민의 핏기 없는 손을 두 손으로 꼭 맞잡은 이모 미자는 머리를 짓찧으며 오열하고 있었다.

“가민아…… 이지지배, 제발 살자. 이모가 미안해. 내가 너 바쁘다고 더 자주 못 들여다봐서 그래. 어? 제발 이모 두고 가지 마라, 가민아…….”

미자의 눈앞으로 가민의 서글픈 인생 궤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섯 살, 부모에게 버림받고 가방 하나 달랑 멘 채 눈치를 보던 조그맣던 아이. 할머니 뒤꽁무니만 졸졸 따르며 세상이 무서워 늘 제 방구석으로만 숨어들던 사춘기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남에게 빚 한번 안 지겠다고 편의점 오전 알바를 뛰며, 휑한 모니터 앞에서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웹소설을 타이핑하던 기특하고도 안쓰러운 조카의 모습이 미자의 가슴을 갈갈이 찢어발겼다.

“가민아, 살아야 해…… 살아야 한다, 내 새끼…….”

창자가 끊어질 듯한 이모의 간절한 목소리는 기적처럼 영혼의 끈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시공간의 뒤틀림을 넘어, 청연국 연가 본가 침상에 쓰러져 있는 연월린의 귓가에 희미한 메아리가 되어 부딪쳤다.

같은 시간, 청연국 연가 본가 처소.

“하늘이…… 하늘이 무너지고 있도다!”

바깥을 감시하던 가신들이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 가민이 망원경으로 목격했던 청연국 사방 끝자락의 그 기이한 아지랑이가, 이제는 하늘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 시커먼 장막이 되어 밀려오고 있었다. 세상의 경계면이 픽셀처럼 바스러지며 좁혀 드는 풍경은, 이 세계 자체가 영원히 닫히기 직전이라는 지독한 전조였다. 차원의 벽이 닫혀갈수록 방 안의 공기는 얼어붙었고, 가민의 숨통 역시 가차 없이 압착되었다.

“ 제세동기 충전! 200줄 챠지!”

쿵-!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들이 가민의 가슴팍에 제세동기 패드를 대고 강한 전류를 흘려보낸 바로 그 순간.

“우욱……! 콰학-!”

청연국의 침상에 누워있던 가민의 육체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허공으로 튀어 오르며 붉은 피를 한 움큼 각혈했다. 화려한 비단 이불 위로 진득한 선혈이 점점이 흩뿌려졌다.

“아씨-!!”

처소 안은 그야말로 지옥바람이 불었다. 시녀 채담은 제 치맛자락이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가민을 붙잡은 채 목을 놓아 울부짖었고, 평소 얼음처럼 냉철함을 유지하던  전담 의원 지은마저 완전히 멘탈이 붕괴되어 손을 덜덜 떨었다. 아무리 맥을 짚고 명약을 입에 밀어 넣어도 피를 토하는 발작이 멈추지 않자, 지은의 단단하던 눈가에서도 끝내 공포와 무력감이 섞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럴 수는 없다…… 외상도, 독도 없거늘 어찌 맥이 이리 끊어지려 한단 말이냐!”

침상 양옆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던 미남 호위무사 유현과 연호 역시 붉게 충혈된 눈으로 주먹을 피가 나도록 꽉 쥐었다. 평소의 포커페이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그들의 조각 같은 이마와 

뺨 위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당장이라도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된 검사들이었으나, 형체 없는 저승사자의 손길 앞에서는 검 한 번 휘두를 수 없어 미칠 것만 같았다.

-쿠우웅-.

또 한 번 전류가 육체를 관통하며 가민의 영혼에 거대한 스파크가 튀었다. 그 극심한 발작의 고통 속에서, 서른 해 동안 가민의 마음 깊은 곳에 쌓여 있던 억울함과 한(恨)이 댐이 터지듯 한꺼번에 벅차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례하기 짝이 없었으나,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작 ‘친구’라는 허울 좋은 관계 하나만 믿고 온갖 감정 쓰레기통 노릇을 자처했던 단짝의 잔인한 배신.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고 취향이 비슷해 마음을 주었던, 그러나 용기 내어 고백했던 자신을 향해 비겁하게 빙빙 돌려까며 모욕을 주었던 남사친이라는 사내의 위선적인 얼굴.

그리고 남들에게 빚 한번 안 지고 얌전하게 월세 몇 푼 내보겠다고, 밤낮으로 뼈를 갈아 넣으며 전전긍긍 살아온 내향인으로서의 비참했던 삶의 기억들.

‘왜…… 왜 나만 항상 참아야 해? 왜 나만 억울하게 죽어야 하냐고!’

사방의 하늘이 가민의 코앞까지 닫혀오던 그 찰나, 가민은 제 안에 숨겨져 있던 악과 오기를 발악하듯 터뜨렸다. 그녀는 피가 섞인 비명을 지르며 침상 시트를 찢어발길 듯 움켜쥐었다.

“나 안 죽어……! 세상이 억까해도 나 절대 안 죽는다고!시벌.... 여기서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존나 잘 살 거야!!”

그 처절한 외침이 청연국의 대기를 세차게 흔든 바로 그 순간.

삐이이이이------------------.

차원 너머 대한민국 OO의 대학병원 응급실, 가민의 원래 육체를 지탱하던 심전도 모니터의 그래프가 완벽한 직선을 그렸다. 의사들의 거친 한숨과 함께 사망 선고가 내려진 순간이었다.

동시에 지상파 뉴스의 하단 자막이 차갑게 갱신되었다.

[속보] OO 킥보드 충돌 사고, 중태였던 20대 여성 최모 씨 끝내 사망…… 사망자 총 3명으로 늘어.

진짜 최가민의 육체는 그렇게 차가운 현실 세계에서 영원히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청연국의 하늘을 무섭게 압착해 들어오던 시커먼 암막 장막이 가민의 처소 문턱 바로 앞에서 ‘쾅-!’ 하는 거대한 파동과 함께 거짓말처럼 멈추어 섰다. 원래 세계의 몸이 사망하면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차원의 문이 영원히, 그리고 완벽하게 봉인되어 폐쇄된 것이다.

“……허억, 헉,,후우…….”

가민—아니, 이제는 온전히 이 세계의 주인이 된 연월린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미친 듯이 요동치던 가슴의 통증이 가시고, 투명하고 청초한 19세의 육체 안으로 영혼이 단단하게 안착하는 감각이 밀려왔다. 현실 세계의 끈이 완전히 끊어짐과 동시에, 이세계의 육체와 완벽한 결합이 이루어진 기적이었다.

“아, 아씨……? 맥박이…… 맥박이 다시 정갈하게 뜁니다! 아씨께서 살아나셨습니다!!”

명주실을 쥐고 있던 의원 지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기쁨의 비명을 질렀고, 채담은 월린의 품에 안겨 통곡했다. 양옆을 지키던 유현과 연호 역시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며, 깊은 안도감과 함께 침상 위의 가녀린 안주인을 향해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진중한 충성의 눈빛을 보냈다.

월린은 자신의 백옥 같은 손을 가만히 쥐었다 폈다. 돌아갈 길은 끊어졌고, 현실의 최가민은 죽었다. 하지만 조금도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속을 짓누르던 가난과 고독의 사슬이 풀려나간 듯 기묘한 해방감이 감돌았다.

‘그래. 구질구질했던 전생은 이걸로 끝이야.’

눈물자국이 남은 절세미녀의 입술 끝에, 전례 없이 야무지고 단단한 미소가 호선으로 그려졌다. 청연국 탑티어 재벌가의 안주인, 연월린으로서의 진짜 제2의 인생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요정리더

어머머... 현세계에서 18일에 중학생 2명 사망 뉴스가 나오고, 7월 19일 자에는 가민이까지 ㅠㅠ 정말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전개였죠. ​하지만 다들 기억하시나요? 기적적이게도 응급실에서 가민이의 맥박이 뛸 때, 청연국의 월린(가민의 영혼)이 똑같이 몹시 아파했었잖아요. 결국 원래 있던 육체가 완전히 사망하면서, 이세계의 몸에 영혼이 온전히 정착해 버리게 되었네요! ​'혹시 둘 다 죽어버리는 거 아니야?' 하고 맘 졸이며 보셨던 독자님들 많으시죠? ​이제 완전히 새로운 곳,동양 판타지 세계관에서 가민이의 파란만장한 제2회차 라이프!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구독과 알람 설정으로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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