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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오랫동안 기다린 파티

ผู้เขียน: 배나영
“진심이에요.”

나는 똑바로 앉아 흔들림 없이 그의 숨 막힐 듯한 눈빛을 마주했다.

“5년이에요. 어차피 인호 씨도 나 사랑하지 않잖아요. 우리 서로 갈 길 가요.”

한 달 후면 서울에서 열리는 대규모 비즈니스 심포지엄에서 배인호는 서빙을 하는 서란을 만나 첫눈에 반해 강제로 빼앗고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나는 그 열렬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서 바람처럼 빠져 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은 이미 전생에서 다 해봤지만 결국 비참한 결말이었다. 이번 생에 나는 절대로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진흙탕 속에 빠지게 할 수 없다.

내 눈빛이 너무 진지했는지 배인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의 성격은 별로 좋지 않았고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았다.

“허허, 나 배인호가 지금 누군가의 노리개가 된 거야?”

그는 웃기 시작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5년 전엔 그렇게 나한테 시집오려고 하더니 지금은 또 이혼하고 싶어? 허지영, 너 지금 나 갖고 장난해?”

5년 전 배씨 가문과 허씨 가문은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우리 둘을 붙여 놓은 것이다.

배인호의 성격상 말을 듣지 않았지만, 그때 마침 그의 할아버지께서 위독하셔서 부득이하게 나와 결혼했다.

배인호도 꽤 억울했을 것이다. 그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고 마침 기업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 현모양처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와 5년을 함께 했다.

나는 조금 슬픈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당신은 나와 이 허울뿐인 결혼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허울뿐인?”

배인호는 그 네 글자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한쪽 눈썹을 올리곤 나를 조롱하듯 물었다.

“아, 너 외로워?”

“아니요. 나는 그저...”

나는 할 말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는 이미 내 쪽으로 걸어와 양손을 소파 옆에 올리더니 나를 품 안에 가둔 채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외로우면 나한테 말하지. 왜 마음대로 이혼하자고 해. 그렇게 욕구불만이야?”

배인호는 담배를 좋아한다. 그의 몸에는 시원한 시트러스 향과 담배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와 한 번도 포옹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몰래 그의 재킷에 배인 향을 맡아 본 적 있었다. 그때 복잡하고 미묘한 향이 나를 감쌌던 것처럼 지금도 온몸에 피가 얼굴에 쏠린 것처럼 붉어지고 자극적으로 느껴져야 하지만 그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나는 이미 떠나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나를 흔드는 모든 것이 불길하게 느껴졌다.

“내가 말한 건 이런 게 아니에요!”

나는 해명하려 했다. 긴 세월 동안 수많은 낮과 밤이 지나고 나는 외로움에 익숙해졌다.

“그래?”

배인호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처음부터 나에게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방금도 그저 나를 당황하게 하려고 했을 뿐 자제력을 잃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결혼만 한 27살 노쳐녀다. 온몸에서 고혹적인 향기 대신 원망만이 맴돈다.

“허지영, 오늘 우리 5주년 결혼기념일인 거 알아, 내가 그런 거 안 챙겼다고 지금 이혼하자고 하는 거면 당장 그만 둬.”

배인호는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매년 챙기지 않은 기념일 올해라고 챙길 필요 없어요.”

나도 일어서며 고개를 들고 배인호를 마주 보았다.

“잘 생각해 보세요. 나의 이용 가치도 이미 다 끝나가잖아요. 당신한텐 나보다 자유가 더 필요한 거 아니에요?”

말을 마치고 나는 몸을 돌려 2층의 침실로 올라갔다.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과격하게 문 닫는 소리가 들리더니 요란한 차 엔진 소리가 창밖에서 들려왔다. 배인호가 떠나자, 그제야 나의 마음속은 평온해졌다.

때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절친인 박정아였다.

“지영아, 나와서 놀자. 같이 TG클럽 가자!’

정아의 높은 목청에 나의 우울함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와 동갑이었지만 아직 솔로였다.

결혼하고 내가 자주 놀러 나가지 않아 정아의 약속을 열에 아홉은 거절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끈질겼다.

“그래!”

내가 단번에 시원하게 대답하자 핸드폰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

“오늘 너 배인호랑 결혼기념일 아니야? 너 정말 나올 수 있어?”

정아는 정적을 깨고 놀라움과 의아함에 물었다.

나는 연속 4년 동안 결혼기념일이라는 핑계로 정아를 거절했었다.

“맞아, 근데 기념일이 뭐 제삿날도 아니고. 나 금방 나갈게.”

나는 확실하게 대답해 주고 전화를 끊었다.

옷장을 열어보니 온통 화이트 블랙 그레이밖에 없었다. 블루컬러의 의상도 별로 없었다. 명품들은 거의 화려한 디자인이던데 나는 큰돈을 들여 결국 우울해 보이는 의상들밖에 사지 않았다.

10분 동안 그나마 덜 우울해 보이지 않는 홀터 넥 블랙 원피스를 골랐다. 시스루 질감에 브이라인이 거의 배꼽까지 파여있었고 허리를 꽉 조이는 설계라 나의 얇은 허리라인이 다 보일 것 같았다. 팔은 아무것도 가리지 않았고 등은 절반까지 훤히 다 보였다.

내 기억에 이 원피스는 특별히 배인호를 한번 꼬셔 보려고 산 의상이었지만 그는 한 달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었다.

유일하게 부족해 보이는 점이 가슴라인이 조금 평평하여 원피스의 스타일과 잘 어우러지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입고 이제부터 잘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위안 삼았다.

옷을 입고 화장까지 마친 뒤 나는 빨간색 포르쉐를 타고 TG클럽으로 곧장 달려갔다. TG클럽은 서울에서 제일 화려하고 핫한 클럽이었다.

나는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예약한 테이블로 가서 정아랑 친구들을 찾았다. 대학교 때는 나와 박정아, 오세희, 이민정 이렇게 네 명이 음대 4대 여신이었다. 모든 사람이 우리 네 명이 졸업하고 잘 나갈줄 알았지만 결국 나는 일찍 결혼하고 정아는 클럽 죽순이가 되고 세희는 자기 회사에서 전무로 일하고 있고 민정이는 전공을 살려 각종 연주회에 참가하며 첼로리스트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어렵게 모신 분이야!”

정아는 마치 높은 분이라도 만나는 것처럼 의자에서 뛰어 내려와 나의 손을 잡고 반갑게 말했다. 남은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배인호를 위해 결혼하고 소리소문없이 주위 사람들과 멀어졌다.

술 몇 잔을 들이켜니 세희가 감탄했다.

“지영아 너 이번에도 안 오면 우리는 5년 전에 참석한 결혼식이 네 장례식인 줄 의심할뻔했어.”

“이상하네, 오늘은 집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 안 해?”

정아는 의아하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나의 눈을 크게 벌렸다.

“어디 봐봐, 혹시 배인호 그 나쁜 놈이 너 잘 안 챙겨주는 거 아니야? 울었어?”

“야, 하지 마! 마스카라 다 번져!”

나의 눈을 벌리는 정아의 손을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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