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어민경은 식탁 앞으로 걸어가 테이블 위의 아침 식사를 둘러봤다.만두도 있고, 간단한 볶음요리도 준비되어 있었다.가사도우미가 뚝배기를 들고나오다가 어민경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좋은 아침이에요. 어민경 씨.”어민경은 잠시 멍해졌다가 가사도우미를 바라보며 조금 민망한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대표님도 곧 돌아오실 거예요. 열 시에 아침을 준비하라고 하셔서 죽이 다 끓으면 내놓고 어민경 씨를 깨우러 가려던 참이었어요.”어민경이 물었다.“영준 씨는 회사에 갔어요?”“네. 대표님께서 회사에 회의
익숙한 집으로 돌아온 어냥이는 무척 신이 난 모습이었다. 어민경이 아끼는 카펫 위로 달려가 벌러덩 드러누운 채 하얀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통통한 몸을 이리저리 비벼댔다.웃음을 터뜨린 어민경은 어냥이를 가리키며 변영준에게 말했다.“저것 좀 봐요.”변영준도 미소 지었다.“역시 네가 얘를 제일 잘 아네. 확실히 익숙한 환경에 있으니까 더 행복해 보여.”“안성에서는 매일 갇혀 있었고, 고향에서는 매일 맞기만 했잖아요. 이제 자기 영역으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좋죠.”어민경은 안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먼저 고양이 화장실부터 정
안국, 프레지덴셜 스위트룸.변영준은 차성현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 날 오후 안성행 비행기 표를 예약하라고 지시했다.전화를 끊자마자 변승현의 전화가 걸려왔다.변영준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아버지.”“변영준, 네 엄마가 나를 안 상대해 준다.”변영준은 어리둥절해졌다.“너 말해 봐. 내가 왜 이렇게 너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하냐?”변승현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오늘 밤은 서재에서 자게 생겼어.”변영준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이번에는 왜요?”“너 때문이지.”변영준은 또다시 침묵했다.“다른 말은 안 할 테니까 잘
심지우는 고개를 돌려 변승현을 한 번 바라본 뒤 입술을 감빨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당신 그 잘난 아들 때문이지 뭐.”변승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물었다.“영준이 그래도 정신 차리고 그 여자애를 쫓아갔다며?”“그래, 정신은 차렸지!”심지우는 코웃음을 쳤다.“겨우 사귀게 되자마자 여자애를 해외로 데려가 버리고 또...”뒷말은 끝내 직접 입에 담지 못했다. 아무래도 어민경을 생각하면 차마 노골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대신 다른 방식으로 말했다.“어민경이 워낙 순진한 편이라 걱정이야. 영준이 과연 그 아이를 제대로
“...”‘원래 영준 씨도 피곤을 느끼는구나!’어민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변영준 곁으로 다가갔다.그녀가 곁에 다가서자, 변영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았다.어민경은 자연스럽게 그의 무릎 위에 앉아 몸을 맡겼다.이미 가장 친밀한 관계를 맺었기에, 어민경은 변영준이 수시로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행동에도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었다.“내 쪽 일은 다 끝났어. 네가 초여드레에 극단으로 복귀해야 하니까, 초이렛날에는 안성에 도착해야 하지?”어민경은 변영준이 자신의 일정을 이렇게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
변영준은 그녀의 작고 앙증맞은 발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변영준의 큰 손이 거의 완벽하게 감쌀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았다.변영준의 손바닥은 따뜻했다. 어민경은 그 온기가 발바닥에서부터 온몸을 타고 올라 뺨까지 닿는 것을 느꼈다.어민경은 수줍은 듯 발을 이불 속으로 움츠리고 몽롱한 눈망울로 그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카펫 깔려 있잖아요.”“카펫이 있어도 신발은 신어야지.”변영준의 시선이 그녀의 목과 쇄골 위로 남겨진 흔적들을 훑었다. 그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어머니에게 혼날 만도 했다. 확실히 선을 넘긴
하지만 심지우가 아무리 소리쳐도 문을 열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이것이 진실이었다.이것이 변승현과 송해인이 그녀의 아들을 데려간 진짜 이유였다.하늘은 어둑어둑해졌다. 폭풍이 오려는 전조였다.심지우는 문밖을 지키며 떠나지 않으려 했다.2층 서재.송해인이 노크하고 들어왔다.변승현은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 속 감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심지우는 여전히 문밖에 서 있었고 폭풍이 다가오지만 조금도 떠날 기색이 없었다.“아니면 장은희 씨에게 가서 설득하라고 할까?”“필요 없어.”변승현의 목소리는 조금 쉬어있었다.“현실을
영준이 돌아온 다음 날, 백연희와 석문호는 곧바로 북성으로 찾아왔다.이번에 영준이가 다시 살아서 돌아오자 지난 4년 동안 어른들의 마음속 깊은 상처가 치유되는 듯했다.그때 심지우가 혼자 화장실에 갔다가 변을 당한 일은 늘 석문호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비록 이 4년 동안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사고 직후엔 자주 악몽을 꿨다.만약 그때 친구 부탁을 거절했더라면, 만약 심지우가 그 촬영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눈을 뜨면 늘 꿈일 뿐,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그 시절
“저는 잘 지내요, 지 선생님, 저 걱정 안 하셔도 돼요.”“그럼 언제쯤 옛 마을로 돌아올 생각이에요?”심지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저 북성에 남으려고요.”“북성에 남겠다고요?”지강은 분명 놀란 듯했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묻어났다.“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한 거예요?”심지우는 지강을 친구로 생각했기에 영준과 관련된 사정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모두 털어놓았다.지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꽤 오랜 침묵 끝에야 물었다.“그러니까 영준을 위해 북성에 남겠다는 거군요?”“맞아요.”심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은 심지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해요.”“영준아, 이리 와.”송해인이 손짓했다.영준은 얌전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송해인은 영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엄마랑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인사해야지.”영준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엄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새아빠, 안녕히 계세요.”작별 인사를 마치고 모두가 송해인이 영준을 데리고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송해인은 변승현의 차를 타고 왔다.뒷좌석에는 이미 어린이용 안전 좌석이 설치되어 있었다.송해인은 영준을 안아 올려 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