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변현민은 급히 일어나 변승현 앞으로 걸어갔다.“아빠, 화내지 마세요. 제가 오겠다고 했어요.”그 말을 듣고 변승현은 변현민을 바라보았다.“변현민, 어리다고 멋대로 해도 되는 건 아니야.”변현민은 당황했다.아빠가 화를 내는 건 처음이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변승현을 쳐다보았다.“아빠...”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전 단지 엄마가 보고 싶어서...”주승희가 일어나 변현민을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승현 씨, 그러지 마요. 현민이는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요. 다 내 잘못이에요. 나한테 뭐라고 하든 상
운귀, 2층 서재.심지우가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는데 책상 위의 휴대전화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염하나의 전화였다.그녀는 붓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늦은 시간에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휴대전화에서 염하나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에요?”“생각해 보니 그래도 사모님께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말해요.”“주승희 씨가 오후에 학교에서 현민이를 데려갔는데 현민이가 문수철 씨한테 거짓말했어요. 변 선생님은 돌아오시자마자 주승희 씨가 현민이를 데려갔다는 걸 알고 화가 잔뜩 나서 지금 현
스윗 팰리스.염하나가 마스크를 쓴 채 감기로 인해 열이 나는 몸을 이끌고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감기에 걸린 지 3일이 되었지만 변현민을 돌보는 일은 한 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심지우는 그녀가 감기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윤영이를 데리고 운귀에 머물렀다.윤영이가 감염될까 봐 걱정된다는 이유를 대니 변승현도 말릴 수 없었다.염하나는 변승현이 이 일로 자신에게 화를 낼까 봐 두려워서 이틀 동안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밖에서 차 소리가 들리자 염하나는 가스 불을 최대로 줄인 뒤 손을 닦고 부엌
변현민의 등하교는 염하나가 맡고 있었다.하지만 며칠 전, 염하나가 독감에 걸려 며칠간 열이 내려가지 않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변승현은 대신 운전기사인 문수철에게 며칠간 등하교를 맡겼다.주승희는 미리 학교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변현민이 차에서 내리자 주승희는 바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황급히 차에서 내려 다가갔다.“현민아!”변현민이 걸음을 멈췄다.그는 자신이 착각한 줄 알고 고개를 저으며 계속 걸었다.“현민아, 엄마야!”주승희가 다가가 변현민 손을 잡았다.변현민은 붙잡힌 손을 뿌리치려다 결국 몸을 돌렸
한밤중, 차가 요월 팰리스에 들어섰다.마당에는 검은색 벤틀리가 한 대 세워져 있었다.차 번호판을 본 주승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벤틀리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고 홍운학이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주승희는 손에 쥔 가방을 꽉 쥐었다.“장 매니저, 차를 차고로 몰고 가고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네.”주승희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홍운학도 차에서 내려 차체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밤빛 아래, 남자의 얇은 입술에 담배가 물려 있었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주승희를 내려다봤다.주승희는 그를 보며 부드러운 목
임혜주는 주승희의 반응을 보며 속이 후련했다.“승희야, 나도 어쩔 수 없어서 그래. 죽고 싶지 않아. 병 치료하려면 큰돈이 필요해. 널 낳아준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해 줘.”주승희는 눈을 감았다.어두운 기억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손을 꽉 쥐고 이를 악물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알았어요. 3일 후에 돈 보내줄게요.”임혜주는 목적을 달성한 듯 기분이 좋아진 채 몸을 일으켜 집을 나섰다.문이 닫히자 주승희는 탁자 위에 있던 술과 과일을 몽땅 바닥에 쏟았다.난장판이 된 바닥에 붉게 흐르는 술은 마치 17살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