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통화를 마친 계정음은 전화를 테이블 위에 던지듯 내려놓고 소파에서 일어나 방 안을 둘러보며 나름 만족스러워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침실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 보조 스태프에게 소리쳤다.“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고 싶어. 지금 당장 사 와!”보조 스태프가 급히 침실에서 뛰쳐나오며 대답했다.“네, 언니! 바로 아래층 카페에서 사 올까요?”“안 돼.”계정음은 유리창 앞에 서서 길 건너편을 가리켰다.“길 건너편에 있는 가게 가서 사 와. 난 그 집 커피만 좋아해. 10분 안에 사 와.”“네, 바로 다녀올게요!”보조 스태프는
“남자를 좋아한다고요?”계정음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말도 안 돼요! 난 안 믿어요!”“나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계찬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정음아, 가까운 데 있는 사람이 먼저 차지한다는 말도 있잖니. 변 대표가 달빛정에 산다고 들었는데, 나도 그 동네에 마침 몇 년 전 다른 사람이 빚 갚느라 준 집이 한 채 있거든. 네가 거기 이사 가면 어떨까? 변 대표가 8동에 살고, 내 집은 9동에 있어. 네가 이사 가면 이웃이 되는 거지. 그러면 방법을 써서 변 대표랑 우연히 마주치고, 접
“네, 변 대표님, 제 아버지를 아시는 건가요?”“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변영준이 계정음을 바라는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만약 계정음이 지금 충분히 냉정했다면, 변영준의 미세하게 찌푸린 미간을 눈치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완전히 들뜬 감정에 젖어 있었다.“변 대표님, 이렇게 인연이 깊은 데, 연락처 교환할까요?”“죄송합니다만, 제 여자 친구가 질투할 겁니다.”변영준은 차가운 얼굴로 계정음을 지나쳐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계정음은 몸을 돌려 변영준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변영준은 바로 어민경의 방으로 들
온송현은 눈을 내리깔았다.사실 변영준의 말이 맞다. 그는 꼭 연예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꽤 번거롭다. 외출할 때마다 꽁꽁 싸매야 하니, 자유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온송현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어민경을 위해서다.하지만 이제 어민경이 변영준과 사귀니, 목표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그는 변영준이 연애를 가볍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변영준이 어민경을 선택했다면, 분명 그녀와 결혼할 각오까지 마쳤을 것이다.설령 미래에 변영준과 어민경이 헤어진다 해도, 두 사람이 사
“응.”심윤영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저씨 사업 파트너의 아들이야. 집안도 확실하고 서로 배경도 잘 알고. 우리 아버지도 만나 보셨는데 엄청 칭찬하셨어. 아버지가 인정할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겠지.”온송현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석윤이는 졸업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취직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결혼 얘기라니 너무 이른 거 아니에요?”“뭐, 아직 결혼하자는 건 아니고 일단 만나 보는 거지. 됐어. 진짜 끊는다.”전화가 끊어지자 온송현은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그와 함석윤은 나이 차이가 반년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기억할게요!”“그럼 넌 방에서 쉬고 있어. 나 잠깐 다녀올게.”“온송현 씨 만나러 가는 거예요?”어민경은 그의 손을 붙잡고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절대 저 때문에 싸우면 안 돼요. 그리고 형수님이라고 부르라는 말도 하지 마세요. 저는 원래 그 사람보다도 어리고, 그 사람은 업계 위치도 훨씬 높은 사람이잖아요. 괜히 제가 이득 보는 것 같아서 부담스러워요.”변영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걱정하지 마. 저 녀석은 어릴 때부터 나를 제일 무서워했어. 감히 나랑 싸우지도 못해.”
“언제나 지우 씨를 존중해 줘요.”사랑한다면 존중해야 한다.이것이 온주원이 생각하는 사랑의 방식이었다.변승현은 조용히 온주원을 바라보았다.바로 이 순간, 그는 비로소 온주원을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느꼈다.온주원은 심지우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친구이자 가족의 이름으로 그녀의 곁을 지켜왔다.그토록 잘해주는 모습을 보니 변승현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식당 쪽에서는 두 아이의 웃음소리와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변승현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이제 가는 거예요?”“네.”
심지우는 입맛이 없었기에 고개를 저었다.변승현은 심지우의 창백하고 수척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프면서도 병 때문에 식욕이 없다는 걸 알기에 억지로 권하지는 않았다.간호사가 해야 할 일은 변승현이 다 하고 있었기에 간호사는 수액만 갈아주고 몇 마디 주의를 남긴 뒤 조용히 나갔다.병실 안은 곧 고요해졌다.변승현은 침대 곁에 앉아 말없이 심지우를 바라보았다.심지우는 그가 이렇게 가만히 응시하자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고 어딘가 어색한 공기가 방 안을 채웠다.심지우는 살짝 기침하며 입을 열었다.“나 얼마나 잔 거야?”변승현은
변승현은 하루 종일 외출했고 돌아왔을 땐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여자 간병인은 문밖을 지키고 있다가 변승현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말했다.“심지우 씨가 오후에 잠깐 깼었어요. 진 선생님이 와서 진료하고 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들었어요.”변승현은 손을 들어 미간을 살짝 눌렀다.“고생했어요. 제가 지킬게요. 조금 쉬세요, 필요하면 부를게요.”“네.”변승현은 이 며칠 동안은 계속 심지우의 곁을 지키며 밤을 새웠다.침실 안은 아주 고요했다.변승현은 침대 옆에 앉았다.따스한 주황빛 조명이 심지우의 얼굴을 비췄다
심지우는 잠시 멈칫했다가 말했다.“제가 진 선생님께 전화할게요. 기사님을 보내 병원까지 모셔다드리도록 하죠.”“네.”“출산 가방 챙기는 것도 잊지 마세요. 저도 바로 병원으로 가서 합류할게요.”“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심지우는 방향을 틀어 주태 그룹 병원으로 향했다.비가 오는 날이라 길이 엄청 막혔다. 심지우는 진태현에게 전화를 걸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곧바로 민수희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수희는 금세 전화를 받았고 이미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전화기 너머로 강연미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심지우는 스피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