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여왕의 시험
‘오늘 저녁 8시, 그랜드 엘리시안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보죠. 혼자 오시길.’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서유진의 메시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의도와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 이것은 단순한 비즈니스 미팅이 아니다. 나, 김도윤이라는 사람을 온전히 해부하고 평가하려는 그녀만의 시험대였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지만,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짜릿한 흥분이 온몸을 감쌌다.
나는 가장 먼저 박 부장에게 간결한 메시지를 보냈다.
[서유진 대표님 요청으로 저녁에 후속 미팅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내일 오전에 보고 드리겠습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휴대폰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시커먼 분노와 질투가 사무실의 공기를 태우고도 남을 정도라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힘의 차이. 나는 더 이상 그가 마음대로 짓밟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남은 시간은 약 7시간. 나는 무작정 그녀를 만나러 갈 수 없었다. 호텔 스카이라운지라는 장소는 명백한 의도를 담고 있었다. 격식과 품위,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자신감. 그녀는 나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내가 그곳의 분위기에 압도당하는지, 혹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지를 시험하려는 것이다.
나는 곧장 택시를 타고 청담동으로 향했다. 생전 처음 와보는, 연예인들이나 다닌다는 최고급 헤어 살롱에 들어섰다. 어색해하는 나를 향한 직원들의 미묘한 시선은, 내가 잠재력을 알아봐 줄 최고의 디자이너를 지목하며 검은색 카드를 꺼내 들자 존경으로 바뀌었다.
한 시간 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덥수룩하고 평범했던 머리는 내 얼굴의 장점을 살려주는 세련된 스타일로 변해 있었고,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피부는 은은한 광채를 띠었다. 외모의 변화는 내면의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마지막으로, 어울리는 넥타이와 커프스링크를 사고 나니 어느새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준비는 끝났다.
서울의 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랜드 엘리시안 호텔 41층, 스카이라운지 ‘스텔라’.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은은한 재즈 선율, 나지막한 사람들의 대화 소리, 칵테일 잔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 창밖으로는 수천 개의 불빛이 보석처럼 박힌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모든 것이 부와 여유, 그리고 권력의 상징이었다.
나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매혹의 군주’로서 각성한 후, 내 안에 자리 잡은 단단한 중심이 이런 분위기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했다. 오히려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라운지 가장 안쪽, 야경이 가장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낮에 봤던 칼 같은 비즈니스 수트가 아니었다. 몸의 라인이 우아하게 드러나는 검은색 실크 원피스 차림. 조명 아래 드러난 하얀 목선과 어깨는 그녀가 단순한 CEO가 아니라, 압도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임을 각인시켰다. 그녀는 더 이상 얼음 마녀가 아니었다. 자신의 왕국을 굽어보는 고고한 여왕이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녀는 야경에 고정했던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치는 순간, 아주 희미하게, 거의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헤어스타일부터 옷차림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고 나타난 내 모습이 그녀의 예상을 조금은 벗어난 모양이었다.
“조금 일찍 오셨군요, 서 대표님.”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기다리는 걸 싫어해서.”
그녀는 짧게 대답하고는 웨이터를 불렀다.
“뭘 마시겠나?”
“대표님과 같은 걸로 부탁드립니다.”
내 대답에 그녀는 피식, 하고 처음으로 표정이 담긴 웃음을 보였다. 비웃음이라기보다는, 흥미롭다는 관찰자의 미소에 가까웠다. 잠시 후, 짙은 호박색 액체가 담긴 글라스 두 잔이 우리 앞에 놓였다. 최고급 싱글몰트위스키였다.
그녀는 잔을 들어 가볍게 목을 축인 뒤, 본론 대신 예상 밖의 질문을 던졌다.
“김도윤 씨는… 어떤 사람이지?”
사업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 개인에 대한 질문. 시험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나, 가진 것 없이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무언가를 가져야 하는 이유를 잘 알고, 그것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거짓이나 과장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 과거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든 무기였다.
그녀의 눈빛이 조금 더 깊어졌다.
“그 낡은 인터뷰는 어떻게 찾아낸 건가? 나조차 잊고 있었던 기사인데.”
“대표님의 성공 신화가 아니라, 대표님의 ‘첫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모든 위대한 것들은 가장 순수한 첫 마음에서 시작되니까요. 저는 알테아라는 브랜드의 시작점을 찾고 싶었고, 운 좋게 발견했을 뿐입니다.”
[‘이성의 이끌림’이 대화의 분위기에 미묘한 신뢰감을 더합니다.]
[‘부의 흐름’이 상대가 원하는 핵심 가치를 직감하게 합니다.]
내 능력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대화의 윤활유처럼 부드럽게 작용하고 있었다. 나는 단순히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듣고 싶어 하는 ‘진실’을, 그녀의 언어로 번역해서 들려주고 있었다.
“재미있는 친구네.”
그녀는 위스키 잔을 천천히 돌리며 말을 이었다.
“제안서는 훌륭했어. 데이터도 논리도 완벽해. 하지만 난 자네 같은 사람을 수없이 봐왔어. 번지르르한 말로 포장해서 접근했다가, 결국엔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속물들. 자네는 뭐가 다른가?”
이것이 마지막 시험이었다.
나는 잠시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불빛들. 과거의 나라면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을 세상. 나는 다시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표님께서는 화장품으로 여성들에게 ‘자존감의 갑옷’을 입히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갑옷이 때로는 너무 차갑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은 또 다른 상처를 낳을 수 있으니까요.”
“…….”
반지하 원룸에서 곰팡이 냄새를 맡으며 컵라면 국물로 끼니를 때우던 보잘것없던 만년 대리 김도윤.우연히 주웠던 낡은 동전을 계기로 시작된 나의 여정은, 나 개인의 부와 복수를 넘어 인류 전체를 구원하고 세상의 모든 어둠을 사멸시키는 위대한 신화의 결말을 완성해 낸 것이다.나는 곁에 서 있는 서유진의 손을 잡고 동료들을 둘러보며 나직하게 말했다."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 평화와 신세계는, 어느 한 사람의 독재가 아닌 인류 전체가 누려야 할 위대한 유산입니다. 차 대표님, 윤 박사님, 페드로 선장님, 그리고 이카루스. 그대들이 있었기에 나의 태양이 세상을 환하게 비출 수 있었습니다."나의 말에 차강우와 윤세아, 페드로의 눈에 깊은 감격의 눈물이 고였다. 그들은 단순히 위대한 절대자를 모시는 수하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함께 창조한 신화의 주역들로서 깊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바로 그때였다.내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신성한 근원'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장엄하고 아득한 우주적 파동을 내뿜기 시작했다.웅- 웅- 웅-그것은 지상에서의 싸움이나 갈등이 아니었다. 이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내뿜는 기쁨의 소용돌이이자, 내 몸속 유물이 가진 진짜 기원이 해금되는 신성한 울림이었다.내 시야에 전 세계의 지형도가 홀로그램처럼 떠오르며, 북극점 깊은 곳에 위치한 고대 아틀란티스의 최상위 영맥(Ley Line Hub)이 황금빛으로 거대하게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나는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와 프라임호의 함교에 발을 내디뎠다. 서유진이 내게 달려와 내 가슴에 푹 안겼다. 그녀의 눈에 맺힌 감격의 눈물이 내 뺨을 적셨다."도윤 씨… 당신이 세상을 구했어요…! 정말로 세상을 구했다고요!"나는 그녀를 꼭 안아주며 그녀의 입술에 깊게 입을 맞추었다. 바다 위로 번지는 황금빛 태양 빛이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축복하듯 눈부시게 감싸 안았다.흙수저 만년 대리로 시작했던 나의 여정은 이제 단순한 부와 권력을 넘어, 지구 전체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절대적인 군주의 신화로 완성되었다. 내 곁에는 나만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연인이 있었고, 내 뒤에는 세상을 함께 이끌어갈 충직한 동료들이 있었다.* 전설을 넘어 신화로대서양 상공에 일어났던 거대한 기적이 전 세계 수십억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된 직후, 지구 전체는 비현실적인 고요와 거대한 경탄 속에 빠져들었다.수백 미터 높이의 메가 쓰나미로 온 대륙을 집어삼키려 했던 고대의 거신 크로노스가 황금빛 빛의 기둥 아래 조용히 무릎을 꿇고 바다의 수호자로 거듭난 광경. 그것은 인간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신의 재림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압도적인 구원의 순간이었다.프로메테우스 프라임호의 함교 내부, 수평선 너머로 바다를 물들이는 황금빛 태양을 바라보며 나는 가만히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통합 유물 ‘군주의 권좌’가 완벽하게 뿌리를 내리며, 지구 전체의 생명력과 자본의 기운이
'그림자 의회가 남긴 마지막 찌꺼기가 결국 이 땅의 진짜 재앙을 불러일으켰군.'나는 차분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권능을 담아 지시를 내렸다."차 대표님, 전 세계 VVIP 네트워크를 통해 주요 해안 도시의 주민들을 즉시 고지대로 대피시키는 비상 방송을 송출하십시오. 우리가 확보한 모든 자금을 동원해 대피소와 구호 물자를 수송하십시오.""알겠소, 김 대표! 내 모든 라인을 동원하겠소!""윤세아 박사님, 이카루스. 거신 크로노스의 생체 파동과 에너지 에고 코어의 좌표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주십시오."[좌표 산출 완료. 거신은 지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이카루스의 보고와 함께, 나는 서유진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유진 씨, 나와 함께 가시죠. 우리가 만든 이 세상을 그 누구도 파괴할 수 없음을 보여줄 때입니다.""네, 도윤 씨. 당신이 가는 그곳이 어디든, 난 절대 당신을 놓지 않을 거예요."우리는 HQ 옥상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카루스가 최첨단 고대 아틀란티스 기술을 융합해 개조한 공중 기함 '프로메테우스 프라임호'가 거대한 은색 날개를 펼친 채 대기하고 있었다.---1시간 뒤, 대서양 3번 구역 상공.하늘은 칠흑 같은 검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바다는 미친 듯이 날뛰는 거대한 파도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손끝을 통해 전달되는 그녀의 온기가 내 영혼의 마지막 조각을 완벽하게 채워 넣었다. 나는 이제 단순한 권력자나 부자가 아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이성과 부, 그리고 생명의 흐름을 총괄하는 완벽한 영원의 군주로 거듭난 것이었다."가시죠, 유진 씨. 우리의 새로운 내일을 향해."나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황금빛 기둥이 밤하늘 전체로 퍼져나가며 온 세상을 따스하게 감싸 안았다.어둠은 완전히 소멸했고, 우리가 함께 발을 내딛는 그곳에는 오직 영원히 시들지 않을 눈부신 신화의 빛만이 가득했다.* 심연의 일식, 그리고 거신의 각성신세계의 칙령이 선포된 지 이틀이 지난 판교 프로메테우스 HQ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르게 고요했다. 발아래 펼쳐진 도시의 빌딩들은 황금빛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고, 거리의 사람들은 오랜 불안감을 털어낸 듯 한결 가벼운 걸음걸이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그림자 의회가 수백 년 동안 세상을 옥죄던 어둠의 금융 사슬이 끊어지자, 인류 전체의 생동감이 거대한 파도처럼 살아나고 있었다.HQ 최상층의 집무실, 통유리창 앞에 선 내 전신에는 황금색과 검은색의 빛이 은은하게 순환하고 있었다. 통합 유물 '군주의 권좌'가 '신성한 근원'으로 승화하면서, 내 몸은 더 이상 평범한 인간의 한계에 사로잡혀 있지 않았다.호흡할 때마다 세상의 생명력과 자본의 기운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원활하게 흘러들었고, 멀리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륙의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군주의 시야'를 통해 손바닥 들여다보듯 선명
사흘 뒤, 대한민국 판교의 프로메테우스 HQ.빌딩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외신 기자들의 중계차가 대로변을 가득 메웠고, 하늘에는 각국 정상들이 타고 온 전용 헬기들이 쉴 새 없이 회전날개 소리를 내며 상공을 순찰했다.미국 대통령을 비롯하여 유럽 연합 수장, 아랍의 국왕들, 그리고 세계 100대 기업의 CEO들이 단 한 명의 청년을 만나기 위해 조용히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과거에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위치에 있던 권력자들이, 이제는 프로메테우스의 제복을 입은 경호원들의 통제에 순순히 따르고 있었다.HQ 최고층의 그랜드 홀.수천 명의 외빈이 들어찬 연회장의 조명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홀 중앙의 거대한 단상 위로 내가 천천히 걸어 나갔다. 몸에 완벽히 맞춰진 네이비색 수트 위로 심연의 금화와 태양의 인장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만든 황금빛 문양이 은은하게 피어올랐다.내 발걸음이 단상 중앙에 닿는 순간, 내 몸에서 피어오른 '지배자의 영역'이 연회장 전체를 부드럽게 휩쓸었다.쿠구구구…거친 소음으로 가득했던 수천 명의 좌석이 단 1초 만에 물을 뿌린 듯 고요해졌다. 세계를 주무르던 권력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쥐어짜며 깊은 경외감에 휩싸여 고개를 숙였다. 거부할 수 없는 군주의 권능이 그들의 영혼에 직접적인 복종의 징표를 새기고 있었기 때문이다.내 옆으로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서유진이 다가와 섰다. 그녀의 눈부신 자태와 차가우면서도 고혹적인 미소는 연회장의 모든 이들을 압도하기에
* 신세계의 칙령아발론 요새의 내부를 집어삼켰던 거대한 빛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자, 대서양의 서늘한 바람이 깨어진 유리창을 넘어 홀 안으로 밀려들었다.수백 년 동안 인류의 부와 권력을 음지에서 주무르던 그림자 의회의 11인 수장들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사지를 늘어뜨린 채 신음하고 있었다. 그들이 구축했던 불침의 성채는 이제 프로메테우스 엠파이어의 가장 강력한 전진기지로 거듭났다.페드로 선장이 이끄는 무장 요원들이 굴복한 수장들의 손목에 특수 제어 장치를 채우며 신속하게 장내를 정돈했다. 페드로는 소총을 어깨에 걸쳐 메고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지휘관, 아발론의 외곽 방어선 및 하부 해저 기지까지 전원 무력화 완료했습니다. 놈들이 보관 중이던 고대 유물과 기밀 서류 보관소도 완벽하게 수거했습니다.""고생하셨습니다, 페드로 선장님. 아발론은 이제 우리 제국의 바다 위 거점이 될 것입니다. 놈들이 만든 해상 네트워크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제국 기동부대의 주력 기지로 개편하십시오.""명령대로 하겠습니다."페드로가 깊은 존경을 담아 허리를 숙이고 물러났다.나는 옆에 서 있던 서유진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전투의 열기가 가라앉자 그녀의 하얀 뺨에 발그스레한 홍조가 떠올랐다. 그녀는 내 손가락 마디마디를 꼭 쥐어 오며 내 가슴에 이마를 살그머니 대었다."도윤 씨, 정말 이 지독했던 어둠이 끝난 거네. 손이 아직도 이렇게 뜨거워.""유진 씨가 내 곁에서 빛이 되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손은 이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