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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Author: 탄산요정
이섭은 반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나도 남우한테 말할 생각 없어.”

이섭이 보기에는 남우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 은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건 이섭이 원하는 결과도 아니었고, 은희 역시 바라지 않을 게 분명했다.

처음 나타난 행복했던 기억들에서는 은희의 반응이 비교적 잔잔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괴로운 장면들도 하나씩 늘어났다.

은희의 미간이 서서히 찌푸려졌다. 이후 이어진 일 중에는 이섭도 이미 아는 사건들이 많았다.

은희는 분명 괴로워했지만 감정 반응이 폭발적으로 커지지는 않았다.

기억이 납치 사건으로 넘어가고, 남우가 영은을 택했던 장면까지 나왔는데도 은희의 반응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이섭은 확신했다.

지금 은희를 이 정도까지 무너뜨린 원인은 그 일이 아니었다.

노레드 역시 수많은 환자와 극단적인 사례를 봐 온 사람이었지만, 은희가 살아온 장면들을 보며 결국 미간을 좁혔다.

“은희 씨 정말 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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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26화

    같은 시각, 남우는 사무실에 앉아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은희의 답장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은희는 계속해서 남우를 거절했고, 아예 답하지 않을 때도 많았다. 연락처를 바꿔 가며 메시지를 보내 봤지만 이미 차단당한 번호만 여러 개였다.그런데 요즘 은희는 예전과 조금 달랐다. 적어도 말을 고르는 방식이나 대답하는 어조가 남우가 기억하던 은희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남우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희 요즘 일정 좀 확인해. 따로 잡힌 계획이 있는지도 보고.”최근 은희는 대부분 회사 일에 매달려 있었다. 세준이 골치 아픈 사람들을 붙여서 은희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도 남우는 알고 있었다.그래서 눈에 띄지 않게 뒤에서 여러 번 손을 써 주기도 했다.지시받은 비서는 곧바로 확인에 들어갔다. 이 정도 일정이라면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다.그런데 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비서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선뜻 입을 열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남우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기분이 상한 듯 낮게 물었다.“할 말 있으면 해.”비서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지금부터 하는 말에 대표가 또 화를 낼지도 몰랐다.“대표님, 사모님은 오늘 아침 노레드 박사님과 출국했습니다. 목적지는 A국입니다.”“노레드?”남우의 표정이 단숨에 가라앉았다.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요즘 남우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름이 있다면 바로 노레드였다.노레드라는 이름 자체가 낯선 것도 아니었다.은희의 심리 치료를 맡은 뒤 줄곧 곁을 지켜 온 사람이었고, 남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레드가 은희를 대하는 태도가 단순히 환자를 챙기는 수준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게다가 노레드는 이번에 A국에서 하진그룹과 진행할 사업도 있었다. 현지 계열사와 연결된 프로젝트라 남우 역시 그의 일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은희가 대체 어떻게 노레드와 이렇게 가까워진 걸까?아마 이섭이 소개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섭이 은희에게 이성적인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25화

    은희가 집에서 쉬고 있을 때 핸드폰이 진동했다.화면을 확인하니 노레드에게 온 메시지였다.[은희 씨, 며칠 뒤 외부 일정 때문에 잠깐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면 같이 가시죠.][최근 스트레스가 많았으니 환경을 바꿔 리프레쉬하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치료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시고 한번 고려해 보세요.]메시지를 읽은 은희는 미간을 조금 좁혔다.확실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다. 회사 문제는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하지만 세준의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남우가 계속 연락해 오는 일도 피로를 더했다.잠시라도 복잡한 일에서 떨어져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은희가 어떻게 답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이번에는 남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은희야, 요즘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여. 며칠 어디 가서 쉬다 올래? 네가 예전부터 가 보고 싶어 했던 곳도 괜찮고. 가서 천천히 얘기도 하고.]같은 때 두 사람에게서 휴식을 겸한 여행 제안을 받은 셈이었다.최근 남우가 자신에게 계속 관심을 보인다는 건 은희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과거에 큰 잘못을 많이 했기 때문에 뒤늦게 저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남긴 영상만 봐도 남우가 했던 일은 쉽게 넘길 수준이 아니었다.‘처음부터 이렇게 대했다면 내가 하남우를 떠나지 않았겠지.’사람은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손에 닿지 않게 된 뒤에야 뒤늦게 붙잡으려 하기도 한다.은희는 그런 남우의 태도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곧바로 짧게 답장을 보냈다.[바빠. 같이 갈 생각 없어.]더 길게 이유까지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메시지를 보낸 뒤 남우와의 대화창을 닫고 노레드에게 답장을 보냈다.[좋아요. 같이 갈게요. 언제 출발해요?]노레드의 답은 금방 왔다.[모레 오전 8시에 데리러 가겠습니다.]은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이번 일정은 단순히 쉬러 가는 것 이상으로, 주변의 소란에서 잠시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24화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자들은 횡령과 각종 업무상 범죄 혐의로 수사받게 됐고, 필요한 절차에 따라 신병도 확보됐다.소식을 들은 세준은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던졌다.“고은희...!” 이를 악문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했다.세준은 자신이 이미 용한그룹 내부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은희가 뒤에서 이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세준은 자신에게 불똥이 튀는 걸 막기 위해 붙잡힌 직원들과의 연결고리를 급히 끊어야 했다.그렇다고 이 일로 세준이 물러날 리는 없었다.회사는 다시 정상적인 흐름을 되찾았다. 직원들이 은희를 바라보는 눈빛도 이전과 달라졌다.그제야 사람들은 은희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라, 충분한 증거가 모일 때까지 일부러 기다렸다는 걸 눈치챘다.“대표님, 진짜 대단하세요!” 비서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는 회사가 크게 흔들리는 줄 알았는데, 대표님은 처음부터 계획이 있으셨던 거네요.”은희는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이제 시작이에요. 세준이 이걸로 끝낼 사람은 아닐 테니까요.”은희는 아직도 세준이 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집착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 과거에 계획 몇 번을 막았다는 이유뿐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노레드는 자신의 서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핸드폰을 들어 이섭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받은 이섭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사님이 웬일로 먼저 전화하십니까? 또 제가 처리해 드릴 일이라도 생겼어요?]노레드는 가볍게 웃었다.“넌 내가 연락할 때마다 부탁부터 한다고 생각하나 봐.”[아닌 적도 있었어?]이섭이 웃으며 되물었다. [말해 봐. 이번에는 뭔데?]노레드는 찻잔을 내려놓고 의자에 기대 창밖을 바라봤다.“그냥 알려 주려고. 은희 씨가 회사 일을 아주 깔끔하게 정리했어. 생각했던 것보다 판단도 더 빠르더라.”[그건 당연하지. 은희 씨는 원래 평범한 사람이 아니잖아. 짧은 시간 안에 회사의 경영 주도권을 다시 잡은 것만 봐도 알 수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23화

    은희는 회사로 돌아왔지만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세준이 회사 안에 사람을 심어 둘 정도라면 들킬 가능성까지 계산해 대비해 뒀을 게 분명했다.성급하게 손을 대면 상대에게 경고만 주고, 오히려 반격할 구실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은희는 당분간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겉으로는 회사 내부의 혼란을 방치하는 듯 행동하며, 세준 쪽과 연결된 문제 직원들이 마음대로 움직이게 두었다.회사 분위기는 점점 팽팽하게 굳어 갔다.오래 근무한 일부 직원들은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회삿돈을 임의로 쓰고 권한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은희의 지시까지 대놓고 무시했다.다른 직원들의 불만도 커졌다. 회사 안에서는 은희가 대표로서 통제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돌았다.“대표님 요즘 왜 저러시지? 저 사람들이 저렇게 하는데도 가만히 계시잖아.”“그러니까. 계속 이러면 회사 진짜 망가지는 거 아냐?”“혹시 하세준 쪽 사람들 때문에 일부러 못 건드리는 건가?”“...”은희는 그런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처럼 지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평소처럼 업무를 처리했다.은희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자 문제 직원들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규모도 커졌다.하지만 저들은 은희의 침묵이 반격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은희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실무진만 따로 움직여 관련자들의 행동을 비밀리에 조사했다.자금 흐름과 연락 내역부터 회사 안에서 내린 의사결정까지 하나씩 자료로 모았다.별도의 경로를 통해 세준과 직접 연결된 정황도 확보했다.하루가 지날수록 은희 손에 쌓이는 증거는 더 많아졌다.은희는 드러내지 않은 채 상대가 완전히 움직일 때를 기다렸다.마침내 겉보기에는 평범한 어느 아침, 은희가 준비한 조치를 시작했다.더 늦추면 정상적으로 일하는던 직원들까지 등을 돌릴 수 있었다.은희는 회사 주요 임원과 책임자들을 모두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회의가 시작되자 은희는 관련 직원들을 조사한 결과를 표정 변화 없이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22화

    “하세준은 하남우 대표와 가까운 친족 관계입니다.” 노레드가 차분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요. 하세준은 예전에 은희 씨에게 선을 넘는 감정을 보인 적도 있습니다.”“은희 씨는 하세준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하세준이 하려던 일을 여러 번 막았습니다. 그 일로 그 사람은 은희 씨에게 앙심을 품었고 결국 은희 씨를 납치하는 자작극까지 벌였습니다.”납치라는 말을 들으니 기억은 나지 않는데도 등골이 서늘해졌다.은희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찻잔이 손안에서 희미하게 떨렸다.“그 뒤에는 어떻게 됐어요?” 은희의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노레드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잠시 생각했다.옆에 있던 이섭을 바라보자 이섭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말해도 된다는 뜻이었다.“결국 빠져나오기는 했습니다. 다만 그때 겪은 일이 은희 씨에게 아주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노레드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은희 씨가 기억을 지우기로 한 결정에는 그 일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것만 알아 두시면 됩니다.”은희는 단순히 납치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억 제거까지 선택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노레드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결국 자신을 무너뜨린 핵심은 지금 들은 내용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는 뜻이었다.은희는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알아내는 일이 자신에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었다.“감사합니다, 박사님.” 은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말씀해 주신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충분히 중요한 정보예요.”노레드는 옅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감사하실 필요 없습니다. 담당 의사로서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은희는 도움 준 사람에게 인사를 빼놓는 성격이 아니었다.이섭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이섭 씨도 오늘 고마워요. 이섭 씨가 아니었으면 저는 계속 아무것도 모르고 곤란했을 거예요.”갑자기 감사 인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21화

    다 잊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감각은 은희에게 또 다른 불안을 안겼다.최근 회사 일로 적지 않은 피로가 누적되었다. 세준은 일부 오래 일한 직원을 움직여 계속 문제를 만들고 있었다. 회사 전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시하고 넘길 일도 아니었다.은희의 기억 속에는 세준이라는 사람 자체가 없었다. 기억을 잃기 전에도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컸다.그렇다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은희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대표인 은희가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회사 운영 전체가 멈추는 건 아니었다.은희는 노레드에게 미리 전화를 걸었다. 노레드는 언제든 와도 된다고 은희에게 말했다.은희는 몰랐지만, 그때 노레드의 집에서는 이섭과 노레드가 이 문제를 두고 한창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아니, 노레드. 너 의사잖아. 그것도 환자에 대한 책임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그런데 은희 씨 전화 한 통 받았다고 수억 원이 걸린 일정까지 미뤄 버리면 어떡해?”상당한 자산가가 노레드에게 오래전부터 진료를 부탁해 온 상태였다. 딸이 앓고 있는 병이 까다로워 노레드를 수소문해서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노레드는 한동안 계속 거절하다가 최근에야 직접 만나 보겠다고 마음을 바꿨다.그런데 그 일정마저 다시 미뤘다. 이섭은 노레드가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했다. ‘내 VIP 환자가 당분간 나를 찾지 않을 때 갈게.’그 말을 들은 상대측은 당연히 불쾌해했고, 노레드가 그렇게까지 우선하는 VIP 환자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었다.그런데도 노레드는 태연하게 차를 마시며 웃었다.“이섭아, 내가 네 친구 잘 챙겨 주는 건데 적어도 너는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야?”가볍게 던진 말에 이섭은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이섭도 친구 사이가 가까워지는 걸 문제 삼는 사람은 아니었다.“그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오히려 은희 씨가 곤란해질 수도 있어. 저쪽에서 VIP 환자가 누군지 알아보려 들다가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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