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Penulis: 탄산요정
은희는 차갑게 말했다.

“앞으로도 넌 못 봐. 네 물건 챙겨서 당장 나가.”

남우는 잠시 굳었다가, 차가운 입술 끝을 비틀어 웃었다.

“빈손으로 나가겠다면서 보미는 데려갔다? 아이 핑계로 돈 뜯어낼 생각이야? 아이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아?”

딸의 유골함은 위층에 있었다.

은희는 보미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아빠가 이토록 잔인한 말을 하는 걸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테이블 위 선물 상자를 집어 들어 밖으로 던졌다.

“나가라고 했어. 못 알아들어?”

남우의 얼굴이 굳었다.

가벼운 튤 드레스는 비가 갠 마당에 떨어져 흙탕물이 묻었다.

그가 직접 맞췄다는 왕관도 깨져, 큐빅 조각이 낡은 바닥 틈으로 흩어졌다.

그가 눌러 두었던 감정이 터질 듯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한 번 보고 통화를 연결했다. 일부러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하 대표님, 주문하신 피아노가 도착했습니다. 기존 주소로 바로 배송 진행하면 될까요?]

남우는 은희를 차갑게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청월힐스 108동으로 변경하세요. 받는 사람은 소맑음으로 하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남우는 은희에게 똑똑히 보여 주고 싶었다.

자신이 세워줄 수 있는 체면도, 거둬들이는 것도 모두 그의 마음이라는 걸.

그리고 보미의 존재를 인정해 줄지 말지, 보미가 자신에게 어떤 위치인지 결정하는 사람도 결국 자신이라는 걸.

‘그래, 어디 한번 끝까지 해 봐.’

빈손으로 나가겠다며 아이까지 들먹이는 은희가, 그 끝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자는 마음이었다.

은희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창백한 얼굴은 귀신 같았고, 이마에 말라붙은 핏자국은 더 처참해 보였다.

그녀는 조용히 손을 들어 문밖을 가리켰다.

“이제 나가 줄래?”

남우의 가슴이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했다.

여러 감정이 뒤엉켰지만, 그는 굳이 이유를 따지고 싶지 않았다.

차가운 턱선이 팽팽하게 굳었다. 억눌린 분노가 목소리에 얼음처럼 배어 있었다.

“고은희, 앞으로 네 딸한테 나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해. 난 다시는 그 애 보고 싶지 않아.”

그 말은 은희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보미는 이미 죽고 없었다.

그런데 그 영혼마저... 가장 사랑했던 아빠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은희는 미친 사람처럼 주변을 둘러보다가, 구석에 놓인 먼지 쌓인 빗자루를 집어 남우에게 휘둘렀다.

“꺼져! 이 개자식아! 한 번만 더 우리 집에 발 들이면 내가 널 죽여 버릴 거야!”

며칠째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버티기 힘들 때마다 꿀물만 조금씩 마셨다.

몸에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몇 번 휘두르지도 못한 채,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남우는 자기 할머니가 은희를 집으로 데려오던 날을 떠올렸다.

그가 은희를 처음 본 것은 그날이 아니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재계 모임에 갔을 때, 그는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귀한 공주 같은 어린 은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은희는 맑은 빛처럼 환했다.

그런데 다시 만났을 때의 은희도 오늘과 같았다.

빗자루를 들고 털을 세운 고슴도치처럼 굴었다. 가엾고도 고집스러웠다.

얇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밝은 태양 같은 그 모습은... 쉽게 남우의 죄책감과 보호 본능을 건드렸다.

하지만 남우가 가엾다고 여겼던 어린 여자애가, 결국 그에게 약을 먹였다.

남우는 영은을 집으로 데려와 약혼을 발표하려던 밤, 은희가 자신의 침대에 올라왔고 그 현장을 가족들에게 들켰다.

남우가 보기엔, 그 일이 없었다면 맑음이 조산으로 태어나 병을 얻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영은과 맑음이 그렇게 오랜 고통을 겪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남우는 제 발목을 자꾸 때리는 빗자루를 발로 차냈다.

“고은희, 같은 수법은 나한테 안 통해. 넌 보미를 낳고도 자기 딸 앞에서 그런 추한 꼴을 계속 보였어.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아?”

말을 끝낸 그는 매몰차게 돌아섰다.

차에 시동을 걸고도 한동안 액셀을 밟지 못했다.

차창 너머로 거실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여자가 보였다.

그는 화가 난 듯 핸들을 세게 내리쳤다.

얼마 뒤, 남우는 차에서 내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고은희, 우리 할머니가 너한테 어떤 분인데. 해외 요양 끝나고 곧 돌아오시는데, 꼭 이때 이렇게 일을 벌여야겠어?”

바닥에 쓰러진 은희는 움직이지 않았다.

“고은희!”

남우가 구두 끝으로 은희의 허리를 툭 건드렸다가,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허리를 숙여 은희를 안아 들고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

사생활 보호가 철저한 사립병원 VIP 병실.

검사를 마친 뒤, 친구이자 병원장인 진효찬이 어이없다는 듯 남우를 바라보았다.

“너... 설마 집에서 아내한테 손찌검하냐?”

굳이 이 병원까지 데려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남우가 날카롭게 눈길을 던졌다.

“상태나 말해.”

효찬은 어깨를 으쓱했다.

“병이라고 할 것도 없어. 영양실조야. 며칠째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데다가 감정적으로도 계속 무너졌으니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게다가 가벼운 뇌진탕도 있어. 그동안 안 쓰러지고 버틴 게 신기한 상태야.”

남우의 미간이 깊게 접혔다.

‘영은이 맑음이 데리고 돌아온 뒤부터...’

‘이 여자는 매번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괴롭히네.’

‘보미를 이용하는 게 안 통하니, 이제는 단식과 자해?’

“영양 수액 놔.”

효찬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말린다고 들을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소년 시절의 남우는 거침없고 자유로웠다.

그러다 한 번, 야외 답사에서 갑자기 실종된 적이 있었다.

함께 갔던 하씨 집안의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남우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반년 뒤, 사람들은 지방의 한 병원에서 남우를 찾았다.

한쪽 다리는 망가져 있었고, 시력과 청력도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그가 겪은 일에 대해 남우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남우를 구해 준 할머니와 아이도 끝내 찾지 못했다.

그 후로 남우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무도 믿지 않았고, 누구에게나 거리를 두었다.

그러다 은희가 남우의 집에 들어왔다.

그는 그 어린 여동생을 아꼈고, 가능한 모든 것을 챙겨 주었다.

누구에게도 그렇게 잘해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닫힌 마음을 다시 열게 한 사람이 남우에게 칼을 꽂았다.

효찬은 은희에게 영양 수액 처방을 넣은 뒤 물었다.

“간병인 불러 줄까?”

남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창가에 서 있었다. 넓은 등은 무겁고 고독해 보였다.

효찬은 어깨를 으쓱하고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

...

은희는 길고 긴 꿈을 꾸었다.

꿈속의 자신은 14살 이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시절 용한그룹은 아직 빛나고 있었다.

은희도 예쁜 드레스를 입고 부모님을 따라 파티에 갔다.

몰래 작은 케이크를 집어 먹다가, 잘생긴 오빠에게 들키고 말았다.

은희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허리에 손을 얹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협박했다.

그러다 장난처럼 크림을 그의 입가에 묻히며 말했다.

들키면 같이 죽는 거라고.

따뜻했던 장면은 곧 날카로운 피 냄새 속으로 찢겨 나갔다.

은희는 아름답던 엄마의 머리가 형체를 잃은 모습을 보았다.

늘 든든했던 아버지의 다리가 이상하게 꺾인 모습도 보았다.

수많은 손이 은희를 어둠 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때, 그 잘생긴 오빠가 손을 내밀어 은희를 끌어냈다.

오빠는 은희가 가장 좋아하던 케이크를 들고 그녀를 달랬다.

“앞으로는 내가 널 지켜 줄게.”

장면이 다시 뒤바뀌었다.

뜨거운 체온이 은희를 짓눌렀고, 낯설고 거친 숨결이 그녀를 삼킬 듯 덮쳐 왔다.

은희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몸이 찢어질 듯 아프다는 것만 알았다.

그녀는 무너진 집을 진흙으로라도 메워 보려 애썼다.

두렵고 고통스러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남우!”

막 잠에서 깬 남자의 목소리는 거칠고 잠겨 있었다.

“여기 있잖아. 또 왜 그래.”

남우는 짜증스럽게 은희를 품에 가뒀다가, 손끝에 차갑고 축축한 뺨이 닿자 몸이 굳어졌다.

손바닥에 은희의 눈물이 묻었다.

그는 움직임을 멈추고, 은희를 조금 떼어 놓은 채 내려다보았다.

은희는 여전히 악몽에 갇혀 있었다.

서럽게 울고 있었다.

여자의 은 손은 남우의 옷깃을 놓지 않았다.

“보미한테 그러면 안 돼... 안 돼...”

“가지 마. 제발, 가지 마...”

흐느낌 사이로 새어 나오는 말은 또렷하지 않아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은희는 누군가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었다.

남우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은희를 달래는 일은 오래전부터 익숙했다.

“안 가. 그러니까 울지 마.”

그는 힘을 풀고 큰 손으로 은희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목 아래 깔린 팔을 조금 굽혀, 손바닥으로 은희의 머리를 감싸듯 덮고 가만히 쓰다듬었다.

은희는 꿈속에서라도 의지할 곳을 찾듯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몸이 스치며 두 사람 사이의 온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영은이 맑음을 데리고 돌아온 뒤, 남우는 모든 사실을 확인한 이후 단 한 번도 은희를 안은 적이 없었다.

오래 눌러 둔 욕망이 위험하게 흔들렸다.

그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낮게 경고했다.

“고은희, 더 움직이지 마.”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114화

    남우는 영은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영은의 품에 안긴 맑음에게 다가갔다.“맑음이 나한테 줘. 애 상태가 왜 이런지 내가 직접 볼 거야.”영은은 맑음을 더 세게 안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억지로 만들던 미소도 점점 굳었다. 이대로 계속 버티다가는 결국 숨긴 일이 드러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더는 물러날 데가 없었다. 영은은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다.필요하면 맑음을 앞세워 남우를 막을 생각까지 했다.그때 남우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하니 효찬이었다.남우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효찬의 목소리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큰일 났어! 은희 씨가 미행하던 사람한테 습격당했어. 지금 병원으로 실려 갔고!]그 말을 듣자 남우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분명 은희 곁에 여러 사람을 붙여 두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남우는 영은과 더 이야기할 생각도 못 한 채 문 쪽으로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지금은 다른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은희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남우가 그대로 나가 버릴 줄은 영은도 예상하지 못했다. 꽉 조여 있던 가슴이 조금 풀리며 숨이 나왔다.영은은 졸음에 겨워하는 맑음을 안은 채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힌 뒤 부드럽게 달랬다.“맑음아, 이제 푹 자. 엄마가 옆에 있을게.”조금 전 맑음은 영은이 시킨 대로 얌전히 있었다. 남우에게 다른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아이가 말을 잘 들은 덕분에 은희가 빠져나갈 마지막 기회도 막을 수 있었다.‘고은희, 네 딸이 정말 네 구세주이긴 하네.’‘그런데 지금은 내 말을 훨씬 잘 듣잖아.’‘그러니까 거기서 천천히 무너져 봐.’맑음이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영은은 어린이용 핸드폰을 열어 은희의 결백을 증명할 영상을 삭제했다.이어 기기 초기화까지 진행해 쉽게 원래 자료를 되살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영은은 집 안 보안 영상이 저장되는 관리실로 가서 자기 행동이 드러날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113화

    “맑음이한테 어떤 방법이 있는데?”맑음은 주머니에서 어린이용 핸드폰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전에 은희 이모가 곡 만드는 거 봤는데 진짜 멋있었거든. 그래서 몰래 영상 찍어 놨어. 이거 보면 은희 이모가 남의 거 안 베낀 거 증명할 수 있지?”영은은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평소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가 이런 자료를 남겨 뒀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래도 곧 정신을 가다듬고 억지로 웃음을 만들었다.“우리 맑음이 진짜 똑똑하네! 핸드폰 엄마 줘 봐. 엄마가 이 중요한 영상 은희 이모한테 잘 전해 줄게. 이모도 엄청 좋아할 거야.”맑음은 엄마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기쁜 마음으로 핸드폰을 그대로 내밀었다.영은은 핸드폰을 받아 든 뒤에야 속으로 안도했다.이 기기가 절대로 은희의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됐다.여기서 끝낼 생각도 없었다. 영은은 이 기회를 이용해 맑음의 건강을 다시 악화시킬 생각이었다.맑음이 아프면 남우의 관심은 딸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은희 문제에 매달릴 여유도 줄어들 것이다.동시에 핸드폰 속 증거까지 없앨 수 있었다. 영은에게는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처리할 기회였다.영은은 곧 맑음의 방으로 들어가 서랍 안에서 미리 준비해 둔 약을 꺼냈다.예전부터 맑음에게 먹일 목적으로 준비한 약이었다. 복용량을 늘리면 아이의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영은은 믿고 있었다.영은은 준비한 약을 손본 뒤 맑음이 좋아하는 단맛이 나도록 약에 시럽을 섞었다.맑음에게 약을 먹이려던 바로 그때 남우가 집으로 돌아왔다.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영은은 놀라 약병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남우가 예상보다 빨리 퇴원할 줄은 전혀 몰랐다.더구나 하필 지금 돌아올 줄은 더더욱 몰랐다.당황한 영은은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준비한 약을 맑음에게 먹였다.맑음은 약을 삼키자마자 작은 얼굴을 찌푸리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영은은 맑음을 안아 들고 억지로 웃은 뒤 남우에게 말했다.“일찍 퇴원하면서 왜 연락도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112화

    하지만 일은 은희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벌어졌다.은희는 경연을 앞두고 악보와 관련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때 핸드폰 벨이 울렸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전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고은희 씨 맞으십니까? 송화 선생님 보좌하는 사람입니다. 송화 선생님이 갑자기 지병이 악화돼서 응급으로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그래서 내일 경연에는 도저히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지병이 갑자기 악화됐다고?’‘하필 다른 때도 아니고 지금?’누가 봐도 은희를 겨냥한 움직임처럼 느껴졌다.손에 들고 있던 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은희는 냉랭하게 되물었다.“참 절묘한 때에 지병이 도졌네요.”비꼬는 뜻이 뚜렷했지만 상대는 반응하지 않고 준비한 듯한 말만 이어 갔다.[저희도 최대한 빨리 송화 선생님의 결백을 밝히고 싶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으셨는데 방금 갑자기 쓰러지셨어요.]‘자기가 문제를 만들었으면서 자기 결백을 밝히겠다고?’은희에게는 경연에서 들킬까 두려워 일부러 만든 상황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더 말싸움할 가치도 없어 대꾸도 하지 않고 금방 전화를 끊었다.곧바로 핸드폰 화면에 알림이 연달아 떴다.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었다.[충격! 고은희, 송화를 고의로 자극해 지병 악화? 경연 불참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 확산!][표절 논란도 끝나지 않았는데 또 문제... 경연 피하려 송화까지 쓰러뜨렸나?]악의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이 화면 위로 끊임없이 지나갔다.기사와 게시물에는 송화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는 모습이 흐릿하게 찍힌 사진도 첨부되어 있었다.댓글 창은 더 심했다. 사람들은 확인되지 않은 말을 따라 하며 은희를 몰아세웠고, 차마 읽기 힘든 비난까지 퍼부었다.은희는 화를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옆으로 던졌다.“이건 완전히 사실을 뒤집어 놓은 거잖아!”...소식이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111화

    “맞습니다. 애초에 이런 사람과 손잡는 게 아니었어요. 우리가 사람을 잘못 본 겁니다!”“회사에 끼친 손해부터 배상하고 나가요. 여기서 우리 시간 더 뺏지 말고요!”“...”주주들은 은희가 어떤 설명을 해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그때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며 이섭이 들어왔다.회사에서 자신에게 알리지도 않고 갑자기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말을 듣는 즉시, 주주들이 은희를 몰아세우고 있으리라 짐작했다.“주주 여러분, 제 이름을 걸고 보증하겠습니다. 고 대표님은 절대 표절하지 않았습니다. 그 곡 작업 이후 다른 곡 작업도 제가 계속 함께했습니다. 고 대표님처럼 실력 있는 작곡가는 남의 곡을 베낄 이유가 없습니다.”하지만 실제로 표절이 맞는지 아닌지는 주주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이섭도 그 점은 알고 있었다.“강 대표님, 지금 주주들께서 너무 감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 드러난 정황이 이렇잖아요.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우리도 딱히 도울 방법이 없습니다.”결국 이섭이 나선 덕분에 은희는 당장 손해배상까지 해야 하는 상황만은 겨우 피했다.그러나 계약 해지까지는 막지 못했다.주주들은 은희에게 앞으로 일주일 안에 결백을 증명할 자료를 찾아오라고 했다. 찾지 못하면 그때는 계약상 배상 책임도 함께 묻겠다는 조건이었다.원래부터 감정이 불안정했던 은희는 가슴이 꽉 막히는 듯했다.일주일 안에 증거를 찾지 못하면 ‘표절 작곡가’라는 낙인뿐만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배상금까지 떠안게 된다.은희는 곡을 쓸 때 작업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습관이 없었다. 이제 와서 당시의 자료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디지털 작곡 프로그램보다는 종이 오선지에 직접 써 내려가는 편이라 작성 시각을 확인할 기록도 남지 않았다.현재로서는 표절 의혹을 제기한 상대를 직접 찾는 방법밖에 없었다.하지만 은희가 여러 사람에게 부탁해도 그 사람과는 연락조차 닿을 수 없었다.남우 역시 병원에 누워 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소식을 들은 뒤 인맥을 움직여 은희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110화

    며칠 뒤 영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저장되지 않은 발신 번호였다.전화받자 음성을 변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영은 씨, 고은희를 없애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리죠.]누군가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했다.영은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그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돕겠다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누구예요? 왜 저를 도와주겠다는 거죠?”상대는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제가 누군지는 신경 쓰지 말아요. 은희가 쓴 악보가 표절이라는 증거를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누구든 은희를 표절 작곡가라고 믿게 만들 정도로요.]가만히 있는데 이런 기회가 저절로 손에 굴러들어 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영은은 거의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좋아요. 가능하면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 주세요.”은희는 영은에게 너무나 거슬리는 존재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걸림돌이 되어 결국 영은의 계획을 망쳤다.다만 은희를 싫어하는 사람이 영은 한 명만은 아닌 모양이었다.전화를 끊은 영은은 얼굴에 나타난 만족스러운 표정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가 조작된 증거를 보내왔다. 준비가 치밀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은희가 다른 사람의 곡을 베꼈다고 믿기 충분했다.먼저 연락해 온 것부터 이미 상대가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영은은 여러 경로로 은희의 표절을 의심하는 자료를 퍼뜨렸다. 일부 온라인 매체와 계정에는 돈까지 써 가며 기사를 내게 했다.자료가 공개되자 여론은 빠르게 들끓었다.은희의 표절 의혹은 짧은 시간 안에 큰 논란으로 번졌다.강씨 집안이 운영하는 회사 강양그룹도 은희와 협업 관계에 있었고, 그 여파는 곧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그룹의 주가가 빠르게 떨어졌다.이 정도 상황이면 회사로서는 은희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계약을 끊으려 할 가능성이 컸다.강양그룹 쪽 주주들도 더는 가만있지 않았다. 긴급회의를 열어 은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다.이번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109화

    영상에는 은희가 남우의 등을 마사지하고, 쓰러진 남우를 부축해 병원으로 옮기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은희가 이 영상을 남우에게 보내기만 하면 됐다.그러면 영은은 적어도 남우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컸다.예전의 은희였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진실을 밝히며 기뻐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은희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됐어요. 이제 상관없어요. 어차피 하남우랑 저는 이혼할 거예요. 이런 일까지 일일이 따질 필요 없어요.”은희는 알지 못했다. 남우가 오랫동안 영은에게 빚진 마음을 품고 특별히 대해 온 가장 큰 이유가, 과거 자신을 구한 사람이 영은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수년 전 남우가 사고로 크게 다쳤을 때, 영은은 우연히 은희가 남우를 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은희는 남우를 병원으로 데려간 뒤에도 계속 곁에서 돌봤다. 은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영은은 남우가 은희에게 준 비취 펜던트를 훔쳤고, 처음에는 비싼 값에 팔 생각이었다.그러다 병상에 누운 남자가 하진그룹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영은에게는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다.그래서 영은은 거짓말을 꾸며 자신이 남우를 구했다고 믿게 속였다.그 뒤로 남우는 줄곧 영은을 남다르게 대했다.정작 은희는 그런 과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상이 남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없었다.이섭은 은희가 정말 더는 이 일에 관여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고 억지로 설득하지 않았다.“영상은 제가 계속 보관하겠습니다. 필요해지면 언제든 말씀하세요.”이섭은 더 권하지 않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그날 이후 이섭은 과거 은희의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을 추적하던 중, 몇몇 단서가 서서히 강씨 집안 쪽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하지만 아직 은희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더 확실하게 진실을 확인한 뒤 알려 주려 했다.지금은 의심에 불과했다. 섣불리 말해 은희와의 협력 관계까지 망치고 싶지 않았다.은희가 진행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