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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탄산요정
남우는 더 참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은희를 아래에 가두고, 턱을 붙잡아 거칠게 입술을 덮쳤다.

큰 손이 허리선을 타고 올라갔고, 남자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

낯선 감각이 은희를 악몽에서 끌어냈다.

그녀는 눈을 뜨고 흔들리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 뜻과 상관없이 몸이 눌리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흐릿하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두 사람의 자세를 알아챈 은희는 분노로 입을 벌려 남우의 목을 세게 물었다.

남자는 낮게 신음했지만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더 단단히 붙잡았다.

쉰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장난처럼, 조롱처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못 버텨?”

예전에도 침대에서 버거워질 때면 은희는 그를 물곤 했다.

그러나 지금 그 말을 듣는 그녀에게 남은 건 수치심뿐이었다.

은희는 손발을 다해 그를 밀어냈다.

“꺼져. 건드리지 마.”

두 사람의 옷은 이미 흐트러져 있었다.

맞닿은 몸이 거칠게 스치자, 남우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그는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은희를 억눌렀다.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

눈이 마주쳤다.

은희는 남자의 눈에 일렁이는 욕망을 보고, 비웃음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6년 전 그 밤, 남우는 은희를 자기 여자로 만들었다.

그 뒤 수년 동안, 생리 기간과 출산 전후를 제외하면 그는 거의 매일 밤 은희를 찾았다.

남우는 은희를 혐오하면서도, 그녀의 몸은 원했다.

은희도 한때는 남우가 화가 났을 뿐, 자신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믿었다.

하지만 영은이 다시 나타난 뒤, 남우는 더 이상 은희에게 손대지 않았다.

은희가 샤워를 마치고 찾아간 날에도, 남우는 그녀를 문전박대했다.

“고은희, 더러운 주제에.”

남우는 욕망에 휘둘리는 남자가 아니었다. 다만 그쪽으로 강한 욕구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은희를 더럽다고 느꼈다면, 다시 영은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은희는 더 이상 견딜 이유가 없었다.

딸 보미마저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자신이 왜 이 이기적인 남자의 모욕을 또 받아 줘야 할까?

“하남우.”

은희는 차갑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한 번만 더 날 건드리면 신고할 거야. 부부 사이라도 강간죄로.”

은희는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

그를 밀어내던 손도, 몸부림치던 다리도 멈췄다.

오히려 허리를 짓누르는 통증이 은희의 정신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예전 남우의 표정을 흉내 내듯, 냉소적으로 웃었다.

“더러운 주제에 깨끗한 척하기는.”

그 말에 남우의 눈빛이 굳었다.

“네가 닿는 것만으로도 토할 것 같아. 아직도 안 꺼져?”

낯선 모습에 남우는 잠시 굳었다.

병실 안을 달구던 열기가 서서히 식어 갔다.

남우는 흥미가 사라졌다는 듯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왔다.

혐오스럽다는 듯 이불을 은희 위로 던진 뒤, 병실 안쪽 욕실로 들어갔다.

...

침대 옆 협탁에 놓인 남우의 핸드폰 화면이 계속 켜졌다.

[우리 맑음 공주]

남우의 핸드폰에 저장된 발신자 이름은 은희의 눈을 찌르고, 마음을 찢었다.

은희는 더 보고 싶지 않았다.

옷을 챙겨 입은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빠져나갔다.

보미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우는 텅 빈 침대를 보고 속이 뒤집힐 듯 화가 치밀었다.

그는 곧장 핸드폰을 집어 은희와 보미를 데려오라고 지시하려 했다.

그러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메시지를 보았다.

그제야 떠올랐다.

남우는 수술 전날, 맑음과 함께 병원에 들어가 있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는 옷을 갈아입고 청월힐스로 차를 몰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맑음이 달려와 그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고개를 들어 올린 작은 얼굴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빠가 맑음이 버린 줄 알았어.”

남우는 가슴이 아파 몸을 낮췄다. 아이를 안아 올린 뒤, 볼에 입을 맞췄다.

“맑음이는 아빠의 소중한 공주님이야. 아빠가 왜 버려.”

“그런데 보미 언니도 아빠 딸이잖아. 엄마가 보미 언니도 아프니까, 아빠가 언니랑 있기로 하면 맑음이는 조르면 안 된다고 했어. 그런데 맑음이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

맑음은 의지하듯 그의 목을 감았다.

영은도 급히 따라 나와 미안한 얼굴을 했다.

“내가 애를 잘 봐야 했는데 미안해...”

은희의 광기와 비교하면, 영은은 아이를 참 잘 키웠다.

아이는 순했고, 말도 잘 들었다.

남우는 더 애틋해졌다.

“너희가 해외에서 그렇게 오래 고생한 건 내 탓이야. 네가 미안하다고 할 필요 없어. 짐은 다 챙겼어? 지금 병원으로 가자.”

영은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남우의 검은 셔츠 깃 사이로 드러난 물린 자국을 발견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보였다.

‘조금 전에 이 사람은 고은희와 얼마나 격렬했기에 맑음이 전화도 받지 못한 걸까?’

영은은 재빨리 시선을 내리고 눈빛 속 질투를 감췄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여전히 물처럼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맑음이 내려놔. 자꾸 버릇 나빠져.”

이어서 손을 뻗다 발을 헛디뎌 남우의 품으로 쓰러졌다.

맑음이 까르르 웃었다.

“엄마 부끄러워. 엄마도 아빠한테 안기고 싶었나 봐. 아빠, 아까 맑음이한테 뽀뽀했으니까 엄마한테도 해 줘야 해. 안 그러면 엄마 삐져.”

영은은 수줍게 남우를 올려다보았다.

눈에는 애정이 넘쳤다.

그녀는 가슴선이 은근히 드러나는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하얀 피부와 성숙한 여자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그러나 남우는 영은을 받쳐 주던 손을 거두었다.

맑음을 고쳐 안고, 아이를 가볍게 흔들었다.

“또 장난치네. 아빠가 우리 맑음이 짐 뭐 챙겼는지 볼까?”

맑음은 금세 관심이 옮겨져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영은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손을 움켜쥐었다.

...

은희는 집으로 돌아온 뒤, 욕실에서 몸을 세게 문질렀다.

그래도 남우의 손길이 지워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욕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한참 뒤에야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물에 젖은 붕대를 떼어 내고, 거울 속 창백한 얼굴과 이마의 흉한 상처를 바라본 뒤 다시 소독하고 붕대를 감았다.

은희는 용한그룹이 무너진 진짜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민영순에게 진 빚도 모두 갚아야 했다.

남우가 보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대가도 치르게 해야 했다.

이렇게 비참하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핸드폰을 충전하며, 그녀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지로 떠올렸다.

그러나 그때 빚쟁이들의 얼굴은 여전히 흐릿했다.

전원을 켜자 알림이 쏟아졌다.

확인하기도 전에 우수애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악보 넘기기로 한 날짜가 벌써 사흘이나 지났어. 이거 계약 위반인 거 알지?]

그제야 은희는 떠올렸다.

보미가 마지막으로 쓰러지기 전, 은희는 의뢰 하나를 받았다.

기한을 넘기면 최소 5천만 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남우가 돈으로 은희를 옥죄지는 않았지만, 은희는 아무것도 못 하는 덩굴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결혼 후에도 그녀는 온라인으로 작곡 외주를 받아서 작업해 왔다.

업계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편이었다.

우수애는 그 일을 연결해 주는 매니저였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나 본 적이 없었지만, 은희는 수애가 매우 유능하지만 사정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언니, 나...”

은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오래 함께 일한 사이였지만, 우수애는 깊이 묻지 않았다.

[기회는 잡아 놨어. 주소 보낼 테니까 직접 가서 클라이언트한테 말해.]

전화가 끊겼다.

은희는 우수애가 보낸 주소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청월힐스?’

‘어떻게 이렇게 겹칠 수가 있어?’

은희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간단히 몸을 추스른 뒤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입구에서 방문 등록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은과 마주쳤다.

“은희 씨? 남우 보러 왔어요? 남우는 맑음이랑 먼저 병원에 갔어요. 들어와서 좀 앉아요. 제가 갈아입을 옷 몇 벌 챙기는 중이거든요.”

“남우는 맑음이 걱정만 하느라 자기 속옷 챙기는 것도 잊었더라고요.”

영은은 병원에서 목이 졸릴 뻔했다고 울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정하고 넉살 좋게 굴었다.

겉으로는 너그럽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남의 아내 앞에서 일부러 선을 넘는 아슬아슬한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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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114화

    남우는 영은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영은의 품에 안긴 맑음에게 다가갔다.“맑음이 나한테 줘. 애 상태가 왜 이런지 내가 직접 볼 거야.”영은은 맑음을 더 세게 안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억지로 만들던 미소도 점점 굳었다. 이대로 계속 버티다가는 결국 숨긴 일이 드러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더는 물러날 데가 없었다. 영은은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했다.필요하면 맑음을 앞세워 남우를 막을 생각까지 했다.그때 남우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하니 효찬이었다.남우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효찬의 목소리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큰일 났어! 은희 씨가 미행하던 사람한테 습격당했어. 지금 병원으로 실려 갔고!]그 말을 듣자 남우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분명 은희 곁에 여러 사람을 붙여 두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남우는 영은과 더 이야기할 생각도 못 한 채 문 쪽으로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지금은 다른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은희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남우가 그대로 나가 버릴 줄은 영은도 예상하지 못했다. 꽉 조여 있던 가슴이 조금 풀리며 숨이 나왔다.영은은 졸음에 겨워하는 맑음을 안은 채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힌 뒤 부드럽게 달랬다.“맑음아, 이제 푹 자. 엄마가 옆에 있을게.”조금 전 맑음은 영은이 시킨 대로 얌전히 있었다. 남우에게 다른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아이가 말을 잘 들은 덕분에 은희가 빠져나갈 마지막 기회도 막을 수 있었다.‘고은희, 네 딸이 정말 네 구세주이긴 하네.’‘그런데 지금은 내 말을 훨씬 잘 듣잖아.’‘그러니까 거기서 천천히 무너져 봐.’맑음이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영은은 어린이용 핸드폰을 열어 은희의 결백을 증명할 영상을 삭제했다.이어 기기 초기화까지 진행해 쉽게 원래 자료를 되살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영은은 집 안 보안 영상이 저장되는 관리실로 가서 자기 행동이 드러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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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111화

    “맞습니다. 애초에 이런 사람과 손잡는 게 아니었어요. 우리가 사람을 잘못 본 겁니다!”“회사에 끼친 손해부터 배상하고 나가요. 여기서 우리 시간 더 뺏지 말고요!”“...”주주들은 은희가 어떤 설명을 해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그때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며 이섭이 들어왔다.회사에서 자신에게 알리지도 않고 갑자기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말을 듣는 즉시, 주주들이 은희를 몰아세우고 있으리라 짐작했다.“주주 여러분, 제 이름을 걸고 보증하겠습니다. 고 대표님은 절대 표절하지 않았습니다. 그 곡 작업 이후 다른 곡 작업도 제가 계속 함께했습니다. 고 대표님처럼 실력 있는 작곡가는 남의 곡을 베낄 이유가 없습니다.”하지만 실제로 표절이 맞는지 아닌지는 주주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이섭도 그 점은 알고 있었다.“강 대표님, 지금 주주들께서 너무 감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 드러난 정황이 이렇잖아요.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우리도 딱히 도울 방법이 없습니다.”결국 이섭이 나선 덕분에 은희는 당장 손해배상까지 해야 하는 상황만은 겨우 피했다.그러나 계약 해지까지는 막지 못했다.주주들은 은희에게 앞으로 일주일 안에 결백을 증명할 자료를 찾아오라고 했다. 찾지 못하면 그때는 계약상 배상 책임도 함께 묻겠다는 조건이었다.원래부터 감정이 불안정했던 은희는 가슴이 꽉 막히는 듯했다.일주일 안에 증거를 찾지 못하면 ‘표절 작곡가’라는 낙인뿐만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배상금까지 떠안게 된다.은희는 곡을 쓸 때 작업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습관이 없었다. 이제 와서 당시의 자료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디지털 작곡 프로그램보다는 종이 오선지에 직접 써 내려가는 편이라 작성 시각을 확인할 기록도 남지 않았다.현재로서는 표절 의혹을 제기한 상대를 직접 찾는 방법밖에 없었다.하지만 은희가 여러 사람에게 부탁해도 그 사람과는 연락조차 닿을 수 없었다.남우 역시 병원에 누워 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소식을 들은 뒤 인맥을 움직여 은희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110화

    며칠 뒤 영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저장되지 않은 발신 번호였다.전화받자 음성을 변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영은 씨, 고은희를 없애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리죠.]누군가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했다.영은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그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돕겠다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누구예요? 왜 저를 도와주겠다는 거죠?”상대는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제가 누군지는 신경 쓰지 말아요. 은희가 쓴 악보가 표절이라는 증거를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누구든 은희를 표절 작곡가라고 믿게 만들 정도로요.]가만히 있는데 이런 기회가 저절로 손에 굴러들어 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영은은 거의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좋아요. 가능하면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 주세요.”은희는 영은에게 너무나 거슬리는 존재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걸림돌이 되어 결국 영은의 계획을 망쳤다.다만 은희를 싫어하는 사람이 영은 한 명만은 아닌 모양이었다.전화를 끊은 영은은 얼굴에 나타난 만족스러운 표정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가 조작된 증거를 보내왔다. 준비가 치밀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은희가 다른 사람의 곡을 베꼈다고 믿기 충분했다.먼저 연락해 온 것부터 이미 상대가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영은은 여러 경로로 은희의 표절을 의심하는 자료를 퍼뜨렸다. 일부 온라인 매체와 계정에는 돈까지 써 가며 기사를 내게 했다.자료가 공개되자 여론은 빠르게 들끓었다.은희의 표절 의혹은 짧은 시간 안에 큰 논란으로 번졌다.강씨 집안이 운영하는 회사 강양그룹도 은희와 협업 관계에 있었고, 그 여파는 곧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그룹의 주가가 빠르게 떨어졌다.이 정도 상황이면 회사로서는 은희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계약을 끊으려 할 가능성이 컸다.강양그룹 쪽 주주들도 더는 가만있지 않았다. 긴급회의를 열어 은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다.이번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109화

    영상에는 은희가 남우의 등을 마사지하고, 쓰러진 남우를 부축해 병원으로 옮기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은희가 이 영상을 남우에게 보내기만 하면 됐다.그러면 영은은 적어도 남우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컸다.예전의 은희였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진실을 밝히며 기뻐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은희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됐어요. 이제 상관없어요. 어차피 하남우랑 저는 이혼할 거예요. 이런 일까지 일일이 따질 필요 없어요.”은희는 알지 못했다. 남우가 오랫동안 영은에게 빚진 마음을 품고 특별히 대해 온 가장 큰 이유가, 과거 자신을 구한 사람이 영은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수년 전 남우가 사고로 크게 다쳤을 때, 영은은 우연히 은희가 남우를 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은희는 남우를 병원으로 데려간 뒤에도 계속 곁에서 돌봤다. 은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영은은 남우가 은희에게 준 비취 펜던트를 훔쳤고, 처음에는 비싼 값에 팔 생각이었다.그러다 병상에 누운 남자가 하진그룹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영은에게는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다.그래서 영은은 거짓말을 꾸며 자신이 남우를 구했다고 믿게 속였다.그 뒤로 남우는 줄곧 영은을 남다르게 대했다.정작 은희는 그런 과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상이 남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없었다.이섭은 은희가 정말 더는 이 일에 관여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고 억지로 설득하지 않았다.“영상은 제가 계속 보관하겠습니다. 필요해지면 언제든 말씀하세요.”이섭은 더 권하지 않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그날 이후 이섭은 과거 은희의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을 추적하던 중, 몇몇 단서가 서서히 강씨 집안 쪽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하지만 아직 은희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더 확실하게 진실을 확인한 뒤 알려 주려 했다.지금은 의심에 불과했다. 섣불리 말해 은희와의 협력 관계까지 망치고 싶지 않았다.은희가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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