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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탄산요정
은희는 앞으로 달려들어 영은의 목을 힘껏 움켜쥐었다.

다음 순간, 남우가 은희의 손목을 붙잡아 거칠게 뿌리쳤다.

은희는 비틀거리다 벽에 세게 부딪혔고,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남우가 멈칫하며 다가가려던 찰나, 영은이 남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손으로 목을 감싼 채 몸을 떨었다.

“정말 죽을 뻔했어...”

맑음도 겁에 질린 얼굴로 남우의 목을 붙잡고 숨넘어가듯 울었다.

남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낮게 말했다.

“고은희, 죽은 척하지 마!”

통증과 어지럼 때문에 은희는 몇 번이나 휘청인 뒤에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피가 하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 속눈썹 끝에 맺혔다.

은희는 눈을 제대로 뜨려 애쓰며, 한 팔로 영은을 안고 다른 팔로 맑음을 안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4년의 짝사랑.

6년의 결혼.

딸 보미는 죽었고, 은희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게 은희가 모든 걸 바쳐 사랑한 남자의 대답이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서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은희는 분노와 비참함을 안고 한 걸음씩 다가갔다.

남우의 앞에 선 그녀는 손을 들어 힘껏 내리쳤다.

짝!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남자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붉은 손자국이 빠르게 부어올랐다.

은희는 온 힘을 다해 말했다.

“하남우, 나 너랑 이혼할 거야.”

은희의 처참한 모습에 주변의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말을 끝낸 그녀는 비틀거리며 돌아섰다.

가느다란 등, 구겨진 옷, 헝클어진 머리, 힘이 빠져 떨리는 손.

비록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끝까지 무너지지 않으려 했다.

뒤에서 지독히 차가운 비웃음이 들렸다.

은희는 알고 있었다.

자기가 정말로 이혼할 거라고 마음먹엇다는 사실을 남우는 믿지 않을 것이다.

남우의 눈에 은희는 자기에게 약을 먹이고 침대에 기어올라 결혼을 얻어 낸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손에 들어온 재벌가 안주인 자리를 놓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남우는 늘 그렇게 믿었다.

은희는 6년 내내 설명했다.

그날 밤, 약을 탄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고.

그러나 남우는 믿지 않았다.

남우는 은희에게 맞은 볼 안쪽을 혀끝으로 쓸며 은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검은 눈에는 알 수 없는 잔혹함이 어려 있었다.

‘네가 내 뺨을 때려? 고은희, 네가 감히...’

...

수술 전날, 남우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수술과 입원 기간까지 계산하면 적어도 일주일은 집에 오지 못할 터였다.

2층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그는 은희에게 기꺼이 화해할 기회를 주려 했다.

하지만 집 안 어디에도 그녀는 없었다.

보미의 물건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이 미친 여자... 아이까지 데리고 집을 나가?’

그는 한껏 양보하는 심정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카톡 대화창을 열었다.

마지막 메시지는 며칠 전 그녀가 보낸 것이었다.

[어디야? 제발 병원에 한 번만 와 줘. 보미가 정말 아빠를 필요로 해.]

비서는 그날 보미를 피아노 레슨에 데려다 줄 때 아이의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고 말했다.

‘고은희... 정말 끝까지 못 고치는구나. 자기 딸 건강 상태까지 이용해서 나를 속여?’

혐오가 치밀었지만, 머릿속에는 병원 복도에서 이마에 피를 흘리던 그녀의 모습도 스쳤다.

그는 짜증스럽게 네 글자를 입력했다.

[집으로 당장 돌아와.]

메시지 옆의 1이라는 숫자가 사라지지 않았다. 프로필 사진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은희가 남우를 차단한 것이다.

그 작은 변화에 남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6년 동안 얌전한 척하더니, 화가 나니까 어릴 때처럼 제멋대로 구는 모양이었다.

...

그 시각 은희는 이미 부모님의 옛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고씨 집안이 운영하던 용한그룹이 무너지고 부모님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은희를 구해 준 사람은 남우의 할머니인 민영순 회장이었다.

민영순은 회사의 빚을 대신 갚아 주고 은희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으며, 은희가 성인이 되던 해에는 은희 일가가 살았던 옛집을 다시 사서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은희는 줄곧 혼자서 집으로 돌아올 용기가 없었다.

이제 다시 이곳에 선 은희의 눈앞에 부모님의 영정 아래 놓인 보미의 유골함이 있었다.

민영순에 대한 은혜와 남우에 대한 증오가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부딪쳤다.

은희는 그냥 죽어 버리고 싶었다.

그때 마당에서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몸이 떨렸다.

기억은 단숨에 열네 살 그해로 끌려갔다.

빚쟁이들이 이렇게 집 앞을 막아섰던 날이었다.

“꼬맹이, 원망하려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네 집안을 원망해. 안 나가면 널 어디든 팔아넘겨 버릴 줄 알아.”

그때 은희는 겁에 질린 새 같아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용한그룹 파산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

그녀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마당에 서 있는 사람은 그때의 빚쟁이가 아니라 남우였다.

뒤엉킨 기억 때문에 현실과 과거가 혼재했다.

남자는 이미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독히 짜증이 밴 말투에는 차가운 조롱이 섞여 있었다.

“고은희, 네가 여길 혼자 올 배짱도 있었어?”

익숙한 체취 안에 다른 여자의 향이 섞여 있었다.

은희는 한 걸음 물러섰다.

깊게 숨을 들이켠 뒤, 정신을 가다듬고 그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그녀의 눈 속에 든 감정은 전처럼 요동하지 않았다.

“이혼 서류는 준비됐어? 아니면 지금 바로 가정법원으로 가도 되고.”

남우의 시선이 은희의 이마에 말라붙은 핏자국을 훑었다.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일부러 다친 모습을 보여 주려는 건가.

그는 짜증을 눌렀다.

“나랑 이혼하면 한 푼도 못 받아.”

“괜찮아.”

은희는 망설이지 않았다.

남우는 준비해 온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길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은희는 뒤쪽 집을 가리켰다.

“여긴 할머니가 내 성년의 날 선물로 주신 집이야. 등기부등본에도 내 이름으로 올라가 있어.”

“집값은 할머니께 갚을 거고,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너에게는 회수할 권리도 없어.”

남우는 은희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더 싸울 생각 없이 그녀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갔다.

“멈춰!”

은희가 급히 뒤따라갔다.

하지만 걸음이 짧아 따라잡기 어려웠다.

그녀가 거실로 들어섰을 때, 남우는 이미 소파에 앉아 손에 든 상자를 열고 있었다.

“보미 콩쿠르 의상 샀어. 내려오라고 해.”

그는 아이가 위층에서 뛰어 내려오길 기다렸다.

예전에는 어떤 선물을 가져오든 보미는 기뻐하며 두 손으로 받아 들고, 작게 ‘고마워요, 아빠’라고 말하곤 했다.

맑음처럼 달려들어 애교를 부리진 않았지만, 은희만 빼고 생각하면 남우가 진심으로 싫어한 아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위층은 조용했다.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보미 어디 있어?”

남우가 의아한 얼굴로 은희를 돌아보았다.

은희는 가까이 다가와 상자 안을 보았다. 그 자리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새하얀 튤 드레스에는 반짝이는 큐빅이 촘촘히 수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예쁜 공주 왕관이 놓여 있었다.

그건 맑음의 생일 파티에서 입었던 드레스와 썼던 왕관이었다.

이제 와서 자기 딸에게 주겠다며, 보미를 위해 산 것처럼 말한다.

비참할 만큼 우스웠다.

“대답해. 보미 어디 있냐고.”

남자가 인내심을 잃고 일어나 위층으로 향했다.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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