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온채아는 감히 입을 벌리지 못했다. 혹시라도 흐느끼는 소리가 함께 새어 나와 성유준이 주도권을 쥐었다고 느낄까 봐 두려웠다.온채아가 협조하려 들지 않자 성유준도 서두르지 않았다. 뜨거운 입맞춤이 그녀의 목덜미에 떨어졌고 인내심을 갖고 피부를 조금씩 비비며 애무했다.온채아는 발가락까지 힘주어 웅크렸고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하지만 빠져드는 것은 오직 그녀뿐인 것 같았다.온채아는 이 일에서 굳이 승패를 다투고 싶지는 않았기에 막 항복하려는데 갑자기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온채아는 이런 물건과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런 식은 처음이었다.온채아는 본능적으로 뿌리치려고 했지만 성유준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성유준의 가죽 벨트와 슬랙스 그리고 온채아의 스타킹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모든 것이 적나라한 분위기를 드러냈다.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온채아는 마치 망망대해의 돛단배가 된 것만 같았다. 스스로 항해할 수 없고 오직 파도의 이끌림에 순종해야만 했다. 자신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즐기고 있는 듯했다.온채아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정신이 혼미해질 때 귓가에 입 맞추던 성유준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전기가 흐르는 듯이 그녀의 귓바퀴를 따라 온몸으로 퍼져나갔다.온채아도 마침내 한숨 돌렸다.그녀는 갑자기 승부욕이 솟아올라 손을 놓지 않고 고개를 들고 성유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좋았어?”“...”성유준이 어찌 그녀의 이런 유혹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목덜미에 핏줄이 솟아오르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 맞추며 무심하게 말했다. “응. 아주 좋았어.”뻔뻔하게!온채아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또다시 기세에 밀렸다.그녀는 벽에 걸린 시계를 흘긋 보았다. 새벽 2시.머릿속에 불쑥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역시 고강도 운동이 이렇게까지 효
하선호는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찌푸렸다.하희민이 천천히 다가와 강미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나지막이 달랬다. “제가 방금 형한테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온채아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성씨 가문에서 자랐대요. 아마 막내는 아닐 거예요. 온채아 선생님이 마음에 드신다면 제가 나중에 시간 날 때마다 어머니 옆에 자주 와서 같이 있어 주라고 할게요. 어때요?”강미진은 눈물을 멈췄다.“정말?”하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진짜예요.”축하 파티가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온채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강태무는 시간이 늦었다며 온채아에게 말했다. “다슬이는 술을 마시고 차에 있으니 다슬이랑 먼저 들어가. 내가 선생님을 모셔다드릴게.”“그래.”아래층으로 내려온 온채아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들과 헤어졌다.온채아의 차는 호텔 야외 주차장에 있었고 강태무의 차는 지하 주차장에 있었다.온채아가 차 문 앞으로 다가가 막 문을 열려는 순간 아까 비상 통로에서 성유준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는 늘씬한 몸매에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으며 셔츠 제일 위 단추 두 개가 자연스레 풀어 헤쳐져 있어 전체적으로 자유분방하면서도 검소한 느낌을 풍겼다.그가 비상 통로에서 했던 말이 불쑥 온채아의 머릿속을 스쳤다. 온채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서둘러 운전해서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막 안전벨트를 매자마자 성유준이 조수석 창문을 두드렸다. 온채아는 못 들은 척하려고 했지만 옆에서 곯아떨어져 자고 있던 정다슬이 갑자기 눈을 반쯤 뜨더니 차창을 내렸다. 그녀는 차 밖에 서 있는 남자를 확인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성유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다슬 씨도 계셨네요?”“저는 빠져도 돼요.”정다슬의 머릿속은 온통 성유준이 온채아의 남자 친구라는 생각뿐이었기에 후다닥 차에서 내려 조수석 자리를 내주었다.뒷좌석에 앉은 후 온채아에게 윙크까지 했다.‘봤지, 나 눈치 빠른 거.’성유준도 사양할 생각 없이 허리를 숙여 조수석으로 들어왔다.집 앞에 도착하자 정다슬은 더
하지만 말투에는 전혀 위압적인 느낌이 없었고 오히려 감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이때 하선호는 하희민의 말을 듣고는 즉시 입을 열었다.“차라리 카톡 추가하는 게 어때? 나중에 네 엄마가 치료받으면 자주 연락할 텐데.”온채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하희민을 바라봤다.하희민은 생판 모르는 사람과 카톡을 주고받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런지라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조심스레 물었다.“채아 씨,괜찮으시겠어요?”온채아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물론이죠.”카톡을 추가한 후 온채아는 여승운과 눈을 맞추고선 입을 열었다.“그럼 저희 먼저 나가겠습니다. 도련님, 자리가 마련되면 바로 연락 주세요.”“채아 씨.”강미진은 휠체어 손잡이를 꽉 쥐며 잠시 망설이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혹시 어릴 적에 경성에 있었나요?”방 안의 모든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온채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애매하게 대답했다.“그렇게 말할 수 있죠.”온채아가 경성에 온 것은 다섯 살 때였으니 경성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하희민은 어머니가 또 다른 사적인 질문을 던질까 봐 빠르게 말을 꺼냈다.“채아 씨, 제가 배웅할게요.”“감사합니다.”온채아는 그에게 마침 묻고 싶은 게 있어 잠시 기다렸다가 방을 나서며 하희민을 돌아보았다.“도련님, 사모님의 다리는 낙상 때문에 다치신 거죠?”건물에서 뛰어내린 것처럼 보였으나 온채아는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전 휴게실에서 본 바로는 하선호와 강미진은 서로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부부였고 그들의 자식들도 큰 문제 없이 잘 자란 듯 보였다.그렇다면 강미진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하희민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그 후 어딘가 모르게 고통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채아 씨의 의술은 들은 바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꼭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어머니가 조금씩이라도 회복하기 시작한다면 아버지의 말씀대로 저희가 크게 보답하겠습니다.”
“네.”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인 후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전에 진찰했던 환자 중에 사모님과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그때 치료했던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는 더 자신 있습니다.”“미진아.”하선호는 아내를 향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강미진을 바라보더니 기쁨의 눈물이 차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들었지? 6개월만 지나면 천천히 일어설 수 있을 거야. 우리가 경성에 온 게 헛되지 않았어.”옆에 조용히 서 있던 하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 하희민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치료하는 동안에는 제가 엄마랑 같이 경성에 있을게요.”마침 경성 쪽 지사를 정리할 기회가 생겼다.하씨 가문이 오랫동안 경성을 비웠을 때 몇몇 사람들이 그 틈을 타 점점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하선호는 자연스레 말했다.“네 동생에 경성에 있잖아. 의사니까 네 엄마를 더 잘 돌볼 수 있어.”“얼굴을 비추기나 할까요?”하희민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하선호는 문뜩 막내아들이 아까부터 안 보인다는 걸 눈치챘다. 분명히 휴게실에 올 때까지 옆에 있었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이 자식이 또 어디서 사고를 치는 건 아니겠지?’사고뭉치는 복도 한쪽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발코니에서 전화받는 여자의 여린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예전의 정다슬은 지금보다 훨씬 말랐다.현재는 살이 조금 붙었지만 여전히 안쓰러울 정도였고 한 손에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였다.정다슬은 온채아의 축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시간을 냈다. 그런데 상사와 의뢰인이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어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고 발코니의 난간을 짚은 채 애써 침착하게 대응했다.“네, 맞아요. 그렇게 됐어요. 구체적인 사항은 내일 직접 만나서 얘기할게요. 승소 여부는 제가 보장할 수 없죠...”하지훈은 정다슬이 왜 이렇게 차분하게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대학 시절의 정다슬은 지금과 전혀 달랐고 하지훈과 헤어질 때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뺨을 날리기도 했다.하씨 가문의 넷째 아
여자 옆에 있는 중년 남자는 오래도록 고위직에 있던 강력한 포스를 내뿜으며 누구도 함부로 다가설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여승운이 온채아를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채아야, 와서 사모님 좀 봐드려. 두 다리가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봐줘.”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잠시 망설였다.그러다 중년 남자가 깊게 찡그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저희는 선생님께서 제 아내를 봐주길 원해서 이곳까지 왔습니다.”온채아가 살펴보는 게 기분이 나쁜 건 아니지만 강미진의 병은 이미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어 진전이 없었다.몇 년 전 그들은 다시 병원을 찾았으나 의사들이 내린 진단은 거의 비슷했다. 모두 돌려서 말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그 이후로 강미진은 더 이상 병원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여러 번 설득한 끝에야 겨우 마지막 시도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이곳을 찾아왔다.온채아가 만약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면 강미진은 다시는 의사를 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비록 여승운이 온채아가 자기 제자이자 한빛 그룹의 특효약 개발자라고 소개했지만 약 개발과 치료는 결국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온채아는 그들의 의중에 개의치 않고 휠체어 옆으로 다가가 반쯤 무릎을 꿇으며 부드럽게 물었다.“사모님, 제게 다리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하씨 가문 모두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강미진이 거절하면 앞으로 치료받는 건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네. 하지만 제 다리는 이미 몇 년 전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정받았어요.”항상 말이 없던 강미진은 온채아를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의외로 흔쾌히 동의했다.“그래도 봐주실 건가요?”“네.”온채아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깨끗하게 씻은 두 손으로 강미진의 바지를 걷기 시작했다.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근육이 완전히 위축되어 있었다.일반 사람이라면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온채아는 의사로서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빠르게 바지 끝을 고정시킨 뒤 힘을 조절하며 두 다리 위에 압력
온채아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파동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들어 다소 불만스럽게 성유준을 쏘아보며 말했다.“원하는 게 뭔데?”“오늘밤...”성유준은 온채아의 맑고 투명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고 그 눈빛 속에는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곧이어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네가 직접...”그의 말은 온채아의 귀 끝을 스쳤고 입술은 마치 부드러운 깃털처럼 온몸을 간지럽혔다.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자 온채아는 숨쉬기조차 어려운 느낌이 밀려왔다.성유준이 내뱉은 마지막 세글자는 온채아의 심장을 저격했고 순식간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이런 말을, 이렇게 고상하고 신중한 남자 입에서 들을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온채아는 그의 눈길을 피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고 본능적으로 성유준을 밀쳐내더니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그런 일은... 나도 할 줄 몰라.”계약서에 사인할 때 오로지 정다슬을 구하려는 생각뿐이었다.성유준이 잠자리를 원한다고 해도 성윤혁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태연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때는 성인 간의 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부끄러운 일인 줄 몰랐다.그날 밤 두 사람이 거의 관계를 맺을 뻔했을 때도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었기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온채아에게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었다.그녀가 도망치려는 순간 성유준이 손목을 잡아끌었다.“괜찮아. 난 경험이 있잖아. 내가 다 가르쳐 줄게.”그의 말은 마치 중요한 업무를 얘기하는 듯 차분하고 진지했다.온채아는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갑자기 무슨 경험이 있다는 거야. 미쳤나 봐.’온채아는 이런 상황에서 여유롭게 말하는 성유준이 이해되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그 장면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축하 파티 자리에서 남몰래 이런 수모를 당하니 순간 말문이 막혔다.다른 주제라면 성유준과의 말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쪽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