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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Penulis: 락희
온채아는 정신을 차린 후 정다슬의 질문에 답할 겨를도 없이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배달 앱을 열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에서는 의도치 않게 그녀의 불안함이 전해졌다.

정다슬은 온채아가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주문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아니, 진짜 임신한 거야?”

온채아의 의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정다슬은 그 반응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갔다.

온채아는 주문을 마친 후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맥을 짚었는데 확실히 임신이야. 그런데 그날 밤에 분명히 피임약을 먹었는데 왜 이러지? 너도 내가 그거 먹는 거 봤잖아.”

피임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할 가능성은 존재했지만 그 확률은 정말 낮았다.

정다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내가 직접 내려가서 약 사다 줬잖아.”

그날 밤 온채아는 성유준의 집에서 돌아온 후 정다슬과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정다슬이 갑자기 그 생각이 나 한밤중에 약국에 달려갔었다.

온채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정다슬은 그녀를 위로하려고 말을 이어갔다.

“일단 테스트기로 한 번 더 해보자. 너무 긴장해서 맥을 잘못 짚을 수도 있잖아.”

“응.”

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마음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고 배를 만질 용기가 나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몇 분 후, 테스트기가 도착했다.

정다슬은 뛰어가서 포장을 뜯고 임신 테스트기를 온채아에게 건넸다.

“사용법 알지?”

“알아.”

비록 직접 사용해 본 적은 없었지만 이런 건 상식이라서 잘 알았다.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갔고 숨을 깊게 쉬며 용기를 내어 테스트했다.

아직 초기라서 그런지 두 번째 줄은 아주 연했지만 임신을 알려주기엔 충분했다.

성유준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그녀의 배 속에는 하나의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그 시각 정다슬은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의 온채아와 성유준의 관계는 임신하기에 적합한 시점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소원희 때문에 갈라지고 적이 된다면 그 아이는 중간에서 너무나 난처한 입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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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정다슬은 자신만의 변명을 이어갔다.“아이의 정신적인 아빠가 되어준다는 얘기였어. 성 대표님보다는 내가 훨씬 낫지.”온채아는 잠시 생각해 본 뒤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독하고 차가운 성유준이 아빠가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아이가 배고프다고 울면 손발 다 있는데 왜 혼자 못 먹냐며 몰아붙일 것 같았고 틈만 나면 얼굴을 찡그린 채 아이에게 심부름 시킬 것만 같았다.그 생각에 온채아는 웃으며 정다슬을 바라봤다.“맞아. 당연히 네가 더 잘할 거야.”“고기 먹을 수 있겠어?”정다슬은 걱정스럽게 온채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안되면 다른 거 먹자. 내가 시킬게.”“당연히 먹을 수 있지.”온채아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배고파죽겠어. 내가 한 상 다 먹어도 되지?”술은 못 마시게 되었지만 새 생명이 곧 태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두 사람은 그저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으나 정다슬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성 대표님은 어떻게 할 거야? 임신한 걸 알면...”양육권 싸움은 피할 수 없다.그리고 온채아는 그와 싸워서 양육권을 얻을 가능성은 희박하다.10개월 동안 품고 있던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한다면 얼마나 절망스러울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다.온채아는 수박을 먹으며 고기를 굽다가 망설임 없이 답했다.“얘기 안 하면 되지.”지금은 그저 이 아이를 반드시 키우겠다고 결심한 상태기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두 사람은 깊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 잠이 들었다.다음날, 막 잠에서 깨어나 이불을 털며 일어나려는 순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시간을 확인한 온채아는 슬리퍼를 신고 문을 열러 갔다.“어머, 이제 막 일어났나 봐?”이미숙이 양손 가득 음식을 쥔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온채아가 아직 졸린 모습으로 나오자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늦게 올걸 그랬나 봐. 괜히 방해했네.”“아니요, 아니에요.”온채아는 민망한 듯 코를 긁적이며 말했다.“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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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았어. 신경 쓸게.”이미숙은 온채아의 말을 들으면서 미소를 지었다.“요즘 좀 어때? 시간 날 때 놀러 와.”“좋아요.”온채아는 바로 대답했다.“그런데 당분간은 바빠서 안 될 것 같아요. 요즘 일이 많아서요.”한의원, 실험실, 그리고 공익 프로젝트까지 신경 써야 하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그래도 약물이 출시되면 한숨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껏 버텨왔다.이미숙은 전보다 훨씬 야윈 온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주말에는 집에 있을 거지? 내가 만두 좀 쪄서 가져다줄게.”“좋아요.”온채아는 이미숙이 만든 만두를 좋아했기에 주저하지 않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건강 잘 챙겨야 해. 알았지?”이미숙은 신신당부하고선 처방전을 들고 나갔다.점심시간이 끝난 후, 온채아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간호사에게 환자 몇 명을 더 받으라고 얘기했다.그렇게 세 시가 지나서야 퇴근한 온채아는 근처에서 대충 밥을 먹은 뒤 운전해서 그린 빌라로 향했다.오늘 아침에 하씨 가문 아가씨가 경성에 온다고 해 온채아와 강미진은 치료 시간을 오후로 조정했다. 두 모녀의 오붓한 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나름 배려했다.온채아는 하씨 가문의 도우미들과 이미 친해졌다. 그녀의 차가 문 앞에 도착하자 도우미들은 한걸음에 다가와서 문을 열어주었다.“채아 씨, 오셨네요.”“네. 고마워요.”웃으며 안으로 들어간 온채아는 거실에서 하씨 가문의 큰딸과 마주쳤다.그녀는 처음으로 30대 중반의 여성에게서 이런 강한 카리스마를 느꼈다. 머리는 깔끔하게 뒤로 묶어 매우 단정했지만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풍겼다.한편으로는 왜 하씨 가문에서 이렇게 큰 발언권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인사를 건네려던 온채아는 하도연이 거실의 가족사진을 보고 잠시 멍하니 서 있는 걸 보고선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가 침을 놓기로 했다.그런데 그때 하도연이 정신을 차리고 온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채아 씨, 맞죠? 저는 하도연이에요. 희민이의 누나.”온채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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