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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Author: 락희
하지훈이었다면 진작에 물고 늘어지며 난리를 쳤을 게 뻔했다.

“할 말 없어?”

“...”

정다슬은 반찬을 집으며 하지훈을 쳐다봤다.

“말하면 자존심 상할까 봐 그래요.”

온채아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이 점점 풀리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성유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온채아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곁에 있는 친구들이나 교수님이 보여준 관심과 보살핌은 그녀의 성씨가 무엇인지, 이름이 무엇인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그녀 자신이면 충분했다.

하지훈은 정다슬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없다는 걸 알고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그는 온채아를 보며 본론으로 돌아갔다.

“심서정, 경찰서에서 풀려났어.”

“우리 집안에서 손을 쓴 건 아냐. 임신 중이라 경찰서에서도 계속 잡아두기가 곤란했나 봐.”

말을 마친 하지훈은 온채아의 얼굴에 당혹감이나 불쾌함이 전혀 보이지 않자 깜짝 놀라 말했다.

“너, 심서정이... 임신한 거 알고 있었어?”

다행히 중간에 말을 멈춰 주율천의 이름을 내뱉지는 않았다.

공격적이라 느껴질 만큼

‘가여운 채아, 어떻게 그런 쓰레기 같은 놈의 아이를 가졌단 말인가'

온채아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제 하씨 가문 본가에서 봤을 때 눈치챘어요.”

임신한 여자는, 특히 개월 수가 어느 정도 차면 임신한 티가 꽤 명확하게 나기 마련이다.

한창 식사를 하던 성유준은 행동을 멈췄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하지훈을 힐끗 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훈은 그 시선에 뒷덜미가 서늘해졌지만 못 본 척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는 데 열중했다. 제발 성유준의 직감이 이렇게까지 예리하지는 않기를 빌 뿐이었다.

성유준의 여동생과 하지훈의 여동생이 같은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니. 게다가 하지훈의 여동생은 남의 남자를 가로채고 아이까지 임신했다. 성유준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건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식사를 마치고 하지훈이 소파에 앉아 있던 정다슬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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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500화

    하지훈은 한참 동안 정다슬을 빤히 바라보다가 화를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꼭 장현진이랑 그렇게 게속 엮여야겠어?”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성유준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카톡을 몇 번 만지작거리고는 온채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바빠?]답장은 금방 왔다.[방금 다 끝냈어. 이제 샤워하려고.]성유준은 새로 바꾼 그녀의 애칭을 흥미로운 듯 몇 초간 빤히 바라보았다. 그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름이었다. 더 답장할 생각 없이 그는 휴대폰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그런데 웬걸, 문을 열자마자 초인종을 누르려던 하지훈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동시에 맞은편 집에서도 쾅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훈의 얼굴에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온채아를 찾아가려던 계획이 방해받은 성유준은 기분이 더 좋지 않았다. 그는 하지훈을 훑어보며 물었다. “왜 왔냐?”“술 마시러.”하지훈은 여전히 짜증 섞인 감정에 빠져 성유준의 노골적인 거부감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미 정다슬이 돌아온 상황에서 밤늦게 성유준이 다시 찾아가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성유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짚었다. “웬 술?”하지훈은 제 집 안방인 양 들어와 거실 슬리퍼로 갈아 신고는 집 안을 한 바퀴 훑었다. 온채아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식탁 위에도 밥을 먹은 흔적은 없었다. 하지훈은 성유준을 돌아보며 동병상련의 마음을 담아 입을 뗐다.“너나 나나 처지가 똑같은데 술 말고 마실 게 뭐가 있냐?”...성유준은 하지훈이 제대로 상처받은 상태인 것을 보고 동정심을 베풀어 딱히 찬물을 끼얹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대신 맥주 한 병과 잔 두 개를 챙겨 다가갔다. “정 변호사랑 저녁 안 먹었어?”하지훈은 의욕 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먹었어.”그렇군. 먹긴 먹었는데 기분 좋게 먹지는 못한 모양이다. 성유준은 상황을 짐작하고 하지훈에게 술을 따라주며 온채아에게 답장을 보냈다.[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4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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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4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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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4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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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495화

    온채아는 기분 탓인지 몰라도 성유준의 키스 스킬이 두 사람이 처음 입을 맞췄을 때보다 훨씬 정교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그의 타고난 재능인가...어느 분야에서든 특출난 모양이다.항상 가르쳐주는 이 없어도 스스로 깨우치는 능력을 타고난 듯했다.하지만 확실한 건 이 입맞춤을 통해 온채아의 몸과 마음이 비로소 온전히 안정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유일한 걱정은 오직 그녀의 출생 문제뿐이었다. 부디 그녀의 부모님이 극악무도한 마약 사범만은 아니기를. 만약 그렇다면 온채아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노력은 아마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부탁이에요. 하느님, 한 번만 더 저를 보살펴 주세요.'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복잡한 생각들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저 이 순간의 분위기에 자신을 내맡긴 채 성유준이 이끄는 대로 몰입하고 싶을 뿐이었다.어릴 적부터 수없이 오빠라고 불렀던 성유준은 정말로 온채아를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녀가 했던 모든 걱정과 망설임이 그의 앞에 서기만 하면 전부 해결되는 듯한 느낌이었다.온채아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던 탓에 괜한 오해를 키웠던 셈이다. 작년에 성유준이 다시 온채아의 세상에 나타난 이후로 입으로는 늘 얄궂은 소리를 해댔지만 사실 그는 매번 그녀의 편이었다.마음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다행스러움이 밀려왔다. 참 좋았다. 성유준이 망설임 없이 선택해 주어서.만약 온채아가 결혼하기 전 그날 차 안에서 오늘 밤처럼 속 시원히 대화했더라면... 그 긴 세월을 멀리 돌아오지 않았을까.성유준은 온채아가 점차 몸을 늘어뜨리는 것을 느끼고 장소가 차 안임을 고려해 살며시 입술을 뗐다. 그녀가 숨을 고를 수 있게 여유를 준 것이다.이어 성유준은 생각에 잠긴 온채아를 보며 물었다. “무슨 생각해?”“생각 중이었어.”키스 여파로 기운이 빠진 온채아는 성유준의 품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위로 젖히고 그의 날카롭고 수려한 턱선을 바라보았다. 온채아는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잘못했던 건가 싶어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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