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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복덩이
“고작 그런 자리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따져? 나중에 지씨 가문 재산은 전부 아들 거야. 아들에게 못 줄 게 뭐가 있겠어?”

“너희 모자는 정말 똑같이 속이 좁아!”

지성훈은 자신이 지민호의 자리를 빼앗은 게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원래는 레고와 목걸이를 들고 송연서와 지민호에게 사과하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송연서가 뭐든 윤서희 모녀와 겨루려 드니, 지성훈은 이 상황이 지겨워졌다.

자신과 지씨 가문 전부를 송연서에게 줬는데, 가끔은 윤서희 모녀에게 양보하는 게 안 되는 건가?

지성훈은 더 이상 송연서와 다투기 싫어서 냉랭한 얼굴로 떠났다.

송연서는 지성훈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도 지난날처럼 붙잡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송연서는 피곤해서 미간을 짚고 문을 닫은 뒤 침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동이 틀 무렵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울부짖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민호야!”

송연서는 번개같이 정신이 들어 맨발로 뛰어나갔다.

장난감 방에서 지성훈이 윤서진을 안고 윤서희와 함께 애지중지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지민호는 세 사람 앞에 서서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채 울고 있었고, 뺨에는 새빨간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지성훈은 마치 그 손자국이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굴었다.

송연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바닥에 쪼그려 앉아 지민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 마. 엄마한테 말해봐. 무슨 일이야?”

지민호가 대답하기 전에 윤서희가 분개하며 말했다.

“내가 때렸어! 언니는 평소에도 속이 좁아서 나랑 성훈 오빠 사이를 질투하잖아. 온갖 방법으로 나를 괴롭혀도 나는 참고 넘어갔어.”

“그런데 아들이 겨우 5살인데, 어떻게 남을 괴롭히라고 아이한테 가르칠 수 있어?”

송연서는 얼굴을 굳혔다.

“민호가 이유 없이 남을 괴롭힐 애가 아니야! 때렸으면 사과해!”

말이 끝나자마자 지성훈이 굳은 얼굴로 꾸짖었다.

“송연서, 그만해! 민호가 서진이 장난감을 뺏고 밀쳐서 서희가 손을 댄 거야.”

“다 네가 아이를 너무 응석받이로 키워서 버릇이 없는 거야. 서희가 대신 교육해 준 거라고!”

지민호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빠, 민호는 장난감 안 뺏었어. 서진이가 내 인형을 뺏은 거야.”

지성훈은 잠시 당황했지만 여전히 지민호를 나무랐다.

“너는 오빠잖아. 동생한테 양보 좀 해주면 안 돼?”

지민호가 흐느꼈다.

“그런데 서진이가 가위로 내 인형을 잘라버렸어. 그 인형은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거야!”

송연서는 너무 급하게 와서 미처 보지 못했는데, 지민호의 말을 듣고 보니 바닥에 인형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아주 잘게 잘려서 다시 꿰매기도 어려웠다.

전말이 다 밝혀졌으니, 이번에는 지성훈이 자신이 지민호를 오해한 걸 깨닫고 사과할 줄 알았다.

하지만 윤서희가 지성훈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투덜거렸다.

“서진이가 겨우 5살인데 뭘 알겠어? 인형을 잘게 자르면서 놀았겠지.”

지성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민호에게 말했다.

“됐어. 너도 남자애인데 그렇게 속 좁게 굴지 마.”

그 말에 송연서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날 뻔했다.

“당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이 인형은 내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민호 주려고 손수 만드신 거야!”

윤서진이 울음을 터뜨렸다.

“아줌마 무서워! 무서워!”

지성훈은 윤서진의 눈물을 닦아주며 송연서를 꾸짖었다.

“서진이가 너 때문에 울잖아. 애가 뭘 안다고 그렇게까지 일을 크게 키워? 이 일은 여기서 끝내. 또 시비 걸면 너희는 앞으로 여기 살지 마!”

지성훈은 윤서진을 안고 윤서희와 함께 나가버렸다.

송연서와 지민호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송연서는 가슴이 꽉 막힌 듯 숨이 턱 막혔다.

예전 같으면 틀림없이 지성훈을 찾아가 시시비비를 가렸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지성훈에게 진작 완전히 실망해버린 지 오래였다.

송연서는 지민호를 달랜 뒤 바닥에 흩어진 인형 조각을 주워 모아 복구를 시도했다.

하지만 손에 상처만 여러 개 났을 뿐, 인형은 여전히 조각나 있었다.

송연서는 손의 상처를 보다가 문득,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눈물을 흘리며 자기 손을 잡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는 죽는 게 무섭지 않아. 다만 엄마가 죽으면, 너와 민호를 지켜줄 사람이 없을까 봐 그게 겁난다.”

“우리 사위는 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사람 보는 눈이 없어.”

“그리고 그 윤서희라는 애도 보통은 넘는 애다.”

“사위가 윤서희 모녀 편을 들기만 하니, 앞으로 너와 민호는 어떡할래?”

그때 송연서는 자신 있게 약속했다.

“걱정 마세요, 엄마. 성훈이가 윤서희한테 잘하는 건 은혜를 갚으려는 것뿐이에요. 지 서방은 저를 사랑하니까 저와 민호를 해치지 않을 거예요!”

송연서는 그때 지성훈을 온전히 믿고 사랑했던 어리석은 자신이 그저 한없이 가여웠다.

송연서는 인형 조각을 챙겨 지민호를 데리고 가장 가까운 호텔로 나갔다.

더 이상 이 ‘집’에 남아 마음대로 짓밟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송연서가 호텔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지성훈이 찾아왔다.

“방금 서희가 너랑 민호를 봤다고 해서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정말 너희였구나. 집에 안 있고 호텔에 왜 온 거야?”

지민호는 지성훈을 보자 반갑게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고, 겁먹은 듯 송연서 뒤로 숨었다.

그 겁먹은 모습을 본 송연서는 가슴이 아팠다.

“나랑 민호가 나갈게. 당신들이 굳이 쫓아낼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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