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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조우

Author: 나카미치 마야
서해인의 시점.

성시우와 함께 행사장 한쪽에 조용히 서 있었지만, 특출 난 외모와 의상 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이 한 번씩 우리를 바라보고 지나갔다.

가끔 성시우를 알아본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면, 성시우는 능숙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온화한 다도가의 얼굴과는 다른,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면모를 엿보게 했다.

“해인 씨, 지금부터 친분 있는 분들께 인사를 드리러 갈 겁니다. 자연스럽게 옆에 계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두 쌍의 경영자 부부에게 인사를 드리자,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받아주었다.

“성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기쁘네요. 옆에 계신 분은…?”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이분은 서해인 씨입니다. 제 교실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드레스도 참 잘 어울리시고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이렇게 미인이 도와주신다니 영광이네요.”

“네, 저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고요. 해인 씨는 제 소중한 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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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다음 날, 사라진 아내와 100억   533. 공통점

    최준혁의 시점.병실 문 앞에 서서 가볍게 노크한 뒤 조용히 문을 열었다.“……해인아.”서해인의 무사함을 빌며 진료실 앞에서 줄곧 기다렸던 나는 팽팽하게 이어진 긴장과 목마름 탓에 목소리가 완전히 쉬어 있었다. 병실 침대 위에는 머리에 흰 붕대를 감은 서해인이 누워 있다가 천천히 이쪽을 돌아보았다. 팔의 상처에는 거즈가 붙어 있었지만, 그 눈동자는 분명 또렷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준혁 씨……?”희미하게 쉰 서해인의 목소리.그 모습을 본 순간, 오랜 세월 쌓여 온 후회와 사랑스러움, 그리고 ‘해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에서 한꺼번에 해방되며 이성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조용히 침대 곁으로 다가가 서해인의 가느다란 어깨를 끌어당긴 뒤, 감싸 안듯 힘껏 품에 안았다. 품에 안긴 서해인의 몸은 붕대를 감고 있어서인지 예전보다 훨씬 작고 너무도 연약하게 느껴졌다. 내가 조금이라도 힘을 과하게 주면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해인아……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전 기사님에게 전화로 상황을 듣고, 네가 너무 걱정돼서…… 혹시라도 네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정말 무서웠어…….”서해인의 체온, 머리카락에서 희미하게 풍기는 찻잎 향, 그리고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소리. 그 모든 것을 온몸의 감각으로 확인하자, 둑이 무너지듯 눈물이 쏟아져 멈추지 않았다. 내 눈물이 서해인의 뺨을 조용히 적셨다.서해인은 놀란 듯 순간적으로 몸을 굳혔다. 하지만 곧 긴장이 풀린 것처럼 숨을 내쉬더니, 가느다란 두 팔을 내 등에 조심스럽게 두르고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준혁 씨…… 울어요?”다쳐서 아픈 것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무서운 일을 겪은 것도 서해인일 텐데,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처럼 내 등을 일정한 박자로 부드럽게 두드리고 있었다. 그립고 다정한 울림이 담긴 서해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편안하게 떨렸다.조심스럽게 팔의 힘을 풀자, 서해인은 몸을 조금 뒤

  • 이혼 다음 날, 사라진 아내와 100억   532. 기도

    최준혁의 시점.“더 속도를 내! 긴급 상황이야. 서둘러 줘!” “사장님, 이 이상은 위험합니다! 저희까지 사고가 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운전석 뒤에서 고함을 쏟아 내는 나를 향해, 평소 온화한 운전기사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 말에 간신히 남아 있던 이성이 머릿속을 찔렀다. 운전기사의 말이 맞았다. 여기서 우리까지 사고가 나 도착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초조함에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고, 심장은 갈비뼈를 뚫고 나올 듯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손에 땀이 차 미끄러질 것 같은 휴대폰을 세게 움켜쥐고 응급실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게 했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도심의 풍경은 지나치게 빠르게 감기는 필름처럼 보이면서도, 끔찍할 만큼 길게 늘어진 느린 화면처럼 느껴졌다. '해인아…… 해인아, 제발. 무사해 줘. 나에게서 더는 아무것도 빼앗아 가지 마……!' 마지막으로 통화에서 들었던 전민수의 떨리는 목소리가 몇 번이고 귓속에서 반복되었다.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신 것 같아 의식이 흐려져 있었고…….’ ‘마지막으로 최 사장님의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내 이름을 불렀다고? 이혼한 뒤 그토록 상처를 주고 멀어지게 만든 내 이름을, 왜 서해인은 불렀던 걸까. 나와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인가? 돌이켜 보면 늘 그랬다. 나는 언제나 오만함과 나약함 때문에 서해인이 가장 절실하게 도움을 원하던 순간에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 결혼했을 때도, 이혼하고서야 서해인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에도 나는 서해인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돕거나 지키지 못했다. 이제야 비로소 “모든 것을 말하겠다”, “곁에서 지키겠다”라고 맹세했는데, 또다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만약 그 편지를 보낸 사람이…… 서아영이나 신우석이 해인을 노리고 일부러 사고를 일으킨 거라면…….”문득 머릿속을 스친 최악의 가설에 분노로 어금니가 맞부딪치며 떨렸다. 신우석은 도주했고, 서아영은 그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 내가 서해인에게 접근하려던 이

  • 이혼 다음 날, 사라진 아내와 100억   531. 청천벽력

    최준혁의 시점.'해인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군……. 늦는 건 정말 드문 일인데.' 약속한 오후 세 시가 지나고도 십오 분이 흘렀지만 호텔 로비 라운지 어디에도 서해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항상 성실하고, 약속 시간보다 훨씬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사람이 바로 서해인이었다. 결혼 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시간과 약속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그녀가 아무 연락도 없이 십오 분이나 늦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서해인을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을 달래려고 휴대폰 화면을 켜 뉴스 사이트를 넘겨 보았지만, 화면에 떠 있는 글자들은 그저 의미 없는 기호처럼 보일 뿐 머릿속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라면 열심히 챙겨 보던 해외 축구 경기 결과나 이적 기사조차 지금의 나에게는 그저 소음일 뿐이었다. 다시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삼십 분이 지나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 이상한데…… 길이 막히는 건가? 아니, 그렇더라도 '조금 늦어요' 정도는 해인이라면 반드시 미리 연락했을 텐데.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가슴을 짓누르는 불길한 예감에 더는 참지 못하고 나는 서해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하지만 귓가에는 신호음만 허무하게 울릴 뿐, 서해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심장이 불길한 박자로 뛰기 시작했다. 열몇 번째 신호음이 끝난 뒤 자동응답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딸깍. 작은 연결음과 함께 통화가 이어졌다. “해인아!? 나야…… 지금 어디야?” 튀어나오듯 다급하게 물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서해인의 맑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아니었다.“……최 사장님이십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낮고, 분명히 동요를 감추지 못하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잘못 건 줄 알고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 화면을 확인했다. 하지만 화면에는 분명히 '서해인'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해인이…… 휴대폰 맞

  • 이혼 다음 날, 사라진 아내와 100억   530..격한 고동 ②

    최준혁의 시점.“준혁아, 오늘은 유난히 시간을 자주 확인하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사무실에서 몇 분 간격으로 손목시계를 힐끗힐끗 확인하던 나를 눈치챈 강성환이 장난스러우면서도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건…….”“네가 그렇게 말을 흐릴 때는 대부분 사적인 일이더라. 해인 씨? 아니면 또 성시우 씨와 관련해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여전한 눈치였다. 업무 파트너로서도 지나치게 유능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사생활 속 미묘한 감정까지 한순간에 꿰뚫어 버리니 두 손 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체념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넌 정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인지 다 아는구나. 일뿐만 아니라 사적인 부분까지 이해하고 있다니…….”“그야 난 너의 특별한 파트너니까. 뭐든 다 알지. 어때? 사적으로도 좀 더 가까운 파트너가 되어 볼까?”장난스럽게 속삭이며 강성환은 내 곁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목 부근으로 하얀 손을 자연스럽게 뻗어 약간 비뚤어진 넥타이 매듭을 능숙하게 바로잡아 주었다.그 순간 강성환의 윤기 나는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길고 짙은 속눈썹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향수라도 뿌린 걸까. 은은하게 풍기는 상쾌한 마린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남자인 내가 봐도 강성환의 이목구비는 단정하고 잘생겼다. 세상의 많은 여자들이 왜 그에게 끌리는지 알 것 같았다.“됐어.”미소 지으며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같은 남자인 나조차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할 만큼 묘한 색기가 서려 있었다.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시선으로 강성환을 바라본 적은 없었는데, 가까이에서 본 그의 반듯한 외모와 자연스럽게 풍기는 분위기에 순간 머리가 아찔해지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너한텐 예련 씨가 있잖아. 그런 이상한 농담은 하지 마.”당황한 기색을 감추려는 듯 조금 퉁명스럽게 강성환의 손을 부드럽게 밀어내자,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물론이지. 나한텐 예련이가 있어. 그리고 너도 해인 씨밖에 안 보이

  • 이혼 다음 날, 사라진 아내와 100억   529.격한 고동

    서해인의 시점.“해인 씨,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시우 씨…… 돌아오셨군요. 오늘은 다도 연맹 강연회가 있었죠? 수고 많으셨어요. 어땠나요?” 마지막 제자까지 배웅하고 아무도 남지 않은 조용한 연습실에서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정장 차림의 성시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온화한 태도로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리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한 곳에 모아 둔 무거운 다기를 익숙한 손길로 들어 올려 세척대로 옮겨 주려 했다. “덕분에 무사히 끝났어요. 회장님께서도 극찬하시면서 다음에도 꼭 부탁한다고 하시더군요.” “어머, 대단해요.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 존경스러워요.” “아니에요. 그보다 해인 씨, 설거지를 하면 손이 거칠어지니까요. 나머지는 제가 해 둘 테니 오늘은 먼저 들어가세요.” “네? 하지만…… 그러면 미안하잖아요. 연습이 끝난 뒤 정리하는 건 제 일이고, 성시우 씨도 일을 마치고 오셔서 피곤하실 테니 쉬세요.” 내가 황급히 다기를 되찾으려고 손을 뻗자, 성시우는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현관 앞에 데리러 온 차가 기다리고 있던데요. 전민수 씨가 무척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오늘 이따가 무슨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으신 것 아닙니까?” “아……” 심장이 따끔하게 아팠다. 성시우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오늘 이따가 최준혁을 만나기로 한 사실은 말하지 않았는데, 전민수의 차가 평소보다 아주 조금 일찍 도착했다는 것만으로 알아차린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다 말문이 막혀 짧은 침묵이 흘렀다. 성시우는 당황하는 나를 나무라지도 않고 그저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다시 세척대에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약속이 있든 없든 늘 해인 씨에게 준비와 정리를 전부 맡기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제게 기대세요. 가끔은 일찍 돌아가서 집에서 편히 쉬시는 것도

  • 이혼 다음 날, 사라진 아내와 100억   528.의문과 억측 ②

    서해인의 시점.‘해인아, 잠깐만……! 다시 연락해도 될까? 다시…… 아이들과 너를 만나러 가도 될까…….’ 최준혁의 앞을 지나가려던 내 손목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던 모습이 그날 이후 몇 번이고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조용히 손목을 쓰다듬었다. 그때 최준혁이 “내 곁에 있어 주면 안 될까?”라고 똑바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을 때, 가슴 깊은 곳이 꽉 조여 왔다. 기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신우석과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떼어 놓고 거리를 두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보호 방법’이라는 사실은 머리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씩씩한 척해도, 문득 찾아오는 밤이나 아이들이 아버지의 빈자리를 그리워할 때면 가끔은 어쩔 수 없이 불안해진다. 이대로 영원히 마주치지 못한 채 마음의 거리마저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어 견딜 수 없이 막막해진다. 최준혁이 했던 말은 그런 내 마음속 작은 틈으로 조용히 스며들어, 얼어붙어 있던 불안을 서서히 녹여 주었다. 떨어져 있어도 최준혁은 줄곧 우리만을 생각하며 싸워 주고 있었다. 그 사실이 내 마음을 애틋할 정도로 간질였다. “준혁 씨……” 오후 세 시. 제자들을 무사히 배웅하고 마침내 혼자가 된 나는 호텔 로비 한쪽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바라봤다. 최준혁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어디까지나 날짜를 정하는 것뿐이다. 신우석의 정보를 공유받기 위해서일 뿐……. 스스로에게 그렇게 타이르듯 문자 입력창을 열었지만, 이상하게 손끝이 조금 떨려 문장이 좀처럼 정해지지 않았다. ‘오늘은 놀랐어요. 아까 말했던 일인데, 언제 시간 돼요?’ 이건 조금 너무 차가운 것 같았다. ‘고생했어요. 신우석에 관해 묻고 싶은 게 있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어쩐지 너무 사무적인 것 같았다.몇 번이나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자신을 깨닫고는 나도 모르게 자조적인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최준혁에게 보낼 메시지 내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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