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서해인의 시점.[최 씨 그룹 후계자 CEO♡한신 재단 영애 A 씨와 밀애, 양가 회장 공인 재혼 초읽기] 사다 달라고 한 주간지의 표지에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기사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주간지에는 최준혁과 박하연이 호텔 바에서 함께 나오는 사진과 양가 회장을 포함해 식사를 했다는 내용 등,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사들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이나 제목보다도 더 믿기 어려웠던 건, 휴일의 비밀 데이트 장면이라며 실린 사진이었다. “이 옷차림…… 우리랑 수족관 갔던 날이잖아?” 남들의 눈을 피하려는 듯 선글라스와 모자로 변장한 채 잠깐의 휴일을 즐긴 뒤, 이후 최준혁의 빌라로 들어갔다고 사진 옆 작은 글씨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사진 속 최준혁은 한비가 마음에 들어 했던 고흐의 해바라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촬영 날짜 역시 우리가 만났던 날과 완전히 일치하고 있어 우연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수족관 가는 도중 준혁 휴대폰 화면이 켜졌을 때, 박하연 이름이 보였던 것 같았는데……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던 거네. 둘이 만나기로 약속이 있었고 그 연락이었던 거야?' 집까지 데려다준 뒤에도 아이들이 더 같이 있어 달라며 붙잡자, 최준혁은 “이 뒤에 꼭 가야 하는 일정이 있고 내일도 아침 일찍 일이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는 아이들을 납득시키기 위한 핑계라고 생각했는데, 기사에 적힌 것처럼 박하연 씨를 만나기로 했던 거야? 아침 일정이 있는 게 아니라, 그녀가 묵기로 해서 돌아간 거였어? 그날 준혁 씨는 우리랑 박하연 씨 둘 다와 약속을 잡고 있었던 거야?'최준혁과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정말 따뜻했고,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최준혁에게 오랜만에 설렘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 이후 박하연과 만났다는 사실이 배신처럼 느껴져 깊은 슬픔과 실망감이 밀려왔다.'열애 기사라며 축하하는 분위기
서해인의 시점.수족관에 다녀온 지 열흘 후,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배웅한 뒤 방으로 돌아와 스마트폰을 확인하자 최준혁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준혁 씨한테 전화? 그것도 평일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전화는 한 번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다섯 통이나 남겨져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스쳐 지나갔고, 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 다시 연결했다. 최준혁 역시 신경 쓰고 있었던 건지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준혁 씨?”“아아. 사실은 꼭 해인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다급하게.”말끝을 흐리며 어색하게 이야기하는 최준혁의 목소리가 신경 쓰여 묻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말을 이었다.“어젯밤에 알게 됐는데, 한신 재단 회장 딸인 박하연 씨와 내 스캔들 기사가 오늘 발매되는 주간지에 실린다고 해. 기사에는 내 이혼 경력도 언급돼 있어. 주간지 쪽에는 항의하면서 기사 취소 요청도 해뒀고, 해인이랑 아이들 이름은 나오지 않았으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해인이나 아이들이 피해를 입게 되면 바로 알려줘.”최준혁의 이야기에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듯한 한기가 온몸을 덮쳐왔다.“주간지?…… 스캔들 기사라니. 어떤 내용인데?” “해인한테는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나랑 하연 씨가 열애 관계라는 내용이야. 하지만 그건 오해야. 하연 씨랑은 절대로 그런 관계가 아니야. 나는 해인이랑 아이들이랑 함께……”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문제 생기면 연락할게. 그럼.” 최준혁의 필사적인 해명을 끊어내듯, 내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버렸다. 두 사람의 열애설, 그리고 나와 아이들 존재가 세상에 알려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나는 극도로 동요하고 있었다. '오해……? 하지만 열애설로 기사화될 정도면 그만큼 친밀한 상황이 있었던 거잖아?' 가족 넷이 함께 행복한 휴일을 보낸 직후였기에, 박하연과의 열애 기사는 마치 배신당한 듯한 감각으로 다가왔다.
최준혁의 시점.갈색 봉투를 열고 안에서 나온 것은 아직 발매되지 않은 주간지의 교정쇄 같은 것이었다. 눈에 띄도록 강조된 헤드라인과 사진을 본 순간, 나는 분노에 손이 떨리는 채로 종이를 움켜쥐고 있었다.[최 씨 그룹 젊은 후계자 사장♡한신 재단 영애와 열애 포착! 연일 이어지는 숙박 데이트]거기에는 호텔 바에서 둘이 함께 나오는 사진과, 세미나 티켓을 전달받던 날 찍힌 사진이 실려 있었다. 호텔 바에는 서로의 아버지인 회장들도 함께 있었지만, 각도 때문인지 악의적인 편집 때문인지 마치 둘만 따로 만난 것처럼 보이게 되어 있었다.게다가 수족관에 다녀온 날 밤, 빌라 앞에서 티켓을 받던 순간의 사진까지 실려 있었다. 편한 사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쓴 나와 여배우 모자를 눌러쓴 박하연의 모습이 찍혀 있었고, 기사에는 휴일에 둘만의 비밀 데이트를 즐겼다고 적혀 있었다. 전부 터무니없는 내용뿐이었다.“이게 뭐죠! 전부 거짓말 아닙니까! 게다가 연예인도 아닌데 왜 이런 기사가 나오는 거죠!!”“그건 저도…… 다만 기사에는 최 사장님의 이혼 경력도 적혀 있더군요. 내용을 보면 최 사장님 측 누군가가 흘린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어느 주간지입니까! 발매는 언제죠? 이런 상상으로 지어낸 기사 같은 걸 내보내다니 제정신입니까!!”동요하는 나와 달리 박하연은 지나치게 침착했다.“글쎄요. 다만 일부 사실이 포함된 것도 맞아요. 누군가 제보한 사람이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그렇게 말한다면 가장 의심스러운 건 하연 씨, 당신 아닙니까. 당신이 기정사실을 만들기 위해 흘렸을 가능성도 충분하죠.” 의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를 향해 박하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작게 웃었다. “그렇네요. 최 사장님 말씀대로 제가 흘렸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죠. 하지만 저 역시 이름이 공개되면 과거 이력이나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리는 건 시간문제일 거예요. 가능하면 이혼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고요. 게다가 비즈니스 외적인 부분으로
최준혁의 시점.박하연에게서 티켓을 받은 지 일주일 후. 업무를 마치고 비서의 배웅을 받아 빌라 로비로 들어가려던 순간, 눈앞으로 검은색 고급 세단 한 대가 소리도 없이 로비 앞으로 다가와 일부러인 듯 하이빔을 번쩍이며 켜댔다. 지나친 눈부심에 팔로 얼굴을 가리고 눈을 가늘게 뜨자, 뒷좌석에 앉아 있는 박하연의 단정한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박하연? 왜 또 여기 있는 거지?' 차는 로비 앞에 당당하게 멈춰 섰고, 운전석에서 체격 좋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내려 내게 다가왔다. “최 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하연 아가씨 운전기사인 채남길이라고 합니다. 하연 아가씨께서 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이야기? 이런 시간에 대체 무슨 용건이지?” “저는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하연 아가씨께서 차로 모셔오라고만 하셔서요. 이곳은 사람들 눈에 띄니, 부디 차 안으로 들어와 주시죠.” '이 사람과 이야기해 봤자 해결될 건 없겠지. 게다가 저 말대로 이렇게 눈에 띄는 차를 계속 로비 앞에 세워두면 주변 시선을 끌 수밖에 없어. 무엇보다 해인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다.'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최대한 경계를 높인 채 박하연이 타고 있는 차량의 뒷좌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최 사장님, 이렇게 늦은 밤에 갑자기 붙잡아 죄송해요.” 형식적으로만 내뱉은 듯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가벼운 말투로 박하연은 사과를 건넸다.“정말 갑작스럽군요. 그것도 사전 연락도 없이 이런 시간에. 대체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이길래 이러시는 겁니까?”나는 비꼬듯 대답했지만, 박하연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우아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죄송해요. 오늘 저녁에 전화드렸는데 이미 외출하셔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급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개인적인 용무가 있었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집까지 찾아오는 건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이걸 봐주세요.”박하연은 내 말을 무
최준혁의 시점.“무슨 일이시죠? 죄송하지만 오늘은 개인 일정 중입니다.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라면 평일에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곳을 아신 겁니까?”내 질문에 답하는 대신, 박하연은 오히려 되묻듯 말을 이어왔다.“일이 아니라 개인적인 일정이라면 만나주시는 건가요? 지난번 말씀드렸던 해외 부유층 비즈니스 유료 강연회 티켓이에요. 요즘엔 드물게 종이 티켓으로 도착해서 직접 전달드리고 싶었거든요.”'티켓…… 종이라서 따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굳이 오늘 줘야 했나? 그것도 사전 연락도 없이, 휴일 밤에?'“……감사합니다.”내 경계심을 눈치챈 건지 아닌지, 그녀는 그저 우아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티켓을 받아 들자, 박하연은 내 전신을 찬찬히 훑어보듯 시선을 움직였다.“평소와 분위기가 다르시네요. 캡에 티셔츠 차림이라니. 이렇게 캐주얼한 모습의 최 사장님을 보게 되어 좋네요.”“오늘은 개인적인 용무가 있어서 나갔다 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서둘러 이 자리를 끝내려 하자, 박하연은 한 걸음 더 다가왔다.“그러시군요. 그럼 다음에는 저도 꼭 휴일에 뵙고 싶어요. 최 사장님 편한 날을 알려주시겠어요?”휴일에 만나는 건 절대로 싫다는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 굳어지자, 박하연은 내 어깨 위에 쓱 손을 올리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물론 그때는 일 이야기는 빼고, 사적으로 어울려 주세요. 서로를 좀 더 깊이 알기 위해서요.” 박하연의 말에는 사적인 호기심이 짙게 담겨 있었다. 서해인과 아이들과 함께 보낸 뒤의 해방감과 따뜻한 기분이 단숨에 망가진 듯해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더 가까워지는 건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만나자는 제안에는 직접 답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감을 지적하자 박하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긴 채 돌아갔다. '도대체 뭐지. 티켓 하나 전해주겠다고 내가 사는 빌라까지 알아내서 찾아온
최준혁의 시점.서해인과 아이들과 헤어진 뒤, 나는 만족감에 젖어 오늘 하루를 떠올리고 있었다.이동하는 동안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DVD까지 준비해뒀지만, 모두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도착했고 결국 DVD는 꺼낼 일조차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출발하자마자 꿈나라에 빠져 곤히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백미러너머로 바라보며 힐링되고 있었다.“한결이랑 한비, 준혁 씨랑 수족관 가는 걸 정말 기대하고 있었어요. 오늘 고마웠어요.”“고맙다는 말은 내가 해야지. 아이들이랑 함께해서 즐거웠어. 해인아 고마워.”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해인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 역시 솔직한 마음을 전하자, 차 안에는 마치 결혼 생활을 하던 시절처럼 따뜻한 공기가 다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래. 같이 살던 시절의 해인은 늘 온화하고 잘 웃었지. 내가 하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도 기뻐해주고, 이렇게 자주 고맙다고 말해줬었는데……'서해인을 의심하며 밀어내듯 대한 적도 있었다. 그 일로 우리는 이혼했고, 한때는 연락조차 하지 않는 사이가 되기도 했다. 오해가 풀리고 다시 만났을 때는, 이번에는 서해인이 나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 후에도 앙금은 남아 있어서 대화는 늘 사무적인 것뿐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기적처럼 느껴졌다.'오늘 해인이랑 아이들이랑 같이 놀러 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해인과도 오랜만에 즐겁게 대화했어. 이런 생활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는데……'그런 행복한 여운에 잠긴 채 자신의 빌라에 도착해, 주차장에서 차를 내리고 로비로 들어가려던 바로 그때였다.로비 옆, 살짝 그늘진 곳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코트와 챙이 깊은 모자를 쓴 박하연이 서 있었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자 곧바로 가까이 다가왔다. 내 얼굴에서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최 사장님. 이제 오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그녀의 미소를 본 순간, 나는 강한 경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