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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Penulis: 소연

제1화

Penulis: 소연
“엄마, 아빠 기다렸다가 같이 촛불 부는 거 아니었어요?”

딸아이의 말에 진리은은 응답 없는 수십 통의 통화 기록을 바라보며 눈을 내리깔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전화를 걸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았다.

“아빠는 바빠. 루이가 엄마랑 같이 촛불 불까?”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든 루이는 엄마의 볼을 매만졌다.

“그래요. 제가 언제나 엄마 곁에 있을게요!”

두 모녀가 케이크를 자르고 있을 때 핸드폰 화면이 반짝 빛났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주유한이었다. 통화 버튼을 눌렀더니, 건너편에서 명령조가 다분한 말 한마디가 들려왔다.

[나 데리러 와.]

문자에 적힌 주소대로 유한이 있다는 클럽의 프라이빗 룸에 도착한 건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문고리에 손을 얹고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유한아, 너 인영이랑 또 미국 간다며?”

소파에 앉아 있는 주유한은 검은색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 헤친 채 나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풀어 헤친 옷깃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살짝 드러난 쇄골은 섹시했고, 어두운 조명은 그의 이목구비를 더욱 뚜렷해 보이게 했다.

남자의 얼굴은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 분명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가까이하고 싶은 느낌이 들게 했다.

“응.”

“이번에 얼마 있다가 돌아올 건데? 보름? 한 달?”

“글쎄.”

문밖에 있던 리은은 눈을 내리깔았다. 유한이 인영과 함께 매해 출국한다는 건 그녀도 아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매번 출국할 때면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했다.

둘만의 시간을 즐기러 간다는 사실도 리은은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랑 진리은도 벌써 몇 년째 같이 살았는데, 대체 언제 이혼할 거야? 허씨 가문에서 계속 네 답변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찌 됐든 그때...”

“크흠!”

그때 누군가 갑자기 헛기침을 하자, 말하던 사람은 얼른 입을 다물고 유한의 눈치를 살폈다. 유한의 상처를 건드렸을까 봐 걱정하는 모양새였다.

어쨌든 애초에 리은만 아니었다면, 유한은 진작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했을 테니까.

아쉽게도 그 모든 게 진리은 때문에 망가졌다.

그때 누군가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려고 농담조로 말했다.

“유한아, 너 설마 진리은한테 흔들린 건 아니지?”

가소롭다는 듯 남자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갔다. 손에 든 와인을 느긋하게 흔들며 조롱기 섞인 어조로 무심하게 내뱉었다.

“취했어?”

“하하하...”

순식간에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보아하니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한이 가장 증오하는 여자가 바로 진리은이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났다 해도 그가 리은을 사랑할 리는 없다.

“취했네, 취했어. 유한이가 왜 진리은처럼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악랄한 여자를 좋아하겠어?”

“그 여자가 유한이한테 약을 먹이고 임신하지만 않았다면, 할머니 등쌀에 못 이겨서 그 여자랑 결혼했겠어? 안 죽인 것만으로도 많이 봐준 거야!”

안에서 들리는 대화에 리은은 문고리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진리은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리은은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들린 곳을 보자, 연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허인영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리은?”

“아니, 진리은이 여긴 왜 왔어?”

“누가 알아? 누가 껌딱지 아니랄까 봐. 여기서 자기를 반기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어떻게 뻔뻔하게 여길 와?”

사람들의 경멸 섞인 비아냥에 리은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변명할 수도 없었지만 변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찌 됐든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까.

자신을 경멸하거나 조롱하는 눈빛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간 리은이 소파에 앉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데리러 왔어. 지금 갈 거야?”

유한의 시선이 드디어 리은에게 향했다. 리은은 오늘 개나리색 원피스에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은 순수하고 깨끗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꾸며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인영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조롱 섞인 눈빛을 내뿜었다.

“진리은 씨, 우선 앉지 그래요? 마침 다들 모였는데...”

리은이 반응하기도 전에 유한의 쌀쌀맞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가 오라고 했어?”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질문이 리은의 자존심을 바닥에 짓뭉갰다.

그 말에 키득키득 웃는 사람도 있었다.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자기가 진짜 주씨 가문 안주인인 줄 아나?”

사람들의 비웃음과 손가락질에 리은은 살짝 눈을 피하면서, 더 이상 남자의 차가운 눈길을 마주하지 않았다.

“데리러 오라고 문자 보냈잖아.”

일순 낄낄거리는 비웃음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진리은 씨, 뭐 착각하는 거 아니에요? 유한이는 평생 그쪽 보고 싶지 않을 텐데, 왜 데리러 오라는 말을 해요? 아무리 유한이를 가두고 싶어도 적당한 핑계를 대야죠.”

철사에 옥죄는 듯한 고통이 리안의 가슴에서부터 온몸으로 천천히 퍼졌다.

오늘 또 당한 게 틀림없었다. 결론을 내린 리은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곳을 떠나기로 했다.

그때 유한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오빠?”

인영이 유한의 옷소매를 잡으며 그를 올려다봤다.

유한은 소파 등받이에 걸쳐둔 옷을 집어 들며 인영의 손을 피했다. 다만 동작과 달리 목소리는 퍽이나 다정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너도 얼른 돌아가.”

말을 마친 유한이 리은에게 시선을 돌렸다.

옆에서 누군가 바로 눈치껏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형. 내가 인영 동생을 안전하게 집까지 모실 테니까!”

인영이 화내는 척 한마디 했다.

“누가 동생이라는 거야?”

리은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지면서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유한은 그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옆으로 다가왔다.

“뭘 멍하니 있어? 계속 남아서 같이 놀고 싶은 거야?”

말투에 신랄한 조롱이 담겨 있었다. 리은이 정말 남는다면 이 사람들에게 그저 조롱을 당하는 꼴만 겪게 될 테니까.

리은은 아무 말 없이 남자를 따라 나섰다. 하지만 떠나면서 룸 안에 울리는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딱 보니 본가에 가서 할머니께 고자질할까 봐 따라가는 거네...”

“쓴다는 게 이런 비겁한 수단뿐이라니. 쯧! 사람이 왜 저래!”

돌아가는 길에 유한은 조수석에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두운 눈빛과 무표정한 얼굴만 봐도 기분이 언짢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은은 별장에 도착할 때까지 묵묵히 운전에만 집중했다.

오늘 또 유한의 흥을 깼다는 걸 알았기에,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짜증 나게 하는 대신 딸 방에서 밤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방을 지나려던 순간, 남자의 손이 그녀의 팔을 붙잡더니 곧바로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남자는 리은이 반응하기도 전에 침대로 그녀를 밀치더니 뾰족한 송곳니로 귀를 깨물었다. 리은은 갑자기 밀려오는 아픔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누가 찾아오라고 했어? 응?”

리은의 몸이 순식간에 한 바퀴 빙 돌면서, 단번에 두 사람의 위치가 바뀌었다.

턱을 붙잡고 문지르듯 훑는 남자의 손길에 리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거짓말하면 벌을 받아야지! 오늘 밤엔 네가 적극적으로 움직여봐.”

“싫...”

리은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려던 찰나, 유한이 그녀의 가는 허리를 힘껏 꼬집었다. 나지막한 신음에는 욕정이 잔뜩 묻어 있었고, 눈빛은 마치 리은을 완전히 벗겨 먹을 것처럼 음험하게 번뜩였다.

턱라인을 따라 내려오던 손가락이 목적지를 찾은 듯 한 곳에 멈춰 원을 그리자, 리은의 몸이 나른해지더니 달뜬 숨을 내뱉었다.

“네가 하면 한 번만 하고, 내가 하면 한 번으로 안 끝나. 네가 선택해.”

리은은 몸을 움찔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첫, 첫 번째 선택...”

침대 위에서 하는 남자의 약속은 믿을 게 못 됐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비록 첫 번째를 선택했지만, 둘만의 긴 밤은 끝날 줄 몰랐다.

완전히 힘이 빠져 침대에 널부러진 리은은 더 이상 반항할 기운도 나지 않았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입술을 깨문 채 묵묵히 울분을 토해내는 듯 자신을 탐하는 남자의 움직임을 견뎠다.

다만 그 순간 여자의 눈가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 밤 그 사람들이 낄낄대며 조롱하던 말이 귓가에 맴돌자, 저도 모르게 자신에게 질문했다.

‘진리은,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견딜 거야?’

...

다음날, 잠에서 깬 유한이 고개를 돌렸지만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입을 꾹 다물고 일어난 그는 먼저 도우미한테 물었다.

“집사람은요?”

도우미는 위층을 흘긋거리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직 안 일어나신 것 같아요. 내려오시는 걸 못 봤거든요.”

“아직?”

언짢은 듯한 유한의 모습에 도우미가 얼른 대답했다.

“대표님, 어제 사모님께서 반나절 휴가를 주셔서 저희도 오늘 아침에 돌아왔거든요.”

그 말에 유한이 딸 방으로 향할 때, 아래층에서 도우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 케이크는 누구 거지?”

유한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눈을 내리깔고 티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더니 파란색 생일 케이크가 그곳에 놓여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아무도 모르게 어두워졌다.

도우미는 잠시 망설이다가 케이크를 버리려고 손을 뻗었다. 어찌 됐든 이미 하루가 지난 케이크이니 먹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놔둬요.”

유한의 말에 도우미는 다급히 손을 거두고 케이크에는 손끝도 갖다 대지 않았다.

“네, 대표님.”

유한은 조금 뜯겨 나간 케이크를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도우미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로를 눈치만 살폈다. 그중 누군가 갑자기 입을 열기 전까지는.

“어제가 사모님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뭐? 사모님 생일? 그런데 대표님은 오늘 아침에...”

“쉿. 입 다물고 일이나 해. 할 말 못 할 말 구분해야지!”

유한은 침실 문을 벌컥 열었다. 반듯하게 정리된 침대에는 누군가 누웠던 흔적조차 없었다.

순간 단추를 풀던 손길을 멈추고, 그는 몸을 돌려 딸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었더니 역시나 두 모녀가 작은 침대에 누워 껴안은 채 자고 있었다.

침대 옆에 자리 잡은 유한의 눈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서늘한 빛을 띤 그의 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시선이 느껴졌는지 리은이 부스스 눈을 떴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어제만 해도 뜨거운 밤을 보냈는데, 리은을 보는 유한의 눈길은 차갑기만 했다.

리은은 유한이 언제부터 자신을 이런 눈으로 보기 시작했는지 아득했다.

아마 5년 전일 것이다.

그게 아니면, 그녀가 약을 타는 바람에 허씨 가문과의 정략결혼이 깨졌다고 오해했을 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리은이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던 유한은 멍하니 딴 데 정신이 팔린 그녀를 보자,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와.”

말을 마치자마자 남자는 뒤돌아서 방을 나섰다.

리은은 방을 떠나는 남자의 훤칠한 뒷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그 순간 어제 룸에서 들었던 그 사람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곧 얼마 뒤면 주유한과 허인영이 출국한다던 말.

시선을 거둔 리은은 고개를 숙여 단잠에 빠진 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작은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굳은 결의가 언뜻 스쳐 지나갔다.

“미안해, 우리 딸. 엄마가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리은은 어젯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한 가족에 꼭 세 식구가 모두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사랑만 있으면 그게 곧 가족이다.

딸의 이불을 덮어준 리은은 안방으로 가서 짐을 정리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유한은, 이미 짐 정리를 마친 리은을 보자마자 차가운 눈빛을 내뿜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시선은 마치 리은의 살을 도려내는 것만 같았다.

“무슨 뜻이야?”

리은은 자기 캐리어를 흘긋 보고는 유한에게 시선을 멈췄다.

여전히 익숙한 얼굴이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5년 전에 이미 달라졌다.

이 혼인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이제 다시 올바른 궤도로 되돌려야 했다.

애초에 루이를 가져 마지못해서 한 결혼이었다. 그 때문에 리은은 온 해성시 사람들한테 약을 써서 임신한 뒤 유한과 결혼한 여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없이 설명했지만, 그녀를 믿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리은은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고, 그녀의 침묵에 사람들의 억측은 더욱 심해졌다.

사람들 눈에 리은은 재벌가에 들어가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쁜 여자였다.

리은은 유한과 루이를 위해서 계속 참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적어도 행동으로 유한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리은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관계는 더욱 악화하기만 했다.

남편은 이미 다른 사랑에게 마음이 가 있으니, 되돌릴 수 없다면 차라리 응원해 주기로 했다.

어쨌든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녀와 유한도 한동안 달콤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우리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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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리은을 상대하는 게 지나치게 쉬웠다.무슨 말을 하든 얼마나 비아냥거리든 리은은 늘 입을 다물고 그 자리를 지키기만 했다.그런데 이제는 반박을 할 줄도 알게 된 모양이었다.입술을 꾹 깨문 인영은, 일부러 더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유한을 바라봤다.“난 그냥 오빠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리은은 더 이상 말싸움을 이어갈 생각이 없었다. 속으로 한 번 가볍게 눈을 굴린 뒤, 말없이 몸을 돌렸다.인영은 리은이 그대로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손에 쥔 보온병에 힘이 들어가면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선호는 그 장면을 힐끗 보고는 조용히 문을 닫은 뒤, 그대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인영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오빠, 내가 직접 끓인 국이야. 한 번 먹어볼래?”말을 하다 문득 테이블 위에 놓인 식사를 보게 되었다.잠시 전 리은의 차림새, 그리고 가슴에 달려 있던 사원증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진리은 씨가 왜 회사에 와서 오빠랑 점심을 먹어? 오빠가 예전에 회사에 함부로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왜 또 와서 오빠 일을 방해하게 두는 거야?”유한은 소파에서 일어나며 짧게 말했다.“난 이미 먹었어. 국은 네가 가져가서 먹어. 난 처리할 일이 있어.”인영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감정이 일렁였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이거 아침부터 네 시간 넘게 끓인 국이야. 정말 안 먹을 거야?”그제야 유한이 고개를 들어 허인영을 바라봤다.‘혹시 마음이 바뀐 걸까’ 하는 기대에 입꼬리를 올린 인영이, 국을 들고 책상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하지만 바로 이어진 말에 그 기대는 허공에서 부서졌다.“앞으로 이런 거 안 해도 돼. 국은 그냥 두고 가.”인영은 불만이 있었지만, 적어도 국을 거절당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알겠어. 그럼 여기 두고 갈게. 꼭 먹어.”유한은 짧게 응답한 뒤 다시 서류로 시선을 떨궜다. 정말로 바쁘다는 태도였다.더 머물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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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흐르고, 유한이 막 입을 열려던 순간.사무실 문이 갑자기 거칠게 열렸다.“오빠, 내가 직접 끓인 국인데...”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리은은 시선을 거두었다. 담담한 표정에는 감정의 흔들림도 전혀 없었다. 허인영이 이렇게 불쑥 나타났다고 놀란 기색도, 신경 쓰는 기색도 없었다.마치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처럼.반면 유한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 굳어 있었다. 미세하게 굳은 턱선에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돌렸다.인영의 뒤에는 선호가 서 있었다. 선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곤란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특히 유한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과 마주친 순간,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선호는 정말로 막아보려고 했다.불과 2분 전.“허인영 씨,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제가 직접 끓인 국이에요. 일부러 가져왔어요. 유한 오빠도 아직 점심 안 먹었죠?”인영은 웃는 얼굴로 말하며 자연스럽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선호는 그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급히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았다.“아, 허인영 씨. 지금 대표님께서 손님을 만나고 계셔서요. 지금은 들어가시기 곤란합니다. 국은 제가 맡아두었다가 미팅 끝나면 대신 전달해 드릴까요?”인영은 그 말에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많이 의심하지는 않았다.“괜찮아요. 그럼 여기서 기다렸다가 직접 드리면 되죠.”“허인영 씨, 아무래도 미팅이 금방 끝날 것 같진 않습니다. 국은 제가...”그제서야 이상함을 확실히 느낀 인영이 사무실 문을 힐끗 바라보았다. 굳게 닫힌 문.‘설마... 안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거야?’그렇지 않고서야 선호가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막을 이유가 없었다.‘좋아. 어디 한번 보자.’유한은 기혼자였다. 하지만 해성시에서 유한과 인영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오랜 시간 동안 늘 자신이 유한의 곁에 있었고, 유한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분명했다.유한의 마음속에 자신이 꽤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영은 당연하게 여겼다

  •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제139화

    “저 사람들 누구야? 전에 본 적 없는데, 가슴에 달린 것도 우리 회사 사원증은 아닌 것 같지 않아?”“아까 가까이서 봤는데, 무슨 테크놀로지 회사라고 적혀 있던데.”“테크놀로지 회사가 왜 우리 회사에 있어?”“그러게. 가서 물어볼까?”“굳이? 우리 부서랑도 상관없잖아”“...”리은 팀의 팀원들은 각자 음식을 받아 들고 비교적 자리 잡기 좋은 곳에 앉았다.가을은 자리에 앉자마자 연달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테이블 앞에 모여 단체 사진까지 한 장 남겼다. SNS에 위치 태그까지 올리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한 듯 수저를 들었다.“보기만 해도 식욕이 돋네요. 맛도 분명 좋을 것 같아요. 주강그룹 식당 요리사들, 설마 다 특급 호텔 출신 아니에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식사를 시작했다.“와, 이거 진짜 너무 맛있어요. 세상에... 여기서 일하면 너무 행복한 거 아니에요?”“응, 진짜 맛있어요!”살짝 고개를 저은 리은이 젓가락을 들고 막 한 입 먹으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는 장선호의 이름이 떠 있었다. 리은은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장 비서님?”[사모님, 점심시간이라 주 대표님께서 사무실에서 함께 식사하시자고 하십니다.]“괜찮아요. 동료들이랑 이미 구내식당에서 먹고 있어요.”[사모님, 그러시면 제가 식사를 들고 식당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리은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고 식당 안을 한 번 훑어보았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 장선호가 찾아오는 상황은 원하지 않았다.주강그룹에서 리은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주유한 대표의 아내’라는 존재는 늘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지내왔다.리은은 괜한 말이 오가는 것도, 시선을 끄는 것도 싫었다. 이번 협업을 무사히 끝내고 LC테크놀로지로 돌아가는 게 목표였다.“알겠습니다.”짧게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정가을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리은을 보고 물었다.“팀장님, 어디 가세요? 식사 안 하세요?”리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잠깐 나갔다 올 일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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