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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소연
유한은 눈에 띄게 움찔하더니 무거운 눈빛으로 리은을 응시했다.

“뭐라고? 잘 못 들었어. 다시 한번 말해 봐.”

유한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주먹을 살짝 쥔 리은이 용기를 내서 다시 한번 말했다.

“우리 이혼해.”

유한의 눈가에 조롱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잠 덜 깼어?”

상대의 눈에 드리운 비아냥이 리은의 가슴을 후벼 팠다. 유한이 자기를 믿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짐작했다. 때문에 어제저녁 이미 이혼합의서를 프린트했다.

“이건 내가 작성한 이혼합의서야. 난 이미 사인했으니까, 보고 문제없으면 당신도 사인해.”

리은이 이혼합의서를 건네는 순간 유한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는 ‘이혼합의서’라는 다섯 글자를 보더니, 차갑게 입술을 비틀면서 말했다.

“어제 생일인데 같이 있어주지 않았다고 시위해?”

유한의 싸늘한 질문에 리은은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상대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리은은 어쩔 수 없이 이혼합의서를 티테이블에 내려 놓고 이미 짐을 싸 놓은 캐리어 쪽으로 걸어갔다.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루이 양육권만 넘겨줘.”

말을 마친 리은은 캐리어를 잡아 끌며 유한을 보더니 싱긋 미소 지었다.

“미안해.”

유한이 음험한 눈으로 리은을 응시했다. 그 눈빛은 마치 서리가 내린 겨울 아침 같았다.

“내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지? 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지내기까지 하고.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야. 사랑하는 사람 마음껏 만나.”

말을 마친 뒤 유한을 빤히 응시하던 리은은 캐리어를 끌고 남자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루이의 짐은 정리할 새도 없었다.

하지만 리은이 유한의 옆을 지나칠 때, 유한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그 힘이 너무 세서 저도 모르게 캐리어를 쥔 손이 풀렸다. 리은은 미간을 짜푸린 채 손목을 잡고 있는 유한을 응시했다.

리은의 망연한 눈빛에 유한의 눈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한 리은이 급히 설명했다.

“이혼합의서에 다 적어 뒀어. 루이 말고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을 거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목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전해졌다. 그 고통에 리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파. 이거 놔.”

다만 유한의 태도는 여전히 차갑고 매정했다.

“진리은, 네 입에서 나온 말 더 믿어도 돼?”

흠칫하며 굳어진 리은이 눈을 들어 유한을 묵묵히 응시했다.

남자는 그때 약을 탄 사람이 그녀가 아니라는 걸 끝까지 믿지 않는 모양이다.

리은은 애초에 주유한과 허인영의 결혼을 방해할 생각이 없었다.

임신했다는 소식도 그녀가 퍼뜨린 게 아니다. 하지만 유한은 믿지 않았다.

“나 정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리은의 손을 뿌리친 유한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두 눈에는 증오가 가득했다.

“그렇게 이혼하고 싶으면 진작했어야지. 지금 와서 이러는 거 늦었어.”

그 말은 칼처럼 리은의 심장을 찔렀다.

‘역시 내가 허인영과의 결혼을 망쳤다고 생각하나 보네. 그래서 날 싫어하는 거겠지.’

혼자 결론을 내린 리은이 눈을 질끈 감으며 가볍게 말했다.

“응. 그래서 미안해.”

‘5년이나 끌어서.’

유한의 얼굴빛이 더 어두워졌다.

“그래도 5년이나 나랑 잤으니, 줘야 할 건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거야. 나중에 사람들한테 나 주유한이 공짜로 여자를 갖고 놀았다는 소리를 듣는 건 싫거든.”

말을 마친 유한이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리은은 무기력하게 소파에 기대앉았다.

잠에서 깨자 인형을 품에 안은 채 밖으로 걸어 나온 루이가 유한을 보고 인사했다.

“아빠, 좋은 아침이에요!”

딸의 기분 좋은 듯한 목소리에 유한이 멈춰 섰다.

고개를 돌려 보니 리은을 쏙 빼어 닮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유한의 눈길은 어둡기 그지없지만,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거렸다. 다만 친근하거나 좋아하는 기색은 없었다.

심지어 아빠를 부르는 루이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떠나가는 아빠를 슬픈 표정으로 지켜보던 루이가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 아빠랑 싸웠어요?”

딸이 애써 쥐어 짜내는 미소를 본 순간, 리은은 딸을 와락 껴안으며 가볍게 속삭였다.

“루이야, 만약 아빠랑 엄마가 헤어지면, 엄마랑 같이 살래?”

루이는 아빠가 좋았다. 아빠는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아빠는 거의 웃어주지도 않고, 품에 안고 재워주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루이는 엄마가 더 좋았다. 엄마 곁을 떠날 수도 없었다.

결국 엄마를 꼭 끌어안은 루이가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전 엄마랑 같이 살래요.”

리은은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씁쓸함을 참으면서 딸을 꼭 껴안았다.

도우미들은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멍해졌다.

“사모님, 어디 가시게요?”

리은은 자기와 딸을 5년 동안 돌봐 준 도우미들을 보며 싱긋 웃었다.

“우리 이혼하기로 했어요. 오늘부터 루이랑 나가서 살기로 했어요. 그동안 저희를 돌봐줘서 고마워요.”

그 말을 들은 도우미들의 얼굴은 충격으로 뒤덮였다. 리은이 유한에게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곁에서 지켜봤으니 그럴 만했다.

비록 사장님이 사모님한테 쌀쌀맞게 대하고 감정이 없는 것처럼 굴면서 허구한 날 다른 여자와 스캔들을 만들었지만, 사모님이 먼저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사모님이 사장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사모님...”

“제가 부른 택시가 도착했네요. 이만 가 볼게요. 모두 잘 있어요.”

“어! 사모님, 아가씨...”

도우미들은 차마 막지 못하고, 떠나가는 두 모녀를 보면서 서로 눈치만 살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유한이 돌아왔을 때 도우미들은 리은이 떠난 사실을 고했다.

“사장님, 사모님이 오늘 아가씨를 데리고 짐을 챙겨 나갔어요. 곧 이혼할 거라고 하시면서요...”

그 말을 내뱉자마자, 도우미는 남자의 주위에서 포악한 기운이 느껴져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도우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가버렸다고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다들 뭐 했어요?”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도우미들은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유한은 어두운 얼굴로 2층을 바라봤다.

“가 봐요!”

도우미들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유한은 어두운 표정으로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2층으로 향했다.

방은 조금도 손댄 흔적 없이 그대로였다. 그 순간 유한의 뒤틀렸던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시선이 티테이블 위에 놓인 이혼합의서에 떨어진 순간, 표정은 다시 싸늘해졌다.

가까이 다가가 이혼합의서를 집어 들고 펼쳐 봤더니, 역시나 리은이 말한 대로 이미 사인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루이의 양육권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심지어 양육비마저도.

유한은 피식 냉소한 뒤 이혼합의서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하...”

찢어버린 이혼합의서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는 어두운 얼굴로 욕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리은의 세면도구가 있어야 할 곳이 텅 빈 걸 보자, 그늘이 더욱 짙어져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리은은 루이를 데리고 작은 호텔로 갔다. 내일 부동산에서 마땅한 집을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루이를 다 씻겼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한 리은은 순간 멍해졌다.

유한이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게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으니까.

잠시 멍했던 정신을 다잡고서 리은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건너편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리은이 먼저 말했다.

“무슨 일인데?”

유한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화를 끊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약 30초간 침묵을 지키며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아직도 전화를 끊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리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내일 시간 돼? 시간 나면 같이 가정법원 좀 가게.”

하지만 리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겼다.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리은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문자 속 그녀의 말투는 유난히 진지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내가 오늘 예약해 뒀어. 내일 오전 9시에 시간 내. 내가 가정법원 정문에서 기다릴게. 마지막이니까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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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순
굿노벨스토리가 다비슷하네! 배경은 음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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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유한은 분명 과했다.하지만 산후 얼마 지나지 않은 리은을 함부로 다치게 하지는 않았다.그날 밤의 격렬함 이후, 리은은 두 사람의 사이가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질 것이라 기대했다.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못 가 무너졌다.유한은 정말로 ‘잠자리’ 말고는 아무 의미도 두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했다.다음 날 아침, 리은이 깼을 때 침대에는 이미 유한의 흔적조차 없었다.문자도 전화도 답이 없었고, 다시 얼굴을 본 건 며칠 후였다.유한은 자신이 했던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였는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집에 올 때마다 목적은 하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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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있으면 리은 씨도 알게 될 겁니다.”“알겠습니다.”하지만 광윤이 리은을 데리고 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리은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광윤을 바라봤다.광윤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리은 씨도 아시겠지만, LC테크놀로지는 주강그룹 입장에서 보면 아직 작은 회사예요. 우리가 선택권을 쥘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이해해 주실 수 있죠?”리은은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광윤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었다.유한이 LC테크놀로지와의 협업을 원하고 있었다.LC테크놀로지가 업

  •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제399화

    하이우.저녁에 유치원 운동회가 잡혀 있어서 낮 시간은 자유 일정으로 비워져 있었다. 리은은 루이와 함께 모래 위에 쪼그려 앉아 모래로 성벽을 쌓고 있었다. 루이는 두 손으로 모래를 꼭꼭 눌러 담으며, ‘여기는 문, 여기는 탑’이라며 제법 그럴듯하게 구획을 나눴다. 유한은 조금 떨어진 곳의 선베드에 길게 몸을 누인 채, 모녀가 노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었다.며칠 동안 셋은 큰 충돌 없이 지냈다. 말로 약속한 적은 없었지만, 서로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건 느껴졌다. 이번 여행만큼은 흠 없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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