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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작가: 도도화
정설아는 두 팔을 가슴에 끼고 섰다.

짙은 루즈가 칠해진 입술이 비죽이 올라가 있었고 눈매엔 교활한 빛과 자신만만한 오만함이 번졌다.

“말이 참 세네? 그냥 확인 좀 해보자는 건데 그게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인가? 모를 때 뭔가 빠졌을 수도 있잖아.”

임서율은 등을 곧게 펴고 그녀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엔 결연함이 몸 전체엔 날이 바짝 선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분명히 말했죠. 가져간 적 없다고. 그리고, 나. 당신네 집 목걸이 몇 개 때문에 체면 구길 만큼 한심하게 살지 않아요.”

정설아의 얕은 웃음엔 싸늘한 기류가 스며 있었다.

“그럼 좀 협조하지 그래? 끝까지 거부하면... 강제로라도 확인해야겠네?”

그녀가 눈짓을 하자 방미란과 유영희가 어깨를 움츠리며 성큼 다가왔다.

두 가정부가 임서율의 양팔을 잡으려는 순간, 임유나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다가왔다.

“내가 확인할게. 주머니부터...”

퍽!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서율의 발끝이 날카롭게 뻗었다.

정확히 임유나의 복부를 가격한 그 순간, 그녀의 몸이 휘청이며 계단 아래로 구르듯 떨어졌다.

“꺄악!”

난간에 머리를 부딪친 임유나가 비명을 질렀다.

주변은 일순 정적에 휩싸였다.

방미란과 유영희는 손도 못 쓰고 멈춰 섰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행동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임서율은 물러서지 않았고 힘을 실은 두 팔로 그들을 밀쳐내 벽 쪽으로 내던졌다.

“아악!”

“허리, 아이고 허리야...!”

가정부들이 쓰러지자 임서율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웃었다.

그 미소는 차갑고 날카로웠으며 경멸이 그대로 묻어났다.

“네까짓 것들이 감히 날 의심해? 설령 내가 뭘 갖고 싶었다 해도 도둑질 같은 더러운 방법은 택하지 않아. 그러니까 감당도 못 할 짓 하지 마.”

그녀는 차분히 옷깃을 정리했다.

그 동작마저 위압감이 느껴질 만큼 침착하고 날카로웠다.

정설아는 그제야 숨을 가다듬으며 다가왔고 얼굴엔 분노와 당혹이 뒤엉켜 있었다.

“네가 지금 이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너 때문에 우리 아들이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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