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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Author: 강노을
‘더 하이엘’ 아파트에 있는 큰 집은 이람의 외삼촌이 남겨준 집이었다.

이건은 태어나서 한 번도 이 집에 와본 적이 없었다.

형제 간의 이해와 관계를 좀 더 쌓기 위해 이람은 이건을 데려왔다.

물론 이건은 내키지 않아 죽을상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하유민 문제가 마음에 걸려 따라왔다.

차를 세우고 내린 뒤, 이람은 뒷좌석에서 자료들을 꺼내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이건은 이람 옆에 딱 서서 그 모습을 힐끗 보더니, 당연하다는 듯 가방을 뺏어 들었다.

그리고 손으로 몇 번 들어보며 말했다.

“이렇게 무겁게 뭘 넣고 다니는 건데?”

동생이 가방 들어주는 건, 이람에게 당연한 일이라 굳이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람이 앞장서 걸으면 이건은 말없이 뒤따랐다.

“논문 쓰려면 참고해야 하는 자료들.”

이건은 어려서부터 이람보다 지능은 떨어졌다.

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기에겐 운동 능력이 있으니까.

물론 운동 능력과 별개로 이람에게 맞고 울던 기억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 누나를 따라가다가 문득 깨달았다.

‘어릴 적 악마처럼 무서웠던 누나가 이제는 나보다 훨씬 작구나.’

이람이 큰 편도 아닌데, 이건이 키가 너무 크다 보니, 173cm인 이람의 머리가 이건 턱 밑에 있었다.

이건은 잠시 진지하게 생각했다.

‘내가 진짜 마음만 먹으면 한 주먹으로 누나 날릴 수도 있겠네.’

그 상상을 하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물론 절대로 이람에게 들키지 않게.

키는 자기보다 작지만, 요즘 자주 붙어 다니면서 이건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는 크고 단단한 존재이며 자신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이람의 안정된 중심성 덕에 이건의 산만하고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람은 무엇보다도 절대 쉽게 부서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이건은 괜히 자랑스러워졌다.

‘우리 누나 이렇게 멋있는데, 지수범 그 새X도 질투 좀 해야지.’

아파트 로비에 들어간 이람은 입주민 시스템을 열면서 말했다.

“지문 등록해.”

이건은 날카롭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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