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혜는 순간 멈칫했다.지현승은 연미혜가 그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기에 다시 춤을 신청했다.지현승은 조금 전의 일을 사과하고 좋은 인맥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연미혜를 향해 춤을 추자고 요청했다. 그러자 연미혜도 그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이미 댄스장을 나온 하승태는 연미혜와 지현승이 다시 춤을 추는 것을 보고는 눈빛이 어두워졌다.지현승이 다시 연미혜에게 춤을 신청한 것을 본 임지유는 조금 놀랐다.두 사람을 발견한 경민준도 눈썹을 치켜올리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지만
먹고 싶은 과자를 발견한 김태훈은 먹으러 가는 길에 누군가가 불러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한편 지현승은 임지유와 인사를 나눈 후 하승태와 정범규에게도 인사를 했다.“하 대표님, 정 대표님.”하승태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경민준도 전화를 마치고 돌아왔다.방금 지현승과 연미혜가 꽤 오랫동안 춤을 췄다는 것이 생각난 정범규는 머쓱한 듯 코를 만지며 살짝 기침을 했다.연미혜는 아직 경민준의 아내인데...하승태도 눈빛이 살짝 변했다.하지만 경민준은 이 일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지현승을 보고 먼저 인사를 했다.
이 말을 들은 임지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연미혜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그렇다면... 제안서의 문제점을 얘기하면 우리가 수정할게.”임지유가 아마도 일부러 본인을 괴롭힌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안 연미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지유 씨, 제안서의 문제점을 찾는 것은 임지유 씨의 일이야. 스스로 문제점을 찾지 못해 우리에게 묻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반드시 그쪽 회사와 협력해야 하는 것은 아니야. 이런 질문 자체가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이러면 그쪽에서 우리 회사의 요구를
임지유에 대한 말을 마친 후 연미혜가 물었다.“경문 그룹은 어때?”이 말을 들은 김태훈은 코를 만지며 말했다.“알다시피 경민준 본인이 우리 업계 기술을 잘 알잖아.”돈이 많은 경문 그룹은 업계에서 많은 기술자들 선망의 대상이었다.게다가 경민준 본인도 기술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제안서가 나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이것이 아마도 경민준이 이제야 여유롭게 협력을 요청한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이 말에 연미혜는 별로 놀라는 기색없이 한마디 했다.“결정을 내릴 때는 객관적으로만 생각해.”훌륭한
“그럼 다행이네요.”마음을 놓은 하승태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연미혜는 김태훈에게 인사를 한 뒤 회사를 떠났다.별장에 도착한 후 경다솜의 방에 들어가니 책상 옆에 앉아 일을 하고 있던 경민준은 연미혜를 보고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왔어?”“응...”연미혜는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에 가서 경다솜을 보았다.링거를 맞고 있는 경다솜은 힘든 듯 눈썹을 찌푸린 채 잠들어 있었다.연미혜는 경다솜을 깨우지 않은 채 경민준에게 물었다.“어디가 아픈 것인데?”“내가 돌아왔을 때는 조금 아픈 것 같았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응..
경다솜에게 목욕을 시키고 머리를 말린 후 연미혜도 씻을 준비를 했다.경다솜 방에 연미혜의 물건이 없었기에 안방으로 들어갔다.어두운 안방에 경민준은 없었다.불을 켠 순간 연미혜는 방을 착각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이 방에서 7년 넘게 살았고 모든 것에 익숙했지만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방 안의 모든 것이 바뀌었기 때문이다.물론 전부 다 바뀐 것이 아니었다. 바닥만 바뀌지 않았지만 바닥을 제외하고 방의 샹들리에, 커튼, 침대, 침대 옆 탁자, 창가의 작은 원탁 테이블, 소파, 티테이블, 카펫 등 심지어 정수기
7시가 거의 될 무렵 위층으로 올라간 연미혜는 경다솜이 깬 것을 발견했다.경다솜은 연미혜를 발견하자 재빨리 카톡 채팅 창을 닫았다.연미혜는 못 본 척하며 평소와 같은 말투로 말했다.“빨리 씻고 옷 갈아입어.”“네!”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던 연미혜는 유순자가 어젯밤에 그녀가 입었던 잠옷을 정리해 빨래를 하려는 것을 보고는 한마디 했다.“버려도 돼요, 빨지 마세요. 다른 물건들도 앞으로는 쓸 일이 없을 거예요.”경민준과의 이혼은 곧 처리될 것이기에 앞으로 경다솜을 만나더라도 이곳에 오지 않
경다솜의 학교에 도착하자 방아연의 목소리가 들렸다.“미혜 이모.”고개를 돌린 연미혜는 방아연이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이모, 어젯밤에 엄마가 이모에게 만두를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이모가 집에 없어서 만두를 다시 가져갔어요.”연미혜가 말을 하려던 찰나 연미혜가 이미 집을 나갔다는 것을 모르는 경다솜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거짓말, 우리 엄마는 어젯밤에 분명히 집에 있었어.”방아연이 머리를 긁적였다.“그... 그래? 그럼 왜...”연미혜가 말을 하려 할 때 경다솜의 선생님이 그녀를 불렀다.“연미혜 씨, 안녕하세요.”
연미혜도 같은 생각이었다.그녀는 짧고 단호하게 메시지를 보냈다.[바빠. 그리고 약속 지켜. 다솜이 외할머니댁엔 절대 못 가게 해.]잠시 뒤, 경민준에게서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알겠어.]이후로 그는 더 이상 아무 연락도 해 오지 않았다.어린이날 연휴 다음 주말은 마침 주말이었다.그날 오후, 연미혜는 가족들과 함께 관광지에서 래프팅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때 차예련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는데, 사진 속 인물은 임지유였다.차예련은 지금 쿠바나에 머무르며 패션쇼 준비로 한창이었다.사진을 본 연미혜는 메시지를 보냈다.[
‘넥스 그룹이랑 세인티가 해지한 건 알고 계신가요? 교수님의 제자인 김태훈 대표가 요즘 하는 짓을 보면 재능을 믿고 우쭐대는 것도 모자라, 사사건건 여자한테 휘둘려서 점점 판단력도 흐려지고 있던데요. 혹시 그 사실도 알고 계십니까?’염성민은 막 입을 열려다 말았다.곁눈질로 경민준이 있는 걸 본 순간,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이 쑥 들어가 버렸다.사실 이 얘기는 전부 임지유와 관련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임지유의 옆에 경민준이 있었다.염성민의 입장에서 굳이 나서서 이런 말을 할 명분이 없었다.괜히 앞장서서 이런
임지유는 곧바로 해약서에 서명했다.배상금은 계약서에 명시된 기한 내에 전액 납부하겠다고 약속했다.이 소식을 들은 김태훈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생각보다 행동이 빠릿빠릿해서 좋은걸?”해약 이후의 처리 절차는 변호사가 맡았고, 임지유가 서명한 뒤로는 김태훈과 연미혜 모두 더 이상 그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이삼일 뒤, 유명욱이 휴가를 맞아 오랜만에 두 사람을 불러 모았다. 한동안 얼굴을 못 본 터라, 사제지간에 오붓하게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던 것이었다.연미혜와 김태훈은 회사를 나와 약속 장소인 식당에 도착했는데, 식당 입
임지유는 계약 해지를 결정한 뒤, 곧바로 경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경매 날에 김태훈 어머님이랑 얘기하다가, 내가 말을 좀 잘못했어. 그걸 사모님이 딱 집어냈고... 게다가 김태훈 쪽은 아예 세인티랑 엮일 생각이 없어 보여. 만약 소송으로 가서 이긴다고 해도 나중에 또 딴지를 걸어 협력 관계가 틀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담담히 결론을 내렸다.“그쪽이 처음부터 협력 의지가 없었다면, 괜히 시간 끌기보다 지금 깨고 다른 파트너 찾는 게 낫다고 봐.”경민준은 그녀가 무슨 말을 실수했는지 구체적으로 묻
‘김태훈 어머니가 연미혜를 좋아한다고? 그게 말이 돼? 진짜라면... 어제 김태훈 어머니한테 했던 말들은 대체...’임지유는 갑자기 이미연이 대화 도중 갑자기 통화하러 다녀온 일이 떠올랐다.머릿속에 전화를 받는다며 자리를 비운 장면이 스치자, 묘한 불안감이 다시 가슴을 짓눌렀다.그녀의 낯빛이 안 좋아진 것을 본 경민준이 곁에서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그 말에 임지유는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니야. 나 괜찮아.”그날 저녁, 임지유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다.이미연이 연미혜를 마음에 들어 하고
다음 날 아침, 경민준은 임지유, 경다솜과 함께 일찍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있었다.잠시 후, 하승태와 수연도 도착했다.경다솜이 그들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승태 삼촌, 안녕하세요!”“수연아, 와줘서 고마워!”수연이 경다솜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이제 곧 경기 시작되잖아. 다솜아, 많이 긴장돼?”경다솜은 고개를 저으며 또렷하게 말했다.“긴장되긴, 당연히 긴장 안 되지!”하승태는 다른 일정이 있어 경기엔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그는 수연이를 데려다주러 잠깐 들른 것이었다.경민준이 그의 사정을 알고 먼저 말했다.
김태훈의 부모님이 자리를 뜬 뒤, 경민준이 물었다.“사모님이랑 얘긴 잘했어?”임지유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런 것 같아. 고마워.”임지유는 속으론 생각했다.‘방금 사모님 얼굴 보니까 연미혜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던데....’사실 세인티와 넥스 그룹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이미연도 이미 알고 있었다. 김태훈이 미리 설명을 해뒀기 때문이었다.조금 전 임지유와 이야기를 나눌 때 울린 전화는 사실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대화를 미리 녹음해 두고, 자리를 비켜선 후 멀리서 경민준과 임지유 쪽을 슬쩍
임지유는 며칠은 기다려야 소식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 경민준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김 회장님이랑 사모님께서 내일 경매 행사에 참석하신대. 우리도 같이 가보자.”그 말에 임지유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좋아.”다음 날 저녁, 경매장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민준은 임지유를 데리고 곧장 김태훈의 부모님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직접 임지유를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김태훈의 부모는 이미 경민준과 연미혜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연미혜와 임지유 사이에 있었던 일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지현승이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염성민이 다시 물었다.“성민아, 철호 아저씨나 아버지 말고, 네가 아는 사람 중에 유명욱 교수님 연락처 아는 사람 또 없어?”“없는 것 같아.”지현승이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뒤,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근데, 너 전에 임지유 씨가 유명욱 교수님을 만난 적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마 지유 씨는 교수님이 연락처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 교수님한테 직접 연락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임지유 씨가 알아서 연락하지 않았을까?”염성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