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연미혜와 통화를 마친 뒤, 안창모는 다시 김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김 대표님, 방금 연 대표님과 이야기 나눠봤는데 제 사과는 받아들이지 않으시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넥스 그룹 역시 저희와 협력할 생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김태훈은 짧게 답했다.“저는 연 대표님 결정을 존중합니다.”안창모는 미처 이어가려던 말을 잠시 멈췄다.사실 조금 전 연미혜와 통화하면서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연미혜가 했던 ‘협력하지 않겠다’는 말은 단순히 감정 섞인 반응이 아니었다.괜히 사람 애태우려는 태도도 아니었다.그리고 지금 김태훈의
연미혜에 대한 김태훈 부모의 칭찬은 임지유에게도 결코 빈말처럼 들리지 않았다.두 사람은 정말로 연미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안혜수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살짝 좁혔다.‘고작 논문 몇 편 발표한 걸 가지고?’겉으로 보기에도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라는 건 인정했다.하지만 세상에는 연미혜보다 더 뛰어난 사람도 얼마든지 많았다.안혜수의 눈에 연미혜는 결코 김태훈에게 가장 완벽한 배우자감으로 보이지 않았다.이미 한 번 결혼했던 데다 아이도 있었다.조건만 놓고 보면 더 좋은 선택지는 얼마
안혜수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하지만 지금은 감정싸움을 할 여유가 없었다. 당장 프로젝트부터 살려야 했다.결국 안혜수는 다시 임지유에게 연락했다.“연미혜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어. 중간에서 말 좀 해줄 사람 찾고 싶은데... 누구한테 부탁하는 게 제일 나을까?”임지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글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네.”안혜수가 미간을 좁혔다.“한 명도 없어?”“원래 우리 쪽 사람들이랑 두루 친한 편도 아니라서... 게다가 이번 일은 나랑도 엮여 있잖아. 누가 나서서 설득해도 쉽게 마음 바꿀 것
안혜수는 전아현이 말한 ‘연미혜 부재’가 단순한 핑계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이전 일 때문에 연미혜가 일부러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안수 그룹은 프로젝트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그리고 현재로서는 넥스 그룹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이기도 했다.연미혜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안혜수는 끝까지 감정을 억누른 채 전아현과의 대화를 이어갔다.“그러면 언제쯤 돌아오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전아현이 정중한 목소리로 답했다.“죄송합니다. 따로 전달받
경민준은 ‘네가 발표한 논문은 다 읽어봤다’거나 ‘수상은 당연한 결과다’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축하 인사를 건넨 뒤에는 자연스럽게 아이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고, 세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경다솜과 시간을 보낸 뒤, 연미혜는 그대로 차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경다솜은 경민준의 차에 앉아 멀어지는 연미혜의 차량을 바라봤다.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경민준이 힐끗 딸을 바라봤다.“왜 그래? 엄마한테 미처 못 한 말이라도 있어?”경다솜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정범규 역시 연미혜가 한명현 일행과 교류가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지만, 수상 소식 정도는 이미 들은 상태였다.그러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까지 보게 되자,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단체 채팅방에 문자를 남겼다.[야, 기사 봤냐? 다솜이 엄마 지금 완전 대박 났던데?]경민준을 포함해 모두가 문자를 확인했지만 누구 하나 답장을 하지 않았다.잠시 뒤, 조용하던 채팅방에 임지유가 나타났다.그녀는 하승태를 태그했다.[혜수가 프로젝트 관련해서 이야기 좀 하고 싶어 하는데, 시간 괜찮아?]하승태는 한참 뒤에야 답장을 보냈다.[시간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연미혜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좋아요.”그들은 인파를 따라 이동했다.막 광장 앞 난간까지 도착했을 때 화려한 불꽃이 강 건너 하늘을 수놓았다.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기쁨에 찬 웃음소리도 들려왔다.그러나 곧이어 터지는 불꽃 소리에 모든 소리가 묻혀버렸고,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고 소원을 빌었다.하지만 연미혜는 묵묵히 불꽃놀이를 바라볼 뿐이었다.그 모습을 본 지현승이 물었다.“사진이나 영상 찍어줄까요?”연미혜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그냥 보는 게 좋아서요.”그녀가 그렇게
잠시 후, 지관식은 다시 한번 모두에게 인사를 건넨 뒤, 복도를 따라 자신의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갔다.연미혜, 김태훈, 경민준, 하승태, 그리고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의 사람들도 함께 그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에 들어간 사람이 많았지만,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의 사람들도 함께 있었기에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정원과 긴 정자에는 손님들이 자리를 잡았고 도우미들이 다과와 차를 내왔다.지관식은 허미숙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허미숙뿐만 아니라, 지관식에게는 동양화에 조예가 깊은 두 명의 친구가 더 있었다. 대화가 무르익자
경민준이 말했다.“난 괜찮아. 다녀와.”이내 하승태가 대답했다.“알았어.”그러고 나서 다가가 연미혜와 마주 보았다.“김 대표님, 미혜 씨.”그를 발견한 순간 김태훈의 얼굴에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연미혜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이때, 염성민이 다가왔다.다만 하승태와 달리 오로지 김태훈과 인사를 나눴다.“안녕하세요.”김태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오셨어요? 미안해요. 방금 너무 바빠서 인사가 늦었네요.”염성민은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그의 태도가 훨씬 더 시큰둥하
연미혜는 경다솜이 내일 학교에 데려다 달라고 하자 흔쾌히 승낙했다.온천 산장에서 돌아온 이후, 두 사람은 열흘이나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오늘 밤은 저택에 머물기로 했지만, 그녀는 침실로 돌아가는 대신 경다솜의 방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지난번 엄마가 내 방에서 잔 건 내가 아팠을 때였는데... 오늘 난 아프지도 않은데? 그리고 엄마한테 같이 자자고 말한 적도 없는데...’욕실에서 씻고 나온 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방에서 취침 준비하는 연미혜를 보며 경다솜은 잠시 의아했다.‘엄마는 왜 아빠와 함께 자는 방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