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혜는 경민준의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아무 말 없이 화면을 밀어 넘기고 그대로 휴대폰을 꺼뒀다.그날 저녁은 가족들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식당에 도착하자, 그녀는 가족들 먼저 들여보내고 직접 주차를 하러 갔다.주차를 마치고 가방을 챙겨 내렸다.그녀는 근처에 세워진 차량이 임지유의 차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임지유는 조금 전까지 통화 중이었고 막 전화를 끊으려던 참에 연미혜를 발견했다.연미혜가 차 문을 잠그고 식당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우리 미혜 아니야?”이렇게 그녀
연미혜는 기술 센터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휴대폰을 켜자, 자신이 기술 센터로 향한 지 한 시간쯤 지나서야 경민준이 겨우 답장을 보낸 것을 확인했다.그마저도 단 한 글자, ‘응’이라는 짧은 답장이었다.‘내가 먼저 약속을 어겼다는 건가...’그날 이후로 그가 전화를 걸어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오히려 경다솜에게서 지난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네댓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다.그 내용을 확인한 연미혜는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일 끝났어. 난 월요일 시간 돼.]메시지를 보낸 뒤 한참이 지나도 경민준은 아무런 답장을 보내
한창 바쁘게 움직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현승은 어느새 자리를 비운 뒤였다.그 후에도 연미혜는 며칠 동안 밤낮없이 바쁘게 일에 매달렸고 모든 작업을 마친 뒤에는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통째로 깊은 잠에 빠졌다.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기운이 없어 보였다.기술 센터에 들어오기 전보다 피부톤은 훨씬 더 창백해져 있었다.이틀 가까이 잠만 자며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밤이 되자 허기가 몰려왔던 그녀는 간단하게 빵이라도 먹으려고 식당으로 향하던 길에 마침 맞은편 숙소에서 나오는 지현승과 마주쳤
그 말을 들은 임지유는 잠시 포크를 내려놓았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도지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진심이야. 외모나 분위기, 차분한 성격까지...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더라고. 거기다 그렇게 유능한 사람은 처음 봤어. 미혜 씨 같은 사람이 현실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야. 내가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니까...”아직 연미혜와의 이혼이 정식으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경민준은 차마 ‘잘해보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도지욱의 고백에 경민준은 그저 가볍게 미소만 지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도지욱
경민준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지금도 여전히 관심 많아.”임지유는 그가 넥스 그룹의 CUAP 프로그래밍 언어에 얼마나 깊은 흥미가 있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작년에 그녀가 넥스 그룹 입사를 준비할 당시에도 경민준은 적극적으로 응원해 줬다.넥스 그룹이라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기회만 된다면 꼭 들어가 보라고 권했다.그의 관심은 단순히 기술적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았고 그 기술을 설계하고 구현한 사람에게 느낀 호감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그래서 김태훈이 연미혜와의 문제로 차갑게 대하더라도, 경민준은
제이이노텍과의 협업이 시작된 이후, 연미혜는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자 그녀는 더욱 정신없이 일에 몰두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을 때 경다솜은 이미 잠든 상태였다.그동안 경다솜은 연씨 가문에 머물고 있었지만, 정작 연미혜와 마주한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커다란 침대 한쪽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든 딸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연미혜는 한참이 지나서야 욕실로 향해 씻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경다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