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한도윤은 김 실장이 가져온 봉투를 바라봤다.“열람 승인이 났다고?”“일부 자료에 한해서입니다.”김 실장은 봉투를 책상 위에 놓았다.“2014년 사고 현장 수거품 촬영 기록의 사본입니다. 제삼자 정보는 가려져 있습니다.”도윤은 잠시 손을 멈췄다.31화에서 처음 발견했던 첨부 목록.그 뒤로 수많은 기록을 확인했지만 정작 사진은 보지 못했다.이제 그 자료가 눈앞에 있었다.“원본과 동일한 사진인지 확인됐나?”“기록관리 부서에서는 보관된 촬영 파일의 사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원본의 작성 경위까지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그는 봉투를 열었다.사진은 여러 장이었다.흐릿한 도로 표면.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것으로 분류된 작은 물품들.그리고 금속 장식과 체인 일부를 촬영한 사진.도윤은 마지막 사진을 오래 바라봤다.작은 장식의 일부가 보였다.하지만 전체 형태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이게 전부인가?”“현재 열람이 승인된 범위는 여기까지입니다.”“촬영된 물건의 소유자는 확인됐나?”“자료에는 특정돼 있지 않습니다.”도윤은 사진을 내려놓았다.그는 서진의 목걸이를 정확히 본 적이 없었다.따라서 이 사진이 그녀의 물건과 관련 있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서진에게 알려야겠어.”김 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진도 전달하시겠습니까?”“제공 가능한 범위인지 먼저 확인해.”“알겠습니다.”도윤은 잠시 생각했다.“그리고 원본의 출처와 촬영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요청해.”사진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사진이 무엇을 증명하는지는 다른 문제였다.청담동.윤서진은 한도윤의 전화를 받았다.— 사고 현장 사진 사본을 확인했어.서진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사진이 나왔어요?”— 일부만. 금속 장식과 체인 일부가 찍혀 있어.“어떤 모양인데요?”도윤은 잠시 침묵했다.— 전체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워.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네가 직접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아.서진은 손에 쥔 펜을 내려놓았다.“저
윤서진은 답변서를 다시 읽었다.면회 요청자는 제가 아니었습니다.짧은 문장이었다.하지만 그동안 뒤섞여 있던 기록을 구분할 단서가 됐다.서진은 최영석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분이 면회 요청자가 누구인지도 기억하시나요?”— 아직 답변이 없습니다. 추가 질문을 전달해 보겠습니다.“당시 병원에 직접 갔는지도 물어봐 주세요.”— 네.서진은 전화를 끊고 기록을 펼쳤다.윤성 공용 전화의 병원 연락.병원에 남은 외부 방문 확인 기록.실시되지 않은 면회 요청.이 세 가지가 반드시 한 사람의 행동일 필요는 없었다.그녀는 메모장에 적어 두었던 연결선을 지웠다.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억지로 이어 붙이지 않기 위해서였다.한도윤은 김 실장에게서 오래된 회장실 보고 목록을 전달받았다.“원본 보존 여부는?”“세 건 중 두 건은 보존돼 있습니다. 나머지 한 건은 이관 기록만 남아 있습니다.”“어떤 건이지?”“외부 문의 대응 보고입니다.”도윤은 문서를 살폈다.“이관된 곳은?”“당시 전략기획실 문서보관실입니다. 이후 보관 위치가 변경된 것으로 나옵니다.”“추적할 수 있나?”“정식 보관 이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분실됐다고 단정하지 말고 끝까지 확인해.”“알겠습니다.”잠시 후 김 실장이 덧붙였다.“이정환 전 실장 측에서 질문서에 대한 추가 답변을 보내왔습니다.”도윤이 고개를 들었다.“무슨 내용이지?”“당시 외부 문의 대응 보고는 투자 협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 연락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병원 면회 요청과도 관련이 있나?”“그 부분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도윤은 서류를 내려놓았다.“그럼 관련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겠군.”“네.”도윤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당시 회장실에 올라간 보고서와 전략기획실의 원본을 대조할 수 있으면 좋겠어.”“확인해 보겠습니다.”저녁.서진은 정은채와 통화하고 있었다.“면회를 요청한 사람이 따로 있었을지도 몰라.”— 누구인데?“아직 몰라.”— 그
“연락을 받아 보겠다는 답변이 왔습니다.”최영석의 말에 윤서진이 고개를 들었다.“당시 총무팀 직원이요?”— 네. 다만 직접 만나기보다는 먼저 질문을 서면으로 받고 싶다고 합니다.“그렇게 해 주세요.”서진은 미리 정리한 질문을 다시 읽었다.사고 당일 병원 연락을 맡았는지.외부 방문자 확인 업무를 기억하는지.자신의 면회 요청에 관해 알고 있는지.질문은 세 개뿐이었다.그녀는 상대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답하도록 압박하고 싶지 않았다.“전무님,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전달하지는 말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필요한 범위에서만 설명하겠습니다.통화를 끝낸 서진은 잠시 생각했다.사고 당시 자신은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상태였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어떤 사실을 확인할지, 누구에게 질문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그 차이를 잊지 않으려 했다.한성그룹.한도윤은 회장실 행정 담당자에게서 받은 답변을 확인했다.당시 회장실은 윤성 측 사고 소식과 투자 협의 중단 상황을 보고받았습니다.병원 방문 예정자 확인 요청의 구체적인 처리 경위는 관련 실무 기록 확인이 필요합니다.도윤은 서류를 내려놓았다.“어머니께 보고가 올라간 건 맞군.”김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보고받은 내용과 직접 지시한 내용은 구분해야 합니다.”“알아.”도윤은 다음 문서를 펼쳤다.당시 회장실에 전달된 보고 목록이었다.윤성 투자 협의 중단.외부 문의 대응.사고 관련 사실관계 확인.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다른 제목이었다.“이 세 건의 원본 보존 여부를 확인해.”“네.”“그리고 자료 접근 권한이 없는 부분은 공식 요청으로 처리하고.”김 실장이 나가려다 멈췄다.“부회장님,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뭔데.”“이 조사가 끝나면 사모님과의 관계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뒤 조용히 말했다.“그건 서진이가 결정할 일이야.”김 실장은 고개를 숙였다.도윤은 창밖을 바라봤다.예전에는 무엇이든 자신의
윤서진은 병원 기록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면회 요청 결과가 미실시라고 적혀 있습니다.”— 네. 당시 기록상 그렇게 처리됐습니다.“환자 상태 때문이었나요?”— 사유는 현재 제공된 자료에 표시돼 있지 않습니다.“제가 거절했을 가능성도 있나요?”— 그 여부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미실시라는 표시만으로 사유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서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사유가 남아 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다만 오래된 자료라 추가 확인에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기다리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서진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자신이 누군가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을까.아니면 그때는 면회가 불가능한 상태였을까.기억은 여전히 흐릿했다.그녀는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하지만 이번에는 억지로 기억을 떠올리지 않았다.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조사에 필요한 일이었다.한도윤은 김 실장과 함께 이정환의 답변을 검토했다.“면담은 아직 어렵다는 입장이군.”“네. 대신 서면으로 답변을 보내겠다고 했습니다.”“내용은?”“당시 윤성과의 투자 협의가 사고 이후 보류됐다는 점은 기억한다고 합니다.”도윤은 다음 문장을 읽었다.병원 관련 문의는 실무 부서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목적은 당시 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계속 같은 대답이네.”“확인할 자료가 남아 있는지는 더 알아봐야 합니다.”도윤은 서류를 내려놓았다.“그럼 기록부터 찾자.”김 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부회장님, 한미숙 여사님께 다시 말씀드릴까요?”“아니.”도윤은 고개를 저었다.“어머니가 확인하겠다고 하신 부분은 기다려. 대신 회사 기록은 우리가 확인하면 돼.”“알겠습니다.”그때 서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병원 기록에서 사고 당일 외부인의 면회 요청이 있었지만 실제 면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도윤은 잠시 생각했다.한성 쪽 방문 예정자 확인 요청과 관련이 있는지 알아볼게.서진의
“병원 방문 비용 처리 내역이 나왔습니다.”최영석의 말에 윤서진은 손에 든 컵을 내려놓았다.“누가 다녀왔나요?”— 윤성 총무 부서 직원 한 명의 교통비가 처리돼 있습니다.“이름도 있나요?”— 있습니다. 다만 본인 동의 없이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개인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그럴 생각 없어요.”서진은 서류를 받아 들었다.교통비 정산일은 사고 다음 날이었다.사용 내역에는 병원 방문이라고 적혀 있었다.“사고 당일이 아니네요.”— 네. 그래서 오후 4시 18분에 작성된 방문 기록과 같은 사람인지 확인되지 않습니다.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시간이 다르다는 사실도 중요한 단서였다.“그럼 사고 당일에 병원에 간 사람은 아직 모르는 거군요.”— 그렇습니다.“당시 총무 부서에서 누가 병원 연락 업무를 맡았는지 확인해 주세요.”최영석은 잠시 생각했다.— 기록이 남아 있는 범위에서 알아보겠습니다.서진은 영수증 사본을 정리했다.서류가 하나 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분명해지는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처음 세운 가설을 수정해야 할 때도 있었다.그녀는 메모장에 적었다.사고 다음 날 윤성 직원 병원 방문 비용 처리.사고 당일 방문자와 동일인인지 미확인.한성그룹 본사.한도윤은 김 실장에게서 새로운 보고를 받았다.“회장실 협조 요청의 처리 이력을 확인했습니다.”“결과는?”“당시 행정 담당자가 전략기획실에 자료 확인을 요청한 기록이 있습니다.”“어떤 자료?”“사고 이후 윤성과의 연락 경위입니다.”도윤은 고개를 들었다.“병원 방문자 확인과는 별개인가?”“문서번호가 다릅니다. 관련 업무였을 가능성은 있지만 같은 요청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도윤은 서류를 넘겼다.회장실이 윤성과의 연락 경위를 확인하려 했다는 사실.그 자체는 이상하지 않을 수 있었다.당시 두 회사 사이에 투자 협의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사고 현장 사진과 의료기관 연락 문서까지 남은 이유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았다.“이정환 전 실장에게 이 문서도 확인해
김 실장이 내민 문서에는 결재선 일부가 남아 있었다.한성그룹 전략기획실.회장실 행정 담당.그리고 마지막에는 승인 여부를 표시한 빈칸이 있었다.한도윤은 문서를 한참 들여다봤다.“최종 결재가 없군.”“현재 제공된 사본에는 표시돼 있지 않습니다.”“원본에도 없는 건가?”“그건 확인이 필요합니다.”도윤은 서류를 내려놓았다.빈칸 하나만으로 결재가 누락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다만 회장실 협조 요청이 실제로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밝혀야 했다.“당시 행정 담당자에게 정식으로 사실 확인을 요청해.”“네.”“어머니 이름부터 끌어오지 말고.”김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기록에 있는 사람부터 확인하겠습니다.”한미숙은 도윤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회장실 자료를 계속 보고 있다면서?“네.”— 나를 의심하는 거니?“어머니를 포함해 누구도 확인 없이 단정하고 싶지 않습니다.”미숙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때 윤성에서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은 건 기억해.도윤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누구에게서요?”— 정확한 사람은 기억나지 않아. 회사 쪽 연락이었어.“그 뒤에 병원 관련 보고도 받으셨습니까?”— 그 부분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잖니.“네. 그래서 기록을 찾고 있습니다.”미숙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서진이에게는 뭐라고 했니?“확인된 사실만 전달했습니다.”—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넌 몰라.“압니다. 아니, 이제 알아 가고 있습니다.”도윤은 잠시 멈췄다.“하지만 그 사실이 어머니가 알고 있는 일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아닙니다.”전화기 너머에서 작은 한숨이 들렸다.— 도윤아. 네가 지금 하는 일이 서진이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니?“제가 책임져야 할 회사의 기록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미숙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과정에서 서진에게 필요한 사실이 나오면, 그 사람이 직접 판단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통화가 끝났다.도윤은 한동안 휴대폰을 바라봤다.어머니와의 대화가 쉬워질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